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디, 윗뜸, 옥거리, 물안이, 산정말..."

 

고향 동네 이름들이에요. 과디는 구아대(舊衙臺)의 줄임말로 옛 관아터란 의미이고, 윗뜸은 위에 있는 동네란 의미이고, 옥거리는 감옥이 있던 곳이란 의미이고, 물안이는 물을 안고 있는 동네란 의미이고, 산정말은 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예요. 의미를 알고 동네 이름들을 대하니 동네 이름이 한결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이 이름들은 행정 구역상 명칭이 아니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칭이에요. 하지만 이런 별칭이 행정 구역 명칭보다 훨씬 더 그 구역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 같아요. 이 동네들의 행정 구역 명칭은 서정리(西亭里)인데, 구역의 특성을 반영 못한 무미건조한 명칭이에요.

 

여기서 문제 하나 내 볼까요? '붉은 빛을 띈 흙이 있는 고개'는 무슨 이름으로 부르면 좋을까요? 그래요! '붉은 고개' 혹은 '붉은 재'라고 부르면 돼죠. ^ ^

 

사진은 '홍현(紅峴)'이라고 읽어요. '붉은 고개'란 뜻이에요. 고개의 흙 색깔이 붉은 빛을 띄어 붙여진 이름이에요. 처음에는 한글 이름으로 불리다 후에 한자로 변환되었어요. 지금은 아스팔트로 덮여 '붉은 흙'의 존재를 확인할 길 없고 다만 표지로 옛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에요. 이런 표지조차 없다면 그나마도 옛 이름을 잊고 말았을 거예요.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종로구 화동에 있는 표지석인데, 박대통령 퇴진 집회차 서울에 갔다가 찍었어요. (요즘 박대통령 때문에 원치 않게 서울 구경을 자주 해요. ㅠ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糸(실 사)와 工(장인 공)의 합자예요. 옷감을 붉게 물들였다는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工은 음을 담당하면서(공→홍)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정교하게 붉은 색을 물들였다는 의미로요. 붉을 홍. 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紅葉(홍엽, 단풍), 鮮紅(선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山(뫼 산)과 見(볼 견)의 합자예요. 고개라는 의미예요. 山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見은 음을 담당하면서(견→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개에서는 아래에 있는 것들이 잘 보인다는 의미로요. 고개 현. 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阿峴洞(아현동), 泥峴(이현, 진고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紅 붉을 홍   峴 고개 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鮮(   )   泥(   )

 

3. 본인이 사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말해 보시오.

 

 

주소 체계가 지번에서 도로명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마을 유래를 나타내는 명칭들이 많이 상실됐죠. 효율성이 대세인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움이 있어요. 마음의 고향인 유년의 기억을 빼앗긴 기분이랄까요? 도로명 주소가 어쩔수 없는 추세라 해도 옛 이름을 잊어 버리지 않게 '홍현' 표지처럼 흔적을 남겨 놓으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의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되지 않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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