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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습격 1 - S Novel+
타케즈키 조 지음, 시라비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소미에서 이번에 발매된 신작으로 노블엔진에서 발매된 '용사, 그만둡니다'와 공교롭게도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 작가인가 했는데 이름이 다르군요. 그런데도 절묘하게 맥을 같이하게 되는데, 여기서 맥을 같이 한다는 건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이세계의 지구 침공'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인의 화성 침공도 아니고 뭔가 코믹스럽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침략자와 맞서 싸우는 자가 있는 전장이 코믹스러울 리가 없잖아요. 두 작품 다 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수준의 지구 멸망을 그리고 있죠.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용사, 그만둡니다'가 미래를 다룬다면, 이 작품은 그 과거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용사, 그만둡니다'의 주인공은 이 작품의 주인공과의 설정이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두 작품의 주인공은 특별한 힘을 받아 멸망해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세계에서 쳐들어오는 마법사와 마물들에 맞서 최일선에서 싸우게 되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세계의 침공으로 인류는 제대로 반격 다운 반격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데 지구인도 노력은 해요. 군함이 나와 미사일 공격을 하고, 전투기가 나와 공중전을 벌이게 되죠. 하지만 이세계에서 파견 나온 대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에 의해 현대전의 무기는 통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지구로 망명 온 엘프들과 힘을 합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게 되죠. 수십 년에 걸쳐 전쟁을 치르며 인류는 간신히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만.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그 수단은 그 작품의 주인공(유우)이 가지게 되죠. 노파심에서 쓰자면, 주인공은 이미 적성 검사를 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는 점이군요. 건담류처럼 어쩌다 건담에 올라타 조종하는 민간인 신분은 아닌 것이죠. 그러고 보니 말 안 했는데, 이 작품은 메카닉물로서 SF라는 건 이걸 말하는 것이고, 판타지는 이세계의 지구 침공과 그에 따른 마법도 혼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인공은 소년병입니다. 궤멸로 몰려가는 인류는 맞서 싸울 병력조차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죠. 주인공은 14살이라는 나이에 징집되어 군대와 엘프 과학자들이 개발한 나노머신을 몸에 이식해 적성검사를 받고 있으며, 그에겐 '이쥬인'과 '아리야(하프 엘프, 히로인)'라는 동료들이 있어요. 이들은 남겨진 민간인들을 보살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군대는 이미 궤멸해버렸고, 정부는 도망가 버렸습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롭고 눈여겨볼 것은 소년병이 징집되고 군대가 나오면서(현재 일본은 공식적으로 군(軍)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익 성향인가 했더니 그 반대라는 것입니다. 군대는 허접하고, 지켜야 될 민간인들은 나 몰라 하고, 정부는 도망가 버렸죠. 그런 주제에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는 엘프들의 자치 정부에 빌붙어서 목소리만 낸다며 돌려까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꽤나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일본 열도는 글자 그대로 특대 마법 맞고 침몰(수몰) 직전까지 몰려 있죠.
그리고 멸망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보여주는 연민과 추악함을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군대의 잔존 병력과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 잔존 병력들은 민간인들을 학대하고 주인공을 괴롭히죠. 멸망의 세계에서 통제를 잃으면 힘을 가진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하게 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민간은 들은 그 희생자들로 힘이 없는 자들은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잘 그리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히로인 '아리야'도 거기에 얽히게 될까 같은, 상당히 조마조마한 상황을 연출해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작가의 능력이 좋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떤가 싶은데요. 좋아서 군대에 징집된 것도 아니고, 이제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14살이라는 아직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든 나이에 군에 들어와 잔존 병력들의 노리개가 되어야 했고,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만 했으니 그 고충은 꽤 크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 마음이 상당히 여려서 앞으로 이 성격이 그의 발목을 잡는 일이 제법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자, 그럼 대마법사와 마물을 상대할 수단을 이야기해볼게요. 군대와 엘프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a형 엑소 프레임',이라고 불리게 될 인류의 결전 병기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필자는 늙어서 그런 감정은 이제 없지만요. 12대가 만들어져 세계에 배치되었는데 무려 우리나라(한국)에는 5호기가 배치되어 있답니다. 그것도 물의 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아 주었는데 작가가 꽤나 파격적이랄까요. 아무튼 그 12대중 3호기가 지금 주인공이 있는 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감이 오시겠지만 이 3호기는 주인공 것이 될 거고요. 마침 3호기 적성자를 찾고 있는데 아무나 못 타요. 또 감이 오겠지만, 여기서 나서야 할 게 마물들이죠. 그 직전, 주인공은 공원에 우뚝 솟은 탑에서 무언갈 발견합니다. 탑 꼭대기 안, 큰 수조에 잠들어 있는 엘프 '아인(메인 히로인)'과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마침 공격해오는 마물떼, 희생되는 민간인들, 불바다가 되는 대지.
그리고 히로인 '아리야'의 엄마가 딸을 주인공에게 맡기며 산화하는 장면과 슬퍼할 겨를 없이 적을 맞아 싸워야만 하는 히로인의 고뇌, 주인공이 대지를 박차는 장면들을 담담하면서도 슬프게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3호기는 결전 병기답게 아주 잘 싸웁니다. 메인 히로인 '아인'은 왜 나왔나 했더니 3호기 내비게이터군요. 근데 왜 수조에 갇혀 잠들어 있었나 하는 건 메인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길 권장합니다. 그녀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여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에게 빛을 잃지 않게 하는 묘한 재주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에 딱 달라붙어서 '너만 바라본다'의 전형적인 히로인이지만 싸구려 같은 느낌은 없는, 되레 여왕 같은 모습을 보여 조금은 흥미롭다고 할까요. '아리야'와 '이쥬인'과도 잘 어울리면서 흔히 히로인들이 모이면 그릇이 깨지는 그런 상황은 없어 보였군요.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고, 슬픈 이별을 하고, 이들은 힘을 비축하고 있는 엘프들이 모여사는 수상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맺으며: 한물간 메카닉 느낌 나서 처음엔 다소 거부감이 들었으나 읽을수록 메카닉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 좋습니다. 여기에 판타지를 가미하고, 이세계 전생물에서 흔히 보여주는 이세계 주민은 똥 멍청이의 반대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죠. 그리고 군대가 궤멸해서 불타고 있는데 캠프파이어라고 거침없는 표현도 흥미롭습니다. 양아치 병사를 등장시켜 멸망의 세계라는 극중 분위기를 가속 시키고, 그에게 괴롭힘당하는 주인공에게서 인간은 잡초 같은 생명력을 가졌다는, 잡초처럼 반드시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라노벨 치고는 조금은 수준이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이세계 전생물의 전매특허인 치트 받은 주인공이 되겠군요. 그 어떤 무기도 통용되지 않는데 혼자서 3호기 타고 다 쓸어 버리니 이야기에서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다 죽었는데 동요하지 않는 주인공의 성격과 여리여리한 성격은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무튼 일러스트가 상당히 좋습니다. 그로 인해 몰입도를 더 높여준다고 할까요. 그런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수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