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션빨로 연명합니다! 6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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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대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행동엔 결과와 댓가가 따른다는 걸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욕심이 과하면 놀부가 박을 갈라서 똥을 얻었듯이 탈이 나게 마련이라는 메시지도 던지는 등 교훈적으로 보면 참 훌륭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주인공 '카오루'는 여신(女神)의 실수로 죽은 뒤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여신에게 '포션을 만들 때 내 생각대로의 용기(그릇이나 병)에 담겨져 나오고 효과도 내 생각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여 받아 냈죠. 여기까지는 문제없이 잘 처리되었고, 언뜻 포션이나 만들어 팔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세계 라이프를 꿈꿀만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개그 4차원적으로 훌륭한 필력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주인공 '카오루'가 범상치 않은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며(애초에 여신에게 빈 소원 자체를 보더라도), 그 성격을 기반으로 해서 악랄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러 주시니 결국 그녀의 도착점은 '이제 가야 해!'라는 것. 이번 6권 표지가 다른 거 다 떠나서 이별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할까요.


2부 완결이자 3부 시작점인 6권입니다(참고로 작가는 따로 나눠놓지 않았음). 이번 이야기는 성격대로 움직였다 제대로 반격 받아 모두와 헤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웃 나라 알리고 제국과의 전쟁에서 발모아 왕국 편에 섰던 주인공 '카오루'는 친한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눈이 돌아가 알리고 제국의 대군을 궤멸 시키고 뒤에서 조종하고 있던 루에다 성국을 쫄딱 망하게 한 적이 있어요. 사실 잘못한 쪽은 루에다 성국이지만, 업보는 주인공 카오루가 받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원수는 꼭 갚는다고 누군가가 그랬잖아요. 여신의 사도를 자청하고 성능 좋은 포션을 팔다가 자신의 목숨을 보호한답시고 귀족들 사이에 싸움 붙이고, 그러다 주체를 못 하게 되자 야반도주하고, 진짜 아픈 주군을 치료하고 싶은 선량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몹쓸 말을 해대고, 이세계에서 여자 몸으로 홀로 살아가애 해서 조심해야 되는 것도 있었지만 행동이 너무 과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신(神)의 이름을 들먹이며 성능 좋은 약팔이하는 소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죠. 가는 곳마다 거머리가 들러붙고, 그러면 좀 자중을 하던가 그럴수록 신(神)의 이름을 들먹이며 약 팔아대고, 또 사람들이 몰려들고, 사도로서 숭배하는 지경까지 오면 모습을 바꾸던가 그래야 하는데 그런 건 생각할 머리는 또 없어요. 결국 쫓겨 쫓겨간 곳이 동쪽 끄트머리. 거기서 아동 매매범들에게서 '레이에트'라는 6살짜리 소녀를 구한 후 이제 여기서 정착하고 살아가고 싶었던 '카오루'에게 드디어 업보의 철퇴가 떨어집니다. 5권 리뷰에서 루에다 성국 잔당들의 노림수에 넘어가 적진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썼던 거 같은데, 카오루는 그 노림수대로 이세계에 넘어올 때 최초로 발을 디뎠던 발모아 왕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예전에 발모아 왕국에 있을 때 루에다 성국을 망하게 한 이력이 있죠. 도착해 보니 스토커 왕자(이것도 카오루 업보 중 하나)가 있는 브란코트 왕국이 싸움(전쟁)을 걸어오네요.


사실 싸움(전쟁)은 이번 이야기의 본질은 아니고, 그 전쟁이 왜 일어났냐는 것인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그동안 카오루가 행했던 악행(?)을 마무리 짓는 이야기라고만 해두겠습니다. 함정에 제 발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원수는 꼭 갚아주고 싶은 악당이 철저한 준비를 거쳐 성공 시키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신(神)에게서 치트를 받은 주인공이라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그 과정이 개그 난발이라 심각성은 요만큼도 없었지만요. 그렇게 주인공 카오루는 밤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참고로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입니다). 주변의 파장은 생각도 안 하는 자기중심적이지만 그래도 약자를 보면 보호해 주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못된 사람은 영혼을 털어버리는 등 나름대로 선량하게 살아왔다고 자부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여신 카오루 진교'라는 신흥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질 정도로 한쪽으로 편중된 것이 문제지만요.


