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영주의 양녀 5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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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깁니다. 그리고 스포일러도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뒤로하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마인이 이세계로 온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신식이라는 몸을 좀먹는 마력 폭주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가족과 지내다 신전에 보내지고 이후 그녀의 능력을 높이산 영주의 양녀가 되어 지금은 정기적으로 마력을 뽑아내며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무엇과도 양보할 수 없었던 책 만들기도 무던히도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어 지금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신식을 치료하기 위해 몇 년간이나 소재 채집을 위해 노력했던 것도 결실을 맺어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평범한 여자아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이미 2부 초반부터 관련한 복선을 띄워 왔던 (구)신전장이 속해있었던 베로니카(1) 일파의 마수가 본격적으로 뻗어오기 시작해요. 이미 마을 안에서 마인의 유괴 미수를 저지르기도 했고, 게오르기네가 에렌페스트(마인이 살고 있는 곳)에 찾아오면서 사태는 일촉즉발로 이어져 갔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마인의 이복 오빠 빌프리트(2)는 베로니카 일파에 속아 유폐되어 절대 접견 금지였던 할머니(베로니카)를 만났다는 중죄를 저지르고 말아요. 그 죄를 물어 사형을 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베로니카 일파의 뜻대로 되는지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려갑니다.

 

오냐오냐로 아이를 기르면 어떤 꼴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할머니(베로니카)에 의해 편향된 지식과 사람 관계를 배운 빌프리트의 고구마 행적은 이 작품의 최대의 백미입니다. 그는 마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랄까요. 너무 잘나서 성녀를 뛰어넘어 이젠 여신이라는 칭호까지 나오고 있는 마인과 온갖 저지레는 다 하고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골라서 하는 빌프리트의 어리광은 아이라면 어느 표본으로 살아야 될까 하는 진지한 고찰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가치관에 따른 괴리감이랄까요. 어른들의 가치관과 아이의 가치관은 다르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물음을 던지죠.

 

사실 이런 일들은 아이를 필두로 내세운 추잡한 권력 다툼의 발로라 할 수 있어요. 귀족 아이들조차 서로 파벌을 만들고 뒤에서 부모는 그걸 조종하고 있고요. 마인이 평민으로 지낼 때의 아이들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 줬으나 귀족계로 오면서 다 순수하지 않다는 걸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죠. 결국은 권력이란 어린아이의 마음도 좀 먹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이제 와 언급하는데, 이 작품은 언뜻 아기자기한 판타지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마인이라는 조그마하고 귀여운 아이가 나온다고 파스텔같이 동화스러운 분위기라고 여기기엔 큰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죠.

 

1부까지는 그럭저럭 부드러운 분위기이긴 한데 2부부터는 귀족 관련으로 해서 엄청 다크하고 더러운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우선 마인의 가족만 해도 (구)신전장은 처음엔 그들이 돈 많은 상인인 줄 알았다가 빈민으로 밝혀지자 마인을 빼앗기 위해 부모를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죽이려고도 했고, 귀족들 평균으로 평민들을 길거리 돌보다도 가치 없게 여긴다거나, 나이 찬 고아 소녀를 노리개로 삼곤 아이를 가지면 버리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요. 촌마을에선 고아들을 모아다 겨울을 나기 위해 매매하기도 하고, 세례식을 받기 전인 7살 이전의 아이들은 인간으로 대접도 안 해줍니다.

