냉장고 인류 - 차가움의 연대기
심효윤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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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냉장고를 통해 인간과 관련된 문제와 문화를 살피고 환경 문제를 이야기한다. 냉장고 겉모양과 기능을 통해 인류가 바라는 미적·기능적 욕망을, 냉장고의 내부 저장품을 통해 냉장고 사용자나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으니, ‘냉장고 인문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냉장고는 차가움을 지배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류의 연대기이다. 냉장고가 널리 보급되면서 식재료를 더 오래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시간이 줄고 여가가 늘어나는 등 놀라운 일상의 혁명이 일었다. 한편, 인류는 냉장고를 깊이 신뢰하고 여기에 뭐든 넣기 시작했다. 냉장고 크기와 인간의 저장 욕구는 비례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낳게 된다.

   냉장고는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탄생하였지만, 인류가 냉장고를 믿고 낭비하는 자원(식재료, 에너지 등)의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환경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원래의 취지에 대한 역설이다. 냉각 기술이 발달하며 전 세계의 콜드체인이 지구를 촘촘히 둘러싸고 식탁의 혁명이 이루어졌다. 식재료의 대량 생산, 효율적인 가공, 빠른 유통, 낮아진 가격, 상품화된 음식 등 편리해진 부분이 많지만, 과소비 문제, 음식과 개인이 단절되는 문제가 생겼다. 과연 가치 있는 음식 재료와 쓰레기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 책에서는 식품의 과잉 생산과 유통 구조, 과소비 문제를 의식적으로 살피고 개선하려는 다양한 사회적 움직임도 소개한다. 편리하고 당연시하는 냉장고, 과소비,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환경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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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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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미래 세계에서 재현했다. 책에는 다섯 가지 옛이야기를 실었다.

「깊고 푸른」은 ‘심청전‘을 모티브로 하였고, 기술자가 된 청이가 인당수로 뛰어들어 비밀의 열쇠를 푸는 핵심 역할을 한다. ‘설국열차‘의 양극화와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았다.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 청이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 코닐리오의 간」은 ‘별주부전‘을 토대로 창작하였는데, 육지에 사는 클론이라는 존재는 「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 지음)가 생각난다. 감정을 갖기 시작하는 기계, 영혼을 간직한 복제본 클론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밤의 도시」는 ‘해님달님‘을 모티브 삼았다. 소설 속 미래 도시(오닐 실린더 구조)는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도시가 연상된다. 이 책에 실린 다섯 이야기 중 해님달님의 등장인물만 인용하고 스토리 전개는 사뭇 다르다.

「부활 행성 - 홍련의 모험」은 ‘장화홍련전‘을 소재로 썼는데, 새엄마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 장화를 찾아 나선 홍련의 이야기다. 옛이야기 속 새엄마와 의붓딸의 관계는 33세기에도 여전히 불편하고 대립적이었다.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는 흥부전의 등장인물에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지음)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다. 다섯 이야기 중 가장 현재에 가깝다. 물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인생이 술술 풀리길 희망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덧없음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김성희 작가의 말대로, 물에다 뭘 바라는 건 그만두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태도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부활 행성 - 홍련의 모험」을 쓴 정명섭 작가는 고전과 SF의 결합은 언뜻 보면 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두 이야기의 무게감과 방향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 결합한다고 말한다. 고전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하고, SF도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통해 꿈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면 SF 작품들은 ‘장화홍련전‘ 같은 고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미래의 어느 순간, 아득한 과거가 될 것이다. 옛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성격과 삶의 태도가 SF에서 진화했듯이, 나를 감싼 현재가 새로운 감정과 관점을 덧대어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고 재탄생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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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10대를 위한 결정적 질문 2
예병일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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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의술에서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현대 의학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끈질기게 탐구한 일곱 가지 의학적 질문을 다룬 책이다.