맺으며: 사실 스포일러 안 하려고 했습니다만, 이번 6권에서 작가답지 않은 장면들을 보여줘서 좀 언급해 볼까 하는데요. 필자가 예전에 장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시계를 예로 들어서 큰 시침과 작은 분침은 마주하는 순간은 있어도 영원히 같이 가는 일은 없죠.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판타지로 예를 들면 하이엘프와 한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커플이 찰나의 시간은 같이 살아도 영원히 같이 살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갑자기 이번 이야기에 넣어 놨습니다. 항상 트러블이나 일으키고 악한 얼굴로 씨익 웃기나 하던 카오루가 하루 지나고 돌아왔다고 여겼건만 나만 놔두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저만치 가버린 상황을 접하고 소리 죽여 우는 장면은 이 작품답지 않은 안타까움을 보여주었는데요. 옛 민화 중에 용궁에 초대되어 놀러 갔다가 지상으로 돌아오니 몇백 년이 흘렀다(대충 비슷할 겁니다)가 있어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이 작품에 빗대면 카오루가 딱 그런 경우죠.


사실 이쯤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더라고요. 이제 그녀(카오루)의 새로운 인연 시작됩니다. 이번엔 또 어떤 악행을 저지를지 기대되기도 하는데, 이전에 복선으로 나왔던 카오루의 친구 '레이코'가 이세계로 넘어옵니다. 옛사람들을 뒤로하고 그녀(레이코)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어쩐 일인지 황혼을 배경으로 한 천 원 돌파 그렌라간 엔딩이 생각났습니다. 좀 아련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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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드 월드 2 - 상 - 구영역 접속자, Novel Engine
나후세 지음, 긴 그림, JYH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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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과 알파는 도시로 진군하는 몬스터 대군을 무찌르고 좀 쉴 수 있을까 했지만 쉬는 것도 다 돈이 들어가기에 오늘 밤 길거리에서 노숙하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만 합니다. 숙소부터 해서 먹을 것, 몬스터를 쓰러트리기 위한 총알 하나라도, 각종 장비 등 뭐하나 공짜로 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도 황야로 나아가 구시대 유물을 줍는 일을 하지만 '알파'의 서포트가 있다고 해도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새로운 장비의 적응 훈련도 해야 하고, 먹고살기 위해 돈도 벌어야 하고, 그 돈을 벌려면 하루라도 빨리 헌터로서의 능력을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불철주야 훈련도 해야 하는 등 맨땅 헤딩하듯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럴수록 주인공을 가스라이팅 하듯 더욱 통제하는 '알파'는 대놓고 주인공 몸을 노리나 같은 복선을 뿌려대는데 작가가 2~3중으로 복선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좋다고 할까요. 아무튼 주인공은 얻어걸리는 행운처럼 황야를 누비는 몬스터들을 차곡차곡 쓰러트리면서 도시 상층부의 눈에 들기 시작하죠.

