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아다치 신고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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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다 보면 불편한 게 등장인물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는 몰라요. 본편 작가 후기에 찾아보면 이유가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귀찮으니 패스, 이어 원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전인데요. 외전이라고 해도 본편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 고블린 슬에이어(이하 '그'라 지칭)가 누나를 고블린에게 잃고 마을이 쑥대밭이 된 직후부터 그리는 이야기입니다.라고 해도 스승에게 끌려가 5년이라는 수련을 거친 이후니까 엄밀히 따지면 비기닝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봐야겠죠. 여신관을 만나기 전, 용사가 태동하기 전, 그가 모험가가 된 직후인 백자 등급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오로지 고블린만을 잡아 죽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쓰라린 과거를 떨쳐내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누나의 그림자에 속박되어 거길 쫓아가는 사람, 그는 본편에서 어딘가 광기 서린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외전에서는 더욱 지독한 광기를 보여줘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전략 따윈 없이 그냥 들이대면서 혹독한 경험을 얻어 가죠. 주변 사람은 이런 그를 기이하게 여기게 되고 초보들은 고블린만을 잡는 그를 외면해버립니다. 조소를 날리면서, 하지만 그는 그런 거에 안중에도 없이 스승에게서 치를 떨 만큼 지독한 교육을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임무를 무사히 마치게 되죠.

 

흔하디흔한 몬스터이면서 초보 킬러인 고블린, 마을 근처에 한두 마리 쫓아냈다고 별거 아니라는 듯 조소를 날리는 초보 모험가 태반을 초반에 리타이어 시키는 게 이 몬스터입니다. 그걸 알고 있기에 길드 접수원 누님은 그가 걱정이면서도 살아 돌아오는 것에, 초보 모험가들을 더 이상 잃지 않게 된 것에 안도하며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해요. 만남, 좀 아쉬웠던 게 비기닝이 아니다 보니 만남은 그렇게 극적으로 흘러가진 않습니다. 평범하게 일감을 주는 입장과 그걸 받아 처리하는 모험가, 그러다 어느새 눈으로 좇게 되는 일상이 이어지죠. 그러고 보면 많은 히로인 중에 접수원 누님이 먼저 선빵 치고 나가고 있었군요.

 

소치기 소녀는 5년 전 운 좋게 마을을 떠나 있어서 화를 면했습니다. 그와 이웃에 살며 소꿉친구 관계였던 그녀, 그날 그와 싸우고 헤어진 게 마지막이 되어 늘 가슴 언저리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가도를 따라 도시로 가는 그의 등을 보게 되죠. 그녀도 그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그와 연관된 미안함 같은, 그런데 우연히 가도를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그를 만날 확률은 대체 몇일까. 눈물을 흘리며 그를 쫓는 그녀, 그리고 그녀는 그가 광기에 휘말려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작중 내내 슬퍼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과거에 연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녀는 알을 깨는 아픔을 견디려 합니다.

 

