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3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로 전이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 일행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세계를 관장하는 거 같은 사신(死神)은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치트를 남발하는 바람에 많은 아이들이 리타이어 되어 버렸죠. 사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마냥 사신을 욕할 처지도 아니긴 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겠다는 거처럼 욕심에 치트를 선택해서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벌받은 격이죠. 참고로 이 작품에서 치트는 지뢰와 동의어입니다. 치트 = 지뢰. 알짜 치트엔 그만큼 불이익도 따라붙는다는 건데, 예로 강함을 선택하면 필요한 경험치가 보통의 수백 배 된다든지. 문제는 히로인 '하루카'가 받았던 [도움말] 같은 설명서가 없으면 어떤 지뢰가 걸려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최고의 치트 = 사망, 공식인 스킬을 사용했다가 죽어버리는 일도 벌어졌었죠. 사실 이런 설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필자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수십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일일이 다 표현하기 힘들어 가지치기 하듯 잘라 버린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긴 합니다. 그야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초반 시리어스를 무색게 하는 평범한 슬로 라이프거든요. 욕심 없이 무난한 스킬을 받은 주인공 일행은 견실하게 몬스터를 잡고, 약초를 채집하는 등 밑바닥부터 열심히 노력 중에 있습니다. 지금은 샐러리맨의 공통사항인 집을 장만하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노가다에 뛰어들고 있죠. 



히로인 '나츠키'와 '유키'를 영입하여 3인 체재에서 5인 체재가 되었습니다. 5인 체재가 되었다고 해서 특출하게 드래곤 잡으러 가고 그런 건 아니고요. 일손이 늘어나서 집 장만하는 속도가 조금 더 올랐을 뿐입니다. 참, 치트 = 지뢰 공식인 세상에서 파티원도 함부로 늘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정확히는 반 아이들). 파티원이 치트 썼는데, 그게 사망 공식인 치트라면 말려들어 동반 자x이 되어 버리거든요. 사실 치트만이 아니라 내 입 풀칠하기도 힘든데 객식구를 함부로 늘릴 수 없다는 현실성도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의 설정에는 남에게 민폐 끼치기도 있어서 남 등 처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이렇듯 기본 바탕에 치트 = 지뢰라는 공식과 남에게 민폐 끼치기가 깔려 있다 보니 선량한 아이들은 몸을 사리게 되고, 주인공 일행도 그런 것들을 경계하다 보니 이야기는 경직되어 가고,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자기들끼리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그 속에서만 행동하는지라 이야기가 제한적이 되어 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요컨대 마을 사람들과는 경제 관련으로 관계를  맺어 가지만 모험가들이나 반 아이들 소문이 들려오면 피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죠. 그러니까 우물 안에서만 행동하다 보니 이야기는 고만고만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3권에서도 이야기는 확장되지 않고 집 장만하기 위해 사냥과 채집과 마법에 관련된 이야기만 이어집니다. 이젠 별 어려움 없이 몬스터를 잡고, 약초와 버섯을 따다 팔아 돈을 벌어가죠.



