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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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미래 세계에서 재현했다. 책에는 다섯 가지 옛이야기를 실었다.

「깊고 푸른」은 ‘심청전‘을 모티브로 하였고, 기술자가 된 청이가 인당수로 뛰어들어 비밀의 열쇠를 푸는 핵심 역할을 한다. ‘설국열차‘의 양극화와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았다.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 청이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 코닐리오의 간」은 ‘별주부전‘을 토대로 창작하였는데, 육지에 사는 클론이라는 존재는 「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 지음)가 생각난다. 감정을 갖기 시작하는 기계, 영혼을 간직한 복제본 클론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밤의 도시」는 ‘해님달님‘을 모티브 삼았다. 소설 속 미래 도시(오닐 실린더 구조)는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도시가 연상된다. 이 책에 실린 다섯 이야기 중 해님달님의 등장인물만 인용하고 스토리 전개는 사뭇 다르다.

「부활 행성 - 홍련의 모험」은 ‘장화홍련전‘을 소재로 썼는데, 새엄마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 장화를 찾아 나선 홍련의 이야기다. 옛이야기 속 새엄마와 의붓딸의 관계는 33세기에도 여전히 불편하고 대립적이었다.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는 흥부전의 등장인물에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지음)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다. 다섯 이야기 중 가장 현재에 가깝다. 물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인생이 술술 풀리길 희망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덧없음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김성희 작가의 말대로, 물에다 뭘 바라는 건 그만두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태도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부활 행성 - 홍련의 모험」을 쓴 정명섭 작가는 고전과 SF의 결합은 언뜻 보면 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두 이야기의 무게감과 방향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 결합한다고 말한다. 고전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하고, SF도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통해 꿈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면 SF 작품들은 ‘장화홍련전‘ 같은 고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미래의 어느 순간, 아득한 과거가 될 것이다. 옛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성격과 삶의 태도가 SF에서 진화했듯이, 나를 감싼 현재가 새로운 감정과 관점을 덧대어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고 재탄생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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