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음식점에 가면 많이 보게 되면 액자입니다. 성경의 잠언 구절인데, 이 말의 진짜 의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돈 많이 벌어!'이겠지요. 차마 노골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없어 성경 구절을 빌어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요. 이게 우리 문화인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보면 체면을 중시하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이중적인 것 아닌가 싶어요.

 

 "부자되길 축원합니다."

 

 중국 음식점에 가면 많이 보게 되는 글귀에요. 한자로는 恭喜發財(공희발재)라고 표현하지요(사진의 글). 중국어로는 '꽁시파차이'라고 읽어요. 전가통신(錢可通神, 돈은 신과도 통한다)의 고사를 만들어 낸 나라이니, 이 정도의 축원이야 대수롭지 않겠지요. 이게 중국 문화인 것 같아요. 적어도 돈에 관한 한 중국은 이중적인 태도를 안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면 너무 체모(體貌)가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우리 문화가 나을까요? 중국 문화가 나을까요? 돈이 만능인 자본주의 시대이니, 얼핏 생각하면, 중국의 문화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전 우리 문화에 더 점수를 주고 싶네요. 돈은 수단이지 목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체면을 중시하는 것이 결코 돈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고, 돈을 부차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아니겠어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말 속담은 돈에 관한 좋은 교훈을 주는 속담이란 생각이 들어요.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보실까요? 恭은 공손할공, 喜는 기쁠희, 發은 필발, 財는 재물재에요. 恭喜는 중국어로 '축하하다'는 의미이고, 發財는 '돈을 벌다, 부자가 되다'란 의미에요. 恭喜發財를 굳이 한문식으로 하나씩 풀이하면 '재물이 피어나기를 공손히 기뻐하고 축원합니다' 정도가 되겠네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心(마음심)과 共(함께공)의 합자에요. 여럿이 함께 일을 할 적에 마음을 단속하여 조심하여 행동거지를 바르게 한다란 의미에요. 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恭敬(공경), 恭遜(공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壴(鼓의 약자, 칠고. 보통 '북고'로 많이 사용하죠)와 口(입구)의 합자에요. 허벅지를 치면서 크게 웃고 떠든다란 의미에요. 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歡喜(환희), 喜喜樂樂(희희낙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弓(활궁)과 癹(짓밟을발)의 합자에요. 풀을 밟아 길을 평탄하게 하듯이 활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쏜다란 의미에요. '피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화살을 쏘듯이 꽃봉우리를 펼쳐낸다란 의미로요. 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出發(출발), 發射(발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貝(조개패)와 才(재주재)의 합자에요. 才는 본래 초목의 싹을 그린 것인데, 보통 材(재목재)와 같은 의미로 쓰여요. 여기서도 그런 의미로 사용됐지요. 화폐 가치를 지니는[貝] 재목처럼 쓸모있는[才] 물건이란 의미에요. 곡식, 옷감, 보석 등을 아우르는 의미지요. 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財物(재물), 財閥(재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안보고 쓸 수 있을 때까지 손바닥에 연습하시오.

 

   : 공손할공, : 기쁠희, : 필발, : 재물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 (   ), (   ), (   )

 

3. 본인이 원하는 돈의 액수와 그 돈이 왜 필요한지 말해 보시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가통신(錢可通神)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당나라 때 장연상이란 관리가 있었다. 그는 고위층이 연루된 큰 사건을 맡아 부하들에게 10일 안에 조사를 끝마치라는 엄명을 내렸다. 다음 날 누군가 그의 책상에 3만 관의 돈을 뇌물로 놓아두고 사건을 덮어 달라고 부탁했다. 장연상은 크게 노하여 조사에 박차를 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그 다음 날에는 5만 관이, 다음 날에는 10만 관의 뇌물이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장연상은 '10만 관이라는 돈은 귀신과도 통할 수 있는 액수이다. 이를 거절했다가는 내게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고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시켰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문득 재벌에 약한 우리 나라의 법조인들이 떠오르네요. 아마도 장연상처럼 신의 노여움을 살까봐 그런가 봐요. 그러고 보면 '재벌 = 신'이란 등식이 성립하는군요. 괜시리 입맛이 소태처럼...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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