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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재악의 아발론 01 - S Novel+ ㅣ 재악의 아발론 1
나루사와 아키토 지음, KeG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돼지입니다. 폭음 폭식은 특기이고 좀생이 성격은 천성, 게임 속으로 전이된 주인공은 악역 돼지가 되어 있었죠. 전이 전에는 멀쩡한 사회인이었고요. 전이하고 보니까 이웃 소꿉친구이자 약혼녀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성희롱을 일삼고, 질투심으로 다른 남자와 있는 꼴을 못 보고, 어릴 때 맺은 결혼 계약서인지 뭔지를 빌미 삼아 명령 질도 일삼아서 그녀와의 관계는 최악. 주인공이 깃든 돼지가 왜 이런 성격이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족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영문모를 설정이기도 하죠. 특히 여동생은 오빠 바라기였고, 부모도 온화하여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지내는데 왜 소꿉친구와는 사이가 안 좋은지 의문입니다. 주인공은 게임 오타쿠이면서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바람에 전이한다는 문구를 가벼이 여겼고, 눈 떠보니 게임 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고1이 되는 돼지. 전이된 세계는 주인공이 즐겨 하던 게임이었고, 주인공은 게임 지식을 바탕으로, 말이 바탕이지 거의 치트급으로 활용하여 남들은 몇 년이 걸린다는 레벨 업을 단 며칠, 한 달 만에 이루어 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게임 지식을 활용을 하되, 지식이 있다는 게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것인데요. 이 세계는 현대의 문명이면서 모험가와 던전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식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돼지는 모험가를 양성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이것도 소꿉친구를 스토커 하듯 따라 입학한 것이죠. 그리고 그 직후 주인공이 전이로 깃듭니다. 전이하고 보니 그녀의 평가는 최악. 주인공(이하 돼지로 통일)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봉창 두들기는 시추에이션. 모험가 레벨 1. 전이 전에는 초고렙. 초반에는 소꿉친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돼지 학급 클래스는 E반. A부터 시작하는 학급에서 최하위 그룹으로 당연히 위 학급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죠. 하지만 돼지는 가만히 있죠. 왜냐면 레벨 1이라서 맞으면 죽거든요. 이 세계는 레벨이 깡패입니다. A반부터 D반까지는 중학교 때부터 모험가가 되어 던전을 다녀서 고렙, E반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쪼렙. 주인공은 E반. 돼지는 게임 속 이케맨 주인공(돼지 말고)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이 세계는 실력만이 모든 걸 말해준다는 걸 알게 됩니다. D반의 패악질이 시작되면서 교실에서 여학생을 성희롱을 해도 어쩌지 못하고, 던전에서 악질적인 몹 패스로 사람이 죽어도 어쩌지 못하고, E반을 길들이기 위해 대결이라는 미명 아래 먼지 나도록 줘패도 어쩌지 못하고, 도덕은 태어날 때 묻어두고 나왔는지 당연하다는 듯이 시다바리를 시켜도 어쩌지 못하는 불합리 가득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둠의 동인지 세계였으면 차마 눈뜨고 못 볼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죠.
그렇다면 돼지는 지식을 이용하여 폭렙을 이루고, 그런 상급반을 혼내주나? 이 작품은 다른 전이물과는 차별을 두는 게 이 부분인데요. 폭렙을 이루지만 지금 당장 실행하지는 않습니다. 던전과 모험가가 산업이 되자 그에 따른 부작용인지 능력과 실력 좋은 범죄자들도 덩달아 늘어났고, 이들로부터 돼지는 본인과 가족 지키기를 우선하죠. 돼지가 게임 지식이 있다는 걸 들키는 날에는 돼지 본인도 본인이지만 가족이 노림 당하는 건 100%라고 봐도 좋을 테니까요(인질 협박). 즉, 돼지는 아무도 모르게 레벨 업을 이루어 가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돼지가 던전에서 죽돌이로 지낼 동안 D반의 폭거는 더욱 심해지고, 약혼녀이자 소꿉친구는 게임 속 이케맨 파티에 들어가면서 본의 아니게 NTR 속성까지 띄게 되는, 다른 전이물에서는 주인공을 본방으로 하고 주변을 서브로 다루는 것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주변의 이야기까지 본방에 끼워 넣음으로써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변의 패악질과 부조리함은 돼지에게 폭렙이라는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가족을 지킨다의 뜻은 돼지가 폭렙을 하여 지키는 것보다는 아예 가족 모두를 던전에 데려가 버스(파티 맺고 막타만 치게 하여 경험치 획득) 태워 레벨 업 시킨다는 것인데 이런 설정을 상당히 이레적이죠.
