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3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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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도 문화적으로 이세계 침공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이세계물 설정이야 조금식 다를지언정 근본은 현실의 사람이 이세계로 넘어가 치트를 얻고 현실의 지식을 전파하거나 뭔가를 만들어 낸다. 같은 거죠. 이 작품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아요. 온라인 게임에 신(神)이 심어 놓은 자폭기에 휘말려 이세계로 떠내려간 중년 아저씨 '제로스'는 전형적인 일본인이라는 컨셉을 유지한 채 쌀과 된장 같은 지구에서 먹던 음식을 찾아내거나 지구의 물품을 마법식으로 제작이라는 자기 편할 대로 만들어 냅니다. 농경시대 때의 탈곡기를 만들기도 하고 냉장고도 만들고 맥주도 만들고 오토바이도 만들고... 그 마법이라는 게 참 편리하네요.

 

사실 몇몇 개는 원리만 알면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공과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요. 그예로 오토바이가 되겠군요. 작중에서는 친구 거 만져봤다고 하는데 만져만 보고 만들 수 있으면 현실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고생할 필요가 없겠죠. 한마디로 이 작품은 공과를 깔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뭐 가볍게 읽는 도서에서 설정이 괴팍하다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껏 노력을 들여 만들었고 그걸 읽는 사람들에게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 시키는 건 좀 아니잖아요. 비단 이 작품만 그러는 건 아니긴 합니다. 중2병으로 찬란한 역사를 쓰고 있는 제목이 흔으로 시작하는 모 작품도 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같은 출판사네...

 

좌우지간 자신은 좋은 뜻으로 행하였다곤 해도 거기서 불러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될까. 마법을 못 써서 반푼이 무능이라고 놀림당하던 세레스티나를 졸지에 대마왕급으로 격상 시켜 놨으니 세레스티나가 겪어야 될 불운은? 아저씨는 어차피 이세계의 고대 때 있던 마법을 쓰게 해줬는데 뭐가 문제? 이러고 있습니다. 니들 그거 연구하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 시대의 엘리트들이 총망라되어서 연구를 해도 못 풀던 것을 아저씨가 풀어서 무능아가 쓰도록 해줬으니까요. 이것은 마법으로 먹고사는 이세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그런데 떠돌이 마법사에게 배웠다는 말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이세계 지적(知的) 클래스...

 

그런데 이세계 마법에 관련해서 복선이 있어요. 수백 년 전 사(4)신 전쟁 때 고대의 마법이 일부러 파훼 되었다는 것,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보통 이세계 전생물에서 특징 중 하나인 이세계 주민의 지적(知的) 수준이 낮다.를 피해 갈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 해서인데요. 종종 이세계 전생물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보다 보면 지구인은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인종이고 이세계 주민은 덜떨어진 존재들이다 같이 은근히 선민사상을 엿보이는 게 있죠. 사실 이 작품도 이런 부분에서 크게 비켜가진 못합니다. 그예로 냉장고 개발이 있는데 얼음 마법은 있으면서 그걸 응용하는 방법은 모르는, 그래서 아저씨가 개발한 냉장고는 잘 팔리고 있습니다.

 

어쨌건 세레스티나는 더 이상 안 나오나 했는데 학원 라이프를 구가하고 있군요. 그동안의 무능아 딱지를 떼고 졸지에 신동으로 올라선 그녀, 그렇담 이제부터 날 깔보던 놈들을 밟아줄 차례이건만 그런 건 없네요. 그래도 이복 오빠 츠베이트와 마법&귀족간 파벌 판도를 바꿔가고 있으니 조만간 쓰레기들, 그러고 보면 이세계 전생물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분리수거가 안 되는 쓰레기들의 등장이죠. 귀족 사상에 물들어 타인을 업신여기고 밟고 그러다 쓰레받기에 쓸려가 소각되는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게 몇 년을 설움을 당해왔을 텐데 눈에 띄는 복수극을 보여주지 않아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중학생 '이리스'에 이어 새로운 전생자 등장, 악당이 되겠군요. 어차피 아저씨에게 썰려 나갈 테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언급해보자면 지금은 세계대전이라는 복선만 뿌리고 있다는 것만, 방패 용사처럼 이세계를 게임으로 여기고 싸돌아다니는 거 같더라고요. 힘은 아저씨와 거의 동급이어서 어쩌면 최종 보스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아저씨의 슬로우 라이프이니까 크게 터트리진 않겠죠. 사실 칙칙한 아저씨가 보여주는 슬로우 라이프 따위 누가 보고 싶겠습니까. 아저씨가 활약하는 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고 필자가 이세계 전생물을 볼 때마다 늘 안타까운 게 하나 있어요. 그건 동방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 일본식 문화를 집어넣은 것인데요. 단순히 음식까진 봐줄만해요. 무녀복이나 일본도도 만들면 되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요(물론 이것도 들어가 있음). 그런데 하오체를 쓰는 정신 나간 사무라이 엘프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피가 나를 부른다'라며 중2병 대사를 작렬 시키며 무라도 썰려는 엘프녀를 보고 있으니 갑갑하더라고요. 얘는 대체 어디서 왔는가! 전이나 전생해서 왔다면 십분 이해하겠는데 이세계 토종이거든요. 그것도 격세유전이라네요. 난장판을 총체적으로 엮으면 이리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온갖 설정을 갖다 붙이는 판타지이고 이세계라도 세계는 넓디넓을 테니 일본에 해당하는 동방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죠. 하지만 굳이 이세계에까지 일본식으로 갖다 붙일 필요가 있었나 하는, 국ㅃ..도 좀 어지간히 해줬으면 좋겠더군요. 여기서 더 웃긴게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타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판타지니까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의문을 나타내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도 좋잖아요? 좀 험하게 언급해보자면 작가의 능력이 결국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닭들이 무슨 사무라이 집단처럼 나와서 깽판을 처대는 장면은 과연 이걸 돈 주고 구입해서 볼 가치가 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

 

맺으며, 세계대전 복선이나 귀족들 간 알력 등 이세계물에서 갖추어야 할 설정은 제대로 들어가 있긴 한데 작가의 한계가 보이더군요.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간장 만드는 엘프(종족 자체가)라니 듣도 보도 못한 설정은 참 산박했습니다. 정신 나간 사무라이 엘프에 이러다 일본 선조는 엘프다 해도 믿겠더군요. 비단 이것만 아니라 아저씨의 슬로우 라이프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한데 다리 놓으러 가서 춤은 왜 추며, 궁금하지도 않은 마법 강좌를 뭣 땜에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나중에 재사용 되지도 않는 데다 굳이 독자가 그걸 암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법식이라는걸요. 하렘은 아니지만 몰려드는 여자들하며, 읽다 보면 영문을 모르게 돼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얼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죠. 더욱 문제인 건 답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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