이번 이야기는 숨겨진 구유적을 찾기 위해 가설 기지 건설에 동원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슬럼가에서 오늘내일하던 주인공은 출세하기 위해 헌터의 길에 들어섰고, 운 좋게 '알파'라는 유적 내비게이터까지 얻은 결과 그녀의 인도에 따라 실적을 쌓으면서 도시 상층부의 눈도장을 찍었고 그에 따라 그가 바라던 출세의 길이 조금씩 열려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죠. 이번 가설 기지 건설에 동원된 것도 도시 상층부가 그를 눈여겨봤기에 이뤄진 일이었는데요. 보통 헌터에게 있어서 이건 행운과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인공은 내켜 하지 않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혈스럽고 용감한 용사 타입이 아니라 언제나 신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최선의 길만 찾아가는 조금은 몸을 사리는 타입이라 할 수 있어요. 그것이 지금까지 주인공이 살아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와 대조되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1권 상하(上下) 편에서 엑스트라로 보고 리뷰에서 언급을 안 했던 열혈 소년이 갑자기 주인공 라이벌이 되어 등장합니다. 이번 2권 상(上)편에서는 주인공 '아키라'에게 열등감을 가진 '카츠야'라는 캐릭터의 반발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1권 하(下)편에서 대규모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주인공의 활약을 접한 '카츠야'는 나도 저렇게 강했으면 하는 선망과 동시에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죠. 여기서 이런 성격을 살려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으면 주인공과 좋은 쪽으로 라이벌이 되었을 거지만 실상은 그 반대로 흘러갑니다. '카츠야'는 헌터로서 실력은 일류이나 성격은 자기중심적인 데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매번 트러블을 일으키고 적을 만드는 타입인데 오죽하면 그를 가르쳤던 선배마저 등을 돌릴 정도였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무관심해 보이지만 합리적인 판단으로 신중하고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는 주인공과는 부딪히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근데 정작 주인공은 그런 카츠야의 행동을 소 닭 보듯이 한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멸망한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벽을 쌓아 도시를 만들었고, 벽 밖 황야엔 구시대가 낳은 괴물 몬스터(에이티 식스로 치면 레기온)가 우굴 거리고 있습니다. 빈민층 등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헌터가 되어 황야로 나가 구시대 유물(손수건 한 장도 유물로 여겨 돈이 됨)을 손에 넣어 돈과 바꿔 일용할 양식을 구입해서 살아갑니다. 주인공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운이 좋은 점은 유적 내비게이터 알파(사람 아님, 주변 사람들에겐 그녀가 안 보임)를 만났다는 것이고요. 그녀의 서포트를 받으며 값나가는 유물을 찾아 돈을 벌고 그런 과정에서 엘레나와 사라 같은 히로인들과도 안면을 트는 등 조금은 치트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죠. 그래서 알파를 잃거나 그녀가 주인공 곁을 떠난다면 주인공은 어떻게 되나 같은 조금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알파의 서포트가 없으면 도시 벽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주인공에겐 무리이거든요.

맺으며: 위에선 언급하지 않았는데 카츠야와 같은 헌터 조직에 있는 '레이나'라는 히로인이 나와요. 아마 1권의 셰릴 포지션이 아닐까 싶은데요. 끼리끼리 모인다고 이 캐릭터도 카츠야와 비슷하게 자기중심적인 데다 판타지에서 귀족 영애 같은 히스테릭을 보여 주는데 흥미로운 건 카츠야는 성격이 불변인 반면에 '레이나'는 주인공을 만나면서 극적으로 성격이 바뀐다는 것이군요. 1권에서 셰릴(히로인)이 슬럼가 조직의 빽을 믿고 안하무인처럼 설치다가 조직이 와해되고 버림받을 위기에 놓이자 성격을 바꿔 비굴하게 주인공에게 들러붙은 것과 비슷하게 '레이나'도 어느 편에 붙으면 살아갈 수 있을까 같은, 그 어느 편이 주인공이 되고 주인공을 깔보고 욕 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카츠야를 떠나 순종적이 되어 주인공에게 기대는 장면들은 비굴함에 있어서 이 작품의 백미에 해당하죠. 그러해서 주인공은 카츠야와 더욱 대립하게 되는데, 이 대립이 열등감도 있지만 주인공에게 여자들이 몰리는 것에 질투심이 더 큰 거 같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줍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이 이 작품의 주류는 아닙니다. 주류는 어디까지나 황야의 구유적에서 유물을 찾고,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죠. 이번 가설 기지 건설에서도 많은 몬스터와 싸웁니다. 필자는 웬만해서는 추천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적극 추천합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난해하고, 하렘이나 약간 벗방도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짜임새가 대단히 좋아요. 캐릭터들 사이의 대립도 이번 카츠야와 주인공처럼 흥미롭게 잘 표현하고 있고요. 주인공이 어리다는 이유로 깔보던 어른들이 그의 실력을 보고 인정하며 대우해 주는 장면도 볼만하죠. 다만 전투씬에서는 인간 측이 갈려 나가는 장면들이 별로 없어서 흥미 본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주인공이 위기를 먼저 발견하고 해결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주변은 더욱 주인공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럴수록 카츠야와 대립이 커져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한 게 아닌데도 인정받고,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해 주지 않는 캐릭터의 존재가 불러오는 대립이 볼만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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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게이트 6 - 06. 광신자의 야망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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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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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끝 모를 하렘이 이제 하늘을 뚫고 나갈 기세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8할이 여자 캐릭터고 대부분이 주인공과 연관이 있어요. 라이트 노벨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는 있으나,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근본 없이 호감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거군요. 이런 히로인들이 죄다 여친이 되어 주인공 옆에서 복작복작 거렸다면 필자는 진작에 불쏘시개로 썼을 겁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하렘의 본질은 메인 히로인 '슈니'를 필두로 삼고 '티에라'를 서브로 두며 다른 히로인들은 여사친 미만으로 조절하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꼴 시린 것도, 시기와 질투가 난무해서 머리끄덩이 잡는 일도 없어요. 슈니와 티에라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사이가 좋기도 하고, 애초에 티에라는 주인공에게 연심이 있는지조차 불명이죠. 이런 점에서 히로인들은 많이 나오지만 하렘은 정의가 되지 않는 참 요상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번 닿은 인연은 모른 채 하지 않습니다. 그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유대는 결코 싸구려가 아니라는 걸 이번 6권에서 보여주는데요. 1권 리뷰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는 '미리'라는 이름의 꼬마 히로인이 나와요. 엑스트라가 아니라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캐릭터죠. 교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살고 있어요. 성격은 밝고 쾌활해서 보고 있으면 흐뭇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사역마 '유즈하'를 만나게 된 계기도 꼬마 히로인 덕분이고, 꼬마 히로인을 도맡아 키우는 '라시아'라는 수녀와는 교회의 상속을 두고 동고동락한 사이기도 하니 어쩌면 이 둘은 메인 히로인 '슈니'보다도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히로인 둘이 하나는 납치되고, 하나는 곧 숨이 끊어질 정도로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면 주인공으로써는 어떻게 해야 되나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이거 주인공의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닐까 하는, 조금은 소름 돋는 전개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죠.