여신관은 아직 나이가 차지 않았습니다. 아마 운명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했는데요. 그와 처음 만난 건 신관 수습생 시절이었군요. 하지만 그는 기억하지 못하겠죠. 눈만 뜨면 고블린이라고 지껄이는데 한낱 수습 꼬마 소녀를 알아볼 리가, 그런데 어째서 외전 일러스트레이터는 '칸나즈키 노보루(본편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란 말인가요. 왜, 어째서...ㅠㅠ 귀여운 그녀를 왜 목각 인형 초기 폴리곤 게임 캐릭터같이 그려 놓으셨나요. 소치기 소녀도 그렇고 접수원 누님도 그렇고...ㅠㅠ 물론 이러면 실례인 줄은 압니다만. 순수하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좌우지간 운명의 여신이 개입이라고 했지만 글쎄요. 다들 한마을에 살고 있으니 싫어도 만나니까 운명이고 좌시고 없겠죠. 그런 와중에 그만이 홀로 시궁창과 진흙탕을 기며 고블린을 잡아대는 건 시리어스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사실 여기서도 일러스트 때문에 괴리감이 생겨요. 그가 고블린들을 맞이해 싸우는 장면을 그린 일러스트는 밋밋하기 그지없었군요. 필자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러스트도 그 작품을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거든요. 어지간해서는 일러스트에 좌지우지되지는 않지만 이미 본편을 봐버린 후에 일러스트가 틀려지면 몰입에 방해된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긴 해요.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라는 작품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세 번 바뀌는데 처음보다 세 번째가 월등히 더 좋은 아이러니가 있었죠. 그래서 집중에 더 잘 되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해서 이어 원이 후달리는 건 아닙니다. 장면 표현력에 있어서 오히려 본편보다 나은 점이 많아요. 예로 주인공이 그가 과거를 떠올리며 그걸 힘의 원천으로 삼아 고블린들을 유린하는 장면은 본편에 버금가는 떨림과 광기를 느낄 수가 있어요. 자신을 돌보지 않고 고블린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피를 토하며 오로지 싸움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지옥에서 돌아온 망자처럼 처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부터 이러니까 본편하고 뭐가 다른가 하는 의문점이 떠올라요. 고블린을 때려잡고 처음엔 삽질 좀 했지만 다음부터는 전략을 짜는 등 본편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여주죠. 철 등급일 때나 은 등급일 때나 하는 짓을 똑같다 보니 이럴 거면 뭐 하러 외전으로 만들었나 싶어요. 본편에서 짬짬이 과거씬으로 넣어도 될 것을, 거기다 벌써부터 '그래, 그런가' 같은 단편적인 대사 밖에 안 하고 누군가가 자기를 걱정해주면 거기에 또 반응해주고, 살아서 돌아와 주고, 가려운데 긁어주니 자연스레 히로인들 호감도 올라가고, 외전은 그리 길지 않은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래도 감정 부분에서는 많이 와닿는 게 있습니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힘의 원천으로 삼아 가는 부분이나 소치기 소녀가 5년 전 그날부터 가슴속에 담아온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과거에 얽매여 지금을 돌아보지 않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 짖는 모습은 애틋하게 하죠. 그래서 그가 돌아와 주길 바라며 있을 곳을 마련해주고 돌봐주는 모습에서 또 아련하게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를 괄시하고 없는 사람 취급했던 동료 모험가들도 그의 진정성을 느끼고 지금은 안부 정도는 알아봐 주는 모습에서 사람의 정이란 역시 물보다 진하다는 걸 알게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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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3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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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 작품은 힘이 있다 하여 뽐내지 않고, 타인을 괄시하지 않고, 혼자서 무쌍을 찍지 않는다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몇 이세계물을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기 보다 주인공이 나서서 모든 걸 해결해버리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죠. 잃는 아픔보다 힘이 있는 내가 나서서 모두를 지켜준다.는 사실 숭고한 일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붙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고 만약 다른 일이 생겨 먼 곳에 갔을 때는 누가 지켜줄까. 옛날 몇몇 영웅물의 소재가 이런 거였는데요. 어딜 갔다 오니 마을은 쑥대밭이고 가족은 몰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괴한이나 청부업자에게 살해당해서 복수극을 펼치는 게 흔했죠.

 

사실 주인공이 다 해 먹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정작 엄한 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의지하는 병, 주인공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죠. 그러다 심해지면 흔한 호의가 계속되어 권리가 되고요. 예전에도 이런 주제로 한 만화던가 영화던가가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그래서 이 작품의 마일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지만 뽐내질 않습니다. 나서서 모든 걸 처리하지도 않아요. 그저 동맥경화에 걸린 사람의 혈관을 뚫어줘서 이세계의 사람 평균 이상으로 만들어 줘버립니다. 그러니까 약간의 지식을 전파해서 잘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 동맥경화에 걸린 사람이 바로 '레나, 폴린, 메비스'라 할 수 있었어요(3명 더 있지만 지금은 패스). 헌터 양성 학교에서 만난 급우들인데 친구가 필요했던 마일은 이 세 사람을 개조(?) 해서 동료로 맞아들이고 졸업 후 파티를 짜고 같이 행동 중입니다. 이들은 어렴풋이 마일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거 같지만 일부러 깊이 파고들지 않는 착한 아이들이죠. 힘과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면 이용하기 바쁜 세계에서 만난 특별한 친구이자 동료가 아닐 수 없어요. 그래서 피보다 진하다는 의미(인지는 모름)로 파티 명도 붉은 맹세로 지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나불나불, 주절주절 늘어놓냐면 그 폐해가 이번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편하게 살려고 친구들을 개조(?) 해서 같이 다니는데 만약 이들 중 누구 한 사람이 빠질 경우 누굴 대타로 집어 넣느냐 하는 것, 사실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이세계 판타지에서는 보통 10대 초반에 이미 자기 진로를 정하고 중반에 혼처가 정해지고 후반쯤에 결혼을 해버리는 게 다반사죠. 그게 아니어도 대를 이을 준비를 한다거나 바쁘게 살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헌터(모험가)의 일은 하지 못하게 되죠. 특히 그 인물이 귀족일 경우는 더욱 빠듯해지고요. 이번 이야기는 메비스(표지 왼쪽)가 그러한 사항으로 집안사람들이 대거 출동해서 붉은 맹세를 못살게 굴어요. 거기에 폴린(표지 오른쪽)은 집에서 보낸 자객까지 들이닥치는 상황에 몰리죠.

