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14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14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L노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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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14권은 쉬어가는 이야기 같습니다. 주인공인 아저씨 분량은 전체의 1/3도 안 되고 대부분 주변 인물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군요. 아저씨가 이세계로 온 후 만나고 인연을 맺은 귀족 자제들의 연애 이야기라든지, 한창 젊은이들의 관심사하면 이성이죠. 누가 누굴 좋아하네, 집안 사정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약혼을 해야 한다든지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먹히느냐인데, 적어도 필자는 그런 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필자 같은 사람을 위해 개그로 승화 시키려 했나 봅니다만, 코드가 맞지 않습니다(뭐 어쩌라는 건지). 이 작품에서 내놓은 개그는 주로 일본식 만담 개그이고, 필자의 경우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굳이 필자 심정을 표현 하라면, 풋풋함보다는 사나이들 질 낮은 주먹다짐 같은? 실제로 할아비들은 젊은이들 모임에서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으니까. 사실 애초에 이 작품은 판타지를 끼얹은 일본식 예능 프로그램 같은 거라 면역이 없는 독자가 본다면 좀 당황스럽죠. 사회에 문제가 되는 책임 없는 쾌락도 존재하고, 걸리지만 않으면 도둑질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어가 있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얘기만 있으면 당장 불쏘시개로 던져질 거 같은지, 본 내용을 찔끔찔끔 식 넣어 놓기도 했습니다. 사이비 종교 국가에서 원시 총을 개발하여 전장에 투입 임박이라는, 이세계물에서 빠질 수 없는 신문물 전파도 들어가 있죠. 당연히 소동이 일어나고 혁명이 되고, 누구나 스나이퍼가 되어 주로 위정자들 목숨이 위태로워졌네 어쩌네. 근데 이 사이비 종교는 아저씨가 자근자근 밟아 주었는데도 잡초처럼 참 끈질기게도 살아 있군요. 지구에서 용사들을 마구 소환해서 별의 기력을 박살 내는 바람에 종말을 향해 갈려가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아저씨에게 개박살나고, 뒤처리된 용사들이 원념이 되어 똘똘 뭉쳐서 교회들을 박살 내고, 영문모를 일들이 벌어지지만 아저씨는 강 건너 불구경, 그 불난 곳이 아저씨 집이어야 했는데. 이 아저씨도 신문물을 마구 개발 해대는 주제에 전파할 생각 없다며 사람들 약 올리고. 기생충 누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도시 하나가 궤멸되어도 나 몰라라. 작가는 뭔 억하심정인지 누나를 리타이어 시킬 듯 말 듯 기승전결 마렵지? 안 하지롱(이게 이 작품에서의 개그 코드) 같은 만담식 개그성 집필을 해가는 통에 보는 이는 어이 상실.



그러다 문득, 젊은이들의 연애는 꾸준히 내놓으면서 아저씨 연애는 왜 하다 마냐는 겁니다. 누나 때문에 여자 혐오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한데, 40 넘은 아저씨는 연애하면 안 되나? 제일 처음에 크리스티나? 아니 세레스티나인가, 히로인 이름을 거의 비슷하게 지어 나서 막 헷갈리는데, 게다가 히로인들 일러스트는 바키(검색 요망) 어머니삘이고. 아무튼 세레스티나와 이어주려다 40 넘은 아저씨와 16살 여자애는 너무 했나? 싶었겠죠. 로리콘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근데 로리콘을 당당히 표현하면서 왜 아저씨는 안 될까? 어딘가 망가진 히로인들만 나오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니 교회의 루..루셰리스인가는 빼고, 하여튼 이세계 히로인들이나, 지구에서 폭사하고 날아온 히로인들이나, 맛이 가버린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상식인으로서, 사실 맛이 가버린 건 아저씨도 매한가지라서 이어주기엔 힘들었겠죠. 그래서 제자가 되어 엑스트라로 전락해버린 게 안타까운. 이후 교회의 루셰리스(이름 맞나 모르겠네)와 이어주려고 호감도 작업을 했으면 밀어 주던가, 요즘은 그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맺어지면 완결 시켜야 하는 강박증이라도 있나?