납치 이야기는 저 밑에 '맺으며'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 사실 필자는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먼치킨 주인공이 혼자 다 말아먹나 했군요. 사실 4권쯤까진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고요. 근데 5권부터 세계가 넓어지며 위에는 위가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게임 시절 최악의 PK 유저들도 이세계에 전생 했다는 것이고, 간간이 주인공보단 못하지만 준하는 실력을 가진 이레귤러(작중에서는 선정자)도 있다는 등 주인공 먼치킨설에 제동을 거는 설정이 제법 있어요. 이번엔 데몬(악마)까지 합세하면서 주인공의 앞 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데몬은 어중이떠중이 잡몹이 아니더라고요. 그에 대항하는 주인공은 메인 히로인 '슈니'부터 해서 주인공이 만든 서포트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강자이고, 주인공 옛 동료들도 모이는 등 자칫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문제는 이 작품의 단점이기도 한, 작가가 스펙터클한 긴장감 높은 설정을 잡아놓고도 그걸 풀어내는데 서툴다는 것입니다. 태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보다는 가랑비 내리는 포근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을 연출해놓고 막상 싸움에서는 주인공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쉽게 쉽게 끝나버리는, '녹을 먹는 비스코'라는 작품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신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운 장면들이 제법 있어요. 그래서 심각한 장면임에도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이번 수녀 '라시아'가 사경을 헤매는 장면에서도 주인공이 만든 포션을 먹고 벌떡 일어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하니까 좀 괴리감 같은 게 느껴지죠. 먼치킨의 폐해라면 폐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그래서 이 작품을 또 다르게 표현하면 냉탕과 온탕에 비유할 수 있어요. 금니 빼고 모조리 씹어주마!라는 분위기 잡아 놓고, 막상 본경기에서는 싸다구 한대 때리고 끝, 착한 주인공이 오히려 독이 되는 형국이랄까요.

