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왕자의 적자국가 재생술 ~그래, 매국하자~ 2 - Novel Engine
토바 토오루 지음, 파루마로 그림, 박수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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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큰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이 이세계물이었다면 제목으로 '제로로부터 시작하는~'라고 붙지 않았을까. 자원은 개뿔도 없고, 인구라곤 50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국(小國)이 군웅할거의 시대, 틈만 나면 다른 나라 먹으려 드는 세상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구나 싶다. 주인공의 나라 '나트라 왕국'의 이야기다. 왕국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그 이면엔 대륙의 패자 '어스월드 제국'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같은 나라 귀족들끼리도 쌈질 해대는 판타지에서 동맹국이라고 무사할썽 싶으냐가 이런 세계의 룰이라면 룰이다. 주변 여러 나라가 속속 제국의 속국이 되어 가는 현실에서 주인공이 있는 '나트라 왕국'만은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고 제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게 이 작품이 보이는 기만이다. 힘은 없으면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위정자, 그러니까 나라를 이끄는 왕의 처세와 지략이 있으니까 성립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입만 열었다 하면 자원이고 뭐고 없는 나라를 팔아 버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나라를 지켜가는 모순이 있다는 뜻이 된다. 정말로 힘이 들어 편하고자 나라를 파는 거라면 동정의 여지는 있는데(제국에 넘기면 일단 백성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음), 하지만 어려움을 타파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앓는 소리를 하니까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푸념을 하는 거와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고 할까. 물론 위정자로서 힘든 부분은 있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으니 푸념으로 내뱉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종합해보면 주인공은 매국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된다.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으니까. 근데 나 힘들어요~ 나라 팔게요~ 하지만 진심일 수 있고, 아닐 수 있어요~라는 느낌?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좋게 보지 못하고 있다. 기만하면서 올바른 군주로서 노력하는 부분이 위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갑자기 주인공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어쩌다 신붓감을 찾게 되는데 제국에서 제2황녀 '로와'가 냉큼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그리고 있다. 제국은 황제가 죽어 버리고 황자 3명이서 왕좌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 중이다. 많은 속국을 보유한 제국이 언제까지고 왕좌를 비어둘 수는 없는데 황위 계승자들은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때다 싶어 속국들이 쿠데타를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황을 캐치한 '로와'가 오빠들에게 정보를 알리지만 오빠들은 여동생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이에 혼인을 빙자하여 주인공을 찾아온 '로와'는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과 단판을 지어간다. 이대로는 제국이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오빠들은 자중지란, 정치적 입지가 적은 로와는 군사 한 명 없다. 요컨대 로와 왈: 우리 옛날에 친구였잖아. 그러니 옛정을 생각해서 병사 좀 내주면 안 될까? 그러나 순순히 내줄 주인공이 아니다. 이렇게 2권에서는 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리게 된다.