맺으며: 남자 둘에 히로인 셋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러브 코미디는 없습니다. 나중에 관계가 정립되는 모양인데 3권이나 왔고, 같이 부대끼며 못 볼 꼴도 많이 봤을 텐데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엄청 아끼는 경향을 보이죠. 사실 경박한 판치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그에 따른 청춘 러브 코미디를 보여줄 만도 할 텐데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게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이죠. 부모와 떨어지고 법률이 없는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의 파티원들뿐이라면 좀 더 위기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치 전이 전의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누구 자취방에 모여 할 일 없이 떠드는 그런  모양새라 이게 재미있는지, 흥미 있는지도 모를 평범한 일상물처럼 흘러가고 있느니 읽고 있으면 잠이 솔솔 쏟아집니다. 약초와 버섯 따기는 그렇다 처도. 작가가 야생 동물에 대한 지식도 미천한지 가령 겨울철 이외의 야생 동물은 노린내 때문에 먹기 힘들다 같은 게 있는데, 이세계니까 퉁치는 건지 그런 건 전혀 언급이 없어서 아쉽죠. 뭐만 하면 스킬에 의존하고, 그 설명에 지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얘들도 스킬을 얻었다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서는 함부로 못하는 오크 같은 걸 아무렇지 않게 잡아 현실성을 떨어트리고, 집 장만해야 돼서 아껴야 된다면서 식당에서 호의호식하는 건 또 뭔가 싶은 게요. 작가가 서민의 생활을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닌가 싶더군요. 강박증 걸린 것처럼 생활 패턴도 여관 - 사냥 - (식당)길드 - (식당)여관 이런 식이라서 식상하기 그지없습니다. 개그도 없고, 마음 졸이는 러브 코미디도 없고, 유희도 없고, 사냥도 별 어려움 없이, 남 등 처먹는 반 친구라도 투입해서 흥미를 좀 끌던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스킬, 능력 설명은 독자들이 굳이 알아야 되나? 같은 느낌이고, 한 눈 팔지 않고 견실하게 살아가는 현실의 보통 사람들을 표현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얘들처럼 이런 삶을 살으라면 숨 막혀 죽을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5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글이 좀 깁니다.





배은망덕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구 베로니카 파벌이 숙청 당할 때 아이들만이라도 살려 달라는 로제마인(여주)의 청이 받아들여져 살아났으면 그렌젤을 박으며 충성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괴소문을 퍼트리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것도 빌프리트라는 어엿한 약혼자가 있음에도 페르디난드(남주)와 불륜을 저지르는 거 아니냐는, 이번 5부 5권은 검은 머리 시키들은 거두어들이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 로제마인도 나이를 먹어 언제까지고 아이의 모습으로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요컨대 규수(閨秀)가 되었으니 처신 잘하라는 것이죠. 여기까지라면 몸가짐만 조심하면 끝이지만, 이 소문을 진정시키고 와이프(로제마인)를 감싸야 될 빌프리트가 그 소문의 선두에 서서 널리 퍼트리고 있다는 것. 이 시키도 원래라면 유폐되어 죽을 때까지 햇빛 한 점 못 볼 운명이었는데 로제마인의 변호로 살아났으면 그녀의 편이 되어야 하건만 삐져서 말도 안 하는 상황이죠. 페르디난드(빌프리트에겐 삼촌)와 살갑게 지내는 와이프(로제마인)를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꼬여버린 것입니다. 사실 로제마인은 신식이라는 마력이 폭주하는 병으로 인해 죽을뻔하였으나 페르디난드의 보살핌 덕분에 살아났죠. 생명의 은인에다 수년간 귀족의 삶 등,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식의 길라잡이까지 해준 그에게 정이 더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빌프리트는 정치적인 입장으로 묶인 것일 뿐 남사친보다 못한 존재. 그러니 소중함이라는 무게를 저울에 올린다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자명할 것입니다. 로제마인 입장에서 빌프리트는 그저 아는 동생뻘쯤 될 뿐이었죠.



