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biocode/4078>
"어지신 하늘 우리 노나라를 돌보지 않으시어/ 이 훌륭한 분 남겨 두시지 아니하고/ 나 한 사람만 임금 자리에 있게 하시니/ 외롭고 외로워 걱정 속에 있나니/ 아~ 슬프다, 니보여/ 내 본받을 대상이 없어 졌도다"
한문으로 씌어진 다양한 문장 양식 중 '애제류(哀祭類)'라는게 있어요. 말 그대로 죽은 이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문장 양식이에요. 세분하여 애사(哀辭), 제문(祭文), 조문(弔文), 뇌(誄)로 나눠요.
애사는 죽은 이에 대해 슬픈 마음을 표한 글인데, 주로 단명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은 이를 추모할 때 쓰는 문장이에요. 위진(魏晉) 이전에는 서문은 짧게 애사는 길게 썼고, 당송(唐宋) 이후로는 서문은 길게 애사는 짧게 썼어요.
제문은 본래 천지 산천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문장이었어요. 후에 돌아간 이를 제사지낼 때도 사용하게 되었지요. 제문에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일정한 형식이 있어요. 특정한 날짜, 제수, 돌아간 이에 대한 추모, 제수 흠향 기원 등.
조문은 제문의 일종인데 주로 과거에 돌아간 이를 떠올리며 자신의 감상을 쓴 글이에요.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글이긴 하지만 글쓰는 이의 사리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게 중심이에요.
뇌는 시호를 정하기 위해 사용하던 문장이에요. 주로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을 추모할 때 사용했어요. 후에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지어 졌어요. 내용도 시호 제정과 상관없이 공적을 찬미하는데 중점을 둔 글로 바뀌었고요. 서문과 본문(뇌사) 형식으로 돼있는데, 서문에는 산문을 본문에는 운문을 사용했어요. 위의 인용문은 최초의 뇌문으로 노나라 애공이 공자의 시호를 '니보'로 정하면서 사용한 것이에요. 소박하지만 서문과 본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요.
사진은 채제공 선생 뇌문비(蔡濟公 先生 誄文碑)라고 읽어요. 한글로 나와 있네요. ^ ^ 채제공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자 정조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죠. 정조 당시 독상(獨相) - 영의정 우의정 없는 좌의정으로 - 3년을 지낸 적이 있을 정도로 정조의 후의를 입었죠. 한마디로 개혁 군주 정조의 절친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채제공이 죽었다면 정조가 애도의 글을 쓸 만 하지 않겠어요? 그래요, 채제공 선생 뇌문비는 정조가 지었어요! 그렇다면 이 뇌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그렇죠, 채제공의 공적이 즐비하게 담겨있죠.
(관련 내용 참조 싸이트 : http://blog.daum.net/biocode/4078).
그런데 채제공의 뇌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역사적인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한 인간에 대한 슬픔을 표현한 글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높게 평가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고인에 대한 업적을 찬미하는 것이 주된 문장이라 해도 본질적으론 애도문인데, 왜 이리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제 감수성이 무딘 탓도 있겠지만, 찬미하는 말을 너무 늘어 놓은데 주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말이 길어지면 감동의 정도가 그만큼 상쇄되잖아요? 최초의 뇌문인 노나라 애공의 글은 정조의 글보다 훨씬 오래된 글이지만 그 슬픔이 절실하게 다가와요. 생각으로 짜내어 길게 쓰지 않고 진심을 직서(直書)하여 짧게 썼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어요.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蔡는 艹(풀 초)와 祭(제사 제)의 합자예요. 잡초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祭는 음을 담당해요(제→채). 잡초 채. 큰 거북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점칠 때 풀을 사용하듯, 그같이 점칠 때 사용하는 것이 큰 거북(의 배딱지)이란(란) 의미로요. 큰거북 채. 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蔡(대채, 큰 거북), 蓍蔡(시채, 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濟는 氵(물 수)와 齊(가지런할 제)의 합자예요. 물 이름이에요. 하북성 찬황현 서남쪽에서 발원하여 민수로 들어가는 물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齊는 음을 담당해요. 물이름 제. 건너다, 구제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제수를 건너다, 제수의 풍부한 수량이 가뭄을 극복하게 했다의 의미로요. 건널 제. 구제할 제. 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救濟(구제), 濟度(제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誄는 言(말씀 언)과 耒(쟁기 뢰)의 합자예요. 고인의 생전 업적과 언행을 드러내는 칭호, 즉 시호(諡號)란 의미예요. 言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耒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땅을 파내는 것이 쟁기이듯이, 시호란 고인의 생전 업적과 언행을 파서 드러낸 것이란 의미로요. 시호 뢰. 뇌사 뢰. 뇌사와 시호는 같은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뇌사의 결론 격에 해당하는 내용이 '시호'이고, 시호의 서론 본론 격에 해당하는 내용이 '뇌사'이니까요. 誄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誄詩(뇌시), 誄詞(뇌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蔡 잡초 채, 큰 거북 채 濟 물이름제, 건널 제, 구제할 제 誄 시호 뢰, 뇌사 뢰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救( ) ( )詞 蓍( )
3. 알고 있는 감동적인 애도문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