그건 그렇고 이 작품에서 특징을 하나 찾으라면 역하렘이 있습니다. 일러스트는 좀 미묘한데, 극상의 미모를 자랑하는 메인 히로인 슈니와 티에라는 가는 곳마다 뭇남성들 시선을 사로잡고 식당 같은 데서 좀 쉴라치면 모여들어서 그녀들에게 온갖 어프로치를 해대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때마다 주인공은 주변 남자들이 보내는 질투 어린 시선을 감내해야만 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설정들에서 성별이 바뀌었다면 좀 끔찍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요소가 평가에 미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군요. 근데 뭐 사실 이런 설정들도 하렘의 한 축으로서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하냐는 설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미인 둘을?). 그걸 읽는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이럴 수밖에 없기도 하죠. 그나마 떵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양아치들에게 시비 털리는 싸구려 설정은 없어서 다행이랄까요.

맺으며: 사실 주인공이 워낙 강해서 적들이 상대조차 되지 않으니까 재미가 좀 반감돼요. 납치극을 거치며 진정한 지옥이 뭔지 보여줬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줬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게임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4권인가 5권인가에서 언급이 되었으니까 앞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사실 꼬마 히로인을 돌보는 또 다른 지인(주인공 친구)도 활약해야 하는지라, 주인공이 나설 기회가 적었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꼬마 히로인이 왜 납치되었냐고 궁금하실 텐데,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군요. 쓸모가 있으니까 납치했겠죠? 아무튼 예전에 스포일러 좀 했더니 욕이 날아와서 최대한 스포일러 안 하고 리뷰 쓰려니 힘들군요. 주인공이 만든 서포트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해서 합류하고, 게임 시절 동료들과 그들이 만든 서포트 캐릭터들과도 만나는 등 주인공의 세계관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례하듯 강한 적들도 등장하기 시작하고요. 7권에서는 보다 강한 적을 만나 대판 싸우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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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0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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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10권은 그렇게 큰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9권에서 일어났던 전(前) 왕녀 '뮤렐리아'의 반란과 이웃 국가의 대규모 침공은 주인공(검)과 히로인 '프란'의 활약으로 격퇴가 되었고요. 이번 10권은 그 뒷처리와 완전히 망가져버린 주인공(검)을 수복하고 개수하는 작업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이세계 전생 먼치킨의 계보를 이어가면서도 먼치킨을 희석시키는 보다 강한 적을 투입시켜 늘 주인공(검)과 그를 휘두르는 '프란'을 궁지로 몰아간다는 것이군요. 여기서 흥미 포인트는 진짜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프란의 경우는 마법을 맞아 몸이 탄화하고 부러지고 피부가 터지는 등 인간(수인이지만)으로서 고통의 한계를 넘기는 고생을 많이 하죠. 정신이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고생을 하면서도 그래도 일어설 수 있는 건 그녀에겐 지킬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흔한 양판소 전생물과는 차별을 두고 있는 게 이 작품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무튼 사서 고생하기 대표격인 주인공(검)과 '프란'은 신급 대장장이를 만나 주인공(검)을 고치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정체가 다소 드러나는데요. 주인공 자체는 지구에서 양아치 차에 치여 이세계 전생한 샐러리맨이지만, 왜 하필 검에 들어가게 되었나(환생X) 하는 걸 밝혀가죠. 사실 그동안 간간이 복선은 있어 왔습니다만, 리뷰에서는 일부러 언급 안 했군요. 결국 종합해 보면 신(神)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검이니 어쩌고저쩌고 대단한 검이다라는 걸로 귀결이 되기 때문이었고, 이번에 밝혀진 내용을 보더라도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아직 복선을 더 이어 갈려는 지 완전히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세상에 몇 없는 신(神)검중에 하나이고 그중에서도 사연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풀어 놓더군요. 그리고 주인공은 검 제작 과정에서 납치(?) 되다시피해서 검에 영혼이 고정이 되어 버렸고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이런 점 때문에 하렘이 될 수 없다는 게 또 다른 흥미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신급 대장장이의 손을 거치며 주인공은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되고, 프란도 더욱 강해지게 되는데요. 여기서도 흥미 포인트로는 주인공(검)과 프란의 관계라 할 수 있군요. 주인공은 프란을 딸같이 보다듬어 주면서 세상이 망해도 프란만큼은 지키려고 몸을 혹사하고(내구도가 0 되면 주인공 박살 남), 프란은 주인공을 소중히 여기며 이번에 주인공을 수리하는 며칠 내내 뜬눈으로 지새는 등 이 작품이 순정파 장르였다면 눈물 쏟을 만한 애정을 많이 보인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들이 만난 과정을 보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둘이 만나 서로 등을 기댈 수밖에 없는, 가족과 같은 뗄래에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는 있지만 서로가 의존하는 조금은 기형적인 관계이기도 해서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파탄을 불러오지 않을까 싶은 느낌도 있었군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주인공을 수리하면서 혼돈의 신(神)이 언급되면서 그런 복선이 쪼금 나오기도 했고요. 참고로 주인공이 인간이 되는 복선은 아직 없군요.

