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청와대 윤영찬 홍보수석의 발표문 일부예요. 지난 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비판을 받아온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죠.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속시원한 조치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그간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국정역사교과서 추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반대를 했던가요? 그 일이 깨끗이 해결됐으니 말이에요. 그러면서도 약간의 허무감도 느꼈을 것 같아요.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반대해도 해결 안되던 일이 즉시 해결되는 걸 보면서 말이지요.

 

사진은 '교육 불시정치공구(敎育 不是政治工具)'라고 읽어요. 뜻은, 사진에 나온 것처럼,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예요.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의 한 장면이에요. 새 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소식을 전하면서 전 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중에 나온 장면이에요. 우리나라 것이 아니고 대만 것이에요. 외국의 사례를 들어 국정역사교과서 발행이 타당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그런데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란 말은 얼핏 듣기엔 옳은 말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 나라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가 행정부의 한 부서이기 때문이에요. 교육이 정치의 영향을 안받을 수 없는 거죠. 만일 국정역사교과서가 교육 논리대로 추진된 일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지시에 교육부는 반발해야 옳을 거예요. 그러나 교육 논리로 추진된 일이 아니고 정치 논리로 추진된 일이기에 아무런 반발이 없는 거죠.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란 말은, 좋은 말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교육은 정치의 도구예요.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일 거예요. 합리적 이성과 비전을 소유한 이가 사용하면 올바른 인재를 배출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가 사용하면 '혼이 비정상적인' 인재를 배출할테니까요.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爻(본받을 효)와 攵(칠 복)의 합자예요. 윗사람이 지도해주는 것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의미예요. 가르칠 교. 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敎育(교육), 敎導(교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에서 윗 부분의 云은 태어나는 갓난 아기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고, 月(肉의 변형, 고기 육)은 음을 나타낸 것이에요.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의미예요. 云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기를 육. 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育成(육성), 養育(양육)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日(날 일)과 正(바를 정)의 합자예요. 차별없이 비추는 태양처럼 바르다란 의미예요. 옳을 시. '이, 이것, ~이다' 등의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동음을 빌미로 가탁해 사용한 거예요. 이시. 是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是非(시비),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 이 날을 목놓아 통곡한다. 을사늑약을 비판한 장지연 선생의 논설 제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正(바를 정)과 攵(칠 복)의 합자예요. 백성들을 독려하고 가르쳐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한다란 의미예요. 이런 것이 바로 정치죠. 정치 정. 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政治(정치), 臨政(임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台(怡의 약자, 기쁠 이)의 합자예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조치한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台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자연스럽게 조치하는 것이야말로 기쁘고 좋은 일이란 의미로요. 다스릴 치. 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政治(정치), 治水(치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손잡이가 달린 끌을 본뜬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정방형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자]로 보기도 해요. 도구 공. 이 글자의 일반적 의미인 '장인'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도구를 사용하여 일을 하는 사람이 장인이란 뜻으로요. 장인 공. 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加工(가공), 職工(직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廾(받들 공)과 目(貝의 변형, 조개 패)의 합자예요. 재화[貝]를 잘 간직하여 쓰임에 대비한다란 의미예요. 갖출 구. 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具備(구비), 具成(구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敎 가르칠 교   育 기를 육   是 이 시   政 정치 정   治 다스릴 치   工 도구 공   具 갖출 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職(   )   (   )育   (   )成   (   )備   (   )水   臨(   )   (   )非

 

3.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를 한문으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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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냉면 사리하고 모주(母酒) 버렸어!"

 

"어헝?"

 

며칠 전부터 뱃속이 좋지 않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냉면과 모주에 원인이 있는 듯 싶었어요. 냉면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데, 냉장고에서 그냥 놀고 있기에 아까워서 먹었더니 뱃속이 별로 편치 않더군요. 모주도 기호식품으로 그간 반주로 조금씩 먹었는데, 웬일인지 몸에 잘 안받는 것 같은 거예요. 둘 다 돈이 들어간 것이라 버리는게 좀 아까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간의 습관대로 또 억지로 먹을 것 같아 눈 질끈 감고 과감히 버렸어요, 제가 평소에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걸 끔찍히 싫어하는 걸 잘 아는 아내기에, 냉면 사리와 모주를 버린 사실에 무척 놀란 눈치더군요.

 

일반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라고 알고 있죠. 부족한 것을 보충해야 건강이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는 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 있어요. 넘치는 것을 덜어내야 건강이 증진되기는 거죠. 제 경우는 일종의 라고 할 거예요. 안먹는 것이 되려 건강에 도움이 되니까요.