맺으며: e북 중독에 걸려서 하차한 작품도 다시 보는 폐해랄까요. 본 작품의 경우 12권에서 하차했는데, 한 달 구매 금액 맞춘다고 구매했다가 고문 당하고 있습니다. 발매사인 L노벨은 우리나라 라이트 노벨 출판계에서 메이저 회사니까 이런 작품 발매도 가능하겠죠. 자금 여유를 떠나서 리스크 관리도 그만큼 잘 하실 테고, 다른 출판사였으면 진작에 절판 시켰을... 필자도 뭐 대충 읽고 내버려두면 되겠지만 인터넷 서점에 리뷰 올리고 받는 포인트 700점은 꽤 크거든요? 뭔가 목적을 위해 수단이 잘못된 느낌인데, 보고 있으면 오글 거리고, 내가 다 창피하고, 이런 낮은 수준의 개그를 용케도 쓴다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용기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작품이죠. 본 내용인 사신과 4신의 이야기는 질질 끌며 하다 말다 하다 말다, 귀여운 호러 정령들 이야기는 재미있었는데 왜 계속해 주지 않는 걸까, 엑스트라 출연진들 연애는 만담 개그 열혈물로 변질되어도 심혈을 기울여 하면서 아저씨 연애는 도외시되고, 가만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면 손에 가시가 돋는지 독자(적어도 필자)들을 티벳 여우 일자 눈섭(티벳 여우로 검색하면 이미지 바로 나옴)으로 만들어 버리는 제주가 남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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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최약 테이머는 폐지 줍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01 최약 테이머는 폐지 줍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1
후키노 토우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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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둔 만화(코믹)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만화(e북)가 먼저 소개되었고, 2월에 원작인 라이트 노벨이 발매될 예정이라는군요. 작년 1월에 애니화 되기도 하였죠. 주 내용은 스킬 지상주의 세계에서 최약의 스킬을 받아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쫓겨난 소녀(이하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최약의 스킬이라도 별의 갯수에 따라 대우받기도 하나, 여주는 '별 없음'이라는, 그러니까 현실에 빗대보면 음식 리뷰에서 별 하나 짜리도 받지 못한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신세라는 것이죠. 게다가 원래 스킬 두 개를 발현되는데 여주는 테이머 하나로 끝이었습니다. 그동안 다정했던 부모는 눈 돌아가서 여주를 방임하기 시작했고, 밥을 주지 않게 되었고, 급기야 아버지는 여주를 마구 두들겨 패고 집에서 좇아내버립니다. 이것으로도 성에 안 찼는지 여주를 죽이려 들기까지 하죠. 마을 사람들은 신(神)에게서 버림받은 존재네 어쩌네, 이제 5살 된 여자애에게 못할 말을 쏟아냅니다. 당연히 더 이상 여기엔 있지 못하게 되죠.



작품 자체가 상당히 암울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쫓겨난 여주는 산에서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근근이 연명하고, 쓰레기장을 뒤져 필요한 생필품을 얻습니다. 5살 여자애가 살아갈만한 환경이 아님에도 그나마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여주에겐 전생의 기억이 있기 때문인데, 완전치는 않고 애매한 기억을 가진 다른 인격? 약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과 자상한 마을 점술가로부터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점술가는 여주를 도왔다는 이유로 병을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게 되는 비운을 겪기도 합니다. 여주는 부모에게서 받은 이름을 버리고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정한 뒤 마을을 떠나 홀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쥐를 잡아 팔고, 쓰레기장을 뒤져 생필품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울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다른 마을에서는 여주를 아무렇지 않게 대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주의 정체를 모르기에 가능한 것이어서 여주는 한곳에 머물지 않게 되죠. 그리고 여행의 동반자 슬라임 '소라'를 만납니다.