 

이게 현실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한 건지는 모르겠군요. 필자의 가방끈이 좀 많이 짧아요. 하튼 그런 세계관입니다. 귀족들에게 대드는 건 당연하게 용납이 되지 않고요. 이로 인해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질 뻔도 하였죠. 이런 세계에서 귀족들 간 알력과 암투 또한 당연히 일어납니다. 그 중앙에 마인이 자리하고 있죠. 이물질같이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비싸디 비싼 종이와 책이 유통되고 있고 땅을 일구는데 필수적인 마력을 많이 가진 그녀의 등장은 좋든 싫든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그녀를 감추는 페르난디드와 벤노 덕분에 큰 위기는 모면해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또 마력에 관해서는 모계 중심이다 보니 그녀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그녀의 존재를 감추고 도와 주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근데 여기서도 환상을 깨는 게 도와주는 이유가 마인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세계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져요. 그녀의 능력과 마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상부상조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이긴 한데 마인조차 돌보는 고아들의 질을 올려 매매될 때 보다 높은 값에 팔리기를 바라고 있을 정도죠. 여담으로 마인이 고아 매매에서 질을 높인다는 부분으로 트집 잡을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사실 그녀로써는 길이 없습니다.

 

그대로 놔뒀다간 물건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 고아들을 가르쳐 하다못해 사가는 사람(주로 귀족)이 고아들을 사무직에도 앉혀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죠. 결국은 마인도 타협으로 이세계의 질서와 가치관에 물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고아 관련으로 현실 세계의 상식을 들이밀었다가 마을 하나를 멸절로 이끌뻔하였거든요. 사실 지금 마인이 베로니카 일파에게 노려지는 것도 현실 세계의 상식 때문입니다. 이세계의 가치관과 상식에 정면 도전했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목숨도 노려지게 되었죠. 이런 과정을 거친 그녀를 불쌍히 여겨 페르난디드는 성녀로 포장해서 광고를 해대는 중이고요.

 

여튼 (구)신전장과 베로니카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원래 이세계는 구린내 판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영주(마인의 양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와 외삼촌(구 신전장)을 어찌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마인이라는 존재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현실 상식이 합쳐져 일망타진으로 이어진 것인데요. 덕분에 마인은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었고요. 여전히 베로니카 일파에 노림 받고 있는데 빈민가 가족을 노출시켰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거나 인질이 되는 게 이세계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결국 자기 능력을 주체하지 못한 벌을 받고 있다 할 수 있어요. 이세계로간 먼치킨이라도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말대로 이번에 마인은 베로니카 일파가 뒷배로 있어 보이는 일당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복동생 샤를로테(빌프리트의 여동생)의 유괴를 저지하려다 되레 납치되어 버리는데요. 그리고 그녀는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여기서 또 두 가지 갈림길로 그녀의 가치가 떠올라요. 그동안 그녀가 저지른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거였고,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그녀의 가치를 이제야 알아보게 되죠.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녀가 얼마나 에렌페스트라는 영지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되뇌며 그녀의 빈자리를 필사적으로 매꿀려는 주변 사람들의 분투...

 

맺으며, 이번엔 몰입도가 상당했군요. 빌프리트의 고구마 행적과 샤를로테의 귀여움과 마인의 위기, 그리고 나만 놔두고 시곗바늘이 움직여버린 세계에서의 외로움... 마인이라는 손녀 바보 증상에 빠져버린 할아버지의 폭주도 볼만합니다. 할아버지도 이전에 간간이 출연한 거 같은데 기억에 없군요. 권말부록으로 수록된 4컷 만화가 압권입니다.

 

