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흥주사를 찾았어요. 흥주사, 기억나시는지요? 전에 '항아리의 풍경을 찾아서'에서 소개했던 절이에요. 새벽녘 종소리가 아름다운 곳으로 소개했죠[흥주효종(興住曉鐘)]. 그런데 지금은 종이 없어서 새벽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했었죠. 오늘은 들을 수 없는 새벽 종소리 대신 흥주사가 간직한 보물(?)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글씨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죠? 한석봉 아닐까요? ^ ^ 떡을 파는 어머니가, 공부를 게을리하는 아들 석봉을 깨우치기 위해, 불을 끈채 자신은 떡을 썰고 아들은 글씨를 쓰는 시합을 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그런데, 전 이 시합이 불공정했다고 생각해요. 떡을 써는 거야 손에 익힌 감각이 있고 만지면서 간격을 조절할 수 있지만 붓으로 글씨는 쓰는 것은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니 말이지요. 어머니는 자신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시합을 한 것이었던 셈이지요. 석봉이 좀 영악했다면 어머니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시합을 제시했을텐데, 그런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순진했던 모양이에요. ^ ^
별 걸 다 생각한다구요? 그러게요. ^ ^;; 어쨌든 석봉은 그 일 이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죠. 석봉이 열심히 연습하여 이룩한 독자적인 서체를 흔히 석봉체라고 불러요. 인터넷을 찾아 보니 석봉체의 특징은 근엄단정(謹嚴端正) · 강경박실(剛硬樸實)하다고 나와 있더군요.
흥주사가 간직한 보물이 뭔지 아시겠죠? 네, 바로 한석봉이 쓴 대웅전(大雄殿) 현판이에요. 사진 오른 쪽에 있는 큰 글씨가 대웅전이고(다 아시죠? ^ ^;;) 왼쪽 낙관(落款: 글씨 쓴 이의 흔적)의 작은 글씨가 한석봉이에요.
대웅(大雄)은 큰 영웅이란 뜻으로 부처님을 가리키고, 전(殿)은 임금이 머무는 건물을 가리키죠. 부처님은 비록 임금은 아니지만 임금에 버금가는 존재로 여겼기에 부처님을 모신 건물에 '전'을 사용한 것이에요.
한자들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大는 큰대, 雄은 수컷(영웅)웅, 殿은 대궐전, 韓은 나라(이름)한, 石은 돌석, 峰은 봉우리봉이라고 읽어요.
글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이런, 전에 다 다룬 거군요. 그냥 휘~익 한 번 둘러 보시죠. ^ ^
大는 양 팔과 양 다리를 최대한 펼친 모습을 그린 거에요. 본래 '사람'을 의미했죠. 후에 '크다'라는 뜻으로 전용(轉用)됐어요. 양 팔과 양 다리를 최대한 펼친 모습에서 연역된 것이지요. 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小(대소), 大學(대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雄은 隹(새추)와 厷(팔뚝굉)의 합자에요. 厷에는 힘이 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암컷에 비해 힘이 센 수컷새란 뜻이지요. 영웅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雌雄(자웅), 雄壯(웅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殿은 殳(창수)와 展(臀의 옛 글자. 볼기둔)이 합쳐진 자에요. 본래는 '용감히 군대의 후미에 서다'란 의미에요. 그래서 殳를 뜻부분으로 삼은 것이지요. 후미에 서면 적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에, 용감해야 후미에 설 수 있지요. 展은 음을 담당하면서(음가가 좀 변했죠. 둔-->전) 본 뜻을 보충해주고 있어요. 볼기라는 의미로 뒤에 서다란 의미를 보충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이 글자가 대궐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혹 대궐을 의미하는 말은 있는데 글자가 없는 상태에서 전(殿)의 음과 동일하기에 이 자를 대궐이란 의미로도 사용하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殿閣(전각), 殿堂(전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韓은 韋(가죽위)와 倝(우물난간간)의 약자가 합쳐진 글자에요. 짐승과 어린 아이의 접근을 막기 위에 부드러운 가죽으로 묶어 우물위에 설치한 격자형 난간이란 의미에요. 韓은 후일 이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고 국호(國號)로만 쓰이게 되었는데, 국호의 의미는 햇살이 비치는 곳이란 의미를 강조하여 사용된 것으로 보여요. 倝에는 햇살이 사방으로 비친다는 의미도 있거든요. 韓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韓民國(대한민국), 韓非子(한비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石은 언덕[厂] 밑에 있는 돌[口]을 그린 것에요. 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玉石(옥석) 石工(석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峰은 山(뫼산)과 夆(끌봉)의 합자에요. 바닥에 있는 것을 위로 끌어 올려 높인 것처럼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란 의미에요. 그게 봉우리 아니겠어요? ^ ^ 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峰頂(봉정), 峰勢(봉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큰대, 수컷웅, 대궐전, 나라이름한, 돌석, 봉우리봉,
2. ( )안에 들어 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學, ( )頂, ( )工, ( )堂, ( )壯, 大( )民國
3. 大雄殿을 자신의 고유한 서체로 써 보시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