바람 불면 날려가고, 너무나 연약해 태어나고 다음날이면 소멸하는 덧없는 생을 살아가는 슬라임. 별 없음으로 마력이 거의 없어 테이머지만 테이머를 못하는 여주가 쥐어짜낸 마력으로 어떻게 테이밍에 성공하는 장면은 서글픔과 동시에 가능성이라는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소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포션을 줘봤더니 잘 받아먹습니다. 포션은 쓰레기장에서 주운 것이죠. 소라는 의외로 대식가입니다. 매일 쓰레기장을 뒤져 먹이인 폐포션을 줍는 것도 일과가 되었습니다. 귀찮을 만도 하지만 친구가 생겼고, 대화 상대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여주에게는 크나큰 기쁨이죠. 1권에서는 태어난 마을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고 여러 마을을 들리며 잡은 쥐 고기를 팔아 돈을 버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암울한 상황을 기본 바탕으로 깔려 있지만 정체만 탈로나지 않는다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5살에 인생 나락으로 떨어지고, 흐물흐물 슬라임 소라와의 만남으로 여행길이 즐거워진 어느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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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칸방의 침략자!? 26 단칸방의 침략자! 28
타케하야 지음, 원성민 옮김, 뽀코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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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래서 이 작품 안 볼려 했던 건데. 오글거려서 볼 수가 없어요. 아무튼 프로트제 쿠데타 진압 작전도 막바지입니다. 주인공 일행은 한때 궁지에 몰리기도 했으나 사랑과 정의라는 미명 아래 야금야금 활약한 끝에 주도권을 되찾아 왔습니다. 여기에는 황제 대리로 나섰던 히로인의 역할도 컸고. 웃긴 게 쿠데타 주모자가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대리가 역으로 칼을 들이밀었다는 것이군요. 거기에 더해 사실 2천 년 전 영웅(외전 7.5권, 8.5권 참조)인 주인공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모자는 운이 다한 것이죠. 그때(2천 년 전) 그 황녀가 그때부터 주인공에 대한 각종 특례에다 종교로 승화 시켜 놓았고, 그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은 상황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발을 올린 순간, 이것이야말로 모든 청소년들이 바라는, 영웅의 귀환이라는 꿈이 실현되는 그런 열기가 있었죠. 물론 필자는 오글거려서 빨리 넘겨 버렸지만요. 원래는 이런 영웅 대접을 받기 싫어하는 주인공이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 2천 년 전 영웅이 공식적으로 살아 있다는 게 밝혀짐으로써 그에게는 특례로 쌓인 막대한 재산과 원한다면 황제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는 권한까진 아니어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그런 욕심이 있었으면 애초에 히로인들이 들러붙진 않았겠죠.



근데 이대로 끝내긴 아쉬웠는지 범인(주모자)이 발악을 한다는 클리셰가 등장하는군요. 곱게 안 죽는다 이거죠. 처음엔 금방 잡힐 거 같았던 주모자는 황제(히로인 엄마)와 황녀(황제 대리)를 납치해서 협박하기 시작하는데,이야~ 흥미를 끌겠다는 작가의 사명감이 너무 앞섰는지 그래도 은하(약간 과장)를 관장한다는 제국의 황제 경호가 이리도 무 쓸모라니 같은 일이 벌어지죠. 잡혀간 히로인(유부녀지만)을 구출하는 건 용사의 사명. 마침 주모자가 타고 도망간 건 사악한 용 모습의 티라노. 배경은 스케일 크게도 우주. 용사는 만인의 추앙을 받는 주인공, 파티원들은 9명의 히로인들과 엑스트라 황녀들. 청소년들이 바라는 꿈과 희망이라는 소재가 한가득입니다. 비하 아니고요. 필자가 한 10년만 젊었으면 가슴 웅장해지는 그런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금방 죽을 거 같았던 주모자도 마왕이 되어 없던 힘이 생깁니다. 호랑이 기운? 주인공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웅이고, 주모자는 남자로 태어났으면 무우라도 썰어보고 싶은 영웅 갈망 같은 뭐 그런 마음이 있었나 본데, 그래서 영웅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에게 질투를 느꼈고, 힘이여 솟아라 했더니 진짜로 힘이 솟아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전개가 참 희한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주인공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맺으며: 옛날 한 10권쯤 읽었을 때 이 작품의 끝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포르트제에서 황제로 등극하고, 메인 히로인인 '티아'를 본처로 해서 '클란'을 두 번째로 두고 나머지를 제3부인, 제4부인 이렇게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군요. 