질병, 해부, 마취, 수혈, 백신, 임신과 출산, 이식 분야로 영역을 나누고, 혈관 개수,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점, 3차원 인쇄술, 줄기세포, 이식 등 다각도의 질문을 정리하여 의학적 기초 상식과 사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기존의 과학적 데이터나 연구를 답습하지 않고, 여전히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의학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치료법이나 진단법이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서서히 실마리가 풀리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간 과학자들이 밝힌 사실을 토대로 상상력을 더하여 기존 과학의 오류를 찾고 질병의 원인을 찾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미래의 의학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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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ird (Hardcover)
Sharon King-chai / Pan MacMillan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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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ird』는 자유와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름다운 표현과 반짝임이 눈길을 끄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작가 Sharin King-Chai의 그림에 은색 반짝임이 더해져서 서정적이면서 신비하다.

   속표지에는 자유롭게 날아가는 Starbird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Starbird가 거쳐 간 길을 모두 담았다. 어느 한 존재 안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한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Starbird의 노래는 신비로운 꿈을 자아내고,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하지만 Moon King이 Starbird를 새장에 가두자 Starbird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나고 생기가 없어진다. 공주의 도움으로 Starbird는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우거진 숲, 사막, 높은 산을 표현한 그림이 정말 아름답다. Starbird가 찾아간 곳의 낮과 밤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특히 밤의 은빛 반짝임은 더욱더 매혹적이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어둠 속에 동물 형상이 보인다. 숨은그림찾기처럼 동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Starbird가 만난 다른 생명체들은 친절하고 따스하다. Starbird에게 조언해주고, 물과 먹을거리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편히 잠잘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Moon King이 Starbird를 다시 잡아, 새장에 가두자 더는 노래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가고, 깊은 슬픔에 젖어 들었다. 그럴수록 창밖에 걸린 달과 별이 점점 이울어 간다.

   공주의 진심 어린 애원에 Moon King의 마음이 움직였다. Starbird가 갇혔던 새장에는 깃털 하나만 남았다. 마지막 그림 속 Moon King과 공주를 한가득 감싼 달이 휘영청 밝다. Starbird의 슬픔을 읽은 공주의 따뜻한 마음, 공주의 진심을 읽은 Moon King의 사랑, 자유롭게 어디론가 날아오른 Starbird의 안녕을 바라며,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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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955년 정음사 오리지널 초판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윤동주 지음 / 더스토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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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55년 10주기 기념 유고 시집 초판본은 오른쪽 상단에서부터 글자가 시작하는 세로쓰기 형식이었다. 오래된 서가에서 빛바랜 책을 꺼내든 느낌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의 필체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읽고 또 읽으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자화상〉, 〈돌아와 보는 밤〉, 〈길〉, 〈쉽게 쓰여진 시〉는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되살아나며 시어에 마음을 기울여 여러 번 읽었다. 〈사랑스런 추억〉, 〈못 자는 밤〉, 〈빨래〉, 〈달밤〉, 〈햇빛·바람〉, 〈반딧불〉, 〈소낙비〉, 〈달밤〉, 〈달을 쏘다〉, 〈화원에 꽃이 핀다〉, 〈종시(終始)〉는 처음 접한 글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언어, 유머, 고민과 아픔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강처중 발문(跋文)‘에서 소개한 윤동주 시인의 성품에 얽힌 에피소드를 읽으니 애잔해지지만, 의미 있었다.

   어릴 때 읽었던 시와 지금 읽는 시가 사뭇 다른 의미로 느껴지고 눈에 들어오는 시어도 달랐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마음속에 오가는 이런저런 감정을 느끼면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경청하고 헤아려본 귀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시집을 곁에 두고 천천히 틈나는 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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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01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지고 있는 책이네요. 반갑습니다.
가끔 펼쳐봅니다. 올해 광복절에도 펼쳐서
별 헤는 밤을 낭독해 보았어요.

행간 2022-09-01 08:45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께서도 이 책을 가까이 두고 계셨군요. 이 시집을 보면서, 윤동주 시인의 시어와 문장에 배어 있는 나직한 슬픔이 제 마음에 와닿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