이제 흑묘족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수왕도 흑묘족을 특별히 보살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찌끄래기 종족이라며 괴롭힘당하였던 흑묘족, 그 흑묘족의 프란이 위기에 빠진 수인국(國)을 구했다는 것, 이로써 조금은 흑묘족의 위상도 올라갈 수 있게 되었으니. 후세에 전해질 전설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하는 느낌. 거기에 수인이라면 누구나 염원하는 진화도 이뤘고, 이제 누구도 깔보지 못할 경지에 오른 주인공과 프란.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키아라 할멈'을 떠나보내고 조금은 울적해질 만도 하겠지만 내면적으로 삼키고, 수인국으로 넘어올 때 만나 돈독한 친구가 된 '메아'와도 이별입니다. 이 작품은 이런 것에서 끝맺음이 좋아요. 스킬과 능력치 설명 등 다소 불필요한 이야기도 많지만, 인간관계에서 질질 끌지 않는 모습을 보이죠. 그리고 이별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나중에 다시 만날 기약을 하는 장면들은 조금 짠하게 합니다.

맺으며: 앞으로는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을 풀기 위해 주인공을 만든 존재와 또 다른 신검을 만든 신급 대장장이를 찾아 주인공이 만들어진 배경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제 좀 복선이 회수되나 싶었는데 이번 10권에서는 이제까지 뿌린 복선보다 더 많은 복선을 뿌려대서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이건 뭐 아이언 맨 설계도를 주웠는데 누가 이렇게 설계했는지 모를, 스타크 이외에 누군가가 참여한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복선이 마구 나왔어요. 그걸 읽은 필자는 그래서 어쩌라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이번 10권은 주인공의 수리와 업그레이드, 전쟁의 뒷처리등 쉬어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前) 왕녀 '뮤렐리아'가 뿌린 복선이 추가되는 듯한데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하고요. 마지막으로 가끔 재미있나 하고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재미적 요소는 개개인마다 달라서 필자가 콕 찝어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재미있다고 소개했는데 막상 접해보니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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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원칙의 마법기사 1 - L Novel
히츠지 타로 지음, 토사카 아사기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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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골적인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시간은 좀 지났지만 L노벨의 신작입니다. 작가의 전작은 '변변찮은 마술 강사와 금기교전(이하 변마금)'으로 집필력은 인정받고 있는데요.라고 해도 필자는 전작을 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보 좀 찾아보니까 기본적인 플롯은 변마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근데 이 작품(옛 원칙)이 먼저인지 변마금이 먼저인지 좀 헷갈리는 게, 필자가 이 작품(옛 원칙)을 읽어본 바로는 이제 막 라노벨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새내기 작가의 느낌이 풀풀 났다는 건데요. 일례로 사전 복선도 없이, 가령 마녀 '플로네'를 히로인들 앞에 갑자기 등장시켜서 사람 당황 시키는, 이야기 연결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더러 있어요. 그리고 밑에 따로 서술하겠지만 이야기 구성에서 좀 허술하다고 할까요. 주인공을 소환하는 부분과 적과 싸울 때 히로인의 반응, 덜떨어진 학급에서 학생들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 주인공의 진짜 실력을 보고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학생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과(謝過)'가 없다는 것입니다.