 

뭐, 전자는 시스콤에 걸린 오빠들이 문제라서 크게 저지레는 안 하는데 후자의 경우는 사태가 심각해져 갑니다. 그래서 붉은 맹세는 폴린의 집으로 쳐들어가죠. 그전에 폴린에게서 집안 내력을 듣긴 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가관,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못 쓰지만 이런 작품의 특징이 권선징악이니 대충 감 잡지 않을까 싶군요. 자, 괜히 파티명에 '붉은'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마냥 철저하게 밟아줍니다. FUNA 작가의 특징이 권선징악과 핵심 찌르기죠. 이것도 힘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인데 마일은 사실 생각하고 내뱉거나 일을 저지르는 게 아닌 일단 저지르고 보자 해서 해결해버립니다.

 

운명의 여신은 항상 주인공 편인 게 이런 작품의 특징입니다. 가볍게 읽기엔 아주 좋아요. 그래서 긴박함을 찾을 수 없는 옥에 티가 있기도 하죠. 사실 수 틀리면 노림 받던 뭐든 간에 주인공이 힘으로 뚫어버리면 그만인 세계다 보니 긴박함하고는 거리가 있기도 합니다. 마일은 실제로 그렇게 하려 하고 있기도 하죠. 좌우지간 결국은 초보존에 고렙이 끼여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닌달까요. 여기서 질 나쁘지 않은 게 뽐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들어요. 오히려 마일은 초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좋은(?) 고렙이기도 합니다. 근데 돌려 말하면 눈물 난다고 할 수 있어요. 친구가 그렇게 없나 하는...

 

맺으며, 작가가 중2병이 들어갈 수 있으니 각오하라는 후기를 본 거 같은데 진짜로 중2병이 곳곳에 보입니다. 스킬 명도 그렇고, 인간을 미사일로 쓰면서 갖다 붙인 이명(?)도 그렇고, 근데 이게 그렇게 오글거리지 않는다는 거군요. 여자를 겁탈하니 마니 같은 흉악한(?) 단어도 좀 보이긴 하지만 작품 전체적으로 코믹스럽다 보니 중2병도어울린다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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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영주의 양녀 5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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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깁니다. 그리고 스포일러도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뒤로하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마인이 이세계로 온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신식이라는 몸을 좀먹는 마력 폭주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가족과 지내다 신전에 보내지고 이후 그녀의 능력을 높이산 영주의 양녀가 되어 지금은 정기적으로 마력을 뽑아내며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무엇과도 양보할 수 없었던 책 만들기도 무던히도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어 지금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신식을 치료하기 위해 몇 년간이나 소재 채집을 위해 노력했던 것도 결실을 맺어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평범한 여자아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이미 2부 초반부터 관련한 복선을 띄워 왔던 (구)신전장이 속해있었던 베로니카(1) 일파의 마수가 본격적으로 뻗어오기 시작해요. 이미 마을 안에서 마인의 유괴 미수를 저지르기도 했고,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마인이 살고 있는 곳)에 찾아오면서 사태는 일촉즉발로 이어져 갔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마인의 이복 오빠 빌프리트(2)는 베로니카 일파에 속아 유폐되어 절대 접견 금지였던 할머니(베로니카)를 만났다는 중죄를 저지르고 말아요. 그 죄를 물어 사형을 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베로니카 일파의 뜻대로 되는지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려갑니다.