한 쪽(로와)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군사가 필요하고, 한 쪽(주인공)은 그렇잖아도 옆 나라 마덴과 전쟁에서 돈 다 써버린데다 몇 없는 군사를 내놓으라니 미친 거 아님? 이러며 버티기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제국이 멸망하면 주인공의 나라라고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로와에게 군사를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와는 도와 달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내놔라는 뜻이 되고 주인공은 이용당 할 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걸 두고 손 안 대고 코푼다고 한다더라. 로와가 하려고 하는 짓은 이거고, 주인공은 그걸 알기에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속국들의 쿠데타를 막을 것인가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핵심을 구성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남존여비 사상이다. 이걸 왜 가법게 보는 라이트 노벨에 넣어놨는지 모르겠지만, 요점만 말하면 가령 여자가 감히 어딜 남자가 하는 정치(일)에 끼어들려고 하는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타파 하려면 페미니스트 성향을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히로인 로와는 제국에서 제2황녀라는, 황위 계승권을 가졌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계승권 행사는 물론이고 정치에도 참여를 못하고 있다. 이에 그녀는 속국들의 쿠데타를 제압해 보이면서 여자도 할 땐 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러니까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능력이 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대등한 관계, 이런 페미니스트 사상이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근데 문제는 주인공의 조언이다. 어떤 일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서 대등하다는 걸 알게 해주라는 것이 아닌, 사상과 싸워서 쟁취하라는 부분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늘리고 선동하고, 감정을 휘둘러 이긴 다음 내 사상을 정의로 만들라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존여비 사상도 짜증 나는데 이런 페미니스트 사상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결국 그 끝은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히로인 '로와'라는 것이다. 물론 말해두지만 작가가 페미니스트나 차별주의자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조선시대나 유럽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맺으며: 요즘 분들은 알려나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지략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엔 멍청한 놈들을 적으로 맞아 이긴 것뿐이라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러니 양 웬리하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상대는 지략이고 뭐고 예절이고 매너고 뭐고 정치 관계도 모르는 멍청이들뿐이다. 그 예가 히로인 로와를 스토커 하는 '게라르트'라고 할 수 있고, 그의 아버지도 무능하고, 제국은 왕좌를 놓고 황자 3명이서 쿠데타가 일어나건 말건 자중지란만 펼치는 멍청이들이다. 주인공과 대적하려면 적어도 '라인하르트'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인물 정도는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이번 로와가 그에 준하는 능력은 보여주긴 하는데 그녀는 지속적인 캐릭터는 아닌 듯하다. 뭔가 좀 이 작품에 대해 악감정이 들어가는데, 가법게 읽기엔 이 작품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주인공의 일방적인 유린만 있을 뿐이다. 개그코드를 어디서 잡아야 될지 모르는 주인공 학창시절은 무미건조하기만 하고. 그래도 뭐 알맹이는 전혀 없는 건 아니니 무난하게 읽고 싶은 분들에겐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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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9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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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동료들을 찾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저씨도 참 난감할 것이다. 말도 없이 파티를 탈퇴해 고향으로 돌아와 숲에서 거둔 딸을 키우며 유유자적 살아갈 동안 동료들은 자기들이 잘못해서 아저씨가 상처받고 떠난 줄 알고 피폐한 삶을 이어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저씨 딴에는 한쪽 다리를 잃어 더 이상 모험가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파티에 폐가 되지 않을까 나름대로 배려해서 말없이 떠나온 것인데 이게 잘못이었던 거다. 아저씨가 떠난 후, 패왕은 그날 아저씨의 다리를 가져간 마물을 찾는답시고 미친 듯이 사냥에 몰두했고, 파괴자는 어느 귀족의 꼬봉이 되어 있고, 엘프는 위험한 실험에 가담하고 있었다. 그저 아저씨의 다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신념으로.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서 아저씨가 가지는 의미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3명과 재회하게 된 아저씨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그전에 엘프 '사티(히로인이다)'가 쫓기고 있는 것부터 해결을 해야 한다. 이 작품에는 72명이나 되는 마왕이 있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이야기로 신(神)들에게 대항했던 솔로몬이 만들었던 마왕은 이름 모를 용사에게 진작에 토벌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심취해 다시 마왕을 부활 시키려는 사람(이번 9권의 흑막)이 있다. '사티'는 흑막에 의해 실험으로 태어난 쌍둥이 아이들(마왕이다)을 빼내 은거 중에 있다. 사티를 찾으려는 흑막의 공세로 인해 그녀는 날로 피폐해져만 간다. 그래도 그녀에겐 쌍둥이가 위안이다. 이전에 필자가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마왕은 백지와 같은 상태로 세상에 뿌려진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 진짜 마왕이 될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성장할지는 오롯이 주변에 달렸다. 아저씨의 고향에 있는 미토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미토때도 그랬지만 쌍둥이 또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귀여움을 선사한다. 사티와 지내며 세상에 대한 동경심을 내비치고, 사티가 아픈 것을 알자 약초를 구해와 그녀를 간병하는 모습은 훈훈하면서 짠한 장면을 연출한다. 세상에서 나쁜 건 인간들이고, 선한 것은 마왕이지 않을까 하는 장면들. 흑막은 사람들을 이용해 마왕을 인간의 몸으로 출산하게 하는 인체실험 중이다. 쌍둥이는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마왕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그걸 만들어내는 인간이 진짜 마왕이 아닐까 하는. 아저씨와 딸 안젤린 그리고 동료들은 마왕을 만들려는 흑막과 싸우기로 한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의 흑막은 제국의 황태자였고, 그의 곁엔 무시무시한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이 난관을 뚫고 흑막이 저지르려는 마왕 계획을 막고 사티를 구해낼 수 있을까. 