왕족의 의뢰로 중앙 신전에서 성결식 등을 치르고 서고에서 고어를 현대어로 번역하는 등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죠.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서 제발 튀는 행동 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들었건만 붕어 3초 기억력인지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사고를 처댔는데 이번에는 그 스케일이 무척이나 커집니다. 로제마인의 영지만이 아니라 왕족들도 대규모 숙청으로 인해 인력이 줄어버려 마력이 부족해져 나라 운영이 힘든 상황이고(바보 아님?), 왕의 증거(구르트리스하이트라는 책)를 보유 못한 현 왕은 진정한 왕으로 추대 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현 왕은 그렇다 치고, 차기 왕은 무조건 왕의 증거인 구르트리스하이트를 보유해야만 하는데 이게 어디 처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 구르트뭐시기만 손에 넣으면 평민도 왕이 될 수 있다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감이 잡히겠죠. 그렇습니다. 로제마인이 획득하게 되죠. 이제 그녀는 왕족, 나아가 차기 왕? 근데 좋아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세상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죠. 평민도 왕이 될 수 있다며? 장난해?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구르트뭐시기가 있는 곳에 가기 위한 단서는 다 모으게 했으면서 정작 알맹이는 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데? 같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자, 이제 로제마인을 먼저 줍는 사람(왕족)이 차기 왕이 되는 겁니다. 왕족만이 구르트뭐시기를 손에 넣을 수 있고, 로제마인은 죽 쒀서 개준 꼴이 되어 버렸죠. 근데 로제마인은 왜 구르트뭐시기를 손에 넣으려 했는가, "그저 읽고 싶어서". 필자의 뇌피셜이 아니라 진짜로 언급되는 부분입니다. 취미 때문에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



아무튼 로제마인의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할까. 로제마인은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있는 문 열쇠(진짜 열쇠는 아니고 비유 하자면)를 가지게 되었죠. 양도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 열쇠를 끼워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왕족 한정이죠. 열쇠는 복수로 존재해서 왕족도 로제마인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다면 열쇠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인쇄와 책에 목숨을 걸고 있는 로제마인을 따라 하기엔 벅차죠. 책을 위해서 죽기보다 싫은 약을 먹어가며 필사적으로 신(神)들을 향해 기도를 올렸거든요. 이게 몇 년이나 누적되었고 이에 신들이 감명받아 거의 프리 패스로 그녀에게 열쇠를 줘버린, 이걸 왕족이 몇 년을 따라 하라고? 사실 현재 마력 부족으로 나라가 붕괴 직전에 있다는군요. 그래서 마력 덩어리인 로제마인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인데 여기에 몇 년이나 기도를 올리라고? 겉몸이 달아가는 왕족.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눈앞에 있는데 줍지를 못하니 미치고 환장합니다. 로제마인에게 이 상황은 바라 마지않는 최고의 기회로 다가오죠.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 처우와 맞바꿔 협상에 나섭니다. 사실 로제마인에게 있어서 페르디난드는 이세계에 떨어지고 친가족 이외에 가장 정을 붙이고 기댈 수 있는 나무였죠. 그걸 빼앗아 간 데다 아렌스바흐에서 불합리를 당하고 있으니 왕족에 대한 이미지는 곱창 난 상태고, 이걸 무기로 해서 왕족에게 불경에 가까운 조건을 내걸어가는 게 이번 5부 5권에서의 핵심 흥미 포인트가 됩니다.



페르디난드가 가 있는 아렌스바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다시금 구 베로니카 파벌의 준동, 숙청 때 죽은 줄 알았던 구 베로니카 파벌 귀족 몇몇이 살아 있고, 그들의 집에서 마력을 튕겨내는 천이 발견되면서 불안한 전운을 감돌게 하죠. 이 세계는 마력으로 사람을 지키고, 영지를 지키고, 땅을 기름지게 합니다. 이 마력을 무력화하면 그 근간이 흔들리게 되죠. 마력 덩어리이자 폭주하면 주변이 초토회 되는 로제마인을 무력화할 수도 있습니다. 대대로 아렌스바흐(구 베로니카 파벌 본거지)는 에렌페스트(로제마인 영지)를 눈에 가시로 여기고 있으니 조만간 큰일 나갔다는 느낌이 들었군요. 그러나 지금은 왕족의 구르트뭐시기 찾는 것에 더 중점을 둡니다. 대대로 이것을 가진 자가 왕이 되어 왔고, 이것이 없는 왕은 정당한 왕이 아니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사람들도 있는 형편입니다, 왕족이면서 마력이 부족해 나라 운영이 곱창 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아직 미성년인 로제마인에게 부탁하는 처절함이 있죠. 그러다 코 꿰여 된통 이용당하는 왕족이 웃기기도 한데요. 물론 그런 로제마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왕족도 있고요(옛날에 기껏 도와줬더니 뒷통수 치려는 중). 아무튼 페르디난드를 정말로 좋아하면서 자각이 없는 로제마인이 그를 구하기 위해 왕족과 협상해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영애(페르디난드 약혼녀)가 왕족에게 불경을 저지르는 바람에 약혼자인 그도 숙청 대상이 되었거든요. 이를 막으려고 로제마인은 발품을 팔지만 녹록지가 않습니다. 해결 방법은 그녀가 왕족의 사람이 되어 구르트뭐시기를 손에 넣고 차기 왕의 정당성을 세우는 수밖에는...