리뷰를 쓰면서 필자의 안 좋은 버릇이 그 작품의 좋은 점 보다 단점을 지적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번 리뷰도 보고 느낀 점 위주가 아니라 이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 일부를 지적해 보고자 합니다. 그전에 간략하게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전설의 시대 최강의 기사라고 평가받는 [야만인] '시드 블리체'가 사후 1천 년이 지나고 '왕자 앨빈'에 의해 소환되어 마법 기사 학교의 교관으로 취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의문에 빠졌군요. 이게 뭔 소리야? 굳이 1천 년 전 전설의 기사를 소환해서 뭘 시킨다고? 뭐 기본적인 골자는 이렇다는 뜻인데요. '왕자 앨빈'은 자객에게 쫓기다 주인공 '시드'가 잠든 무덤에서 소환 의식을 거쳐 주인공을 깨우죠. 그리고 약속된 전개마냥 주인공은 자객을 물리치고 '앨빈'을 구해줍니다. 여기서 '페이트'의 서번트마냥 어디선 많이 본 계약을 보여준다는 것, 주인공은 '엘빈'의 기사가 되어 2년 동안 '앨빈'이 왕좌에 오를 때까지 보살피기로 하는 부분이 흥미 포인트입니다.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으로 필자 주관적일 수 있는 단점에 대해 지적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주인공이 자객으로부터 '앨빈'을 구해줄 때, 1천 년 전 전설의 기사의 현현이고, 자라오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주인공의 위대함을 들었으면서 그의 실력에 믿음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요. 필자의 필터로 표현하면, '단검 하나로 자객에 맞서다니 님 미친 거 아님?'이런 느낌입니다. 뭐 주인공의 전설은 익히 들었지만 실력을 본 적 없으니 걱정은 되었겠죠. 그런데 간단하게 자객을 없앤 주인공에게 건네줄 말까지 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못 믿어서 미안하다는 말 말입니다. 근데 입을 쓰윽 닦네? 거기에 만난 지 5분도 안 돼서 눈에 콩깍지 끼이는데... 아니 앨빈은 왕자 아니었나? 이 작품은 BL인가? 숨기려면 제대로 숨기던가 등장하고 1분도 안 돼서 앨빈은 왕녀 같다라는, 대놓고 알려주는 건 또 뭔지 모르겠어요(허술한 설정). 그녀는 사정이 있어서 왕자로 지내고 있는데, 이게 주인공과 연결이 되죠.

두 번째 단점은 주인공이 앨빈의 부탁을 받아들여 마법 기사 학교의 교관으로 오게 되는 대목입니다. 주인공이 전설의 기사라고 밝혀졌는데도 믿는 놈 하나 없고, 되레 [야만인]이라는 이명에 발작 버튼이 눌린 '텐코'라는 히로인의 주도하에 주인공을 매몰차게 대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강X마라느니, 살인마라느니 온갖 나쁜 수식어는 다 갖다 붙여도 모자라는 주인공의 악행이 왜 붙었는지 이것도 하나의 복선일 거 같긴 합니다만, 전설이 그렇게 전해져 내래져 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겉으로 판단해서 개쓰레기 취급을 해대는 건 이것도 하나의 흥미 포인트라고 여길 수는 있으나, 괜히 패배자(주인공이 교관으로 있는 학급은 낙오자들로 구성) 심정으로 던전(작중 표현은 다름)에 들어갔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주인공이 구해줄 때 그의 압도적인 무력과 그의 인성을 보고 손바닥 뒤집듯 태세 전환(칭송 일변도)하는 건 좋다 이겁니다(사실 이게 진짜 어이없어요). 근데 험한 말 해서 죄송합니다! 같은 사과의 말은?