특히 여동생은 던전에 특화되었는지 아주 날아다닙니다. 돼지와 죽이 척척 맞고, 전투 센스도 좋고,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들은 이번 1권에서 최대 백미이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오빠(돼지)로써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 하지만 레어 몬스터를 만나 최대의 위기를 맞았을 때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진짜 죽을 만큼 싸우는 오빠(돼지)는 여동생의 우상이 되어버리죠. 진짜 작가가 리얼리티 있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폭렙을 이뤄도 레벨차가 심한 레어 몬스터는 돼지가 게임 지식을 총동원해도 어쩌지 못하는 재앙 그 자체. 그럼에도 오빠라는 생물은 여동생이 위험에 처하면 없던 힘도 솟아나기 마련이라는 듯이 불사르는 게 두 번째 백미입니다. 참고로 둘이 촐랑거리다 레어 몬스터와 조우한 게 아닌 악의적인 몹 패스를 당해서 궁지에 몰린 것으로 그렇기에 돼지의 노력은 더욱 가치를 가지죠. 몹 패스 한 놈들 나중에 잡히면 주인공에게 죽을 듯. 아무튼 1권에서는 우선 여동생 레벨 업에 집중합니다. 부모님은 나중. 그 이면에는 D반의 패악질이 더욱 심해지고 그 배후에 다른 상급반이 있다는 것, 즉 노린다면 우선 여동생을 타깃으로 하겠죠. 악의적인 몹 패스로 여동생을 위험에 처하게 한 나쁜 놈도 D반과 관련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D반을 갈아엎어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2권 중반까지 어째 소식이 없습니다?
맺으며: 일단 1권을 읽고 최대의 관심사는 과연 돼지의 약혼녀이자 소꿉친구는 주인공을 돌아보게 될까? 레벨 업을 하면 다이어트 효과도 있는지 조금씩 살이 빠지는 게 보이고, 더 이상 성희롱은 고사하고 관심도 주지 않으니 이게 또 신경 쓰인단 말이죠. 거기다 지금 던전에 다니는 거 같긴 한데 돼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니 더 궁금, 이전에 슬라임에게 져서 던전에 널브러진 걸 구조대가 구해준 이후 돼지는 학교에서 최약체로 소문이 난 상태였는데요. 약혼녀는 돼지가 던전에 들어가는 건 알고 있지만, 한 달도 안 되어 남들은 몇 년이나 해야 올릴 수 있는 렙업을 이뤘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있죠. 알아도 호감도 마이너스 일직선인 게 D반에 의해 사모하는 이케맨 주인공(돼지 말고)이 죽사발이 나버렸거든요. 패악질을 포함해 보고도 못 본척한 게 되니까 아마 절교로 끝나지 않을 듯. 사실 돼지 입장에서는 E반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지만 D반의 패악질이 점점 심해지자 생각을 고쳐먹는 중. 여기서 두 번째 관심사. 돼지는 D반을 썰어버리고 E반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사실 이러면 클리셰 중에 클리셰라서 재미없기도 하죠. 자기들 위기는 자기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법. 다만 그렇게 되면 약혼녀는 영원히 떠날 테죠. 약혼녀가 돼지에게 돌아가서 희대의 xx 포지션 차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전이 먼치킨이라는 전형적인 왕도물이지만 그걸 의식했는지 최대한 티를 내지 않는 작가의 필력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 좋냐면, 1권을 다 읽고 리뷰 쓰기도 전에 뒷얘기가 너무 궁금해 2권 중반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을 정도거든요. 진짜 오랜만에 필자가 추천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