 

오냐오냐로 아이를 기르면 어떤 꼴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할머니(베로니카)에 의해 편향된 지식과 사람 관계를 배운 빌프리트의 고구마 행적은 이 작품의 최대의 백미입니다. 그는 마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랄까요. 너무 잘나서 성녀를 뛰어넘어 이젠 여신이라는 칭호까지 나오고 있는 마인과 온갖 저지레는 다 하고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골라서 하는 빌프리트의 어리광은 아이라면 어느 표본으로 살아야 될까 하는 진지한 고찰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가치관에 따른 괴리감이랄까요. 어른들의 가치관과 아이의 가치관은 다르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물음을 던지죠.

 

사실 이런 일들은 아이를 필두로 내세운 추잡한 권력 다툼의 발로라 할 수 있어요. 귀족 아이들조차 서로 파벌을 만들고 뒤에서 부모는 그걸 조종하고 있고요. 마인이 평민으로 지낼 때의 아이들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 줬으나 귀족계로 오면서 다 순수하지 않다는 걸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죠. 결국은 권력이란 어린아이의 마음도 좀 먹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이제 와 언급하는데, 이 작품은 언뜻 아기자기한 판타지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마인이라는 조그마하고 귀여운 아이가 나온다고 파스텔같이 동화스러운 분위기라고 여기기엔 큰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죠.

 

1부까지는 그럭저럭 부드러운 분위기이긴 한데 2부부터는 귀족 관련으로 해서 엄청 다크하고 더러운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우선 마인의 가족만 해도 (구)신전장은 처음엔 그들이 돈 많은 상인인 줄 알았다가 빈민으로 밝혀지자 마인을 빼앗기 위해 부모를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죽이려고도 했고, 귀족들 평균으로 평민들을 길거리 돌보다도 가치 없게 여긴다거나, 나이 찬 고아 소녀를 노리개로 삼곤 아이를 가지면 버리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요. 촌마을에선 고아들을 모아다 겨울을 나기 위해 매매하기도 하고, 세례식을 받기 전인 7살 이전의 아이들은 인간으로 대접도 안 해줍니다.

 

이게 현실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한 건지는 모르겠군요. 필자의 가방끈이 좀 많이 짧아요. 하튼 그런 세계관입니다. 귀족들에게 대드는 건 당연하게 용납이 되지 않고요. 이로 인해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질 뻔도 하였죠. 이런 세계에서 귀족들 간 알력과 암투 또한 당연히 일어납니다. 그 중앙에 마인이 자리하고 있죠. 이물질같이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비싸디 비싼 종이와 책이 유통되고 있고 땅을 일구는데 필수적인 마력을 많이 가진 그녀의 등장은 좋든 싫든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그녀를 감추는 페르난디드와 벤노 덕분에 큰 위기는 모면해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또 마력에 관해서는 모계 중심이다 보니 그녀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그녀의 존재를 감추고 도와 주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근데 여기서도 환상을 깨는 게 도와주는 이유가 마인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세계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져요. 그녀의 능력과 마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상부상조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이긴 한데 마인조차 돌보는 고아들의 질을 올려 매매될 때 보다 높은 값에 팔리기를 바라고 있을 정도죠. 여담으로 마인이 고아 매매에서 질을 높인다는 부분으로 트집 잡을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사실 그녀로써는 길이 없습니다.

 

그대로 놔뒀다간 물건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 고아들을 가르쳐 하다못해 사가는 사람(주로 귀족)이 고아들을 사무직에도 앉혀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죠. 결국은 마인도 타협으로 이세계의 질서와 가치관에 물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고아 관련으로 현실 세계의 상식을 들이밀었다가 마을 하나를 멸절로 이끌뻔하였거든요. 사실 지금 마인이 베로니카 일파에게 노려지는 것도 현실 세계의 상식 때문입니다. 이세계의 가치관과 상식에 정면 도전했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목숨도 노려지게 되었죠. 이런 과정을 거친 그녀를 불쌍히 여겨 페르난디드는 성녀로 포장해서 광고를 해대는 중이고요.

 

여튼 (구)신전장과 베로니카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원래 이세계는 구린내 판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영주(마인의 양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와 외삼촌(구 신전장)을 어찌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마인이라는 존재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현실 상식이 합쳐져 일망타진으로 이어진 것인데요. 덕분에 마인은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었고요. 여전히 베로니카 일파에 노림 받고 있는데 빈민가 가족을 노출시켰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거나 인질이 되는 게 이세계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결국 자기 능력을 주체하지 못한 벌을 받고 있다 할 수 있어요. 이세계로간 먼치킨이라도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말대로 이번에 마인은 베로니카 일파가 뒷배로 있어 보이는 일당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복동생 샤를로테(빌프리트의 여동생)의 유괴를 저지하려다 되레 납치되어 버리는데요. 그리고 그녀는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여기서 또 두 가지 갈림길로 그녀의 가치가 떠올라요. 그동안 그녀가 저지른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거였고,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그녀의 가치를 이제야 알아보게 되죠.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녀가 얼마나 에렌페스트라는 영지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되뇌며 그녀의 빈자리를 필사적으로 매꿀려는 주변 사람들의 분투...