사티는 강하지만 여린 마음으로 누군가가 말려들어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아 홀로 싸워 가려 한다. 사실 8권에서 이런 연출을 보였을 때 진부하지만 몰입도를 높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그야 만국 공통 위험에 처한 히로인은 구하고 보는 것이 국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젤린이 엄마 후보인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S급이라는 모험가 최고 등급의 실력이 있고, 자신의 동료와 아빠와 그의 동료들도 하나같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흑막과의 싸움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작품은 가족애를 다루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싸움보다는 사티를 구하는데 있어서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맺으며: 8권을 읽고 어서 빨리 9권이 나오길 엄청 기대했었다. 그야 흑막에 맞서 싸우는 히로인(사티)을 구하는 이야기니까. 막 뭔가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있을 거 같고, 눈물 나는 상봉도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거의 목숨 잃기 직전의 히로인을 구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적과 마주하는 주인공 그 주인공 등을 바라보며 눈물 짖는 히로인은 진부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명장면일 것이다. 필자는 이런 장면들을 원했지만 작가는 이런 진부한 장면은 식상했는지 기용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고 정성껏 돌담 쌓듯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대한 적과의 싸움은 치열하기보다 하나의 과정일 뿐 중요하지는 않다. 진짜 이야기는 아저씨와 딸 안젤린의 가족애를 다루는 것이니까 화려한 전투신은 본말전도에 해당할 것이다. 요컨대 갖은 방해를 물리치고 보다 돈돈해지는 가족을 그린다고 할까. 그리고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아빠와 딸만 있는 게 아닌, 여행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도 포함되어 간다. 이게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몇 개 보인다. 9권 한정 흑막과 내로라하는 강대한 적들의 어이없는 최후, 진짜 흑막은 여전히 따로 있으며 아직도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 쌍둥이의 귀여움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만 잘 살렸어도 다른 이야기는 필요 없었을 거라는 점, 아니 명색이 가족애인데 왜 쌍둥이에 대해선 별로 언급을 안 하는지 필자는 작가가 원망스러웠다. 아무튼 안젤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사티와 연관이 되어 매우 마니악한 연출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떡밥으로 엄청 뿌려댔던 안젤린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이지만 그걸 본 필자는 이렇게 갑자기? 뜬금없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젤린의 정체가 밝혀져도 변하지 않는 가족애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또 가족이 점점 불어나고 대식구가 되어 가는 모습이 훈훈하기 그지없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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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3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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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리히타인 공국와의 전쟁은 주인공의 참전으로 싱겁게 막을 내린다. 아마 여동생을 죽이려 했던 오빠는 주인공의 실력을 간과했던 거 같다. 하기야 1천 년 전 2대 황제이자 [군신] 본인 등판인 줄 알았다면 오빠도 다른 전략을 짰겠지. 게다가 5대 정령 무기 중 하나인 [천제] 소유라는 걸 알았다면 더더욱. 근데 아무것도 모른다. 후손이랍시고 나타난 게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같이 생겼으니. 그러니까 이미 이때부터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나 싶다. 주인공은 히로인 '리즈'를 황제의 자리로 올리려 하고 있고, 오빠들은 '리즈'를 죽이려 하고 있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죄다 적일뿐이다. 보통 여느 작품에서고 적은 주인공에게 다 죽는다. 이렇게 초반부터 적들은 주인공의 실력을 간과하고 있으니 그 말로는 정해진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남은 관건은 그 과정이 어떻게 되는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목표가 되지 않을까.


이번 이야기는 리히타인 공국을 까부신 주인공이 황제에게 치하를 받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동맹국인 레벨링 왕국으로 향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히로인 '리즈'는 오빠들의 간계로 지방에 좌천되었다 주인공의 활약으로 다시 금의환향하여 승진과 더블어 제4군의 사령관으로 임명받는다. 이로써 주인공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보게 된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치밀성을 엿볼 수 있는데,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싶어 하는 황제의 주인공과 딸(리즈)을 이용하려는 꿍꿍이와 여동생과 주인공을 없애려 하는 제1황자의 꿍꿍이를 교차하듯이 그려 놓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주인공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길을 떠나야 하고, 히로인 리즈도 군(軍)의 사령관이 되었으니 주인공과 별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주인공이 너무 유능해도 탈이라는 걸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주인공은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고 싶어 실적을 쌓았지만 아직 황제의 그릇이 되지 못하는 리즈에게는 과중한 사령관이라는 자리와 임무를 부여받게 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제의 의중(주인공 이용)과 제1황자의 꿍꿍이가 맞아떨어져서 아무리 [군신]이라고 불리는 철수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교훈적인 의미에서도 흥미롭다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일말의 불안을 느끼며 레벨링 왕국으로 향하는데, 안 그래도 머리 아파 죽겠건만 제2황자가 주인공 면상 좀 보자며 찾아온다. 제2 황자는 북방에서 차기 황제의 자리에는 관심도 없고, 용한 점쟁이처럼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건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다 꿰고 있다.


마치 주인공이 2대 황제 본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주인공에게 이거저거 참견하고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돼~라며 훈수 두는데, 이런 인간이 좋게 비칠 리는 만무하다. 주인공은 미래에 제2황자는 적이 되지 않을까 마음속 메모장에 저장. 사실 이번 3권에서 제2황자는 큰 비중이 없다. 레벨링 왕국으로 가는 주인공을 만나 그의 미래에 대한 충고를 하고 떠난다. 아마 지금의 주인공 심리 상태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1천 년 전 주인공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를 언급하며 지금의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는 주인공에게 충고하는 마음의 멘토 같은 인물이랄까. 황제의 자리에는 욕심이 없는 듯하지만 그가 가진 군사력은 막강하다. 이후 주인공 하기에 따라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흥미요소 중 하나다. 이렇게 길게 언급하는 이유는 제2황자는 1회성 캐릭터가 아닌 앞으로도 쭈욱 등장하지 싶어서다. 


