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외톨이 흡혈 공주의 고뇌 01 - S Novel+ 외톨이 흡혈 공주의 고뇌 1
코바야시 코테이 지음, 리이츄 그림, 고나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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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억 년에 한 번 태어나는 미소녀라니 처음엔 이놈의 외모지상주의인가 했습니다만, 그건 단순히 여주의 자뻑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테니까요. 무슨 말이냐면 이 작품의 여주는 절찬리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방구석 폐인이거든요. 3년 전 등교 거부를 하고 자기 방에 처박혀 지나고 보니 이블 킥으로 연결되는 자기애 소설을 쓰고 있더란 말이죠. 이는 후에 두고두고 협박에 이용당하는 처지가 되는 불쌍한 소식이기도 합니다만. 여주가 왜 3년이나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을까. 이걸 밝게 이야기할 게 아닌데, 이게 떡밥이었을 줄이야. 본 작품은 마법이 왔다 갔다 하는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흔한 이세계물이나 전생물은 아닙니다. 여주는 왕국인지 제국인지 하여튼 나라 중추를 담당하는 귀족의 영애로 태어났고, 종족은 흡혈귀. 가족 모두, 나라 전체가 흡혈귀의 나라죠. 왜 흡혈귀인지는 단순히 힘이 강하다는 기준으로서의 선택이 아닌, 여주의 힘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주에 대한 개연성 준비를 먼저 해둠으로써 후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원성을 미리 차단하고, 이야기 측면에서는 처음부터 떡밥을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주는 흡혈귀이면서 피를 못 마십니다. 흡혈귀는 피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특성상 피를 못 마시는 그녀는 로리 체형이 되었죠. 이게 그녀의 고뇌일까?



시작은 전장에서 여주가 대장군이 되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장면부터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인 그녀가 어째서 군을 통솔하고 있는가. 이거 또 일본 우익에 해당하는 제국주의의 산물인가 싶었습니다만, 아니었고, 여주의 입장에서 보면 반전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녀는 지금의 대장군이라는 직함을 극혐중이거든요.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은 며칠 전으로 돌아갑니다. 운둔형 외톨이인 딸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황제에게 간언하여 계약을 맺었습니다. 3달에 한 번 전쟁하지 않으면 폭사하게끔요. 그것도 딸이 자고 있는데 몰래. 아버지 딴에는 밖으로 나가 생활 좀 하라고 한 게 군의 통솔이었단 말씀. 문제는 피를 못 마시는 여주는 체형만 로리인 게 아니라 능력도 없어요. 순간 무능력 먼치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녀는 진짜로 능력이 없습니다. 문제는 실력주의인 제국에서 능력이 없다는 건 곧 쓰레기라는 뜻이고, 일개 병졸이 아닌 군을 통솔하는 대장군이 능력이 없다? 들통나면 소각처리(하극상) 되는 세상에서 여주는 자신에게 능력이 없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허세를 잔뜩 부려야 되는 처지에 놓이죠. 이제 그녀가 군복을 벗고 원래의 운둔형 외톨이로 돌아가려면 3개월에 한번 전쟁에서 계속 이기거나 하극상 당해 하직하거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거나.



그렇게 살얼음판 같은 생활을 이어가는 딱딱한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게 본 작품의 성향은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이고, 라이트 노벨이 진지해지는 건 늑향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본 작품은 개그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전임자를 무능하다는 이유로 하극상 치른 부하들의 살기등등한 건 처음뿐이고 여주를 보자마자 아이돌 취급하며 연호하는 아저씨들(부하들). 섹드립은 덤. 대장군에 취임하면서 서포트하게 된 시종은 여주의 엉덩이와 가슴을 틈만 나면 문질러 대는 변태고, 황제도 로리 할망으로 시종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여주에게 성희롱을 해대죠. 약간 흥미로운 건 판치라 같이 그저 벗겨 먹는 저급한 느낌이 들지 않는, 자칫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보다 밝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야 여주는 3년 전 등교 거부하며 운둔형 외톨이가 되었고, 요즘같이 학폭이 이슈인 세상에서 등교 거부는 간과할 수 없는 사회의 문제 중 하나니까요. 그걸 희석 시키듯이 성희롱이 등장하고, 저렴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개그성 발언도 적적히 섞음으로써 분위기를 띄우는 게 예사롭지 않습니다. 여주도 반발하며 씩씩 거리는 것도 재미있죠. 사실 이 모든 건 저렴하다는 느낌 보다 운둔형 외톨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응원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주가 왜 운둔형 외톨이가 되었나. 전반부는 능력 없는 여주가 세상 밖으로 나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비추었다면, 후반은 등교 거부하게 된 원인을 다룹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나보다 잘나 보이면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비단 학폭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그런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학폭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여주는 학폭을 당하고 있는 어떤 여자애를 구해주면서 학폭 대상이 되고 맙니다. 여주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능력이 없죠. 문제는 여주가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게 또 가해자의 성미를 건드렸고. 여기서 흥미로운 건 가해자가 왜 가해자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가정 사정 등을 정말 디테일 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살짝 가해자도 주변의 기대에 맛이 가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피해자라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사람이 태어나 성장할 때 성격과 인격은 주변의 영향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는 걸 잘 표현하고 있죠. 그에 따라 자신은 피해자라 여기게 된 가해자의 폭주는 나라에 위협으로도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지금, 대장군이 된 여주 앞에 과거의 망령(가해자)이 찾아옵니다. 진뜩진뜩한 타액처럼 엉겨 붙는 가해자를 마주한 여주는 뱀 앞에 개구리 신세가 되고, 여주가 왜 피를 마시지 않는지 대한 이유가 밝혀집니다.



맺으며: 처음엔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처럼 무능력 주인공이 주변의 착각으로 영웅이 되어가는 이야기인가 했습니다만, 그야 능력 없는 여주가 능력이 있다고 부하들이 착각하기 시작하거든요. 여주는 쫄아서 허세를 잔뜩 부려 사태를 키우고. 근데 초반에 언급했듯이 종족을 왜 흡혈귀로 했는지에 대한 떡밥이 회수되면서 비탄의 망령 같은 작품과는 적절히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군요. 사실 이건 후반에 가서야 드러나는 이야기이고, 무능력이 들통나는 게 무섭지만 인연을 맺은 사람을 소중히, 우락부락한 부하들을 처음 봤을 땐 그 모습에 쫄았지만 속은 순수한 아저씨 같은 그들을 미워할 수 없는 동료애 같은 걸 보여주기 시작하죠. 변태 시종도 우직하게 여주를 보살펴 주니 정이 들기 시작하고요. 이런 일련의 과정이 후반 학폭 가해자의 등장으로 맺은 인연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특징으로 작용하죠. 그녀의 능력 유무를 떠나 자신들을 정있게 대해주는 상관(여주)을 걱정해 주는. 여기서 또 흥미로운 게 여주가 무능력하다고 들통이 나도 하극상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느낌을 들게 하면서도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작가의 유쾌함도 엿볼 수 있었군요. 적절한 개그와 섹드립(전체 연령가 치고 수위가 좀 쎈 부분도 있긴 함)을 싫지 않게 배치하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 좋습니다. 이 섹드립도 이성 간은 아니고 백합 위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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