맺으며: 그저 책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읽고 싶어 환장한 로제마인이 어쩌다 왕의 증거 구르트뭐시기의 단서를 얻게 되고 바로 앞까지 도달하게 되는 이야기의 최종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리뷰에선 거의 언급 안 했지만 꾸준히 복선으로 나왔었죠. 왕족이 그렇게 찾아 헤맸던, 하지만 책이 모셔진 방에는 왕족만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열쇠가 있어도 못 들어가는 로제마인과 왕족은 기도가 모자라 못 들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시추에이션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5부 5권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를 그립니다. 근데 여기서 필자는 낙동강 오리알을 보았죠. 바로 로제마인의 약혼자 빌프리트.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로제마인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제일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다음 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점점 메인 빌런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페르디난드 약혼녀는 머리가 쭉정이로 되어 있는지 신전에서 차기 왕으로 선택되었다며 왕족에게 불경을 저질러 가는 게 또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로제마인처럼 절차 밟아가며 열쇠(참고로 열쇠는 비유적입니다)를 얻어야 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게 희극이죠. 그로 인해 숙청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덩달아 그녀의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도 연좌제에 묶이게 되면서 로제마인은 겉몸이 달아갑니다. 결국 페르디난드를 살리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지고지순을 엿볼 수 있었군요. 그리고 제3왕자가 로제마인에게 푹 빠져서 뭔가 저지르는 게 아닐까 하는 두근거림도 있습니다. 애도 약혼녀가 있으면서 바람피우려는 중이죠. 아무튼 그동안 인쇄와 책의 이야기가 주류였다면 지금부터는 정치적인 역학 관계에 묶인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는군요. 가령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로제마인의 페르디난드에 대한 열정이 과부하 걸릴 정도로 열을 올려 가는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가족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라고 억지로 선을 긋고 있어서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약사의 혼잣말 14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4~5년은 같이 지냈으면서 아직도 관계에 진전이 없는 건 니들이 무슨 러브 코미디 주인공이라서 그런 거냐?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는 게 이 작품이죠. '진시'는 아이를 가져도 좋다고 싶을 정도로 마오마오를 그리는 마음이 앞서갔고,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내가 죽을걸?라는 심정(심정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마오마오'는 온갖 피x 제품을 들고 '진시'의 거처에 찾아갔었죠. 진시는 좋아하는 여자가 현실적으로 나오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어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권력이란 그런 거죠. 내가 권력에 마음이 없다고 해도 주변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으니까요. 진시와 마오마오 사이에서 아이, 그것도 아들이 태어난다면 차기 황권은 수라장으로 돌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왕자를 낳아 차기 황권 1순위를 달리고 있는 현 황후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끼고 있으니 대놓고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은 다르게 생각할 테고요. 상급 비인 리화 비도 왕자를 낳았는데, 이쪽도 차기 황권을 노린다고 봐야죠. 리화 비에게 있어서도 마오마오는 생명의 은인이라 역시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이 문제. 결국 아들을 낳는 순간 마오마오는 이들의 파벌에 의해 죽게 되는 운명이라 봐야겠죠. 이건 필자 뇌피셜이 아니라 13권에서 언급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시가 황족이라는 족보를 버리고 멀리 도망가서 살면 되지 않을까. 이번 14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걸 역설합니다. 마오마오는 오빠의 꾐에 넘어가서 어느 일족의 화합 장소에 들리게 되죠. 거기서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의 후예 집안을 만나 그들의 가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금은 잃어버린 그 가보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마오마오에게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가보를 찾는 것보다도 그 속에 숨겨진 뜻입니다. 작중이나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시추에이션을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빗대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 가보는 몇 대 전 황제가 내린 황족의 증거이고, 그렇다면 이걸 가진 자가 황위 계승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답이 돌출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의 황제에겐 불경이고 역모에 해당하죠. 몇 대 전 어느 왕자가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황위 계승권 등 모든 황족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출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가보는 그때 받은 것이고, 이 왕자가 마오마오에게 의뢰한 집안의 조상이죠. 그럼 이 왕자를 진시에게 빗대어 본다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겐 그럴 뜻이 없다 해도, 아들이 태어난 순간 새로운 황제 운운하며 역모 꾸밀 놈은 얼마든지 생기겠죠.