아무튼 레벨링 왕국에 들어서긴 했는데 레벨링 제1왕녀가 어째서 도적을 때려잡고 있는지 모를, 이번 3권 히로인 '클라우디아'와 주인공의 첫 만남은 이렇게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시작한다. 사실 주인공이 레벨링 왕국에 오게 된 이유가 그녀의 16세 생일인지 성인식인지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중앙 대륙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제국이 말이 동맹이지 속국이나 다름없는 왕국의 왕녀 생일식 참가에 황자를 보낸다? 제국의 황제는 레벨링 왕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파했고, 그 해결을 위해 주인공을 보냈지 않나 싶다. 요컨대 황제도 알고 보면 주인공을 키워주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는 착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진 않겠지. 사자는 새끼를 벼랑에 떨어트려 올라온 놈만 키운다잖는가.


당연히 왕녀 생일식만 치른다면 이보다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레벨링 왕국은 1천 년 전 주인공의 부하가 세운 나라다. 그러니 주인공에게 있어서 각별한 나라고, 이 나라가 멸망하는 꼴을 당연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10년만 지나도 강산이 변한다는데 1천 년이나 지났으니 사람들도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왕의 자리에 앉고 싶다는 생각은 왕의 피를 이은 사람들에겐 당연한 흐름이 아니겠는가 하는 일이 일어난다. 하필 주인공이 특사로 도착한 날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왕녀 '클라우디아'는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왕도를 벗어난다. 보통 이러면 쿠데타 군을 무찌르고 피신한 왕녀가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왕권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는 판타지의 정석일 것이다. 사실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작가는 이대로 가면 식상하다는 걸 아는지 제대로 뒤통수를 준비해 놓는다.


작가가 히로인들의 특성을 참 개성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리즈는 황녀라는 황위 계승권까지 있고, 군의 사령관까지 되었음에도 어딘가 딴 세상에 사는 사람이다. 책임감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데 만사 심각하게 생각하기 보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참 편하게 살아가고, 그러다 일 터지면 주인공이 구해줘야 되는 쓸모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런 성격임에도 민중의 지지도는 또 높아서 계륵 같은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군의 지지도 많이 받지만 군을 이끌 카리스마는 부족하여 주인공같이 누군가가 참모로 보좌해주지 않으면 자잘한 전쟁에서는 이겨도 큰 전쟁은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오빠에 의해 페르젠(옆 나라)으로 잔당들을 토벌하러 가게 되었음에도 일말의 불안이나 경계를 하지 않는 점에서 그녀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3권의 히로인 클라우디아는 영악 그 자체다, 토끼같이 연약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보호 욕을 자극해놓고 결말에 이르자 토끼 가죽을 뒤집어쓴 여우라고 밝혀지는 부분은 진짜 작가가 허를 찌르는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리즈는 토끼 그 자체다. 귀엽고 앙증맞고 세상 불안 따윈 안중에도 없이 살아가는 천진함은 한편으로는 힐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언니 로즈에게서 성교육을 잘못 받는 바람에 이상한 개념을 탑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인공은 고초를 겪는 게 이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다. 그 언니 로즈는 주인공을 일찌감치 애인으로 만방에 선포해서 침 발라버리고, 자매지간이지만 성격은 딴판인,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참 잘 살린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히로인 '아우라'는 4권에서 언급해보겠다. 4권에서 리즈랑 아주 큰일 당하는 듯...


맺으며: 3권을 기점으로 이제 어느 정도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난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1천 년 전 주인공의 행동에 의한 피해자들의 복수극의 시작이랄까. 주인공은 주인공 나름대로 1천 년 전(사실 주인공에게 있어서 3년전이다.)의 아픔 때문에 리즈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있다는 등, 이야기가 상당히 충실하다고 해야 할지 흥미롭다고 해야 할지 집중도를 높여주는 작가의 능력이 꽤 좋다. 다만 흑막에 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분은 좀 허술해 보인다. 대륙을 전쟁의 업화에 이르게 할 모양인데, 대륙을 호령하는 제국이 이런 흑막의 움직임을 캐치 못한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작품이 18세 이상 관람가였다면 장난 아닐 것 같은, 로자(리즈의 언니)에 의한 섹드립이 많이 등장한다. 다만 이유 있는(가문을 이끌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섹드립이라서 저속하지는 않다는 게 위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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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드 월드 1 - 하 - 무리무식무모, Novel Engine
나후세 지음, 긴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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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세계가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슬럼가 꼬맹이가 구시대 내비게이터를 만나 개천에서 용이 나듯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야기다.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던 구시대는 어느 시점에서 멸망해버렸고, 잔존 인류는 구시대 문명의 산물들, 이젠 유물이 되어버린 그것들을 모아들여 다시 옛 영광을 되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도시를 방어하던 각종 병기들은 자신을 제어하던 주인들이 멸망으로 사라지자 도시로 접근하는 살아남은 인간들을 사냥하는 몬스터로 돌변하게 되고, 멸망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은 헌터(판타지로 치면 모험가)가 되어 살고자 목숨을 걸고 몬스터(병기, 이하 기계)들과 싸우며 구시대 문명의 유물을 찾으러 혈안이 되어 간다. 요컨대 먹고살려면 유물들을 주워와 도시를 통치하고 옛 문명을 재생하려는 기업에 팔아라 뭐 그런 이야기다.