사실 '텐코'라는 히로인은 그녀가 살아온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강박증 비슷한 걸 앓고 있어서 앨빈에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임과 동시에 그녀(앨빈)와 가까이 지내는 주인공에게 열등감(내가 앨빈을 지켜야 하는데)과 질투라는 꽤나 다사다난한 성격이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어요. 그런 텐코는 그나마 후반에 가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기라도 하는데, 낙오자들로 구성된 블리체 학급의 학생들은 뉘우침은 고사하고 되레 먹이 받아먹는 새끼 새가 되어 주둥이 벌리고 먹이만 떨어지길 바라는 그런 행태(욕할 땐 언제고 갑자기 칭송이 하늘을 찌름)를 보여 참 이런 작품도 다 있구나 하는 걸 느꼈군요. 뭐, 어디서 굴러먹던 말뼈따귀인지 모를 주인공이 갑자기 나타나서 내가 니 애비다라는 것마냥 1천 년 전 전설의 기사다라고 해봐야 믿을 놈 하나 없는 건 사실 현실적이긴 합니다. 그럼 그걸 증명했을 때 무례하게 굴었던 점은 사과해야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하나같이 부정적인, 사람 믿지 못하는 게 유행인가 싶더라고요.

설정은 물론 접하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니 뭐라 못하겠는데, 필자가 지적하는 건 믿음과 사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믿음' 부분은 상대가 뭐라 말하는 걸 곧이곧대로 바로 믿었다간 다단계 사기에 빠질 수도 있으니 사람을 쉽게 믿어선 안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다단계 사기 칠 이유가 없죠. 그러니 자신들(앨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인도하고 목숨을 구해줬다면 자신의 행동(인신공격)에 대한 반성은 있어야 하잖아요.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요. 이게 참 크게 느껴지더군요. 메인 히로인 '앨빈'도 그래요. 나라가 왕족은 다 나가리 되었고 혼자 남아 풍전등화라는 설정으로 인한 막다른 골목이라는 심정은 이해하나, 자기가 설립한 클래스의 아이들이 주인공을 못 믿고, 가지 말아야 될 장소에 간다는데도 말리지 않는 등 카리스마는 전혀 없고, 그런 주제에 주인공을 향한 의존증은 날로 심각해져만 가고, 자신의 정체(여자라 밝혀지면 곤란)를 숨기려 입막음을 위해 옷까지 훌렁 벗으려는 등 진짜 여러 가지 의미로 참 대단한 작품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맺으며: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글이 길어져서 반에 반도 언급 못했군요. 일단 믿음과 사과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보면 열등반 학생들이 주인공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대 세력도 물론 나오고요. 주인공이 가르치는 열등반 아이들은 이세계 전생물처럼 생각의 전환을 통해 수련을 하고 그들만의 능력을 키워가며 자신들을 얕보는 무리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이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인데요. 사실 이런 설정은 한 물 간 줄 알았습니다만, 그래서 변마금이 먼저인지 이 작품이 먼저인지 헷갈렸군요(물론 변마금이 먼저). 사실 이것을 제외한다면 의존증 앨빈과 강박증 텐코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는 흥미요소로 다가옵니다. 나라는 위기에 빠졌는데 귀족들은 자기들 이익만 챙기고 내 편은 아무도 없는 절망(앨빈 편), 앨빈을 지켜주고 싶은데 힘이 부족해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망(텐코 편), 그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은 진짜 좋았습니다.

리뷰를 이대로 끝내기엔 뭔가 허전하기에 좀 더 언급해 볼까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만큼 불쌍한 캐릭터도 없다는 느낌입니다. 싸움밖에 없는 인생을 살다가 겨우 영면에 들었는데 1천 년 후에 무슨 프랑켄슈타인처럼 번개 맞고 깨어나 보니 이전에 섬겼던 왕의 후손(앨빈)이 말하길 '제발 좀 싸워줘요!' 전설의 시대에 충분히 싸웠고 이제 좀 쉬게 해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배려의 마음보다 등을 떠미는 후손이라니, 거기다 속된 말로 자기(앨빈)는 성장할 생각은 없고 '나의 기사님'이라는 핑크빛 머리로 주인공을 이용할 생각만 잔뜩. 그러고 보면 이 작품에서 배려도 찾을 수가 없군요. 후반에 주인공이 희생이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앨빈'은 겨우 정신 차리긴 합니다만. 신작에 있어서 1권이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큽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가 처음 보는 존재를 엄마로 인식하듯 1권은 향후 그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 중인 필자로서는 이 작품의 1권이 가지는 이미지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군요. 개성 강한 히로인들은 둘째 치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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