 

맺으며, 이번엔 몰입도가 상당했군요. 빌프리트의 고구마 행적과 샤를로테의 귀여움과 마인의 위기, 그리고 나만 놔두고 시곗바늘이 움직여버린 세계에서의 외로움... 마인이라는 손녀 바보 증상에 빠져버린 할아버지의 폭주도 볼만합니다. 할아버지도 이전에 간간이 출연한 거 같은데 기억에 없군요. 권말부록으로 수록된 4컷 만화가 압권입니다.

 

  1. 1, 마인에겐 양할머니이자 페르난디드와 마인을 궁지로 몰아 넣은 장본인, 모든 원흉의 시작, 지금은 그녀가 저지른 중죄를 물어 유폐중
    동생이 (구)신전장이었고, 마인의 양아버지의 누나인 게오르기네도 베로니카 일파에 속해 있습니다.
  2. 2, 양녀로 들어간 집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오빠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이복오빠라고 부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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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2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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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부사관 양성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마일과 그 친구들은 파티명을 '붉은 맹세'로 칭하고 본격적으로 헌터의 길로 접어드는데요. 헌터란 모험가를 말합니다. 이들은 6개월 속성과정을 거쳐 F등급부터가 아닌 C등급부터 시작해요. 거기에 마일 덕분에 동맥경화를 뻥 뚫은 것처럼 여타 일반 헌터보다 조금 더 강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잘못 알고 있는 마법 상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서 그녀들의 인생에 아스팔트를 깔아준 거죠. 남들은 다 비포장길로 가는데 우리들만 아스팔트 가는 기분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어봐야 좋을게 없죠. 게다가 4명 다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늑대들에게 언제 표적이 될지 모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눈에 띄는 활약은 없습니다. 우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기로 하는데요. 그래서 바위 도마뱀을 잡아다 일확천금을 노리기로 합니다. 그동안 마일에게서 받은 지식이 있고 여차하면 마일이 나서면 무서울 게 없다 보니 순조롭게 흘러가죠. 실제로 마일이 나서서 해결하는 일도 있고요. 그래서 따분합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소쩍새는 밤 새 울었나 싶어요. 이것은 마일이 먼치킨이 되었으면서도 그에 따른 활약이 없다는 것에서 비꼬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일단 먼치킨이 되었으니 무우라도 썰어야죠. 마일은 무서운 걸까요.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을요.

 

작중엔 그런 언급이 전혀 없긴 한데 이 작품 자체가 코믹스러워서 마일이 본 힘을 들어낸다고 해도 친구들은 떠나지 않을 거라 봐요. 이미 눈치 깐 사람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참 절묘하게 힘을 숨기는 게 예술이긴 해요. 사실 마일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거의 무한정으로 들어가는 아이템 박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국가적으로 노림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그보다 아래 단계인 유한(有限)으로 들어가는 무슨 박스(명칭 까먹음)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것만 해도 난리 났었거든요. 게다가 마일은 세상 물정 어두운 면이 있어요. 사탕을 주며 아저씨랑 어디 같이 갈래? 하면 따라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좌우지간 일단 헌터C가 되었으니 힘도 실험해볼 겸 돈도 벌겸 도마뱀 잡으러 가요. 가다가 자신들에게 기생하는 상단을 혼내주기도 하고, 사냥지에 도착해서 경험 미숙으로 다 태워먹고,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이 참 리얼리티인 게 먼치킨이 되었다고 해서 만능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리 헤비 복서라도 경험 미숙이라면 상대는 원펀치만 주의하면서 농락할 수 있는 게 이 세계죠. 무식한 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뭐, 그래도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에 비하면 이 작품은 비정상의 극치이긴 하죠. 누군 고블린 한 마리 못 잡아서 허덕이는데 여긴 고블린 따윈 이러고 있으니...