주인공 '아키라'도 헌터 중 한 사람이다. 슬럼가에서 자라 거리의 쓰레기를 주워 먹는 세월을 거치고 성장한 그는 제대로 먹고살기 위해 유물을 주워와 팔려고 옛 도시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마치 고블린에 당하는 초보 모험가처럼 주인공도 도시 방어 기계에 들켜 죽을 위기에 빠지게 되고, 거기서 구시대 내비게이터 '알파'를 만난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을 들라면 알파를 만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총 한 자루에 총알 몇 개로 시작한 튜토리얼은 주인공에게 죽을뻔했다는 각인을 심어주며 세상은 녹록지 않다는 교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럴까 '알파'의 수상쩍은 의뢰를 덥석 물어서 그녀(알파는 여성형이다)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고, 그녀(알파)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으며, 그녀의 의중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이 작품의 포인트가 된다. 


주인공은 그녀의 안내 덕분에 옛 도시에서 원활하게 유물을 모으게 되어 뒷골목 귀퉁이가 그의 서식지였던 것에서 온수가 나오는 호텔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으니, 알파를 더더욱 믿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녀 덕분에 실력도 나름 키워가고 평생을 벌어도 못 벌 돈도 이제 거뜬하게 벌어들인다. 그럴수록 꼭두각시 인형처럼 알파의 의도대로 움직여가는 주인공이다. 의문은 조금식 품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알파는 기가 막히게 캐치해서 얼버무리면서 주인공을 컨트롤해 가는 게 예사롭지 않다. 알파는 무엇을 시키려고 개천에서 노니는 송사리 같은 주인공을 용으로 만드는 수고를 들일까. 이게 이 작품의 핵심 같은데, 결국 뭐 구시대를 멸망으로 이끈 존재가 그녀(알파)고, 옛사람들에 의해 봉인되었는데 주인공 보고 해제 해달라 뭐 그런 시추에이션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리뷰가 뭐 이리 허술해 하겠는데, 사실 저런 건 아무래도 좋다. 필자가 바랐던 건 에이티식스(86)이라는 작품처럼 기계와의 전쟁에서 인류의 존망을 걸고 이게 절망이라는 장면들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이름이기도 한, 리빌드 월드를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재건하는 세상이다. 그러니까 기계와의 싸움이 주가 아닌 멸망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삶을 재건해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래서 옛 도시로 가서 유물을 주우며 기계들과 싸우는 장면은 서브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2권부터는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으나, 1권(상,하)에서 기계들과의 싸움보다 슬럼가에서 나름대로 질서와 법도가 있다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에서 옛 시대보다는 못하나 이들 나름대로 고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작품 제목답게 재건에 힘쓰는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거다.


그래서 이런 소재가 재미있나? 참으로 미묘할 수밖에 없다. 소재로서는 충분하나 작가가 그걸 살리지 못한다고 할까. 기계들과의 전투는 밋밋하기 짝이 없다. 에이티식스처럼 충격을 주는 소재를 가미했다면 어땠을까 싶은데, 가령 기계들의 몸체로 쓰인 소재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런 건 없고 그냥 공장 양산품처럼 만들어져 습관적이고 기계답게 시키는 일만 하는 것처럼 인간들을 습격하는 일에만 치중할 뿐이다. 이런 멍청한 기계들을 상대로 인간들은 막 죽어 나간다. 그리고 이번에 어이없었던 건 주인공이 몬스터 기계 전차가 쏜 포탄을 발로 차올려 되돌려 주는 장면이다. 작가는 포탄의 속도와 그에 따른 질량은 알고 있나 모르겠다(필자도 잘 모르니 태클 걸지 말자). 아무리 알파의 서포트를 받았고, 강화복을 입어서 힘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지만 실소를 금할 길 없었다. 


