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소아과는 ㅇ소아과가 최고지!"

 

 아내가 ㅇ소아과를 다년온 후 의사가 왜 그렇게 불친절하냐고 투덜대자 함께 있던 선배가 말했어요.

 

 "하지만, 너무 불친절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마치 어린애 나무라듯이 저에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아내는 선배의 말을 수용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실력있는 의사라 해도 환자의 부모를 막 대하는 의사에겐 가고 싶지 않다는 거였어요. 결국 아내는 아이가 다니던 소아과를 다른데로 옮겼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이니, 벌써 십 수년전 얘기네요. 아내가 투덜댔던 그 소아과는 지금도 영업중인데, 전하는 말에 의하면, 원장님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더군요.

 

 사진은 '의학박사 최익순(醫學博士 崔益淳)'이라고 읽어요. 북촌에 갔다가 찍었어요. '최소아과 의원'(아래 사진) 원장님 문패예요. 최소아과 의원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같은데서나 나옴직한 건물이었기에 놀랐고, 간판 글씨가 지나치게 큰데다 가분수이고 요즘엔 좀처럼 쓰지 않는 검은 색을 사용했기에 놀랐고, 문패에 의학박사란 호칭을 사용했기에 놀랐어요.

 

이곳은,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사진을 찍은 날은 문을 닫았어요). 1940년에 개원했고 원장님은 80이 넘으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북촌에 어울리는 병원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이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은 어떤 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같은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왠지 부정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울더군요. 병원 출입문에 내려진 철제 셔터, 담 위에 꽂아 놓은 쇠창살, 그리고 문패에 써 붙인 의학박사 호칭 때문이었어요. 이런 것들은 폐쇄적이고 자기 과시적인 설치물이에요. 이런 설치물을 한 병원의 주인이 과연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같은 분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 거예요. 예전 아내가 싫어했던 ㅇ소아과 원장님 같은 분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러나, 이건 순전히 제 추측이에요. 처음 생각처럼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출입문의 철제 셔터와 담장 위의 쇠창살은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한 것이고, 의학박사라는 호칭이 있는 문패와 7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병원 건물은 어쩌면 병원의 주인이 실력은 있지만 출세 보다는 의사로서의 본업에 충실하려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인지도 모르지요. 

 

이런, 최소아과 원장님이 만약 이 글을 보신다면, 보실 일이 거의 없겠지만, 대단히 불쾌하실 것 같네요. 문패를 찍은 것도 불쾌한데, 남의 인격을 함부로 재단하는 말까지 했으니. 원장님, 죄송합니다! 원장님 건물이 문화재 수준의 건물이라(좋은 의미입니다!) 건물 주인에 대해 중얼거렸을 뿐입니다. 딴 뜻 없으니, 용서해 주셔요. (_ _)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장님이 연로하셔서 오래지 않아 병원 문을 닫을 거라고 하더군요. 다른 분이 인수하시거나 자녀 분 중에 가업을 이은 분이 계속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촌에 북촌다운 병원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whiteskykh/220444238729>

 

醫와 博과 焞자가 좀 낯설어 보이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殹(앓는소리 예)와 酉(酒의 약자, 술 주)의 합자예요. 酉는 여기서 약이란 의미로 쓰였어요. 앓는 소리하는 환자를 약으로 치료해주는 사람이란 의미예요. 의원 의. 醫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醫師(의사), 醫術(의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十(열 십)과 尃(펼 부)의 합자예요. 十은 여기서 '두루, 널리'라는 의미로 쓰였어요.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가 두루 펼쳐져 있다, 즉 넓다란 의미예요. 넓을 박. 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博學(박학), 廣博(광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火(불 화)와 享(누릴 향)의 합자예요. 밝다란 의미예요. 火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享은 음을 담당해요(향→순). 밝을 순. 焞은 일반적으로 '성하다, 어슴푸레하다'란 뜻으로 사용해요. 이 경우는 음도 달라져요. 성할 퇴. 어스름할 돈. '밝다'란 의미는 이름자에만 사용해요. 焞이 사용된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焞焞(퇴퇴, 세력이 왕성한 모양),  焞焞(돈돈, 빛이 어슴푸레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醫 의원 의   博 넓을 박   焞 밝을 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學   (   )焞   (   )術

 

3. 본인이 만났던 좋은 의사 분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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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봉 2017-01-1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0여일만이라서 뮤자게^^ 반갑습니다!