 

그렇게 사냥을 끝내고 왔더니 가격을 후려치는 상인이 있네요. 여기서 멋모르고 당하는 리얼리티를 추구했으면 참 극적이었겠다 싶은데 작가는 반대의 길을 가는군요. 세상 물정 어두운 먼치킨 4인방이 조금식 성장해간다는 모습을 담아도 좋았으련만... 사실 이런 코믹스러운 작품에서 권선징악이 빠지면 섭하긴 하죠. 근데 돌려 말하면 조마조마한 두근거림이 없다 할 수 있어요. 그저 세상에 막 발을 디딘 여자애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이상은 아닌, 거기에 발정 난 남자들에게 노림 받는 것도 없고요. 이런 걸 깨부수는 재미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웠습니다.

 

다만 코믹스럽고 핑크빛이 만연해도 한 발짝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설정은 제법 있었습니다. 얼굴만 보고 파티를 갈아탔다가 몸 버린 여자 헌터들이나, 여자애를 겁탈하려는 도적들도 언급되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장면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면 도적들이 많이 나와요. 판타지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게 도적인데 여기선 서로 상부상조하는 상인과 도적이라니 설정이 참 괴팍하기도 했군요. 하지만 거기에 관련된 '레나(마일 동료)'의 경우 안 좋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이번에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자칫 이야기가 어둡게 비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웃나라에서 파견된(?) 도적들과의 일전은 이웃나라와 전쟁이라는 복선을 낳는군요.

 

맺으며, 이번엔 그리 흥미를 끌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없고 아기자기한 내용이라서 시간 때우기엔 좋았는데... 뭐랄까... 갑자기 쓸 말이 없어졌군요. 재미는 글쎄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시간 때우기엔 좋았습니다. 일단 3권까지 구매해둔 상태라 3권 읽어보고 계속 구매할 건지 결정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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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6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카타기리 히나타 외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서로가 왕 해보겠다고 날뛰는 군웅할거의 시대,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청년은 길고 긴 내란과 주변 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구국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란과 전쟁은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고, 좋아하는 사람이 고초를 겪어야 했고,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꽃이 피듯 피어나는 것은 없고 지는 것만 있는 전장에서 그가 얻은 건 무얼까.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상처받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정말로 소중하다 여기기에 필사적을 지키려 하는, 그런 성품에 이끌려 티글에겐 어느새 그를 따르는 동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전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던 동료들이자 친구 그리고 그의 성품에 이끌려 이 사람이라면 내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 싶은 마음을 품은 히로인들... 무대의 막은 브륀에서 그 히로인들이 대거 포진한 지스터트로 옮겨졌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암약했던 발렌티나(공녀)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되면서 지스터트는 내란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요.  이번의 적은 발렌티나가 되겠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자신의 영지에 처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심약한 여자라고 어필을 하였는데요. 하지만 그건 거짓,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걸 몸소 보여 주었죠.

 

이번에 그녀가 부뚜막 고양이가 되어 뒤로 호박씨 까며 오랫동안 가꿔왔던 암약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해요. 이전부터 그녀는 이런 암약의 씨앗을 뿌려 왔으니 이 정도 스포는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언급해보자면, 사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건 그냥 쿠데타입니다. 군웅할거의 시대 꼭 남자만 왕이 되란 법 있냐 같이, 나도 좀 왕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하며 비벼보기로 한 거죠. 하지만 코딱지만 한 영지와 출현할 수 있는 병력을 기껏 해봐야 4~5천 명,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는 시대 배경에서 이 정도면 많은 축에 속하긴 합니다만. 적대적인 다른 공녀들과 왕도 수비군 그리고 브륀이라는 이웃 국가를 생각하면 이 병력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그녀가 꾸민 건 모략으로 국가를 자중지란에 빠트려 숟가락 얹어가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그렇게 서쪽 새는 울기를 반복하며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거죠. 왕국은 의심암귀에 빠져드는 것이고 거길 비집고 들어가 평정한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를 때는 일단 자리에 앉고 나서 큰소리치면 대부분 통하거든요. 아프리카에선 대위가 쿠데타 일으켜서 성공한 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발렌티나는 이걸 노리기로 한 겁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사샤의 뒤를 이어 공녀가 된 피그네리아까지 끌어들여 다른 공녀들을 공격하게 함으로써 힘을 분산 시킨다. 그래서 어부지리로 엘리자베타 통칭 리자와 피그네리아간 싸움은 극적이지 않을 수 없게 돼요.