하지만 마왕을 무찌른 용사를 두러워 하는 사람들에 의해 용사도 마왕으로 몰리는 상황은 판타지물에서 간혹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가능성은 높아도 실현 가능성은?라고 접근하면 회의적이긴 하죠. 이번 사태에 모든 사람이 한마음 한뜻이 아니라는 모습도 보여 주었고. 그래서 주인공이 도주를 선택한 점에서 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튼 포르트제 편은 이걸로 끝이 나고 지구로 돌아가 다시 일상생활이 이어진다고는 하는데, 이 작품에서 일상생활은 솔직히 무료하고 오글거림의 대명사인지라. 거기에 9명이나 되는 히로인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작품에서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한 서로 배려하고 아끼고 하는 건 좋으나 그로 인해 지리멸렬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겠습니다. 판치라를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이만큼이나 되는 히로인을 모아 놓고도 긴장감이 없는 게 아쉽죠. 아무튼 우주를 오가는 과학과 사랑과 정의의 마법 소녀(악의 마법소녀들도 있음)라는 특이한 조합을 메인으로 해서 이번엔 주인공을 돕기 위해 엑스트라 황녀들이 몰고 나온 전함의 웅장함(일러스트는 없지만), 2천 년 전 황녀의 유령(환생체지만 존재가 유령과 비슷)까지. 이번 26권은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총평을 하자면, 이거저거 섞음으로써 자칫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이야기를 절묘하게 잘 섞는 작가의 능력은 좋으나 결국 사랑의 이름으로로 귀결 시키다 보니 손발 간수를 잘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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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령환상기 01 정령환상기 1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 S노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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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진에서 발매될 때부터 보려고 했던 작품입니다만, 하도 사람들이 발암 환상기라고 해서, 발암을 싫어하는 필자는 멀리했던 작품이군요. 아닌 게 아니라 진짜 환상적인 발암의 연속을 보여줍니다. 근데 희한하게 눈살이 찌푸려진다거나 거부감이 드는 발암이 아닌 대놓고 발암짓을 해대니까 오히려 시원한 느낌? 주인공이 슬럼가에서 누명을 쓰고 왕궁으로 소환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이유 없이 볼따구니를 연속으로 맞아야 하는 부조리, 납치된 왕녀 찾아 줬는데, 왜 납치범으로 오해해서 두들겨 팰까? 주인공이 슬럼가에서 사는 천민이라서? 신용이 없기 때문에? 주인공 나이 고작 7살, 밥도 못 빌어먹어서 체격은 더 작을 터. 이런 애가 삼엄한 경비를 뚫고 왕녀를 납치했을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냥 돈 몇 푼 지어주고 보내면 될 걸 굳이 왕궁으로 소환하는 바람에 납치범과 한패가 아니냐고 모진 고문 당하고. 하루아침에 부조리를 몇 개나 겪게 한 히로인은 사과도 없어. 어찌어찌 누명이 풀리지도 않은 애매한 상황에서 이번엔 왕이 딸을 구해준 보답을 해준다네? 야이~ 이병에게 갑자기 별 4개랑 독대하라면 할 수 있나? 여전히 다짜고짜 볼따구니 때린 히로인이나, 왕궁으로 소환한 히로인이나 미안해하는 구석은 전혀 없고, 주인공이 구해준 히로인은 멀뚱멀뚱? 여기는 지옥?



이 작품은 정령 환상기 보다 발암 환상기로 한차례 유행한 적이 있어서 아는 분들이 제법 있을 거라 생각하는군요. 주인공은 트럭과 버스 사고에 휘말려 이세계에 전생하게 되었죠. 동방에서 왔다는 부모에게 태어나 아빠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엄마는 엄마를 노리는 무뢰배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런 역사를 가진 아이가 죽을 위기에서 주인공의 인격이 각성한 방식의 이세계물입니다. 주인공(각성하기 전의)은 엄마를 죽인 무뢰배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나 주인공으로 각성하게 되는 동시에 마침 왕녀 유괴 사건에 휘말려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죠. 까지는 좋은데 행운 스탯치가 마이너스 수만은 되는지 온갖 고초를 겪게 됩니다. 납치된 왕녀를 찾아온 4인방 히로인 중 하나에게 볼따구니 두들겨 맞고, 어느 히로인은 왕궁으로 소환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게 하고, 왕은 딸을 구해준 보답이랍시고 마법 학원에 집어넣어 버리죠. 왕족만 다닌다는 학원에 평민 이하 천민을 집어넣는다는 의미. 이 멍멍이 같은 시추에이션은 무엇? 당연히 귀족 학생들은 달가울 리 없는 경지를 넘어 주인공을 아주 짓밟아 버리죠. 볼따구니 때린 히로인은 강 건너 불구경, 왕궁으로 소환한 히로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구해준 왕녀는 언니(볼따구니 때린女)가 말 섞지 말라고 했다고 4년이나 방관.



