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때 교양 강좌의 어떤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여러분, 저는 코스모스가 제일 싫습니다. 어머니 상을 치르고 난 가을 아침 슬픈 제 앞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았을 때 저는 코스모스를 영원히 미워하기로 했습니다." 좀 코믹하게(?) 들렸지만 그분의 효심만큼은 결코 코믹하게 들리지 않았어요. 

 

  코스모스는 그 교수님이 미워하건 말건 여전히 그 분 집 주변에 피어있겠죠? 자연이야 사람들이 저에 대해 뭐라 하건 말건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지죠. 때론 그런 자연의 무심함이 싫을 때도 있지만 때론 그런 자연의 무심을 본받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심이란 무관심이 아니죠. 말 그대로 비어있는, 아무것도 없는 마음이죠. 그런 마음이라야 대상을 명확히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대상을 명확히 봐야 오해가 안 생기고 오해가 안 생겨야 불필요한 갈등이 안생기고 불필요한 갈등이 안생겨야 평화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와 자신의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네요. 집 주변의 가을 풍경을 찍어 봤어요. 이름하여 추경사우(秋景四友)라고 붙여 봤어요.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어선 그런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라 그리 붙여 봤어요. 한자로 이름을 불러 볼까요? 菊花(국화), 稻(도, 벼), 杜榮(두영, 억새), 秋英(추영, 코스모스). 국화의 꽃말은  고결(엄숙), 도의 꽃말은 풍요, 두영의 꽃말은 은퇴, 추영의 꽃말은 순정이에요.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붙인 이 꽃말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요? '허 참, 별걸 다 … ' 이러지 않을까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몇 글자는 전에 배운 것이군요. 안 다룬 것만 좀 알아 보도록 하죠? ^  ^

 

  은 艹(풀초)와 匊(鞠의 약자, 찰궁. 보통은 '공국'으로 많이 사용하죠)의 합자에요. 꽃이 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 피는 초본과의 꽃이란 의미에요. '국화국'이라고 읽지요. 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黃菊(황국), 菊月(국월, 음력 9월의 별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禾(벼화)와 㸓(찧을도)의 합자에요. 겉껍질을 찧어서 벗겨야 알맹이를 먹을 수 있는 벼라는 의미에요. 벼에는 메벼와 찰벼가 있는데 이 稻는 그 두 가지를 다 아우른 표현이에요. 메벼든 찰벼든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는 것이란 의미로요. '벼도'라고 읽어요. 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稻熱病(도열병, 벼에게 치명적인 병이죠), 水稻(수도, 논에 물을 대어 심는 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木(나무목)과 土(흙토)의 합자에요. 적갈색 흙빛과 유사한 색깔의 배가 열리는 나무란 뜻이에요. '팥배나무두'라고 읽지요. 보통은 '막을두'로 많이 사용해요. 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杜撰(두찬, 자신의 저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틀린 곳이 많은 저작이란 의미에요), 杜絶(두절, 교통 · 통신 등이 막힌 경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목)과 熒(등불형)의 합자에요. 본래 등불 색깔(적색, 혹은 자주색)과 유사한 빛깔의 나무, 오동나무란 의미에요. 보통은 '영화영, 빛날영'으로 많이 사용하죠. 이 경우는 본 뜻에서 연역된 의미라고 볼 수 있어요. 榮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榮枯盛衰(영고성쇠, 성함과 쇠함), 榮光(영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 한자를 손바닥에 열심히 써서 안보고 쓸 수 있도록 익히시오.

 

     국화국,  벼도,  배나무두, 막을두  영화영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絶, (    )(    )光, (    )

 

  3. '가을'과 관련한 시 한편을 읊어 보시오.

 

 

  3번 해 보셨는지요? 외울 수 있는 시 한편이 있어야 '가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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