이번 14권은 시종일관 그런 흐름을 보입니다. 마오마오 일행이 1년 넘게 서도에 갔다 돌아와보니 군부가 황후 파와 황태후(현 황제의 어머니) 파로 나뉘어 자중지란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 이면엔 차기 황위 계승권이 있었고요. 거기에 방계 중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으로 인해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차기 황위 계승권을 두고 내란(이건 필자 각색)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풍겨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진시와 마오마오는 맺어질 수 있을까? 이 작품이 재미있는 건 그런 분위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13권 리뷰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야반도주하면 어떨까 같은. 하지만 현 황제에 의해 진시의 출가는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고(진시가 하도 열받아서 불로 자신의 옆구리 지지기도), 진시의 출생의 비밀은 둘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죠. 이번엔 진시의 출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결정적인 인물이자 외할머니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만. 사실 마오마오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은 거지만요. 그보다 1급 기밀 그 이상의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일개 관녀에 지나지 않는 마오마오가 기밀사항인 황족과 나라 중추 이름있는 집안들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으면서도 무사하다는 의미에서 대단하다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맺으며: 진시가 황족의 지위를 버리고 마오마오와 맺어진들 과연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14권입니다.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이 있고, 황후 파와 황태후 파의 파벌 대립 이면에 황위 계승권이 걸려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며 이들(진시와 마오마오)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방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자식에 해당). 그래서 사실 파벌 싸움의 진상이자 엔딩은 맥이 끊어 놓을 정도로 싱겁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애초에 황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열혈한 팬이고, 황태후도 온건파로서 마오마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줬지 위해를 가할 인물이 아니죠, 이건 사실 기억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좋다면 황궁에서 진시와 마오마오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테고, 이번 14권의 주된 이야기인 파벌 싸움도 성립 안 된다는 걸 알 테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파벌 싸움을 선동하는 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동하는 놈을 잡는 게 이번 14권의 요점이라면 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13권에서의 일 때문에 다시 서먹서먹해저버린 진시와 마오마오가 서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가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빠를 거짓말 탐지기로 쓰고, 집안싸움에 불구경 한다든가, 새로운 후배가 들어와 일을 가르친다든가, 이번 14권은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가 있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23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로렌스와 호로는 딸과 사위를 찾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었습니다만. 그들에게 기다리고 있던 건, 사위는 여명의 추기경이라는 이명을 얻어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고, 딸은 성녀라는 이명을 얻었다는 뉴스였군요. 그 말괄량이가 성녀라니 기가 막히죠. 산 만한 곰을 막대기 하나로 조련하고,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말썽만 부리던 딸이 말입니다. 로렌스와 호로는 그 흔적을 찾아 어느 물류 거점 도시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사위의 활약을 듣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성서를 받아 들었을 때는 부모로서(어린 콜을 맡아 키웠으니)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기쁨도 잠시, 로렌스에겐 그 뒤치다꺼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빈한 삶을 바라고 교회 개혁까지는 좋은데 그로 인해 돈맥경화가 생겨 어느 성직자를 도와야 하는 상황에서 도울 수 없는 사태가 생겨 버렸죠.