  1. 1, 마인에겐 양할머니이자 페르난디드와 마인을 궁지로 몰아 넣은 장본인, 모든 원흉의 시작, 지금은 그녀가 저지른 중죄를 물어 유폐중
    동생이 (구)신전장이었고, 마인의 양아버지의 누나인 게오르기네도 베로니카 일파에 속해 있습니다.
  2. 2, 양녀로 들어간 집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오빠를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이복오빠라고 부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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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2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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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부사관 양성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마일과 그 친구들은 파티명을 '붉은 맹세'로 칭하고 본격적으로 헌터의 길로 접어드는데요. 헌터란 모험가를 말합니다. 이들은 6개월 속성과정을 거쳐 F등급부터가 아닌 C등급부터 시작해요. 거기에 마일 덕분에 동맥경화를 뻥 뚫은 것처럼 여타 일반 헌터보다 조금 더 강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잘못 알고 있는 마법 상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서 그녀들의 인생에 아스팔트를 깔아준 거죠. 남들은 다 비포장길로 가는데 우리들만 아스팔트 가는 기분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어봐야 좋을게 없죠. 게다가 4명 다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늑대들에게 언제 표적이 될지 모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눈에 띄는 활약은 없습니다. 우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기로 하는데요. 그래서 바위 도마뱀을 잡아다 일확천금을 노리기로 합니다. 그동안 마일에게서 받은 지식이 있고 여차하면 마일이 나서면 무서울 게 없다 보니 순조롭게 흘러가죠. 실제로 마일이 나서서 해결하는 일도 있고요. 그래서 따분합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소쩍새는 밤 새 울었나 싶어요. 이것은 마일이 먼치킨이 되었으면서도 그에 따른 활약이 없다는 것에서 비꼬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일단 먼치킨이 되었으니 무우라도 썰어야죠. 마일은 무서운 걸까요.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을요.

 

작중엔 그런 언급이 전혀 없긴 한데 이 작품 자체가 코믹스러워서 마일이 본 힘을 들어낸다고 해도 친구들은 떠나지 않을 거라 봐요. 이미 눈치 깐 사람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참 절묘하게 힘을 숨기는 게 예술이긴 해요. 사실 마일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거의 무한정으로 들어가는 아이템 박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국가적으로 노림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그보다 아래 단계인 유한(有限)으로 들어가는 무슨 박스(명칭 까먹음)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것만 해도 난리 났었거든요. 게다가 마일은 세상 물정 어두운 면이 있어요. 사탕을 주며 아저씨랑 어디 같이 갈래? 하면 따라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좌우지간 일단 헌터C가 되었으니 힘도 실험해볼 겸 돈도 벌겸 도마뱀 잡으러 가요. 가다가 자신들에게 기생하는 상단을 혼내주기도 하고, 사냥지에 도착해서 경험 미숙으로 다 태워먹고,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이 참 리얼리티인 게 먼치킨이 되었다고 해서 만능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리 헤비 복서라도 경험 미숙이라면 상대는 원펀치만 주의하면서 농락할 수 있는 게 이 세계죠. 무식한 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뭐, 그래도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에 비하면 이 작품은 비정상의 극치이긴 하죠. 누군 고블린 한 마리 못 잡아서 허덕이는데 여긴 고블린 따윈 이러고 있으니...

 

그렇게 사냥을 끝내고 왔더니 가격을 후려치는 상인이 있네요. 여기서 멋모르고 당하는 리얼리티를 추구했으면 참 극적이었겠다 싶은데 작가는 반대의 길을 가는군요. 세상 물정 어두운 먼치킨 4인방이 조금식 성장해간다는 모습을 담아도 좋았으련만... 사실 이런 코믹스러운 작품에서 권선징악이 빠지면 섭하긴 하죠. 근데 돌려 말하면 조마조마한 두근거림이 없다 할 수 있어요. 그저 세상에 막 발을 디딘 여자애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이상은 아닌, 거기에 발정 난 남자들에게 노림 받는 것도 없고요. 이런 걸 깨부수는 재미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웠습니다.

 

다만 코믹스럽고 핑크빛이 만연해도 한 발짝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설정은 제법 있었습니다. 얼굴만 보고 파티를 갈아탔다가 몸 버린 여자 헌터들이나, 여자애를 겁탈하려는 도적들도 언급되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장면도 있었군요. 그러고 보면 도적들이 많이 나와요. 판타지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게 도적인데 여기선 서로 상부상조하는 상인과 도적이라니 설정이 참 괴팍하기도 했군요. 하지만 거기에 관련된 '레나(마일 동료)'의 경우 안 좋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이번에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자칫 이야기가 어둡게 비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웃나라에서 파견된(?) 도적들과의 일전은 이웃나라와 전쟁이라는 복선을 낳는군요.