찔레꽃 2017-01-16 17:24   좋아요 0 | URL
앗, 저도... ^ ^ 한동안 바빴습니다. ^ ^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디, 윗뜸, 옥거리, 물안이, 산정말..."

 

고향 동네 이름들이에요. 과디는 구아대(舊衙臺)의 줄임말로 옛 관아터란 의미이고, 윗뜸은 위에 있는 동네란 의미이고, 옥거리는 감옥이 있던 곳이란 의미이고, 물안이는 물을 안고 있는 동네란 의미이고, 산정말은 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예요. 의미를 알고 동네 이름들을 대하니 동네 이름이 한결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이 이름들은 행정 구역상 명칭이 아니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칭이에요. 하지만 이런 별칭이 행정 구역 명칭보다 훨씬 더 그 구역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 같아요. 이 동네들의 행정 구역 명칭은 서정리(西亭里)인데, 구역의 특성을 반영 못한 무미건조한 명칭이에요.

 

여기서 문제 하나 내 볼까요? '붉은 빛을 띈 흙이 있는 고개'는 무슨 이름으로 부르면 좋을까요? 그래요! '붉은 고개' 혹은 '붉은 재'라고 부르면 돼죠. ^ ^

 

사진은 '홍현(紅峴)'이라고 읽어요. '붉은 고개'란 뜻이에요. 고개의 흙 색깔이 붉은 빛을 띄어 붙여진 이름이에요. 처음에는 한글 이름으로 불리다 후에 한자로 변환되었어요. 지금은 아스팔트로 덮여 '붉은 흙'의 존재를 확인할 길 없고 다만 표지로 옛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에요. 이런 표지조차 없다면 그나마도 옛 이름을 잊고 말았을 거예요.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종로구 화동에 있는 표지석인데, 박대통령 퇴진 집회차 서울에 갔다가 찍었어요. (요즘 박대통령 때문에 원치 않게 서울 구경을 자주 해요. ㅠ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糸(실 사)와 工(장인 공)의 합자예요. 옷감을 붉게 물들였다는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工은 음을 담당하면서(공→홍)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정교하게 붉은 색을 물들였다는 의미로요. 붉을 홍. 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紅葉(홍엽, 단풍), 鮮紅(선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山(뫼 산)과 見(볼 견)의 합자예요. 고개라는 의미예요. 山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見은 음을 담당하면서(견→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개에서는 아래에 있는 것들이 잘 보인다는 의미로요. 고개 현. 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阿峴洞(아현동), 泥峴(이현, 진고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紅 붉을 홍   峴 고개 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鮮(   )   泥(   )

 

3. 본인이 사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말해 보시오.

 

 

주소 체계가 지번에서 도로명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마을 유래를 나타내는 명칭들이 많이 상실됐죠. 효율성이 대세인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움이 있어요. 마음의 고향인 유년의 기억을 빼앗긴 기분이랄까요? 도로명 주소가 어쩔수 없는 추세라 해도 옛 이름을 잊어 버리지 않게 '홍현' 표지처럼 흔적을 남겨 놓으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의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되지 않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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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제가 죽거들랑 새 장가 들지 마셔요!"