그나마 4인방 중 상식인은 있었습니다. 학원 강사이기도 한 약관 12세 히로인. 얘도 뭔가 한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학원에 입학한 주인공을 케어해주고 말동무해주며 주인공이 정신 붙잡는데 일조하게 되죠. 그리고 홀딱 반하는 건 덤. 주인공 때 빼고 광내니까 미남이네요. 역시 남자는 얼굴. 자상한 마음씨는 덤. 5년 동안 이 강사 히로인 덕분에 정신 붙잡으며 학원을 다닙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주인공을 얕잡아보고 괄시하고 욕하는 아이들. 사실 주인공이 왕의 명령으로 내려온 낙하산이긴 한데, 왕명으로 온 애를 이렇게 밟아도 되나? 싶지만 왕이나 히로인들이나 뒷일 감당은 주인공에게 다 떠넘겨 버리고 나 몰라라. 5년 동안 주인공을 왕궁으로 소환한 女는 끝끝내 코빼기를 보이지 않네. 나와서 사과하라고. 나, 마왕 될 자신 있답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일상 속에서도 저런 놈들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주인공이 대인배. 엄마 죽인 놈을 찾아 복수를 해야 하는데, 언제 할 거지? 학원 다니며 힘 좀 키운 거 같던데. 하지만 이 생활도 곧 끝이군요. 애들에게 뭘 시키는 거냐는 생각을 들게 하는 군대식 천리행군(약간 각색)에서 드디어 아이들이 일을 터트려 버립니다. 아무리 온화한 주인공이라도 질색팔색할 일을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말 못 하지만 이 나라에 미련은 없습니다.



맺으며: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렇게 시원시원한 발암은 오히려 흥미를 마구 유발하는군요. 왜 더 일찍 접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 발암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이 좋습니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솜씨가 좋더군요. 엄마의 부조리한 죽음, 슬럼가에서 이용만 당하는 삶, 우연찮게 왕녀를 구출하였으나 선입견에 사로잡힌 히로인들에 의한 구타, 왕궁에서의 모진 고문, 지옥 같은 학원에서의 생활, 그럼에도 보답받지 못하는 인생. 4년이나 방관한 왕녀가 마지막에 너 님(주인공) 좋아해요라는 시추에이션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사실 슬럼가 소년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집(기숙사)과 굶어 죽을 일 없는 급식만으로도 보답받았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죠. 그런 걸 다 흘려버리는 대인배 기질을 가졌긴 한데, 돌려 말하면 되받아처주지 않으니까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술술 읽힐 정도의 필력. 사실 이 작품은 귀족과 왕족이라는 악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고 주인공은 그 악의를 받아도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한 소시민의 입장이라는 현실적인 측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당해도 언젠가 대갚음해 줄 거라는 밑 작업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있었군요. 시작부터 먼치킨은 아니지만 점점 성장한다는 설정도 있고. 주인공을 알아주는 히로인들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암울한 미래만 기다리는 건 아닌 느낌도 있습니다. 리뷰에선 미처 언급 못한 소꿉친구에 대한 복선이 언제 풀릴지 궁금하고, 그 외 복선에 몇 개 있어 보이던데 무리 없이 진행하는 솜씨가 괜찮은 1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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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막달라에서 잠들라 2 - Extreme Novel 막달라에서 잠들라 2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나베시마 데츠히로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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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에서 호로는 늑대의 화신으로서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아 가소롭다는 듯이 세상을 바라봤다면 이 작품의 고양이의 화신 페네시스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순백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죠. 뭐 고양이 화신이라고 해도 늑향의 호로처럼 정령의 일종은 아니고, 흔히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수인의 한 종족에 불과합니다. 특징은 흔하디흔하게 나오는 것이 아닌 매우 희귀한 종족으로서 종교적 입장에서는 늑향과 마찬가지로 이단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군요. 공통점은 외로움을 억수로 타는 호로처럼 페네시스 또한 자신이 있을 곳을 위해서 의존성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고요. 오죽하면 자신의 일족을 몰살시킨 기사단에 의탁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니까요. 주인공 공방에 파견되어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주인공에게 매번 놀림을 당하고, 뒤늦게 놀림당했다는 걸 알아도 되받아치지 못해 인간 불신에 빠져가는 모습들이 흥미롭죠.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신앙을 위해선 사람 해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연금술사와 상극인 성가대에서 감시를 목적으로 파견된 페네시스가 달가울 리 없었긴 합니다만, 주인공이 그녀를 놀리는 것은 매사 수동적인 데다 세상 경험이 너무 없어서 이러다 사기당해서 팔려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가 백치미다 보니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던 것이죠. 당연하게 돌아오는 건 마이너스 호감도. 