 

맺으며, 이번엔 그리 흥미를 끌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없고 아기자기한 내용이라서 시간 때우기엔 좋았는데... 뭐랄까... 갑자기 쓸 말이 없어졌군요. 재미는 글쎄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시간 때우기엔 좋았습니다. 일단 3권까지 구매해둔 상태라 3권 읽어보고 계속 구매할 건지 결정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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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6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카타기리 히나타 외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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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왕 해보겠다고 날뛰는 군웅할거의 시대,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청년은 길고 긴 내란과 주변 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구국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란과 전쟁은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고, 좋아하는 사람이 고초를 겪어야 했고,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꽃이 피듯 피어나는 것은 없고 지는 것만 있는 전장에서 그가 얻은 건 무얼까.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상처받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정말로 소중하다 여기기에 필사적을 지키려 하는, 그런 성품에 이끌려 티글에겐 어느새 그를 따르는 동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전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던 동료들이자 친구 그리고 그의 성품에 이끌려 이 사람이라면 내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 싶은 마음을 품은 히로인들... 무대의 막은 브륀에서 그 히로인들이 대거 포진한 지스터트로 옮겨졌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암약했던 발렌티나(공녀)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되면서 지스터트는 내란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요.  이번의 적은 발렌티나가 되겠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자신의 영지에 처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심약한 여자라고 어필을 하였는데요. 하지만 그건 거짓,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걸 몸소 보여 주었죠.

 

이번에 그녀가 부뚜막 고양이가 되어 뒤로 호박씨 까며 오랫동안 가꿔왔던 암약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해요. 이전부터 그녀는 이런 암약의 씨앗을 뿌려 왔으니 이 정도 스포는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언급해보자면, 사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건 그냥 쿠데타입니다. 군웅할거의 시대 꼭 남자만 왕이 되란 법 있냐 같이, 나도 좀 왕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하며 비벼보기로 한 거죠. 하지만 코딱지만 한 영지와 출현할 수 있는 병력을 기껏 해봐야 4~5천 명,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는 시대 배경에서 이 정도면 많은 축에 속하긴 합니다만. 적대적인 다른 공녀들과 왕도 수비군 그리고 브륀이라는 이웃 국가를 생각하면 이 병력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그녀가 꾸민 건 모략으로 국가를 자중지란에 빠트려 숟가락 얹어가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그렇게 서쪽 새는 울기를 반복하며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거죠. 왕국은 의심암귀에 빠져드는 것이고 거길 비집고 들어가 평정한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를 때는 일단 자리에 앉고 나서 큰소리치면 대부분 통하거든요. 아프리카에선 대위가 쿠데타 일으켜서 성공한 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발렌티나는 이걸 노리기로 한 겁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사샤의 뒤를 이어 공녀가 된 피그네리아까지 끌어들여 다른 공녀들을 공격하게 함으로써 힘을 분산 시킨다. 그래서 어부지리로 엘리자베타 통칭 리자와 피그네리아간 싸움은 극적이지 않을 수 없게 돼요.

 

사실 이미 일본에서는 완결이 되었고 필자도 어느 정도 결말을 알고 있기에 발렌티나의 쿠데타는 그리 심각하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그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소중한 것을 키워가고 그걸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눈부시다 할 수 있죠. 이 작품은요. 리자는 티글이 기억을 잃었을 때 그를 주워 보살펴준 오드아이가 인상적인 공녀인데요. 한때 힘을 추구해 마물의 힘을 빌렸다가 에렌과 티글의 합체기에 깨지고 그 후유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녀에게 '네가 위기에 빠지면 구해줄게'라던 티글의 말이 실현되었을 때는 솔직히 감동 그 자체였군요. 피그네리아의 습격을 받아 죽을뻔하였을 때 구해주는 그의 등을 바라보는 그녀로써는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 영향일까요. 리자는 그동안 해묵은 악연과 앙숙관계였던 에렌과도 화해를 합니다. 이것도 참 드라마가 아닐 수 없어요. 어느 한쪽이 과거에서 지금의 인연으로 이끈 일들을 떠올리며 감성으로 화해를 호소할 때. 그것은 악연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닌 우정과 사모와도 같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죠. 그렇게 리자도 티글의 하렘에 합류하는군요.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밝혀둘 건 이세계 전생 치트물처럼 헤벌쭉 같은 일방적인 하렘이 아닌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료에서 싹트는 하렘 같은 것입니다. 주인공인 티글에게 지켜지는 비중이 조금 더 높긴 한데 근본적으로는 지켜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 내 힘으로 그와 마주한다 같은 하렘이라는 거죠.