 

여인은 죽음에 임박하여 남편에게 부탁을 했어요. 새 부인이 들어오면 자신이 낳은 친자식과 갈등을 일으키리라 염려했기 때문이죠. 듣는 남편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한 가정의 비극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선 매우 현명한 부탁이었어요. 의붓 어머니와 배다른 자식간의 갈등은 오랜 역사를 통해 입증된(?) 갈등이니까요.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부탁을 저버리고 새 장가를 들었어요. 이후 이 가정엔 여인이 예견했던 갈등이 발생했어요. 특이한 것은 쌍방간 갈등이 아니란 점이었어요. 의붓 어머니가 배다른 자식을 일방적으로 구박했거든요. 그것도 거의 막무가내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다른 자식은 의붓 어머니에게 자식으로의 소임을 다하려 무진 애를 썼고, 끝내는 의붓 어머니를 감동시켜 회심하게 만들었어요. 배다른 자식은 단명했는데(48세), 여기엔 의붓 어머니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도 한 몫 했다고 보여요. 어쩌면 여인이 예견했던 비극은 자식의 의붓 어머니와의 갈등보다 그로 인한 자식의 단명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식의 품성을 부모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 여인과 자식은 누굴까요? 네, 그래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예요.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 잘 아실 것 같아요. ^ ^)

 

사진은 신사임당의 글씨예요. 정갈하면서도 담대함을 보여주는 글씨예요. 초서체임에도 획이 깔끔하고 분명하며 획간 폭이 넓직해요. 일부러 이렇게 쓴 걸까요? 아닐 거예요. 평소의 자품(資品)이 이렇게 쓰도록 만들었을 거예요. 하여 '글씨는 곧 그 사람[書如其人]'이란 말을 하는 거죠. 신사임당의 유언도 이 글씨에서 보이는 면모와 무관해 보이지 않아요.

 

사진의 한자를 읽어 볼까요?

 

강남우초헐(江南雨初歇) 강강/ 남녘 남/ 비 우/ 처음 초/ 그칠 헐

산암운유습(山暗雲猶濕) 뫼 산/ 어두울 암/ 구름 운/ 오히려 유/ 축축할 습

미가동귀요(未可動歸橈) 아닐 미/ 가할 가/ 움직일 동/ 돌아갈 귀/ 노 요

전계풍정급(前溪風正急) 앞 전/ 시내 계/ 바람 풍/ 바를 정/ 급할 급

 

해석을 해볼까요?

 

비 개인 강남/ 산은 어둑하고 구름엔 아직도 습기 / 배를 돌리지 못하는데/ 앞 시내에선 다급한 바람까지

 

이 시는 부사를 절묘하게 사용하여 시의 완성도를 높였어요. 각 구에 사용된 초(初), 유(猶), 미(未), 정(正)은 일련의 상황 변화를 부가적 설명없이 잘 전달하고 있어요. 초는 최초의 상황, 유는 상황의 지속, 미는 상황의 변화 모색, 정은 변화 모색의 좌절을 나타내고 있어요. 표면적으론 서경시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서경을 빙자한 서정시로 읽혀요. 한시에서 비나 구름 바람 등은 정치적 상황을 암시하는 시어들이거든요. 이렇게 보면 첫 구의 비가 개었다는 것은 혼란스런 정치적 상황이 다소 진정되었다는 의미로, 둘째 구의 어두운 산 기운과 축축한 구름은 혼란스런 정치적 상황의 여파가 아직 잔존한다는 의미로, 세째 구의 배를 쉽사리 돌리지 못한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 모색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네째 구의 세찬 바람이 불어 온다는 것은 또 다시 혼란스런 정치적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요.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 시의 마지막 구는 본래 '전계풍정급(前溪風正急)'이 아니고 '전정풍랑급(前程風浪急, 앞 길에 풍랑이 급하네)'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程)이 계(溪)로, 랑(浪)이 정(正)으로 바뀌어 전해졌다고 해요. 아마도 부사의 사용을 전체 시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육로에 사용되는 시어보다는 수로에 사용되는 시어를 사용하는 것이 시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하여 바꾼 것이 아닐까 싶어요. 화룡점정의 묘를 잘 살린 것 같아요. 개작자가 누군지는 알려져 있지 않아요(원작자는 당(唐)의 대숙륜(戴叔倫)이에요).