어쨌거나 이 작품도 어쩔 수 없는 히로인들의 난립을 막을 수 없나 보다. 옛 도시에서 구해준 여성 헌터 '사라'와 '엘레나', 돈 좀 만지고 있는 주인공을 습격하려던 조직의 '셰릴', 무기 상점의 주인 '시즈카'등 어째서 주인공이 되자마자 이렇게 히로인들이 들러붙는지 참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냥 관계도 아니고 속옷이라던지 신체 특정 부위라든지를 부각 시키고 셰릴의 경우 아예 모든 걸 다 줄게요라는 듯 드러눕는다. 주인공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들이라던지, 특히 셰릴의 경우 주인공에 의해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죽어버리자 조직을 이어받아 살아가기 위해 억척같은 모습은 짠하기 보다 귀기가 서린 무섭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몬스터 기계와의 전투나 알파의 주인공 컨트롤 보다 셰릴의 광기가 무척이나 인상 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위의 이야기 연장선이긴 한데, 몬스터 기계와의 싸움보다는 인간관계에서 특이한 모습을 보이는 작품이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오로지 주인공의 눈치만 살피는 셰릴은 이 작품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주인공의 심기를 거스르는 거라면 자신의 조직원도 가차 없이 내쫓아버리는 등 주인공 비위를 맞추기 위해 처절한 모습을 보이는데, 사람이 이렇게 타락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의 몸으로 슬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을 이끌기 위해 주인공이라는 뒷배가 무엇보다 필요했던 그녀로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처절함이 배어 있어서 나쁘게만은 평가하지 못하는 캐릭터다. 허풍은 있는 대로 치면서도 무서워 다리를 벌벌 떠는, 겉으로는 곧은 심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연약함의 표본으로서 주인공에게 기대려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더욱 악착같이 변해가고 한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없고 그래서 힘이 들어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마음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결국 그녀도 한 명의 인간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한다. 주인공이 옛 도시에서 구해준 여성 헌터 '사라'와 '엘레나'와의 관계도 독특하지만 셰릴과의 관계는 보다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까. 결국 마지못해 등을 토닥여주는 주인공의 상냥함에 기운을 차리고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은 여타 작품들의 히로인들보다 강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히로인들과의 만남 등에서 성적인 부분이라든지 아포칼립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은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성(性)적인 부분은 필요도 없는데 부각 시켜서 분위기를 갉아먹게 하는 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히로인들의 집착성 행동도 그렇고 주인공 띄워주기가 매우 심한 편이랄까.


그래도 자기가 정한 테두리를 지키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인연을 맺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자는 그게 누가 되었든 처 부수려고 한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학대받은 아이가 자기 자식을 끔찍이 보살피려는 모습과도 상통하기도 한다. 주인공에게 가족은 없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철저히 외면한다. 셰릴이 이웃 적대 세력에게 위협을 당하는데도 귀찮아한다던지,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녀를 내치지 못하고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주인공의 상냥함 등. 세기말적인 분위기 보다 이런 인간관계가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주인공을 띄워주는 그런 경향도 있다. 가령 1회성 양아치를 등장시켜 주인공에게 희생 당하게 해서 주인공을 부각 시킨다던지.


맺으며: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다. 마치 필자의 리뷰처럼 작가가 간추릴 능력이 없는지 하나의 소재를 놓고 다방면으로 설명을 하는데 학을 떼게 한다. 470여 페이지 중 이런 설명을 간추렸다면 300여 페이지로 끝낼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작가가 성(性)적인 이야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사라와 엘레나의 에피소드에선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온다. 무기점 시즈카의 가슴을 주인공 얼굴로 문대는 건 왜 하는지 모르겠고. 알파는 수시로 알몸이 되기도 하고, 적나라한 수영복을 입어 주인공 눈앞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목욕신은 꼭 필요했나? 셰릴 하고는 아예 19금 만들 기세다. 가끔 보면 내용적으로 이렇게 성적인 이야기로 분량을 잡아먹는데, 능력이 안 되나? 게다가 사라와 엘레나가 자신들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감사 인사한답시고 집착하는 부분은 다른 의미로 광기 그 자체다. 마치 주인공에게 대답을 듣지 못하면 인생 다 살은 것처럼 절망에 빠질 거야라는 분위기는 대체... 2권부터는 생각 좀 해보고 구입하던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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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11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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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은 이세계에 왔을 때 분명 부모님의 발자취를 쫓는다고 했던 거 같다. 그래서 부모님의 출신지이자 마족 점령지인 켈류네온을 탈환했긴 한데 겸사 겸사였나, 이젠 부모님은 안중에도 없다. 참고로 주인공 부모님은 이세계에서 지구로 전이했다는 특이한 설정이다. 아무튼 뭘 찾아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먹고 살아야 해 시작한 장사는 용케도 순항 중이다. 사실 그 바탕엔 유능한 부하들이 있고, 그 부하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부도나서 길바닥에 나앉았을 것이다. 근데 장사보다 말도 안 되는 마력으로 모험가를 해도 충분히 먹고 살 텐데 뭐 하러 머리 아프게 장사는 해가지고, 하려면 평범하게 하던가 나름대로 차별이랍시고 듣도 보도 못한 제품들을 쏟아내니 온 동네 소문이 다 퍼지게 되고 당연히 호구 잡으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애(주인공)가 겉으로 보면 정말 멍청해 보이거든요. 사고관도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약간 꼰대 기질도 있어요. 상도덕을 지키지 않아 상업 길드에서 호되게 당하고, 이번에는 그리토니아 제국의 용사 '토모키'를 만나 윗사람에 대한 공경을 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가 꼰대 소리를 듣게 되죠.