 

그리고 애간장 탔는지 류드밀라도 냉큼 그 대열에 합류하는데 이번에 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마치 사망 플래그와도 같아서 가슴을 쓰러내려야 했군요. 얘는 심장에 좋지 않아요. 이쯤에서 티글의 하렘을 정리하자면 본처 에렌...이지만 나중에 바뀌는 거 같더라고요. 리무는 아직 애매모호, 티타는 에렌 다음으로 맺어졌으니 사실상 두 번째(나중엔 세 번째), 올가(도끼 소녀)는 일찌감치 너(티글)의 아이를 낳아줄게 하고 있고, 덩치는 크면서 맨날 당하는 역인 리자는 이번에, 류드밀라는 조급함이 묻어나는 필로 냉큼, 소피야는 우리 따로 시간 내서 천천히 이야기해봐요.라며 본처 흉내 내고 있고, 그런데 정작 이야기 흐름에 중요한 레긴은 한번 차이 고도 다른 히로인보다 열렬히 어프로치 중이지만 지금은 안습 그 자체입니다. 등장 자체가 없어요.

 

어쨌건 발렌티나가 왕이 되고자 그동안 노력 해왔듯이 히로인들은 저마다 마음이 조금식 성장해서 지금은 터지기 직전까지 왔습니다. 이 작품의 초창기 때는 사실 그저 그런 중세 시대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연애와 관련해서 애틋한 마음이 점철되어 있죠. 필자는 하렘물은 싫어하지만 이런 대등한 관계에서 오는 하렘은 참 좋아해요. 필자 주관적으로는 지켜지는 멜로물 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눈부시다고 느끼곤 합니다. 거기에 현실은 냉정하게도 따라주지 않는 것에서는 더욱 재미를 붙여주곤 해요. 물론 티글에 의해 지켜지는 횟수가 많긴 한데 보면 거의 다 혼자선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의 일이죠.

 

맺으며, 드물게 어서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설마 1년 뒤에 17권이 나오는 건 아니겠죠? ex노벨 님 빠른 작업 부탁합니다. 이번 16권은 거의 5개월 만에 나오긴 했는데 15권이 1년 만에 나와서 좀 두렵군요. 참고로 표지로 스포일러 하는 경향이 있는 작품이 이 작품인데요. 이번 표지 모델은 리무가 되겠습니다. 표지가 특별한 이유는 용구 발그렌을 소지한 공녀들인 사샤와 피그네리아는 뒤로 돈 포즈인 반면에 리무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얼까요? 바로 사망 플래그라는 것인데요. 사샤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고, 피그네리아도 발렌티나와 편먹고 악당이 되었으니 곧 그렇게 되겠죠. 그런 반면에 리무는 정면인 것에 오는 의미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겠죠. 그래서 17권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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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2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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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처음에 주인공 마리엘라가 남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야 중성적인 외모에 머리도 짧지 여성으로 특징적인 모습은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마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열에 아홉은 가던 길에서 멈추고 되돌아볼 정도로 뛰어난 외모가 아닌 열에 아홉은 그냥 지나친다는 평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주인공이자 히로인이 바로 마리엘라입니다. 그래도 그 사람만의 좋은 점이라던가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요. 마리엘라가 미궁 도시로 와서 처음으로 구매한 노예 지크와 흑철 수송대의 링크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엔 주종 관계였던 전자와 거래 관계였던 후자의 위치는 어느덧 역 하렘의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어요.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고기 방패로 운명을 다할 예정이었던 지크는 그녀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이제는 완전히 회복하여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어 있는데요. 범죄자 노예였던 자신을 그저 평범하게 바라봐 주는 그녀의 성품에 이끌려 지금은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근데 나날이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서 조금 얀데레 같은 성향을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링크스와의 관계에서 지금은 연적 비슷하게 대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기도 하죠. 거기에 더블어 가사를 도맡아 하면서 메이드 역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고요. 조금 오글 거려요. 과묵하면서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음흉한 것이 아닌 주종 관계를 뛰어넘어 이성으로써의 사모...