 

위 시에 등장한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衤(衣의 변형, 옷 의)와 刀(칼 도)의 합자예요. 옷감을 재단하기 위해 칼을 처음 옷감에 댔다는 의미예요. 처음 초. 初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最初(최초), 始初(시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欠(하품 흠)과 曷(그칠 갈)의 합자예요. 힘들어서 하던 일을 멈추고 한숨을 내쉰다는 의미예요. 쉴 헐. 歇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間歇(간헐), 歇坐(헐좌, 휴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물 이름이에요. 산동성 우성 지점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에요. 氵(물 수)로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물이름 습. '축축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축축할 습. 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濕氣(습기),  多濕(다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木(나무 목)과 堯(높을 요)의 합자예요. 구부러진 나무란 의미예요. 木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堯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구부러진 나무는 대개 키가 커서 위로 더 올라갈 수 없기에 구부러진 것이란 의미로요. 휠 뇨. '노'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나무를 변형시켜[구부려] 만든 것이 '노'란 의미로요. 노 요. 橈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橈橈(요요, 휘는 모양), 橈敗(요패, 기세를 꺾어 패하게 함, 또는 기세가 꺾여 패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心(마음 심)과 及(미칠 급)의 합자예요. 급하다는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急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及은 후미에서 앞으로 '다급하게' 이르렀다란 의미거든요. 급할 급. 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促急(촉급), 應急(응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初 처음 초   歇 쉴 헐   濕 축축할 습   橈 노 요   急 급할 급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敗   應(   )   最(   )   間(   )    (   )氣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江南雨初歇/ 山暗雲猶濕/ 未可動歸橈/ 前溪風正急

 

 

사진의 시를 읽다보면 왠지 지금의 정치적 상황과 전망을 보는 것 같아 섬찟한 느낌이 들어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려 하는데 정작 대통령으로 이상한(?) 사람이 당선될 것 같아서 말이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주는 격'이 되는데... (부디 이런 염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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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31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가 곧이네요 . 책을 보다 30일이 넘어선걸 이제 알아챘네요.. 잠시 정신 식히러 들어왔다가 반가운 글이 보여서 인사 남기고 갑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복많이~ 북많이~^^

찔레꽃 2016-12-31 00:35   좋아요 4 | URL
그장소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_ _) ^ ^

[그장소] 2016-12-31 00:43   좋아요 2 | URL
아~ (_ _)~ (- -) ~(_ _)~(^ ^)

임채봉 2017-01-02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유년 새해,복 많이 받으십시요.올해도 행운과 건강, 건필을 바랍니다.

찔레꽃 2017-01-02 19:18   좋아요 2 | URL
부족한 글에 깊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_ _)
 

 

"아니!"

 

적잖이 고생하며 살아온 동료에게 물어 봤어요. 자식에게도 그런 고생 시켜보겠냐고. 동료가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아니!" 왜 아니겠어요? 고생이 뭐 좋다고 자식에게까지 대물림시키겠어요? 어리석은 질문을 한 셈이에요.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어렵다고 하죠. 왜 그럴까요? 고생한 세대는 쉽게 좌절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는 쉽게 좌절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고생을 안해 봤어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면 수성이 어려울리 없죠. 이렇다면 자식을 일부러라도 고생시키는 것이 좋을 거예요. 하지만 이것은 이상(?)일 뿐이지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당장 제 동료만 해도 그렇잖아요? 일부러 자식을 고생시키는 부모가 있다면, 그는 결코 평범한 부모가 아닐 거예요.

 

사진은 '매경상설향유열 인도무구품자고(梅經霜雪香愈烈 人到無求品自高)'라고 읽어요. (술집에 갔다가 찍었어요. ^ ^) "매화는 눈서리를 겪어야 그 향기가 더 강렬해지고, 사람은 구함이 없는 무욕의 경지에 이르러야 그 품격이 절로 높아진다"란 뜻이에요. 시련과 수양이 주는 가치를 표현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문장의 내용을 뒤집어 보면 시련과 수양이 주는 가치를 보다 더 확실히 알 수 있어요. "눈서리를 겪지 않은 매화는 그 향기가 미미하고, 욕구 충족에만 치달리는 사람은 그 품격이 절로 낮아진다." 

 

시련과 수양은 인격을 단련시키는 담금질과 같다고 할 거예요. 이렇다면 자식을 교육할 때 '사서 고생'시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그렇지 못하다는데 인간세의 비극(?)이 있는 것 같아요. 박대통령도, 약간 경우는 다르지만, 이런 비극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닐까요?