 

사실 이미 일본에서는 완결이 되었고 필자도 어느 정도 결말을 알고 있기에 발렌티나의 쿠데타는 그리 심각하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소중한 것을 키워가고 그걸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눈부시다 할 수 있죠. 이 작품은요. 리자는 티글이 기억을 잃었을 때 그를 주워 보살펴준 오드아이가 인상적인 공녀인데요. 한때 힘을 추구해 마물의 힘을 빌렸다가 에렌과 티글의 합체기에 깨지고 그 후유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녀에게 '네가 위기에 빠지면 구해줄게'라던 티글의 말이 실현되었을 때는 솔직히 감동 그 자체였군요. 피그네리아의 습격을 받아 죽을뻔하였을 때 구해주는 그의 등을 바라보는 그녀로써는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 영향일까요. 리자는 그동안 해묵은 악연과 앙숙관계였던 에렌과도 화해를 합니다. 이것도 참 드라마가 아닐 수 없어요. 어느 한쪽이 과거에서 지금의 인연으로 이끈 일들을 떠올리며 감성으로 화해를 호소할 때. 그것은 악연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닌 우정과 사모와도 같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죠. 그렇게 리자도 티글의 하렘에 합류하는군요.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밝혀둘 건 이세계 전생 치트물처럼 헤벌쭉 같은 일방적인 하렘이 아닌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료에서 싹트는 하렘 같은 것입니다. 주인공인 티글에게 지켜지는 비중이 조금 더 높긴 한데 근본적으로는 지켜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 내 힘으로 그와 마주한다 같은 하렘이라는 거죠.

 

그리고 애간장 탔는지 류드밀라도 냉큼 그 대열에 합류하는데 이번에 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마치 사망 플래그와도 같아서 가슴을 쓰러내려야 했군요. 얘는 심장에 좋지 않아요. 이쯤에서 티글의 하렘을 정리하자면 본처 에렌...이지만 나중에 바뀌는 거 같더라고요. 리무는 아직 애매모호, 티타는 에렌 다음으로 맺어졌으니 사실상 두 번째(나중엔 세 번째), 올가(도끼 소녀)는 일찌감치 너(티글)의 아이를 낳아줄게 하고 있고, 덩치는 크면서 맨날 당하는 역인 리자는 이번에, 류드밀라는 조급함이 묻어나는 필로 냉큼, 소피야는 우리 따로 시간 내서 천천히 이야기해봐요.라며 본처 흉내 내고 있고, 그런데 정작 이야기 흐름에 중요한 레긴은 한번 차이 고도 다른 히로인보다 열렬히 어프로치 중이지만 지금은 안습 그 자체입니다. 등장 자체가 없어요.

 

어쨌건 발렌티나가 왕이 되고자 그동안 노력 해왔듯이 히로인들은 저마다 마음이 조금식 성장해서 지금은 터지기 직전까지 왔습니다. 이 작품의 초창기 때는 사실 그저 그런 중세 시대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연애와 관련해서 애틋한 마음이 점철되어 있죠. 필자는 하렘물은 싫어하지만 이런 대등한 관계에서 오는 하렘은 참 좋아해요. 필자 주관적으로는 지켜지는 멜로물 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눈부시다고 느끼곤 합니다. 거기에 현실은 냉정하게도 따라주지 않는 것에서는 더욱 재미를 붙여주곤 해요. 물론 티글에 의해 지켜지는 횟수가 많긴 한데 보면 거의 다 혼자선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의 일이죠.

 

맺으며, 드물게 어서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설마 1년 뒤에 17권이 나오는 건 아니겠죠? ex노벨 님 빠른 작업 부탁합니다. 이번 16권은 거의 5개월 만에 나오긴 했는데 15권이 1년 만에 나와서 좀 두렵군요. 참고로 표지로 스포일러 하는 경향이 있는 작품이 이 작품인데요. 이번 표지 모델은 리무가 되겠습니다. 표지가 특별한 이유는 용구 발그렌을 소지한 공녀들인 사샤와 피그네리아는 뒤로 돈 포즈인 반면에 리무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얼까요? 바로 사망 플래그라는 것인데요. 사샤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고, 피그네리아도 발렌티나와 편먹고 악당이 되었으니 곧 그렇게 되겠죠. 그런 반면에 리무는 정면인 것에 오는 의미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겠죠. 그래서 17권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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