 

링크스는 그녀와 처음 만난 날 아무렇지 않게 포션을 써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상사의 명령에 보호 목적으로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시대는 포션을 만드는 연금술사가 멸종해버려서 포션이 금값 그 이상이거든요. 옆 나라 가면 살아있는 연금술사가 있긴 한데 그 지방을 벗어나서는 포션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마리엘라가 있는 지방은 그녀 외엔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보시면 돼요. 그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위기감이 없는 그녀를 보호 할려고 지크와 흑철 수송대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책벌레의 하극상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돈이 될만한 걸 만드는 존재를 감추고 보호하는, 그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쓰러 내리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하는데요. 마인에게 벤노와 페르디난드가 있다면 마리엘라는 흑철 수송대의 사람들과 지크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공통점은 두 히로인들을 외부의 검은 마수로부터 지켜준다는 것,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만히 내버려 둘 세상은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종막엔 배를 갈라 해부하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마인이나 마리엘라나 위기감은 코딱지만큼이나 없어요.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 줄 아냐며 매일을 구박받지만 붕어 3초 머리인지 곧 그런 건 안중에도 없게 되죠.

 

이번에도 그래요. 마리엘라는 지크의 우려를 가볍게 무시하고 미궁 토벌대에 대량의 포션을 납품하면서 결국 그녀의 존재가 발각되고 말아요. '아그위너스 가(家)' 200년 전 연금술사의 맥이 끊긴 이 지방에서 유일하게 포션을 공급하는 그 귀족은 그녀의 존재를 어렴풋이 특정하게 되면서 마리엘라에게 위기가 찾아오죠. 단순히 그녀를 포섭해서 알만 낳는 기계로 만드는 거라면 그나마 나은데 그 이면엔 추악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마인에게 영주가 있다면 여기도 영주 비슷한 존재가 있어요. 점점 더 책벌레의 하극상과 유사한 관계를 보여줘서 흥미가 돋더군요.

 

결국은 마인이나 마리엘라나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의 뒤치다꺼리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연명한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주인공이 이끄는 이야기기 보다 이런 작품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도 미궁 토벌과 아그위너스 가(家)에서 일어난 아포칼립스적 이야기들은 마리엘라와 동떨어져 진행이 돼요. 그 중심엔 포션이 자리 잡고 있어서 마리엘라도 관여될 듯하면서도 어디까지나 관찰자 입장에서 그녀는 이런 일들을 지켜볼 뿐이죠. 요컨대 이 작품의 제목처럼 살아남은 그녀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면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히 관찰해간다 할 수 있어요.