 

사진은 '보화 경옥고(普和 瓊玉膏)'라고 읽어요. 보화는 상호 이름인데 널리 조화롭게 한다의미이고 경옥고는 약명인데 붉은 구슬을 고아 만든 진액이란 의미예요. 좋은 약재를 사용하여 만든 약이란 의미로 붙인 이름같아요. 경옥고는 한약 중에서 널리 알려진 보약중 하나죠. 인삼, 백복령, , 황기 등을 고아 만든 것으로, 동의보감에서는 "그 좋은 효능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功效不可盡述)."고 말할 정도로 좋은 보약으로 알려져 있죠. 얼마 전 처가 수술을 했는데 지인이 '보'하라고 사다 준 제품이에요. (시험 삼아 아내 몰래(?) 먹어봤는데 맛도 좋더군요.) 그런데 건강에 좋다고 경옥고를 계속 먹으면 건강이 무한 증진될까요? , 아니라고 봐요특히 몸에 화기가 많은 사람은 되려 건강이 상할 수도 있어요. 인삼 성분은 몸의 열을 올리는 성질이 있는데, 화기 많은 이가 인삼 성분이 들어간 경옥고를 장복하면 화기를 더 돋울 수 있기 때문이죠.

 

시중(時中)은 동양철학의 핵심 개념인데, 이는 건강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보'와 '사'가 균형을 이뤄야 온전한 건강이 이뤄진다고 보는 거죠. 전 아까운 냉면과 모주를 버린 후 뱃속이 가라앉았어요. 그러나 단순히 그 음식을 먹지 않아서 뱃속이 가라앉은 것 같지는 않아요. 어쩌면 그 음식과 함께 버리기 싫어하는 일종의 집착도 놓아 버렸기에 뱃속이 가라앉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는 단순한 물리적 배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배설도 포함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경우, ‘도 마찬가지겠지요?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竝(나란할 병)과 日(날 일)의 합자예요. 햇빛이 사라져 일체의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란 의미예요. 넓을 보. 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普遍(보편), 普通(보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禾(벼 화)의 합자예요마음의 소리가 서로 잘 통한다는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禾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장 순수한 곡물인 벼처럼 상호 순수한 마음으로 소통한다란 의미로요. 화할 화. 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和合(화합), 和音(화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붉은 빛이 도는 구슬이란 의미예요. 王(玉의 변형, 구슬 옥)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瓊團(경단), 瓊杯(경배, 옥으로 만든 술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구슬 세 개를 하나로 꿰어놓은 형상이에요. 一은 구슬을, 丨은 관통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에요. 본래는 王의 형태로 썼는데, 후에 임금이란 뜻의 왕과 구별하기 위해 丶를 추가해 玉의 형태로 쓰게 됐어요. 구슬 옥. 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玉石(옥석), 玉盤(옥반, 옥으로 만든 쟁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高(높을 고)의 합자예요. 살쪘다란 의미예요. 月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高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지방이 높은 상태가 살찐 것이란 의미로요. ‘기름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에요. 살찌면 기름기가 많잖아요? 기름 고. 膏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膏藥(고약), 膏粱(고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普 넓을 보   和 화할 화   瓊 옥 경   玉 구슬 옥   膏 기름 고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石   (   )藥   (   )團   (   )遍   (   )合

 

3. '보약(補藥)'과 '사약(瀉藥)'에 관한 경험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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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

"난, △△△"

"또 없어? 그럼 거수로 할까?"

"..."

"거수로 한다. 자 …"

 

80년대 초반. 갓 입학한 대학. 남학생들이 학교 근처 'ㅇㅇ집'에 모여 낮술을 마시며 과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 누군지 뽑기로 했어요. 아직 여학생의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되는 상황인데, 이미 여학생 신상 파악이 끝난 두 친구가 모 여학생의 이름을 댔고, 사회를 자임한 한 친구는 거수로 결정하자고 했어요.

 

이렇게 과 퀸이 된 한 여학생. 이튿날 남학생들에게 불려와 'ㅇㅇ집'에서 한 턱을 내게 됐어요. 그런데 퀸이 된 여학생을 바라보는 남학생들의 눈에 실망의 눈빛이 역력했어요. '아닌데...'라고 모두들 무언의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죠.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대학가 주변에는 학생들이 즐겨찾는 술집이나 찻집이 있죠. 제가 속한 과 친구들이 과 퀸을 뽑은 'ㅇㅇ집'은 반 지하의 술집으로 막걸리와 소주를 주로 팔던 곳이었어요. 작년에 우연히 모교 근처를 갔다가 혹 'ㅇㅇ집'이 아직도 있나 살펴 봤더니 없어졌더군요.

 

사진은 학림(學林)이라고 읽어요(다 아시죠? ^ ^).  사진에 나온 것처럼 다방 이름이에요. 학림은 '배움의 숲, 학문의 숲, 학생들, 학교 근처의 숲 등' 여러 의미로 풀이할 수 있어요. 옛 서울대가 있었던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다방이에요. 클래식 다방으로, 한 때 '서울대 25 강의실'로 불리며 많은 학생들이 찾아던 곳이에요. 옛 서울 문리대의 축제 이름인 '학림제'는 이 다방 이름에서 따왔어요. 이곳은 우리 문화계의 중추 역할을 한(하는) 많은 분들이 다녀갔어요. 김지하, 김승옥, 전혜린, 박태순, 이덕희, 김민기, 백기완…. 지금 주인은 30년 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학림 다방의 변질이 안타까워 30년 전에 이곳을 인수했다고 해요. 한때 학원 소요의 중심지로 치부되기도 했지만(학림 사건), 지금은 그저 옛 정취를 간직한 맛있는 커피(비엔나 커피)가게일 뿐이죠. 아, 아니네요. 지금도 여전히 대학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문화단체들의 가교로요. 서울시는 이곳을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이상의 내용은 여러 인터넷 자료를 뒤섞어 인용했어요. 출처를 일일히 밝히지 못해 죄송해요.)