아무튼 마족에 의한 변이체 소동이 끝나고 초토화된 학원도시 롯츠갈드의 부흥에 힘쓰는 이때, 리미아 왕국의 용사 '히비키'가 찾아온다. 찾아와서 상업 길드에 쳐들어가 대뜸 우리나라(리미아 왕국) 부흥에 필요하니 돈 내놔라 하며 용사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리미아 왕국과 그리토니아 제국은 마족의 침공으로 도시가 많이 부서졌다. 특히 리미아 왕국 전역에서 '히비키'는 주인고이 아니었다면 목이 달아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태였다(이때 히비키는 변장한 주인공을 못 알아보고 그냥 특촬 오타쿠 같은 놈이라고 여긴다)히비키는 주인공의 2년 선배다. 그녀는 여신에 의해 이세계로 소환되었다. 주인공은 지구에 있을 때부터 그녀를 향한 뭔가 아련한 마음을 품고 있었나 본데, 정작 그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학생 A 그 이상은 아니다. 그녀는 상업 길드에서 뽕을 뽑고 나오다가 우연히 주인공과 마주친다. 자, 여기서부터 주인공의 미래가 정해지는 순간이다.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쿠즈노하 상점'의 대표가 주인공이라는 걸 알게 된 그녀는 여기서도 용사답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이야기는 마족의 전면적인 침공에 의해 정체되었던 각 나라에 본격적으로 분점 만들기에 나서는 주인공 일행을 그리고 있다. 그냥 시작의 도시 츠이게나 학원도시 롯츠갈드의 한구석에서 내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지. 뭐 그랬다면 이야기가 성립 안 되겠지만, 주변에서 자신(주인공)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보는지 주인공은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학원에서 맡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이라는 업적, 변이체 소동에서 활약했던 엄청 강한 부하들을 보유하고 있고, 상점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니 돈과 권력이라면 환장하는 위정자들의 눈이 싯뻘개지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기서 그 정점이 주인공의 2년 선배 히비키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주인공을 그저 학생 A로 보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자신의 목적(휴만 지키기)을 위해 주인공의 가치를 알자마자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는 대목에서 주인공을 하나의 인격체나 동등한 위치, 동향 사람이 아닌 그저 이용 대상일 뿐이라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민이나 미안함은 일절 없다.


특히 주인공이 마족과 싸우다 같이 죽어 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그녀는 주인공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 문제는 불쌍하게도 주인공은 이런 그녀의 본심을 알아채지 못하고 헤벌쭉해서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다 까발려버린다는 거다. 주인공은 힘만 추구해서 성장했을 뿐, 내적인 성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순수한? 하지만 현실을 보는 부하들이 그녀(히비키)를 견제하는데도 동향 사람이랍시고 그녀의 편에 서서 감싸는 모습은 나중에 등에 칼 맞았을 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내심 궁금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계속해서 주인공의 단점을 열거하자면, 히비키를 대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이 남을 잘 의심하지 않는다. 부조리를 당하는데도 대갚음해주지 않는다. 가령 변이체 소동에서 주인공이 활약하여 공을 쌓게 되는데 학원장이 숟가락 얹는 것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던지. 변이체 소동에서 마족이 자신을 이용했고, 도시를 부숴버려서 재건에 뭐 빠지게 되었는데도 탓하기 보다 마족의 나라에 분점 내기를 희망한다.


얼핏 보면 사람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대갚음해주지 않는 모습에서 타인이 상처받는 걸 두려워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성격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희한한 캐릭터랄까.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을 들라면 이런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웃는 얼굴로 부조리를 당해도 대응하지 않는다고 호구라며 얕잡아 보다가는 큰일 난다는걸, 주인공은 길드장 '루토'의 심부름으로 그리토니아 제국에 가게 된다. 그리토니아 제국에는 '토모키'라는(얘도 여신에 의해 이세계에 소환되었다), 지구에서 왕따 당한 경험에 입각하여 힘이 곧 진리라는 걸 깨달아버린, 토모에의 말을 빌리자면 힘에 취해 인생 막장의 길로 들어선 그런 느낌이란다. 자신 이외의 사람은 물건 취급이고 합리성을 따지면서 상대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말로가 주인공의 부하인 '토모에'에 대한 집착이다. 그녀를 빼앗기 위해 매료 스킬 수련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전에 토모에에게 매료 걸려다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아 놓고 뜻을 굽히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이번에도 주인공에게 토모에 내놔라 했다가 그야말로 또다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는다. 


