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14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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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4~5년은 같이 지냈으면서 아직도 관계에 진전이 없는 건 니들이 무슨 러브 코미디 주인공이라서 그런 거냐?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는 게 이 작품이죠. '진시'는 아이를 가져도 좋다고 싶을 정도로 마오마오를 그리는 마음이 앞서갔고,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내가 죽을걸?라는 심정(심정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마오마오'는 온갖 피x 제품을 들고 '진시'의 거처에 찾아갔었죠. 진시는 좋아하는 여자가 현실적으로 나오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어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권력이란 그런 거죠. 내가 권력에 마음이 없다고 해도 주변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으니까요. 진시와 마오마오 사이에서 아이, 그것도 아들이 태어난다면 차기 황권은 수라장으로 돌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왕자를 낳아 차기 황권 1순위를 달리고 있는 현 황후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끼고 있으니 대놓고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은 다르게 생각할 테고요. 상급 비인 리화 비도 왕자를 낳았는데, 이쪽도 차기 황권을 노린다고 봐야죠. 리화 비에게 있어서도 마오마오는 생명의 은인이라 역시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이 문제. 결국 아들을 낳는 순간 마오마오는 이들의 파벌에 의해 죽게 되는 운명이라 봐야겠죠. 이건 필자 뇌피셜이 아니라 13권에서 언급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시가 황족이라는 족보를 버리고 멀리 도망가서 살면 되지 않을까. 이번 14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걸 역설합니다. 마오마오는 오빠의 꾐에 넘어가서 어느 일족의 화합 장소에 들리게 되죠. 거기서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의 후예 집안을 만나 그들의 가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금은 잃어버린 그 가보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마오마오에게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가보를 찾는 것보다도 그 속에 숨겨진 뜻입니다. 작중이나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시추에이션을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빗대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 가보는 몇 대 전 황제가 내린 황족의 증거이고, 그렇다면 이걸 가진 자가 황위 계승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답이 돌출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의 황제에겐 불경이고 역모에 해당하죠. 몇 대 전 어느 왕자가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황위 계승권 등 모든 황족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출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가보는 그때 받은 것이고, 이 왕자가 마오마오에게 의뢰한 집안의 조상이죠. 그럼 이 왕자를 진시에게 빗대어 본다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겐 그럴 뜻이 없다 해도, 아들이 태어난 순간 새로운 황제 운운하며 역모 꾸밀 놈은 얼마든지 생기겠죠.



이번 14권은 시종일관 그런 흐름을 보입니다. 마오마오 일행이 1년 넘게 서도에 갔다 돌아와보니 군부가 황후 파와 황태후(현 황제의 어머니) 파로 나뉘어 자중지란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 이면엔 차기 황위 계승권이 있었고요. 거기에 방계 중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으로 인해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차기 황위 계승권을 두고 내란(이건 필자 각색)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풍겨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진시와 마오마오는 맺어질 수 있을까? 이 작품이 재미있는 건 그런 분위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13권 리뷰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야반도주하면 어떨까 같은. 하지만 현 황제에 의해 진시의 출가는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고(진시가 하도 열받아서 불로 자신의 옆구리 지지기도), 진시의 출생의 비밀은 둘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죠. 이번엔 진시의 출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결정적인 인물이자 외할머니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만. 사실 마오마오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은 거지만요. 그보다 1급 기밀 그 이상의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일개 관녀에 지나지 않는 마오마오가 기밀사항인 황족과 나라 중추 이름있는 집안들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으면서도 무사하다는 의미에서 대단하다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맺으며: 진시가 황족의 지위를 버리고 마오마오와 맺어진들 과연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14권입니다.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이 있고, 황후 파와 황태후 파의 파벌 대립 이면에 황위 계승권이 걸려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며 이들(진시와 마오마오)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방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자식에 해당). 그래서 사실 파벌 싸움의 진상이자 엔딩은 맥이 끊어 놓을 정도로 싱겁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애초에 황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열혈한 팬이고, 황태후도 온건파로서 마오마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줬지 위해를 가할 인물이 아니죠, 이건 사실 기억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좋다면 황궁에서 진시와 마오마오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테고, 이번 14권의 주된 이야기인 파벌 싸움도 성립 안 된다는 걸 알 테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파벌 싸움을 선동하는 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동하는 놈을 잡는 게 이번 14권의 요점이라면 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13권에서의 일 때문에 다시 서먹서먹해저버린 진시와 마오마오가 서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가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빠를 거짓말 탐지기로 쓰고, 집안싸움에 불구경 한다든가, 새로운 후배가 들어와 일을 가르친다든가, 이번 14권은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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