이 세상에 부패한 성직자도 있는 반면에 사람들을 위해 분골쇄신하는 성직자도 있다는걸, 그를 안타까워했던 마을 사람들이 정식 주교로 성품(聖品)을 추진 중이었습니다만. 마을 사람들을 도와 그 성직자 뒤를 캐면 캘수록 돈과 성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걸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있다는 걸 알아가죠. 그는 어릴 적 살았던 마을이 붕괴되면서 홀로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거든요. 이는 호로의 과거와 일맥 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수백 년이나 풍작을 관장하며 마을의 안녕을 보살펴 왔더니 이제 너는 필요 없다고 쫓겨났으니까요. 그 성직자도 그런 불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그래서 로렌스는 방향을 바꿔 그의 불안을 없애려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로렌스와 호로의 이야기입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숱하게 언급 해온 게 있는데, 호로는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이고, 로렌스는 한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죠.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로렌스에게도 흔적을 새기기 시작합니다. 호로와 결혼할 때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걸 인정했고,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다짐도 했지만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나이 먹기 싫다고 몸부림치기보다 남겨지는 사람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로렌스는 자기가 떠나도 지난날의 추억은 남아 있다는 것을 물질적으로 남기려 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무모해 보이는 관세 문제에 뛰어들게 되죠. 그동안의 사태를 해결해온 능력을 인정한 교회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영주 자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것에 빨대를 꼽아 자기 의도대로 흘러가게 하는 등, 잔머리를 엄청 굴려 댑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호로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죠. 사실 그는 자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대상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로렌스의 발을 붙잡은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 영주 자리에 낚여 또 사기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 하는 마음이 겹쳐저 시종일관 전전긍긍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지혜를 빌려줘도 되겠건만, 이번에는 의욕을 내비치며 혼자 해결하려는 그의 뒤를 묵묵히 따라갑니다. 뭐 사실 온종일 술만 퍼마시고 있어서 그다지 조신하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요. 아무튼 멋지게 관세 문제를 풀어내고, 그 몫으로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까지 눈앞에 다시 재현 시키면서 호로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게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넓게 보면 이별을 대비하여 남겨진 자가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이라는 것에서 한편으로는 쓸쓸함을 자아내게 하죠. 로렌스가 받았던 몫은 영주의 지리가 아니라 보리였으니까요.



그 외의 이야기를 들라면 22권에서 나왔던 다람쥐의 화신 타냐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철광산 개발로 인해 민둥산이 되어 버린 산을 오랜 기간 동안 나무(주로 도토리)를 심어 푸르게 만들었으며, 그때 잠시 들렸던 스승님(인간으로 추정)을 잊지 못해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것에서 안타깝게 했죠. 산의 처분 문제로 들린 로렌스와 호로에게 도토리 빵을 내밀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주었던 그녀가 이번 23권에서도 등장합니다. 호로만큼이나 오래 살았으면서 인간관계는 서투른, 호로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도 호로에게 동생 취급 당하고, 약간의 백치미로 인해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지 신(神)의 종복이라 자처하며 신앙심이 깊었던 엘사의 마음을 녹이기도 했었죠. 