 

한자를 하나씩 읽어보고, 몇 글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梅經霜雪香愈烈   매화 매/ 지낼 경/ 서리 상/ 눈 설/ 향기 향/ 더욱 유/ 세찰 렬

人到無求品自高   사람 인/ 이를 도/ 없을 무/ 구할 구/ 품격 품/ 스스로 자/ 높을 고

 

은 糸(실 사)와 巠(수맥 경)의 합자예요. 옷감을 짤 때 사용하는 세로 실이란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巠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땅 속에 길게 뻗어있는 수맥처럼 옷감을 짤 때 사용하는 긴 세로 실이란 의미로요. 날(줄) 경. '지내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가로실에 겹쳐 세로실이 지나가듯 어떤 일을 겪는다란 의미로요. 지낼 경. 經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經緯(경위), 經驗(경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禾(黍의 변형, 기장 서)와 曰(甘의 변형, 달 감)의 합자예요. 기장이 풍기는 달콤한 냄새란 의미예요. 향기 향. 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香氣(향기), 芳香(방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心(마음 심)과 兪(마상이 유, 통나무 배)의 합자예요. 낫다[남보다 우수하다]란 의미예요. 마음을 다하여 노력한 뒤에야 남보다 나을 수 있기에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兪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배를 타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듯 나쁜 쪽에서 좋은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나은 것'이란 의미로요. 나을 유. '더욱'이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더욱 유. 愈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愈出愈怪(유출유괴, 점점 더 괴상하여 짐), 治愈(치유, 여기의 愈는 남보다 우수하다란 의미의 '낫다'가 아니고, 병이 치료되다란 의미의 '낫다'예요. 이 역시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灬(火의 변형, 불 화)와 列(벌일 렬)의 합자예요. 불이 맹렬하게 타오른다는 의미예요.  灬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列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불이 맹렬하게 타오르면 물체가 타서 해체된다란 의미로요. 列은 분해하여 펼쳐놓다란 의미거든요. 세찰 렬. 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熾烈(치열), 烈士(열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至(이를 지)와 刂(칼 도)의 합자예요. 이르다란 의미예요. 至로 뜻을 표현했어요. 刂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예리한 칼처럼 신속하게 이르렀단 의미로요. 이를 도. 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到着(도착), 到達(도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가죽 털옷을 표현한 글자였어요. 구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가죽 털옷을 수선할 필요가 있다란 의미로요. 지금은 전적으로 '구하다'란 의미로만 사용하고, 가죽 털옷이란 의미는 裘(갖옷 구)로 표현하죠. 구할 구. 求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要求(요구), 求乞(구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經 지낼 경   香 향기 향   愈 더욱 유   烈 세찰 렬   到 이를 도   求 구할 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芳(   )   (   )達   (   )乞   熾(   )   (   )驗   (   )出(   )怪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梅經霜雪香愈烈  人到無求品自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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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biocode/4078>

 

 

"어지신 하늘 우리 노나라를 돌보지 않으시어/ 이 훌륭한 분 남겨 두시지 아니하고/ 나 한 사람만 임금 자리에 있게 하시니/ 외롭고 외로워 걱정 속에 있나니/ 아~ 슬프다, 니보여/ 내 본받을 대상이 없어 졌도다"

 

한문으로 씌어진 다양한 문장 양식 중 '애제류(哀祭類)'라는게 있어요. 말 그대로 죽은 이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문장 양식이에요. 세분하여 애사(哀辭), 제문(祭文), 조문(弔文), 뇌(誄)로 나눠요.

 

애사는 죽은 이에 대해 슬픈 마음을 표한 글인데, 주로 단명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은 이를 추모할 때 쓰는 문장이에요. 위진(魏晉) 이전에는 서문은 짧게 애사는 길게 썼고, 당송(唐宋) 이후로는 서문은 길게 애사는 짧게 썼어요.