하지만 있을 곳이 절실했던 페네시스는 싫어도 같이 동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1권에서 공방 전임자의 사망 사건을 파헤친 끝에 범인을 붙잡으며 기사단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과 동시에 기사회생 시킨 주인공은 그 보답으로 페네세스를 받아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왜 기사단 얘기가 나오고 페네시스를 받아오는 얘기가 되느냐는 설명이 길어지니 패스하고요. 2권 전반부에서는 페네시스가 악의 소굴에서 주인공 공방으로 이전되고 다시 있을 곳을 위해 주인공이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해나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연금술사이고, 사실 말이 연금술사이지 주인공이 하는 일은 주로 철광석을 가져와 철로 제련하고 어떻게 하면 고순도의 철을 만들 수 있나를 연구하는 것으로 페네시스는 그의 조수가 되어 철을 제련하는 일을 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전히 짓궂은 말을 내뱉고 페네시스는 토라지는 일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될 것은 흔히 청춘 러브 코미디처럼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페네시스에게 사회 경험을 시켜주는, 웃음기 없는 교육 같은 장면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새 주인공 마음 한켠에 그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남녀가 한자리에 있으면 서로 의식 안 할 수가 없다는 클리셰도 동반하고 있긴 합니다. 이게 어느새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녀는 남에게는 못 준다까지 성장시키긴 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있죠. 그보다는 시급히 해결해야 될게 수동적인 그녀를 능동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따끔한 말과 자상한 말로 그녀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단과의 전쟁이 북쪽으로 확장되고 동시에 최전선도 북상하면서 지금의 도시는 최전선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연금술은 그의 아이덴티티이자 목숨. 연구야말로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기에 최전선을 따라 자기도 북상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되죠. 따라가면 되지 않나? 이단과 싸우는 기사단에서 안 끼워주니까 문제죠. 너 님 아니어도 많은 게 연금술사이기에 경쟁도 치열하고요. 그렇담 남은 건? 뇌물이죠. 이 시대는 그래도 돼요. 근데 뭘 바치지? 2권 전반부에서는 페네시스가 주인공 공방에 기거하게 되면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법을 그리고, 후반부는 북쪽으로 가기 위해 인간의 길을 벗어나는 주인공을 그립니다. 연금술을 위해선 그게 성인(聖人)의 뼈일지라도 용광로에 던지는 걸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 주인공이기에, 뭐 교회에 발각되면 당연히 이단으로 목이 매달릴 일이죠. 1권에서 실제 목이 매달릴 뻔하였으나 교회와 대립하는 기사단 소속이라 겨우 목숨을 건졌고, 그런 일이 있음에도 수단을 찾는 것에서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입니다. 아무튼 기사단이 흘깃할만한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마침 좋은 무기가 떠오르게 되죠. 하지만 제조법이 실전(失傳) 되어 이제 이 도시에서 그 제조법을 아는 사람은 단둘. 주인공 눈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죠. 그리고 누가 늑향 작가 아니랄까 봐, 부부 사기단이 등장하는데...



맺으며: 이용당하는 삶이라도 있을 곳을 위해선 밤에 남자들만 있는 공방에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페네시스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인간의 존엄과 삶의 목적을 깨닫게 해주는 자상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인간 이하의 짓을 해대는 주인공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작가가 그걸 해냅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여자를 발가벗겨 용병 집단에 던지겠다고 협박하는 주인공은 이 작품이 처음이지 싶군요. 뭐, 명분을 만들어 여자를 강x 하거나, 뭣대로 이유를 붙여 죽이는 주인공을 둔 작품들 보다야 순한 맛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사실 주인공이나 페네시스나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하죠. 주인공은 연금술을 위해 악마에게도 영혼을 팔 기세고, 페네시스는 있을 곳을 위해 몸이 더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물론 진짜 그런 일하는 건 아니고 그만큼 각오가 서려 있다는 의미. 근데 하필 만난 게 주인공이고, 언제나 짓궂은 주인공에 의해 매운맛으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가게 되죠. 이제는 그의 조수가 되어 용광로 앞에서 땀 뻘뻘 흘리며 철 제련에 힘쓰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심하진 않지만 대인 기피증에 타인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아직도 안 고쳐짐), 어떻게 이때까지 생존할 수 있었는지 주인공도 의아해할 정도. 그런 그녀가 주인공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완성해가는 게 흥미롭긴 한데, 문제는 주인공도 정상인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온기를 원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인공에게 기대는 그녀. 그 이면에는 일족이 몰살되어 혼자가 되었다는 과거가 있다는 것. 좀 많이 칙칙한, 잿빛 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3권부터는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된 페네시스를 그리지 싶긴 한데,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더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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