교회 입장에서 보면 타냐도 이단인데도 신경 안 쓰는 걸 넘어 종막에는 집에 초대까지 하는 장면은 희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타냐도 오랫동안 홀로 지내오며 외로움을 견뎌온 것이죠. 로렌스와 호로의 꽁냥을 보며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하는 엘사에게서 그녀야말로 진정한 성직자가 아닐까 했군요. 참고로 엘사는 로렌스와 호로가 결혼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서 그녀의 고향에서 일어났던 밀가루 사태를 그들이 해결해 준 인연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제가 되어 콜과 뮤리가 저질러 놓은 개혁의 여파로 각 마을 교회에 불려 다니며 일거리를 도와주고 있는데요. 원리원칙 시어머니 같은 성격이라 칠칠치 못한 호로와는 상극이죠. 이번에도 온종일 술만 퍼마시는 호로에게 잔소리를 해대다 꽁냥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느꼈는지 다 때려치우고 타냐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버립니다. 그녀도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군요. 서로를 감싸주고 보다듬어 주고 서로 다른 시간이 흘러도 곁에 있고 싶어 하는 로렌스와 호로를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 것도 이번 23권의 포인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8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말한다는 게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거미녀(이하 여주)가 미궁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과거(여주 입장에서는 현재)와 미래(반 친구들이 나오는 S 외전)를 교차 진행하던 타임 서술 트릭은 끝이 났습니다. 이후는 여주의 시각에서 마왕을 만나 분자 레벨로 분해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동맹 아닌 동맹을 맺고, 반 친구 소피아와 그녀의 종자와 함께 마족령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 친구들을 만나러 미래로 가는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죠. 여주가 처음으로 만난 반 친구 소피아는 외전 S에서 '유고'편을 들어 엘프의 나라에 진격했던 인물이기도 한데요. 여기서 작가는 선생님을 이용해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신, 神)들의 인식을 나쁘게 표현함과 동시에 소피아를 관리자들 편에선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진토 베기 악당인 '유고'편에 서게 했으니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는 듯했죠. 참고로 엘프의 나라에 쳐들어 갔던 유고와 소피아의 이야기는 결말을 내지 않은 채, 마왕과 싸우고 어린 소피아와 마족령으로 떠나는 여주의 이야기로 넘어와버렸습니다. 아무튼 금기 10레벨이 되면 이세계의 이치를 보게 되고 관리자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했었죠. 그런데 여주도 금기 10레벨을 찍어 이세계의 이치를 봤음에도 그녀는 관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중인데요.



여주는 7권에서 UFO 폭탄을 흡수하고 최종 진화한 끝에 이세계 시스템(레벨, 능력치)에서 튕겨 나 거미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상반신만 인간이었던 아라크네에서 이젠 다리까지 완전한 인간형이 되었죠. 물론 진짜 인간은 아닌 거 같고, 인간 형상을 한 무언가쯤 되겠군요. 관리자 아무개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신화를 이룩했다니까 관리자(신,神)쯤 되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엘프들이 관리자들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선생님이 경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더욱 궁금해지죠. 그러니까 여주가 악당이 되겠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그런 표현도 없지만) 관리자들의 이미지는 재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요점은 관리자들은 진짜 악당인가? 그런데 이번 8권에서 엘프 족장이 전생자들(반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는 무슨 실험 쥐 취급이고(사실 자신 이외엔 다 도구 취급 중), 관리자와 대립하는 족장에게 줄곧 가스라이팅 당한 선생님이 자신이 가진 출석부라는 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초조함(이건 필자 주관적 생각)과 선생이라는 입장을 버리지 못해 그저 아이들을 보호하려 관리자들을 매도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소피아를 '유고'편에 서게 해서 관리자와 더불어 악당 이미지를 심어준 것처럼 작가의 블러프일 수도 있겠고, 알고 봤더니 관리자들은 진짜 악당이 맞을 수도 있겠죠. 