사실 주인공의 성격은 멍청이가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성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하는 느낌이 강하다. 어떻게 이런 성격이 되어 버렸는지, 아마 지구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으로 타인이 상처받는 걸 극도로 꺼리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모습에서 관계성이 무너질 바엔 저자세로 나가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일본 특유의 국민성이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가 계속 멍청이라고 언급은 했지만, 이번 11권에서는 나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이것도 일종의 소심함의 극치라서 호감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도 건드리지 말아야 될 영역은 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 영역은 가족이다. 가족은 현재의 부하들이다. 몇 권인지는 잊어버렸는데 아공에서 모험가에 의해 주민이 죽자 엄청나게 분노한 일이 있다. 그리토니아 제국의 용사 '토모키'는 흙 발로 이 영역을 침범하려 했다가 실컷 얻어맞게 된다. 즉, 주인공은 무감각한 인간 아닌, 기본적으로 타인의 상처엔 민감하지만 내 영역을 지킬 때는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오기만 해봐라 확 물어버릴 테다 하는 개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인공은 주변이 보내오는 편치 않은 감정을 먹으며 조금식이지만 내면 성장을 이뤄간다. 그 성장이 더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근데 사실 주인공이 성장 안 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왜냐면, 이세계에서 주인공의 부하들 토모에, 미오, 시키, 이들을 당해낼 자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총의 안전장치처럼 걸쇠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세계는 이들에 의해 멸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실 부하들은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는 주인공을 곁에서 봐야 하니 이보다 짜증 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라도 정신 차리고 있자고 하는 부분은 코믹이 따로 없다. 그리고 이들 말고도 주인공 본거지인 아공에는 용사급에 버금가는 인력들이 바글바글 거린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이용해 먹기 좋은 먹이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포인트는 주인공의 역린(가령 토모키처럼 토모에에 집착한다던지)을 건드리면 그 순간 멸망 당할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장면들에서 이 작품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서로가 주인공을 자기 진영에 끌어들이고 이용하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의 감정 포인트가 어디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흥미가 솟는다고 할까.


여담이지만, 주인공의 2년 선배 히비키는 휴만(지구로 치면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이용 가능한 건 뭐든지 이용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리미아 왕국의 위정자들은 그녀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직접 나서서 휴만을 지키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해나가지만 녹록지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용사답게 오로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주인공까지 무덤덤하게 이용하려 하고 마족과 싸우다 죽길 바라는 정신이 어딘가 망가진듯한 모습을 보여 차후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굉장히 기대된다고 할까. 주인공은 히비키를 동향 사람이자 연심을 품은 사람으로 대하면서 그녀를 감싸기만 하니, 나중에 적이 되어 만났을 때 볼만해지겠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성격상 적으로 만난다고 해도 주인공은 싸우지 못할 것이다. 그리토니아 제국의 '토모키'는 재활용되지 않는 불연성 쓰레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지구에서도 그랬고, 이세계에서도 믿을 놈 없어서 매료 스킬로 내 쪽 사람을 만들 정도로 사람을 믿지 못하는 습성을 보여줘서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마왕을 만나는 등 이전에는 간간이 흘러나왔던 인물들이 11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맺으며: 이전부터 느껴오는 거지만, 누구보다 힘(능력)은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말 빨, 그러니까 상대와 대화가 성립 되지 않는 주인공이 참 답답한 흐름이다.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어어~ 하며 밀릴 뿐이다. 누군가가 부조리한 요구를 하는데도 되받아치지를 않는다. 경험 부족일 수는 있으나 초반이라면 이해가 가는데 벌써 11권째다. 사실 부하들이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무리들을 견제해주며 저놈 나쁜 놈이라고, 주인공 알게 모르게 접근을 막아주고 있으니까 길바닥에 나앉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이 말은 이런 부하들 덕분에 주인공은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걸까 하는 측면도 있다. 거기에 걸어오는 싸움에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그냥 찍어 눌러 버릴 뿐이다. 그래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하지 않아서 상황 판단이나 시류를 읽지 못하는 게 아닐까도 싶다. 요컨대 작가가 주인공을 멍청이로 만들고 있다고 할까.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늘 비슷한 처지에 놓이니 이걸 어째야... 아무튼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를 액기스로 보여주는 11권이다. 특히 그리토니아 제국의 왕녀 '릴리'가 용사 토모키를 이용하여 뭔가를 저지르려는 광기는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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