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11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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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는 약에 미처사는 궁녀가 제멋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중에 독약을 보면 환장을 해서 기어이 자기 몸으로 약효를 실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누가 보면 자/살 지망생인 줄 알 정도로 손목을 그어서 약을 처발처발 해대는 괴짜에 그런 이력 때문에 기미 상궁까지 치고 올라가는, 궁녀로서는 파격적인 신분 상승을 이뤄냈었죠. 누구냐면 바로 이 작품의 히로인인 '마오마오'가 되겠습니다. 약재를 찾아 산으로 갔다가 납치되어 궁(宮)에 팔려가 궁녀로 2년 의무복무를 하면서 도망갈 궁리보다 그 안에서도 온통 약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그녀의 괴짜력은 참으로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작중에서 그녀의 핏줄(가족, 친족)들은 하나같이 괴짜 투성이었고, 그 핏줄을 이어받은 그녀 또한 괴짜라는 점은 그녀가 자신의 핏줄을 저주하고 거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핏줄에 이끌리게 되는 운명은 약에 미처사는 그녀의 성격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최대 흥미 포인트죠.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1~8권 사이의 일 중, 1권부터 황후 '교쿠요'(1권 당시엔 상급 비)가 등장할 때부터 이미 황후의 고향 '서도'에 대한 복선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오마오는 1권부터 엮이게 되었고요. 황후 '교쿠요'는 간간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밝다는 이미지는 아니었죠. 이것이 하나의 복선이었고, 지나가는 투로 언급된 황해(메뚜기 재난)도 복선 중 하나였고, 간간이 십수 년 전 멸족 당한 이 일족이 언급된 것도, 시 일족에 의해 '마오마오'가 납치되어 '진시'가 탈환하러 간 것도 11권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걸 11권을 읽고 나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9권이었나 황해 대책 및 시찰을 위해 또다시 '서도'로 향하게 된 '진시'와 그의 수행원으로 '마오마오'도 동행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그동안의 복선들과 사건들이 해결되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남는 건 무얼까. 복선과 사건의 당사자들(진시, 마오마오)이 모든 복선의 시발점인 '서도'에 도착한다는 의미를 이번 11권에서 풀어냅니다.

사실 좀 더 스포일러 하면서 언급하고 싶지만 이러면 이 작품의 읽는 재미가 퇴색되는지라 사실 이 작품은 리뷰 쓰는데 좀 어려운 축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좀 언급해 보자면, 이번에 진시는 최대의 천적을 만나서 창피를 당한다는 것인데요. 독사 같은 언변과 천녀 같은 얼굴로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는 게 특기인 진시가 언변으로 도저히 못 당하는 천적을 만나 질질 끌려가는 게 흥미 포인트죠. 자기혐오에 빠져 기둥에 머리 들이박고, 마오마오는 남의 일처럼 빤히 처다만 볼 뿐 도와줄 생각은 없어요. 그러던 차에 황후의 고향에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쳐들어오긴 했는데 하필 황해가 대량으로 생기는 바람에 식량은 바닥나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설상가상으로 재난(황해)은 다 진시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황족(진시)을 물로 보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진시와 마오마오는 생명의 위기까지 빠져들죠. 그 중심엔 서도의 영주 대리이자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가 있었습니다.

황후가 이름만 들어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교쿠오'는 사실 모든 복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오마오가 고생한 것도, 진시가 후궁 관리를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다 '교쿠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요컨대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교쿠오'는 뛰어난 언변과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황족도 이용하길 마다하지 않는 야심가로서 뒤가 없는 성격이죠. 순식간에 진시를 구워삶아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그 난적이자 위에서 언급한 천적을 맞아 진시는 황해로 고통받는 백성을 보살펴야 하고, 그가 저지르려는 '어떤 일'을 막아야 하는 등 일생 최대 고비를 맞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옛날 서도에서 일어났던 이 일족의 멸족과 여러 부족의 멸망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비로소 명확한 악당이라는 주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악당은 다름 아닌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였으니, 이런 느낌으로 11권은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이제 10권 리뷰에서 언급했던 일들이 회수되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외엔 관심 없고, 마음에 없는 사람이 앞에 알짱거리면 독설을 날리고, 그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꼴좋다며 통쾌해 하는 마오마오는 여전했습니다. 그나마 독을 먹이지 않는 것에서 많이 온순해졌다 할 수 있군요. 진시와의 관계는 많이 호전되어서 고양이로 치면 이제 목덜미를 간지러도 가만히 있는 길고양이쯤이 되었습니다(마오마오를 한자로 풀어내면 고양이라는 뜻). 그러나 황후의 첫째 오라버니 '교쿠오'라는 최대 난적을 맞아 진시는 사면초가에 빠지고, 마오마오는 부족한 약재로 약을 만들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죠. 자다가 죽을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여전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다닙니다. 친아빠까지 쫓아오면서 마오마오의 위장에 구멍을 내지만, 사실 마오마오 친아빠가 있어서 진시가 큰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친아빠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낌), 마오마오는 이도 저도 못하는 차지가 되죠. 참고로 마오마오 친아빠는 황제도 어쩌지 못하는 군사(軍師)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희대의 괴짜, 마오마오는 과거의 일(엄마와 자신을 버린 일)도 있고 해서 극혐중.

그리고 모든 일이 해결되었을 때, 이제야 이 작품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황제가 왜 진시를 자유롭게 놔두는지 등을 떠밀어 주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핵심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결국 진시는 다음 황위 서열 1위라는 점에서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지금의 황제와는 사이가 돈독하니 진시가 쿠데타를 일으키지는 않을 테고(그전에 마오마오가 싫어할 테니) 그렇담 남은 땅덩어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지금 진시는 어디에 있는가, 악당은 누구인가를 알게 되면, 악당은 권선징악 당해야 옳고 그럼 악당이 없어지만 누가 통치하게 될까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죠. 물론 필자의 뇌피셜이지만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 말은 마오마오는 수도(원래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머나먼 이국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할 처지가 되었다는 뜻이고, 이러니저러니 해고 결국 진시와 맺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부제목은 11권을 읽고 나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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