여주는 사실 일반적인 선악 개념보다는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면 그게 누가 되었든 퇴치하니까 이게 그녀의 선악 기준이고, 그녀는 관리자들이든 인족이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아무래도 좋다는 성격이니까요. 근데 사실 이번 8권에서 선생님은 진짜로 관리자들이 전생자들을 희생 시킨다고 믿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것보다 선생이라는 책임감에 짓눌려 강박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고유 능력인 출석부에 아이들이 언제 죽는지는 나오지만 누구에 의해 죽는지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서 진짜로 관리자들에 의해 희생되는지도 의문이죠. 물론 완결 난 이 시점에서 이 추리가 무슨 소용인가 싶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소피아를 막무가내로 납치하려 하고, 다른 전생자 납치하려다 실패하여 죽게 하는 등, 결코 선생님과 더불어 엘프는 좋은 이미지가 아닌 것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여주 일행을 습격하려는 엘프 족장의 거짓말에 놀아나는 것에서 어쩌면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사설이 너무 긴데, 한 번쯤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걸 써 봤습니다만. 제대로 정리된 것 같지도 않군요. 요점은 관리자들은 악당인가? 일단 넘어가고, 이번 8권에서는 UFO 사건 이후 신화를 이루며 거미가 아니게 됨과 동시에 힘을 잃어버린 여주가 2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힘을 찾지 못해 고생하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차에 짐짝처럼 실려가며 멀미로 죽을 고생을 하고, 소피아는 제법 키가 커졌습니다. 참고로 그녀는 진조 흡혈귀입니다. 흡혈귀인 것도 있고, 전생자 특전에 여주가 아직 쌩쌩할 때 받았던 훈련과 마왕의 어드바이스, 인형 거미와의 대련으로 레벨은 1이면서 엄청 강해졌습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여주와 동고동락했지만 모녀의 유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 여주는 방임주의에 가깝고, 오히려 인생의 어드바이스 해주는 마왕을 더 찾는다고 할까요. 지금은 마족령을 항해 산맥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또 한 명의 전생자(반친구)를 만나게 되죠. 고블린으로 전생한, 용사 이후 새로운 주인공급이 그녀들을 가로막습니다. 이 고블린도 여주만큼이나 빠른 진화를 하고, 그 바탕엔 인간들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과 강제로 동족 포식을 해야만 했던 증오가 맞물려 최악의 버서커로 성장하는, 아무런 힘이 없는 여주는 절체절명의 위기는 맞아 갑니다.



맺으며: 사실 이번 8권은 이세계로 전생한 고블린(반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꽤 강렬하죠. 고블린으로 태어났다고 자신과 동족을 혐오하는 것보다 순응해 살아가고, 여동생을 끔찍이 아끼고 능력을 각성 시켜 마을에 보탬이 되려 노력하는 게 흥미롭죠. 그것을 인족들에 짓밟히고, 그에 대한 증오에 먹혀 정신이 망가져가는, 이번 8권은 이로써 엘프 다음으로 인족도 여주 입장에서는 퇴치의 대상이라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먹을 것을 갖다 바치고, 토지신 취급하며 신성시해준 인족도 있지만 그들은 전쟁에 휘말려 다 죽어 버렸으니. 물론 고블린이 지금 처한 현실을 여주는 아직 모르고 있으니 섣부르게 이렇다 저렇다 할 단계는 아니긴 합니다. 이 고블린의 이야기는 아직 진형형이고, 엘프 족장 다음으로 향불(장례식 때 쓰는 그 향불)을 제대로 맞게 해주었으니 여주가 힘을 되찾는다면 한 번쯤 진짜로 죽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듭니다. 다만 7권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야기를 쭉쭉 늘리는 통에 기승전결이 마려운 건 여전합니다. 350여 페이지나 쓰고도 결말을 내지 않는 건 대체. 4권인가 5권인가 외전 S에서 같은 편먹고 나오니까 결말은 낼 거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여전히 인형 거미녀들은 귀엽고 개성 강하고, 소피아는 시종을 향한 츤데레가 얀데레로 진화하고, 여주는 방구석에서 뒹굴뒹굴, 힘을 잃어 그토록 경계했던 마왕에게 기대야 하는 입장 등 소소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선생님은 본격적으로 아이들 납치에 나서는 등 앞으로 여주 일행과 충돌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