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 첫 머리에 이런 대목이 있지요.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고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요."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참으로 위대한 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요. 확실히 저같은 사람은 선생님의 발뒤꿈치도 못미칠 위인이에요. 왜냐구요? 만일 하느님이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거든요.
앓지 않고 지내다 죽을 무렵 자식들을 불러 "얘들아, 나 갈란다." 한 뒤 죽고 싶습니다.
김구 선생님까지 끌어 들이며 이상한(?) 얘기를 한 것은 오늘 '죽음'과 관계된 곳을 지났기 때문이에요. 어디냐구요? 어느 문중의 공동묘지요!
사진의 한자를 읽어 볼까요? 南平文氏世葬阡 -- 남녘남 · 평평할평 · 글월문 · 성씨씨 · 인간세 · 장사지낼장 · 두렁천, '남평문씨세장천'이라고 읽어요. 남평문씨가 대대로 장사지내러 가는 곳, 한마디로 남평문씨 공동묘지란 의미지요. 阡은 본래 남북으로 통하는 밭 사이 길이란 뜻인데(동서로 통하는 밭사이 길은 陌(맥)이라고 하지요), 무덤으로 가는 길[墓道(묘도)]이란 의미로도 사용해요. 사진의 한자에서는 그런 의미로 사용됐지요.
이 세장천에 모인 문씨 일가 분들은 행복(?)할 것 같아요. 왜냐구요? 문중 일가들이 한 곳에 모였으니 오손도손 얼마나 즐겁겠어요! ^ ^
앞으로는 매장지가 부족하여 매장(埋葬)보다는 화장(火葬)이 주를 이룰거라고 하죠? 저도 죽은 다음에는 자식들에게 화장하여 부모님 산소 발치에 묻어 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오늘은 좀 우울한 내용이라 기분이 많이 침울해지셨을 것 같아요. 불교에서는 생사(生死)가 하나라고 하지만 역시 사(死)는 생(生)보다 그 무게가 좀 더 무거운가봐요. 죽음 이야기가 나오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침울해지니까요.
자, 이제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전에 다루지 않은 平, 氏, 葬, 阡만 알아볼까 해요.
平은 于(어조사우)와 八(여덟팔)의 합자에요. 于에는 기(氣)가 펼쳐 진다는 의미가 있고, 八에는 (넷씩 둘로) 나뉜다는 의미가 있어요. 두 의미를 합치면, '기가 고르게 분산되어 펼쳐지다'란 의미가 되죠. 구체적으로는 말을 할 때 발산되는 기운이 화평(和平)하다란 의미에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 글자의 뜻 '평평하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公平(공평), 平等(평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氏는 나무 뿌리를 그린 거에요. 一은 땅, 一 밑에 있는 것은 나무 뿌리, 一 위에 있는 것은 나무 밑둥에서 돋아난 새싹을 표현한 것이에요. 성씨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에요. 나무 뿌리와 새싹을 특정 성씨의 조상과 자손으로 환치시킨 것이지요. 氏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氏族(씨족), 姓氏(성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葬은 艹(풀초)와 死(죽을사)와 艹(풀초)의 합자에요. 시신을 풀로 싸서 매장한다는 의미에요. 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葬禮(장례), 埋葬(매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阡은 阝(언덕부)와 千(일천천)의 합자에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남북으로 난 밭 사이길'이란 의미지요. 밭 사이 길은 농지보다 높은 두렁위에 만들기에 높다란 의미의 阝를 썼고, 길은 이리저리 여러 갈래로 나있기에 많다는 의미의 千을 사용했지요. 阡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가 많지 않습니다. ^ ^ 앞서 말씀드린 阡陌(천맥, 동서남북으로 난 밭 사이의 길), 阡阡(천천, 무성한 모양. 이 경우 阡은 芊(풀무성할천)과 같은 의미에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안보고 쓸 수 있을 때가지 허벅지에 열심히 쓰시오.
平(평평할평), 氏(성씨씨), 葬(장사지낼장), 阡(두렁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陌, ( )和, ( )族, ( )禮
3. 남평문씨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3번 문제 풀어 보셨나요? 해답은 '문익점(文益漸)' 입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