 

제문은 본래 천지 산천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문장이었어요. 후에 돌아간 이를 제사지낼 때도 사용하게 되었지요. 제문에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일정한 형식이 있어요. 특정한 날짜, 제수, 돌아간 이에 대한 추모, 제수 흠향 기원 등.

 

조문은 제문의 일종인데 주로 과거에 돌아간 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감상을 쓴 글이에요.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글이긴 하지만 글쓰는 이의 사리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게 중심이에요.

 

뇌는 시호를 정하기 위해 사용하던 문장이에요. 주로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을 추모할 때 사용했어요. 후에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지어 졌어요. 내용도 시호 제정과 상관없이 공적을 찬미하는데 중점을 둔 글로 바뀌었고요. 서문과 본문(뇌사) 형식으로 돼있는데, 서문에는 산문을 본문에는 운문을 사용했어요. 위의 인용문은 최초의 뇌문으로 노나라 애공이 공자의 시호를 '니보'로 정하면서 사용한 것이에요. 소박하지만 서문과 본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요.

 

사진은 채제공 선생 뇌문비(蔡濟公 先生 誄文碑)라고 읽어요. 한글로 나와 있네요. ^ ^  채제공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자 정조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죠. 정조 당시 독상(獨相) - 영의정 우의정 없는 좌의정으로 - 3년을 지낸 적이 있을 정도로 정조의 후의를 입었죠. 한마디로 개혁 군주 정조의 절친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채제공이 죽었다면 정조가 애도의 글을 쓸 만 하지 않겠어요? 그래요, 채제공 선생 뇌문비는 정조가 지었어요! 그렇다면 이 뇌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그렇죠, 채제공의 공적이 즐비하게 담겨있죠.

(관련 내용 참조 싸이트 : http://blog.daum.net/biocode/4078).

 

그런데 채제공의 뇌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역사적인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한 인간에 대한 슬픔을 표현한 글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높게 평가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고인에 대한 업적을 찬미하는 것이 주된 문장이라 해도 본질적으론 애도문인데, 왜 이리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제 감수성이 무딘 탓도 있겠지만, 찬미하는 말을 너무 늘어 놓은데 주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말이 길어지면 감동의 정도가 그만큼 상쇄되잖아요? 최초의 뇌문인 노나라 애공의 글은 정조의 글보다 훨씬 오래된 글이지만 그 슬픔이 절실하게 다가와요. 생각으로 짜내어 길게 쓰지 않고 진심을 직서(直書)하여 짧게 썼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어요.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艹(풀 초)와 祭(제사 제)의 합자예요. 잡초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祭는 음을 담당해요(제→채). 잡초 채. 큰 거북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점칠 때 풀을 사용하듯, 그같이 점칠 때 사용하는 것이 큰 거북(의 배딱지)이란(란) 의미로요. 큰거북 채. 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蔡(대채, 큰 거북), 蓍蔡(시채, 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齊(가지런할 제)의 합자예요. 물 이름이에요. 하북성 찬황현 서남쪽에서 발원하여 민수로 들어가는 물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齊는 음을 담당해요. 물이름 제. 건너다, 구제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제수를 건너다, 제수의 풍부한 수량이 가뭄을 극복하게 했다의 의미로요. 건널 제. 구제할 제. 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救濟(구제), 濟度(제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言(말씀 언)과 耒(쟁기 뢰)의 합자예요. 고인의 생전 업적과 언행을 드러내는 칭호, 즉 시호(諡號)란 의미예요. 言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耒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땅을 파내는 것이 쟁기이듯이, 시호란 고인의 생전 업적과 언행을 파서 드러낸 것이란 의미로요. 시호 뢰. 뇌사 뢰. 뇌사와 시호는 같은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뇌사의 결론 격에 해당하는 내용이 '시호'이고, 시호의 서론 본론 격에 해당하는 내용이 '뇌사'이니까요. 誄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誄詩(뇌시), 誄詞(뇌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蔡 잡초 채, 큰 거북 채   濟 물이름제, 건널 제, 구제할 제   誄 시호 뢰, 뇌사 뢰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救(   )   (   )詞   蓍(   )

 

3. 알고 있는 감동적인 애도문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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