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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1 - 운명의 검,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판타지 모험, 이종족 하렘 배틀, 이세계 전이, 전쟁이라는 꽤나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인하여 '사자네 케이' 작가의 팬들이라면 진작에 접해 봤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본 작가의 특징을 들라면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무리 없이 접목시켜 이질감 없는 표현 능력이 좋고, 캐릭터들은 각각 개성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렘의 요소도 있으나 이건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본말 전도식 전개(결국 하렘만을 추구)는 없다. 본 작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역경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 요소에서 빠질 수 없는 엘프, 드워프, 천사, 악마 등이 출연하고 이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에서 인간은 최약체로써 이들과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얼핏 노게임 노 라이프 6권(무려 애니 극장판도 있다)과 상황이 많이 비슷하다. 이 작품도 다른 종족에 비해 힘이 열세인 인간이 지혜를 짜내어 다른 종족과 대전(大戰)을 치러 간다는 내용을 기본 골자로 도입하고 있다. 또는 기계와 전쟁 중인 터미네이터와도 유사하다고 할까. 주인공이 인류의 구원자(존 코너)가 되어 다른 종족(기계)과 싸운다 같은? 물론 주인공은 처음부터 이런 길을 걷는 건 아니다. 주인공이 있던 세계는 이미 '시드'라는 영웅이 세계를 구했다. 주인공은 100년 후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웅 '시드'가 다른 종족을 봉인한 [묘소]를 감시하는 역할만을 수행 중이다. 이렇듯 처음은 여느 작품들과 유사하게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소년을 중심으로 점차 세계가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어느 날 세계는 [덮어쓰기] 당하며 대전이 일어나는 시간대로 주인공을 던져 버린다.
그 세계는 과거의 영웅 '시드'가 없는 세계로 인간은 여전히 다른 종족들과 전쟁 중이다. 보통 여느 이세계물이라면 여신이 등장해 치트키를 주며 마왕을 무찔러 달라는 주문을 넣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흐름은 없다. 또한 무엇 때문에, 무엇으로 인해 주인공을 이 세계로 전이 시킨 것일까는 해답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주는데 사건을 해결하면서 범인을 잡아가는 추리물처럼 이 작품도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이 이 세계로 전이하게 된 이유를 알아가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세계 대전의 굴레에 빠지게 되었고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드'를 대신해 주인공이 영웅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런 흐름에서 극적인 장면들은 없다. 주인공은 시간에 선택받아 이 세계로 오게 되었고, 온 김에 영웅이 되어라 같은 수순이다.
주인공이 살던 도시는 악마들이 주둔 중이다. 이번 1권에서 주인공은 레지스탕스와 힘을 합쳐 악마의 영웅 '바넷사'와 결전을 치르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과정에서 '린네'라는 메인 히로인도 만난다. 등에 흰색과 블랙을 조합한 날개와 엘프의 귀를 가진 미소녀란다. 그녀는 악마의 묘소에 봉인되어 있었는데 마치 예언을 들은 것처럼 주인공이 혼자 가서 구해온다. 이 부분은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뭔가 생각나서 악마들의 소굴 묘소로 단독으로 가더니 린네를 만나 봉인된 그녀를 구해주게 되고 린네는 자신의 모습에 편견을 가지지 않는 데다 봉인을 풀어준 주인공을 따르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흔직세의 나구모와 유예와 유사하다. 그리고 주인공은 악마의 묘소에서 옛날 영웅이 썼던 빛의 검을 손을 손에 넣게 되는데, 뜬금없이 이게(검) 왜 여기에 있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물론 복선은 있어 왔다.
주인공을 띄워주려고 이러나? 아니 우연히 염탐하러 왔더니 미소녀가 있고, 검이 있으니 겸사겸사 주워야겠다는 뉘앙스가 제법 장난 아니다. 작가는 이런 방식을 간간이 인용하는 걸 볼 수 있다. 즉, 뜬금없이 진행하다 개연성을 추가하는 행위를 한다는 거다. 이건 작가 나름대로 풀어가는 방식인가 본데 처음 접하는 독자는 다소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작가는 주인공이 악마의 묘소에 단독으로 오게 된 개연성을 바넷사와 싸우며 밝힌다. 참 계륵 같은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주인공이 여기에 올 수밖에 없다는 인과 관계를 보여주며 주인공은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공식화 시킨다. 여기에 메인 히로인 린네는 주인공과 같이 악마와 싸워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봉인된 이유와 그녀의 정체는 꽤 복잡한 복선을 낳는다. 참고로 악마의 영웅 '바넷사'도 미소녀다. 이 작품의 장르 중 하나인 이종족 하렘 배틀은 여기에서 온다.
이종족 하렘 하니까 좀 더 써보자면, 린네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과 다른 종족이다. 아마 인간 포함 5종족을 대표하는, 또는 어마금의 '라스트 오더'쯤의 위치가 아닐까도 싶은데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작중에서는 박쥐같은 형국이 되어 모든 종족에게서 박해를 받고 있다. 그런 그녀를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고, 이후 주인공을 많이 따른다. 둘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노게임 노 라이프의 남매처럼 의존증을 떠오르게 한다. 악마의 영웅 바넷사는 실질적으로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왕의 위치라 하겠다. 이번 1권에서 주인공과 싸우게 되는데 왜 하필 미소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주인공과 싸우다 정이 들어서 하렘에 동참하나?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다. 근데 작가는 용서가 없다. 그럴 가능성을 한 1% 정도 보여주더니 성공률 99%에서 실패하는 인챈트(강화)처럼 실패를 해버린다.
맺으며: '빙계경계의 에덴', '너와 나의 최후의 전장'등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이 알려진 '사자네 케이'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 작가의 여러 작품 중 하필이면 빙계경계의 에덴 1권을 보고 하차했던 필자와의 악연이 새삼 떠올라 본 작품도 선입견이 생겨 읽는데 꽤나 고생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개연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주인공을 린네와 영웅의 검과 만나게 하는 장면은 다소 부실해 보인다. 지도를 보고 뭔가 떠올라 악마의 묘소에 갔더니 이게 있네? 같은 느낌으로 진행이 되고, 주인공은 뭣 때문에 악마의 묘소에 갔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린네와 검을 만나러 갔던 게 아니다. 원래 이 세계에 없어야 될 묘소가 왜 있나?라며 보러 갔을 수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강한 악마들이 배회하는 도시에 홀로 잘도 간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악마의 영웅 바넷사와 전투는 대체 뭘까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좀 더 화려하게 놀아도 될 텐데 그런 것보단 주인공이 왜 이 세계로 오게 되었는지, 주인공의 세계가 왜 [덮어쓰기] 당했는지에 대한 복선만 풀어낼 뿐이다. 무의미한 하렘은 지양해야 되겠지만 이왕 미소녀로 그린 바넷사를 1회성 캐릭터로 만드는 것도 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클리셰가 될 수 있으니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도 괜찮은 방식이 아닐까도 싶다. 아무튼 과거의 영웅 '시드'가 걸었던 길을 주인공 보고 걸으라는 이야기 같은데 딱딱 놓인 상황이 때론 작위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가령 위에서도 언급했던 린네와 검을 만나는 장면이라든지. 이렇게 이 작품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인류 해방군으로서 인류를 구원하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