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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영주의 양녀 5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8년 10월
평점 :

글이 깁니다. 그리고 스포일러도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뒤로하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마인이 이세계로 온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신식이라는 몸을 좀먹는 마력 폭주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가족과 지내다 신전에 보내지고 이후 그녀의 능력을 높이산 영주의 양녀가 되어 지금은 정기적으로 마력을 뽑아내며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무엇과도 양보할 수 없었던 책 만들기도 무던히도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어 지금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신식을 치료하기 위해 몇 년간이나 소재 채집을 위해 노력했던 것도 결실을 맺어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평범한 여자아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이미 2부 초반부터 관련한 복선을 띄워 왔던 (구)신전장이 속해있었던 베로니카() 일파의 마수가 본격적으로 뻗어오기 시작해요. 이미 마을 안에서 마인의 유괴 미수를 저지르기도 했고,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마인이 살고 있는 곳)에 찾아오면서 사태는 일촉즉발로 이어져 갔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마인의 이복 오빠 빌프리트()는 베로니카 일파에 속아 유폐되어 절대 접견 금지였던 할머니(베로니카)를 만났다는 중죄를 저지르고 말아요. 그 죄를 물어 사형을 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베로니카 일파의 뜻대로 되는지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려갑니다.
오냐오냐로 아이를 기르면 어떤 꼴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할머니(베로니카)에 의해 편향된 지식과 사람 관계를 배운 빌프리트의 고구마 행적은 이 작품의 최대의 백미입니다. 그는 마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랄까요. 너무 잘나서 성녀를 뛰어넘어 이젠 여신이라는 칭호까지 나오고 있는 마인과 온갖 저지레는 다 하고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골라서 하는 빌프리트의 어리광은 아이라면 어느 표본으로 살아야 될까 하는 진지한 고찰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가치관에 따른 괴리감이랄까요. 어른들의 가치관과 아이의 가치관은 다르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물음을 던지죠.
사실 이런 일들은 아이를 필두로 내세운 추잡한 권력 다툼의 발로라 할 수 있어요. 귀족 아이들조차 서로 파벌을 만들고 뒤에서 부모는 그걸 조종하고 있고요. 마인이 평민으로 지낼 때의 아이들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 줬으나 귀족계로 오면서 다 순수하지 않다는 걸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죠. 결국은 권력이란 어린아이의 마음도 좀 먹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이제 와 언급하는데, 이 작품은 언뜻 아기자기한 판타지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마인이라는 조그마하고 귀여운 아이가 나온다고 파스텔같이 동화스러운 분위기라고 여기기엔 큰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죠.
1부까지는 그럭저럭 부드러운 분위기이긴 한데 2부부터는 귀족 관련으로 해서 엄청 다크하고 더러운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우선 마인의 가족만 해도 (구)신전장은 처음엔 그들이 돈 많은 상인인 줄 알았다가 빈민으로 밝혀지자 마인을 빼앗기 위해 부모를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죽이려고도 했고, 귀족들 평균으로 평민들을 길거리 돌보다도 가치 없게 여긴다거나, 나이 찬 고아 소녀를 노리개로 삼곤 아이를 가지면 버리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요. 촌마을에선 고아들을 모아다 겨울을 나기 위해 매매하기도 하고, 세례식을 받기 전인 7살 이전의 아이들은 인간으로 대접도 안 해줍니다.
이게 현실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한 건지는 모르겠군요. 필자의 가방끈이 좀 많이 짧아요. 하튼 그런 세계관입니다. 귀족들에게 대드는 건 당연하게 용납이 되지 않고요. 이로 인해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질 뻔도 하였죠. 이런 세계에서 귀족들 간 알력과 암투 또한 당연히 일어납니다. 그 중앙에 마인이 자리하고 있죠. 이물질같이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비싸디 비싼 종이와 책이 유통되고 있고 땅을 일구는데 필수적인 마력을 많이 가진 그녀의 등장은 좋든 싫든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그녀를 감추는 페르난디드와 벤노 덕분에 큰 위기는 모면해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또 마력에 관해서는 모계 중심이다 보니 그녀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그녀의 존재를 감추고 도와 주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근데 여기서도 환상을 깨는 게 도와주는 이유가 마인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세계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져요. 그녀의 능력과 마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상부상조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이긴 한데 마인조차 돌보는 고아들의 질을 올려 매매될 때 보다 높은 값에 팔리기를 바라고 있을 정도죠. 여담으로 마인이 고아 매매에서 질을 높인다는 부분으로 트집 잡을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사실 그녀로써는 길이 없습니다.
그대로 놔뒀다간 물건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 고아들을 가르쳐 하다못해 사가는 사람(주로 귀족)이 고아들을 사무직에도 앉혀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죠. 결국은 마인도 타협으로 이세계의 질서와 가치관에 물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고아 관련으로 현실 세계의 상식을 들이밀었다가 마을 하나를 멸절로 이끌뻔하였거든요. 사실 지금 마인이 베로니카 일파에게 노려지는 것도 현실 세계의 상식 때문입니다. 이세계의 가치관과 상식에 정면 도전했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목숨도 노려지게 되었죠. 이런 과정을 거친 그녀를 불쌍히 여겨 페르난디드는 성녀로 포장해서 광고를 해대는 중이고요.
여튼 (구)신전장과 베로니카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원래 이세계는 구린내 판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영주(마인의 양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와 외삼촌(구 신전장)을 어찌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마인이라는 존재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현실 상식이 합쳐져 일망타진으로 이어진 것인데요. 덕분에 마인은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었고요. 여전히 베로니카 일파에 노림 받고 있는데 빈민가 가족을 노출시켰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거나 인질이 되는 게 이세계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결국 자기 능력을 주체하지 못한 벌을 받고 있다 할 수 있어요. 이세계로간 먼치킨이라도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말대로 이번에 마인은 베로니카 일파가 뒷배로 있어 보이는 일당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복동생 샤를로테(빌프리트의 여동생)의 유괴를 저지하려다 되레 납치되어 버리는데요. 그리고 그녀는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여기서 또 두 가지 갈림길로 그녀의 가치가 떠올라요. 그동안 그녀가 저지른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거였고,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그녀의 가치를 이제야 알아보게 되죠.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녀가 얼마나 에렌페스트라는 영지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되뇌며 그녀의 빈자리를 필사적으로 매꿀려는 주변 사람들의 분투...
맺으며, 이번엔 몰입도가 상당했군요. 빌프리트의 고구마 행적과 샤를로테의 귀여움과 마인의 위기, 그리고 나만 놔두고 시곗바늘이 움직여버린 세계에서의 외로움... 마인이라는 손녀 바보 증상에 빠져버린 할아버지의 폭주도 볼만합니다. 할아버지도 이전에 간간이 출연한 거 같은데 기억에 없군요. 권말부록으로 수록된 4컷 만화가 압권입니다.
- 1, 마인에겐 양할머니이자 페르난디드와 마인을 궁지로 몰아 넣은 장본인, 모든 원흉의 시작, 지금은 그녀가 저지른 중죄를 물어 유폐중
동생이 (구)신전장이었고, 마인의 양아버지의 누나인 게오르기네도 베로니카 일파에 속해 있습니다. - 2, 양녀로 들어간 집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오빠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이복오빠라고 부르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