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05 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5
와리나이 타리사 지음, 박용국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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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히로인이 울면서 나 좀 구해줘라고 합니다. 귀족 영애로 자란 고아의 운명이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내 의지대로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도 없고, 그저 다른 귀족과의 연결 고리로서 매매혼을 강요 당하는 히로인은 울면서 주인공에게 매달립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4권에서 주인공 여친(약간 각색)이 된 '스노우'는 주인공이 기억을 봉인 당했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주인공의 기억을 찾아줄 생각도 없었고, 관여할 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게으르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집안 행사에서 집안이 정해준 약혼자를 만나면서 자신은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도망치기 위해 주인공 바짓가랑이를 잡았으나 냉정한 주인공은 뿌리치고 말았습니다. 사실 스노우는 제3자처럼 주인공을 방치한 것도 있죠. 이걸 논외로 한다 쳐도 주인공으로서는 남의 집안 사정에 개입해 봐야 좋을 거 없고, 무턱대고 그녀를 받아들여서 도피처를 마련해 준들 임시방편도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다독여 주거나 안심할 수 있는 말이라도 전해주면 좋으련만, 미적지근하게 제3자처럼, 남의 일처럼 대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스노우'는 망가지죠. 그녀는 주인공을 붙잡기 위해 광기에 찬 집착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사실 울고 싶은 건 주인공인데.



미궁 10층 보스였던 아르티가 그랬고, 노예 소녀 마리아가 그랬고,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히로인들 상당수가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며,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번 5권에서는 스노우가 그 전철을 밟아 가죠. 여기서 차이점은 자유가 없는 삶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은 오직 주인공뿐이라며 사랑의 감정보다는 도피처로서 집착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게으름을 벗어던진 건 주인공이 싫어한다는 타산이 깔려 있어서이며, 지금 비굴할 정도로 웃는 건 불쌍하게 보이면 주인공이 외면하지 못할 거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죠. 의존증은 점점 커져서 주인공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집착으로 변해가는데, 여기서 답답한 건 주인공입니다. 기억을 잃었음에도 이전 사례처럼 끝이 좋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본능처럼 깨달은 것인지 매물 차게 차버렸으면 신경을 끌 것이지 여지를 남겨두고, 미련도 완전히 거두지 않음으로써 스노우의 집착을 키운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그녀의 집착은 엉뚱하게도 메인 히로인인 라스티아라와 디아에게 쏟아지게 됩니다. 그녀들은 주인공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와 있었죠. 얼마 뒤에 열리는 무투대회에서 주인공이 차고 있는, 기억 봉인의 매개가 되는 팔찌를 부술 계획을 짭니다만, 스노우도 참전하면서 결국 그녀는 최종 보스로 자리 잡습니다.



이번 5권에서는 전에는 없던 비굴할 정도로 헤픈 웃음을 보이고, 날로 심해지는 스노우의 집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두들겨 패려고 해도 대륙에서 최정상급 실력을 가져 호락호락하지도 않죠. 그리고 주인공의 기억을 봉인하고 있는 팔찌를 어떻게 부술 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투대회에서 이겨 주인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스노우, 주인공을 묵사발 내서 반격 못하게 만든 다음 팔찌를 부술려는 라스티아라와 디아(팔찌를 부수면 기억이 돌아옴). 그런 그녀들을 묵사발 내려는 스노우(주인공이 기억을 찾으면 떠날 것이기에). 거기에 갑자기 설명 들어가는데, 영웅에 집착을 보이는 30층 가디언 로웬(주인공의 검 스승)의 참전은 일을 꼬이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창조되어 수많은 시간 동안 30층 보스방에서 로웬과 다투고 있었던 리퍼(주인공 몸에 기생하게 된 여자애 유령)는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기로 마음먹게 한 결정적인 공로자이면서 어째 반대하고 나서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몰고 가죠. 사실 리퍼에 대해 좀 애매한 게, 도서 페이지가 많아(e북 리더기 기준 거의 600페이지) 집중력이 떨어진 필자가 건성을 읽어서 그녀의 진의가 무엇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뭔가 복선이 있는 거 같은데, 일단 이번 5권에서는 큰 의미는 없어 보였군요. 문제는 로웬, 6권에서 새로운 최종 보스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맺으며: 기승전결이 많이 마려운 5권이었습니다. 스노우의 집착 이면에서는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이 있고, 이 우유부단함은 발암에 가까웠군요. 기억을 봉인 당하고 얼마간같이 지내면서 정이라도 들었는지 어중간하게 대하면서 스노우에게 여지를 줬고, 이게 궁극적으로 주인공 본인은 물론이고 라스티아라와 디아에게까지 위험하게 했으니까요. 그리고 팔찌를 부수는 에피소드도 이렇게까지 질질 끌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고, 일본 작품들 특유의 문제점인 실컷 싸우다 너 좀 치는데? 같은 분위기 잡으며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듯이 또 싸워대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팔찌를 벗을 생각은 있는 건지 같은 연애질하며, 그걸 또 훼방 놓는 히로인들. 이번 5권에서도 주인공을 영입하기 위해 겉몸이 달아가는 여 기사들이 나오죠. 한 명은 아줌마라 히로인이라 부르기엔 좀 어폐가 있지만, 아무튼 주인공에게 아주 환장을 합니다. 여기서 문제를 더 키우는 게 주인공. 무투대회에서 주인공이 내가 이기면 널(상대 여기사) 내 방(침실)에 대려 가겠다고 선언한 것에 여기사 중 하나가 얼굴 빨개지며 쫄래쫄래 따라가는 건 또 뭔가 싶었군요. 전체적으로 보면 주인공은 이렇게 여지를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사를 그 짓(?) 하려고 데려간 건 아니고(스포일러라 자세한 언급은 생략), 문제는 주인공 빼고 다 그런 짓(?) 하려고 데려가는 줄 안다는 것. 근데 정작 주인공은 그 많은 히로인들의 정조를 철저하게 지켜준다는 것이죠. 이게 더 애간장 태우게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하기야 삐끗하면 인생 나락 가는데 섣불리 아랫도리를 놀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주인공 기억을 되찾나?는 다음 6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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