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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방패 용사 성공담 12 ㅣ 방패 용사 성공담 12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3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왕에게 하사받은 라프타리아(메인 히로인)의 고향 마을 재건 및 개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지고 노예로 팔려 갔던 마을 아이들을 되찾아와 주인공의 노예로 만들어서 사병화하는 일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죠. 근데 노예로 팔려가 고생한 아이들을 왜 다시 노예화하냐면, 용사인 주인공의 기(氣)를 받으면 일반인 보다 성장률이 좋다나요. 다음 파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 중이고, 전력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기에 아이들도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죠. 뭐 아이들도 맛있는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 싫지만은 않나 봅니다. 새집도 생기고, 주인공이 막아주고 있어서 또 나쁜 노예상에 팔려갈 걱정이 없는 데다 그의 지시에 따라 강해지기까지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러다 보니 '아트라' 같은 10살짜리 꼬마 여자애가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지경에 이릅니다. 뭐 아트라는 노예로 팔리다가 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렸는데 주인공에 의해 구원받았으니 맹목적이 되어도 이상하진 않을 겁니다. 전투 실력도 개화해서 아마 주인공 다음으로 강하지 않을까 싶군요. 자칭 라프타리아를 연적 관계로 여겨 티격태격하며 본 이야기에서 스파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죠. 특기는 친오빠 옆구리 찌르기. 주인공에게 당면한 걱정거리는 밤마다 침대에 숨어드는 아트라를 어떻게 하는 것.
이번 12권은 몇 가지 굵직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가 마을 재건에 관한 것인데 딱히 흥미로운 건 없고, 두 번째로는 아이들이 주워온 마물 알을 부화 시켰더니 드래곤이 태어났고, 뭔가를 집어먹고 탈 났는지 마룡이 되어 날뛰는, 갑자기 마왕 강림 같은 좀 황당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전력 하나가 아쉬워 마물도 조련 시키는 지경이라서 드래곤이라니 웬 떡이냐 싶었죠. 근데 파도가 오기 전에 그 드래곤에 의해 세계가 멸망할 뻔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보는 필자도 황당했고. 세 번째로는 사성 용사 중 마지막으로 애먹였던 활의 용사에 관한 것입니다. 걸레에게 속아서 주인공을 악으로 규정하고 날뛰는 꼴불견을 보여주는 게 가관이죠. 주인공 입장으로서는 파도에 대비하려면 용사로 선정된 놈들이 반드시 있어야 부하가 덜 걸리는지라 창의 용사, 검의 용사에 이어 활의 용사까지 자기들만의 정의에 빠져 남의 말을 안 듣는 정신 이상자 놈을 갈아 마실 수도 없고 아주 환장하는 시추에이션이 벌어집니다. 네 번째로는 라프타리아의 집안 사정. 새끼줄 꼬듯 계속해서 이야깃거리를 창출해야 되는 작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늘 골치거리이죠. 그래서 준비한 게 라프타리아의 집안 사정. 발단은 주인공이 무녀복에 꼽혀서 그녀에게 입힌 것에서 시작. 마을이 불타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히로인이 한 명 합류합니다. 불법 연구로 추방된 김에 주인공을 찾아와 굳이 그의 노예가 되죠. 주인공보다는 그가 조련중인 마물에 관심이 있다는데, 남자로서 패배감이 들 만도 하지만 주인공은 걸레에게 된통 당했던지라 여자가 진심으로 부딪혀와도 이제 속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째 하나같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히로인들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일단 기억나는 것만 열거해 보자면, 걸레는 주인공 인생을 종 치게 만들었죠. 적이 되면 강하지만 내 편이 되면 약해지는 술주정뱅이(라프타리아 고향 언니)도 있습니다. 이번에 라프타리아 집안 사정이 드러났을 때, 그녀를 보호하려 술주정뱅이가 내뱉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죠. 라프타리아를 대신해 언제든 원한다면 동침하겠다는데 정작 주인공은 게이게이 빔을 맞았는지 반응조차 안 해서 패배. 머더 피에로라는 흉악한 이명을 가진 가위녀(이상한 상상 ㄴㄴ)도 있고, 주인공을 신(神)으로 여기며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빠순이(하지만 두 번째로 강하지), 있을 거 다 있으면서 자신은 남자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훈도시녀(엑스트라지만 은근히 분량이 있음), 더 있었던 거 같은데 생각이 안 나네. 정상인은 라프타리아 뿐.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죠.
맺으며: 마을을 재건하라고 했더니 인외마경으로 만들고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마룡이 날뛰는 에피소드는 조금 신선한 설정들을 보여줍니다. 안티 마법으로 공격해오는 마룡이라니 그동안 여느 판타지물에서는 못 보던 것을 주인공에게 선사합니다. 활의 용사는 창용사나 검의 용사도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용사로 선정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똥멍청이입니다. 고귀한 혈통이라는 라프타리아 집안 사정은 뜬금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복선이 나왔던가? 정작 당사자(라프타리아)는 무덤덤, 먹는 건가요? 옷을 갈아입다 집이 불타는 경험은 좀처럼 할 수 없을 텐데 그녀가 해냅니다. 원인은 주인공이 그녀에게 무녀복을 입힌 것이 발단. 무녀복은 선전포고라고 그녀의 집을 불태운 닌자가 언급하는군요. 갑자기 나와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여담이지만 무녀복이 엄청 잘 어울린다면서 일러스트 하나 없는 불편함을 보여줍니다. 13권은 아마 라프타리아의 모국에 관한 얘기가 아닐까 싶군요. 걸레를 기승전결 시키지 않아 좀 불만입니다. 창 용사에 붙었다가 배신하고 검의 용사를 이간질해서 주인공 못살게 굴고, 활의 용사에 붙어서 또 못살게 구는 걸 넘어 어마어마한 빚까지 떠넘기는 빗치를 언제 참교육 시킬 건지. 이거 이러다 마왕급으로 성장시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