 

맺으며, 그녀의 스승에 대한 복선이 풀리나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작가가 배신을 때립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을 들어 주려는 작가의 배려가 아니었나 했습니다. 여기서 그녀의 정체가 까발려진다면 진짜로 배가 갈라질지도 모르거든요. 스승이 발견된다면 더욱, 물론 몇몇 사람은 그녀가 진짜배기 연금술사라는 걸 알아 버리긴 했지만 그녀를 보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서 배가 갈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하더군요. 그러니까 히로인 모르게 마을 단위로 역하렘이 형성 중이랄까요. 그녀는 그럴 리 없다고 하고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리뷰를 건선 건성 써서 재미없나 하실 텐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6.5점을 주겠습니다. 전생물 치트는 아닌데 이세계 사람으로 치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 점수가 많이 깎였습니다. 분명 200년 전의 그녀는 별 볼일 없는 연금술사였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포도알이 양분을 다 빨아먹어서 커진 듯한 괴리감 때문에 읽는데 좀 고역스러웠군요. 물론 스승에게서 지옥훈련받았다고 서술되곤 하는데 즉석에서 갖다 붙이는 설정같이 느껴져서 더욱 점수를 깎고 있어요. 그래도 3권이 나온다면 구매는 해볼렵니다. 스승에 관련된 복선이 아직 풀리지 않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진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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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3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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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도 문화적으로 이세계 침공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이세계물 설정이야 조금식 다를지언정 근본은 현실의 사람이 이세계로 넘어가 치트를 얻고 현실의 지식을 전파하거나 뭔가를 만들어 낸다. 같은 거죠. 이 작품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아요. 온라인 게임에 신(神)이 심어 놓은 자폭기에 휘말려 이세계로 떠내려간 중년 아저씨 '제로스'는 전형적인 일본인이라는 컨셉을 유지한 채 쌀과 된장 같은 지구에서 먹던 음식을 찾아내거나 지구의 물품을 마법식으로 제작이라는 자기 편할 대로 만들어 냅니다. 농경시대 때의 탈곡기를 만들기도 하고 냉장고도 만들고 맥주도 만들고 오토바이도 만들고... 그 마법이라는 게 참 편리하네요.

 

사실 몇몇 개는 원리만 알면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공과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요. 그예로 오토바이가 되겠군요. 작중에서는 친구 거 만져봤다고 하는데 만져만 보고 만들 수 있으면 현실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고생할 필요가 없겠죠. 한마디로 이 작품은 공과를 깔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뭐 가볍게 읽는 도서에서 설정이 괴팍하다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껏 노력을 들여 만들었고 그걸 읽는 사람들에게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 시키는 건 좀 아니잖아요. 비단 이 작품만 그러는 건 아니긴 합니다. 중2병으로 찬란한 역사를 쓰고 있는 제목이 흔으로 시작하는 모 작품도 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같은 출판사네...

 

좌우지간 자신은 좋은 뜻으로 행하였다곤 해도 거기서 불러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될까. 마법을 못 써서 반푼이 무능이라고 놀림당하던 세레스티나를 졸지에 대마왕급으로 격상 시켜 놨으니 세레스티나가 겪어야 될 불운은? 아저씨는 어차피 이세계의 고대 때 있던 마법을 쓰게 해줬는데 뭐가 문제? 이러고 있습니다. 니들 그거 연구하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 시대의 엘리트들이 총망라되어서 연구를 해도 못 풀던 것을 아저씨가 풀어서 무능아가 쓰도록 해줬으니까요. 이것은 마법으로 먹고사는 이세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그런데 떠돌이 마법사에게 배웠다는 말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이세계 지적(知的) 클래스...

 

그런데 이세계 마법에 관련해서 복선이 있어요. 수백 년 전 사(4)신 전쟁 때 고대의 마법이 일부러 파훼 되었다는 것,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보통 이세계 전생물에서 특징 중 하나인 이세계 주민의 지적(知的) 수준이 낮다.를 피해 갈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 해서인데요. 종종 이세계 전생물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보다 보면 지구인은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인종이고 이세계 주민은 덜떨어진 존재들이다 같이 은근히 선민사상을 엿보이는 게 있죠. 사실 이 작품도 이런 부분에서 크게 비켜가진 못합니다. 그예로 냉장고 개발이 있는데 얼음 마법은 있으면서 그걸 응용하는 방법은 모르는, 그래서 아저씨가 개발한 냉장고는 잘 팔리고 있습니다.

