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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6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카타기리 히나타 외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서로가 왕 해보겠다고 날뛰는 군웅할거의 시대,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청년은 길고 긴 내란과 주변 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구국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란과 전쟁은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고, 좋아하는 사람이 고초를 겪어야 했고,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꽃이 피듯 피어나는 것은 없고 지는 것만 있는 전장에서 그가 얻은 건 무얼까.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상처받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정말로 소중하다 여기기에 필사적을 지키려 하는, 그런 성품에 이끌려 티글에겐 어느새 그를 따르는 동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전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던 동료들이자 친구 그리고 그의 성품에 이끌려 이 사람이라면 내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 싶은 마음을 품은 히로인들... 무대의 막은 브륀에서 그 히로인들이 대거 포진한 지스터트로 옮겨졌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암약했던 발렌티나(공녀)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되면서 지스터트는 내란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요. 이번의 적은 발렌티나가 되겠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자신의 영지에 처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심약한 여자라고 어필을 하였는데요. 하지만 그건 거짓,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걸 몸소 보여 주었죠.
이번에 그녀가 부뚜막 고양이가 되어 뒤로 호박씨 까며 오랫동안 가꿔왔던 암약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해요. 이전부터 그녀는 이런 암약의 씨앗을 뿌려 왔으니 이 정도 스포는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언급해보자면, 사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건 그냥 쿠데타입니다. 군웅할거의 시대 꼭 남자만 왕이 되란 법 있냐 같이, 나도 좀 왕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하며 비벼보기로 한 거죠. 하지만 코딱지만 한 영지와 출현할 수 있는 병력을 기껏 해봐야 4~5천 명,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는 시대 배경에서 이 정도면 많은 축에 속하긴 합니다만. 적대적인 다른 공녀들과 왕도 수비군 그리고 브륀이라는 이웃 국가를 생각하면 이 병력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그녀가 꾸민 건 모략으로 국가를 자중지란에 빠트려 숟가락 얹어가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그렇게 서쪽 새는 울기를 반복하며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거죠. 왕국은 의심암귀에 빠져드는 것이고 거길 비집고 들어가 평정한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를 때는 일단 자리에 앉고 나서 큰소리치면 대부분 통하거든요. 아프리카에선 대위가 쿠데타 일으켜서 성공한 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발렌티나는 이걸 노리기로 한 겁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사샤의 뒤를 이어 공녀가 된 피그네리아까지 끌어들여 다른 공녀들을 공격하게 함으로써 힘을 분산 시킨다. 그래서 어부지리로 엘리자베타 통칭 리자와 피그네리아간 싸움은 극적이지 않을 수 없게 돼요.
사실 이미 일본에서는 완결이 되었고 필자도 어느 정도 결말을 알고 있기에 발렌티나의 쿠데타는 그리 심각하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소중한 것을 키워가고 그걸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눈부시다 할 수 있죠. 이 작품은요. 리자는 티글이 기억을 잃었을 때 그를 주워 보살펴준 오드아이가 인상적인 공녀인데요. 한때 힘을 추구해 마물의 힘을 빌렸다가 에렌과 티글의 합체기에 깨지고 그 후유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녀에게 '네가 위기에 빠지면 구해줄게'라던 티글의 말이 실현되었을 때는 솔직히 감동 그 자체였군요. 피그네리아의 습격을 받아 죽을뻔하였을 때 구해주는 그의 등을 바라보는 그녀로써는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 영향일까요. 리자는 그동안 해묵은 악연과 앙숙관계였던 에렌과도 화해를 합니다. 이것도 참 드라마가 아닐 수 없어요. 어느 한쪽이 과거에서 지금의 인연으로 이끈 일들을 떠올리며 감성으로 화해를 호소할 때. 그것은 악연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닌 우정과 사모와도 같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죠. 그렇게 리자도 티글의 하렘에 합류하는군요.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밝혀둘 건 이세계 전생 치트물처럼 헤벌쭉 같은 일방적인 하렘이 아닌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료에서 싹트는 하렘 같은 것입니다. 주인공인 티글에게 지켜지는 비중이 조금 더 높긴 한데 근본적으로는 지켜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 내 힘으로 그와 마주한다 같은 하렘이라는 거죠.
그리고 애간장 탔는지 류드밀라도 냉큼 그 대열에 합류하는데 이번에 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마치 사망 플래그와도 같아서 가슴을 쓰러내려야 했군요. 얘는 심장에 좋지 않아요. 이쯤에서 티글의 하렘을 정리하자면 본처 에렌...이지만 나중에 바뀌는 거 같더라고요. 리무는 아직 애매모호, 티타는 에렌 다음으로 맺어졌으니 사실상 두 번째(나중엔 세 번째), 올가(도끼 소녀)는 일찌감치 너(티글)의 아이를 낳아줄게 하고 있고, 덩치는 크면서 맨날 당하는 역인 리자는 이번에, 류드밀라는 조급함이 묻어나는 필로 냉큼, 소피야는 우리 따로 시간 내서 천천히 이야기해봐요.라며 본처 흉내 내고 있고, 그런데 정작 이야기 흐름에 중요한 레긴은 한번 차이 고도 다른 히로인보다 열렬히 어프로치 중이지만 지금은 안습 그 자체입니다. 등장 자체가 없어요.
어쨌건 발렌티나가 왕이 되고자 그동안 노력 해왔듯이 히로인들은 저마다 마음이 조금식 성장해서 지금은 터지기 직전까지 왔습니다. 이 작품의 초창기 때는 사실 그저 그런 중세 시대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연애와 관련해서 애틋한 마음이 점철되어 있죠. 필자는 하렘물은 싫어하지만 이런 대등한 관계에서 오는 하렘은 참 좋아해요. 필자 주관적으로는 지켜지는 멜로물 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눈부시다고 느끼곤 합니다. 거기에 현실은 냉정하게도 따라주지 않는 것에서는 더욱 재미를 붙여주곤 해요. 물론 티글에 의해 지켜지는 횟수가 많긴 한데 보면 거의 다 혼자선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의 일이죠.
맺으며, 드물게 어서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설마 1년 뒤에 17권이 나오는 건 아니겠죠? ex노벨 님 빠른 작업 부탁합니다. 이번 16권은 거의 5개월 만에 나오긴 했는데 15권이 1년 만에 나와서 좀 두렵군요. 참고로 표지로 스포일러 하는 경향이 있는 작품이 이 작품인데요. 이번 표지 모델은 리무가 되겠습니다. 표지가 특별한 이유는 용구 발그렌을 소지한 공녀들인 사샤와 피그네리아는 뒤로 돈 포즈인 반면에 리무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얼까요? 바로 사망 플래그라는 것인데요. 사샤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고, 피그네리아도 발렌티나와 편먹고 악당이 되었으니 곧 그렇게 되겠죠. 그런 반면에 리무는 정면인 것에 오는 의미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겠죠. 그래서 17권이 더욱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