 

어쨌건 세레스티나는 더 이상 안 나오나 했는데 학원 라이프를 구가하고 있군요. 그동안의 무능아 딱지를 떼고 졸지에 신동으로 올라선 그녀, 그렇담 이제부터 날 깔보던 놈들을 밟아줄 차례이건만 그런 건 없네요. 그래도 이복 오빠 츠베이트와 마법&귀족간 파벌 판도를 바꿔가고 있으니 조만간 쓰레기들, 그러고 보면 이세계 전생물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분리수거가 안 되는 쓰레기들의 등장이죠. 귀족 사상에 물들어 타인을 업신여기고 밟고 그러다 쓰레받기에 쓸려가 소각되는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게 몇 년을 설움을 당해왔을 텐데 눈에 띄는 복수극을 보여주지 않아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중학생 '이리스'에 이어 새로운 전생자 등장, 악당이 되겠군요. 어차피 아저씨에게 썰려 나갈 테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언급해보자면 지금은 세계대전이라는 복선만 뿌리고 있다는 것만, 방패 용사처럼 이세계를 게임으로 여기고 싸돌아다니는 거 같더라고요. 힘은 아저씨와 거의 동급이어서 어쩌면 최종 보스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아저씨의 슬로우 라이프이니까 크게 터트리진 않겠죠. 사실 칙칙한 아저씨가 보여주는 슬로우 라이프 따위 누가 보고 싶겠습니까. 아저씨가 활약하는 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고 필자가 이세계 전생물을 볼 때마다 늘 안타까운 게 하나 있어요. 그건 동방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일본식 문화를 집어넣은 것인데요. 단순히 음식까진 봐줄만해요. 무녀복이나 일본도도 만들면 되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요(물론 이것도 들어가 있음). 그런데 하오체를 쓰는 정신 나간 사무라이 엘프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피가 나를 부른다'라며 중2병 대사를 작렬 시키며 무라도 썰려는 엘프녀를 보고 있으니 갑갑하더라고요. 얘는 대체 어디서 왔는가! 전이나 전생해서 왔다면 십분 이해하겠는데 이세계 토종이거든요. 그것도 격세유전이라네요. 난장판을 총체적으로 엮으면 이리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온갖 설정을 갖다 붙이는 판타지이고 이세계라도 세계는 넓디넓을 테니 일본에 해당하는 동방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죠. 하지만 굳이 이세계에까지 일본식으로 갖다 붙일 필요가 있었나 하는, 국ㅃ..도 좀 어지간히 해줬으면 좋겠더군요. 여기서 더 웃긴게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타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판타지니까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의문을 나타내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도 좋잖아요? 좀 험하게 언급해보자면 작가의 능력이 결국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닭들이 무슨 사무라이 집단처럼 나와서 깽판을 처대는 장면은 과연 이걸 돈 주고 구입해서 볼 가치가 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

 

맺으며, 세계대전 복선이나 귀족들 간 알력 등 이세계물에서 갖추어야 할 설정은 제대로 들어가 있긴 한데 작가의 한계가 보이더군요.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간장 만드는 엘프(종족 자체가)라니 듣도 보도 못한 설정은 참 산박했습니다. 정신 나간 사무라이 엘프에 이러다 일본 선조는 엘프다 해도 믿겠더군요. 비단 이것만 아니라 아저씨의 슬로우 라이프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한데 다리 놓으러 가서 춤은 왜 추며, 궁금하지도 않은 마법 강좌를 뭣 땜에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나중에 재사용 되지도 않는 데다 굳이 독자가 그걸 암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법식이라는걸요. 하렘은 아니지만 몰려드는 여자들하며, 읽다 보면 영문을 모르게 돼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얼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죠. 더욱 문제인 건 답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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