 

'ㅇㅇ집'과 학림 다방. 둘 다 대학가 추억의 장소인데 한 곳은 흔적없이 사라졌고, 한 곳은 누군가 자발적으로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어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돈'과 '문화'의 차이 아닐까 싶어요. 'ㅇㅇ집'은 '문화'에 대한 인식없이 그저 주류를 팔았기에 변하는 세월에 가뭇없이 사라진 것이고, 학림 다방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에 변하는 세월에 지지않고 꿋꿋이 제자리를 지킨 것 아닐까 싶은거죠(학림 다방 주인은 '이윤이 별반 남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고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본래 모양이 斅이었어요. 斅은 敎(가르칠 교)와 冖(덮을 멱)과 臼(절구 구)의 합자예요. 가르침을 받아 몽매한 상황을 벗어난다는 의미예요. 敎와 冖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臼는 음을 담당하면서(구→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절구질을 할 때 물건을 넣는 사람과 찧는 사람이 잘 협조해야 하듯,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잘 협조해야 성취되는 것이 배움이란 의미로요. 배울 학. 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學問(학문), 學者(학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木이 합쳐진 글자예요. 나무가 무성하게 있다란 의미를 나타낸 것이죠. 수풀 림. 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林業(임업), 森林(삼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學 배울 학   林 수풀 림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森(   )   (   )者

 

3. 추억이 깃든 장소를 한 곳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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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우리 형제를 이간질했는가(汝何爲離間我兄第)!"

 

"만일 선태자께서 일찍 제 말을 들으셨다면 오늘 이같은 화를 당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先太子 早從徵言 必無今日之禍)."

 

"…"

 

현무문의 정변 후 권력을 장악한 당태종 이세민이 자신의 형 이건성의 부하 위징을 불러 나눈 대화예요. 위징은 이건성에게 이세민을 진즉에 제거하라고 권고했지만, 미적거리다 되레 이세민의 역습을 받아 죽게됐죠.

 

당태종은 위징과의 대화에서 형제간 이간질 운운하며 위징을 죽이려 했지만, 사실 위징의 말은 틀린데가 없는 말이었어요. 무엇보다 당태종 자신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죠. 하여 냉정한 사실을 거림낌없이 말한 위징에게 매력(?)을 느껴 그를 죽이지 않고 수하로 거두죠.

 

권력은 형제간에도 나누기 힘든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한동안 신문에 오르내렸던 롯데가의 권력장악 모습도 한 방증이 될 듯 싶어요. 이런 - 형제간에도 양보하지 않는 - 권력의 속성에서 보면 권력 주변부 인물은 권력자에게 '울타리' 보다는 '혹'에 가까운 존재인듯 싶어요. 언제 자신의 위치를 넘볼지 모를 존재이니까요. 당태종의 경우, 현무문의 정변 후 화근을 없애기 위해 조카 10명을 모두 죽였죠.

 

조선의 태종 이방원 역시 당태종처럼 형제를 살육하고 권력을 장악했던 인물이죠. 태종의 형 정종은 아우 이방원에게 얼른 왕위를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갔죠. 권력의 무상함 보다는 권력의 서슬퍼럼에 질려서요. 이런 그였으니 자식들에게 '혹'이란 존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절절히 알려줬을 거예요.

 

사진은 '선정묘(宣靖廟)'라고 읽어요. 정종의 4째 아들 '선성군(宣城君) 양정공(良靖公, 시호) 이무생(李茂生)의 사당'이란 뜻이에요.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있어요. 본래 경기도 파주에 있었는데 이 곳으로 옮겨 왔다고 해요. 이무생은 한 때 불가에 입문한 적도 있는데,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었다고 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종 시절 - 세종과 이무생은 사촌간 - 글 공부를 게을리해 귀양을 간 적이 있다고 나오더군요. 글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은 머리가 둔하거나 세력을 믿고 그랬다기 보다는, 공부의 의미를 느끼지 못해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어지기 위해 불가에도 입문했던 처지니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도를 가르치는 유교 경전 공부가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요? 공부를 게을리한, 아니 일부러 멀리한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이무생은 자잘한 벼슬을 하며 권력과 거리를 두고 별 탈없이 지내다 68세에 돌아갔어요. 아버지가 일러준 '혹'의 처신법을 충실히 이행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죠.

 

이무생은 한 세상 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능력이 있었다면 세상을 원망했을 것이고, 능력이 없었다면 자족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든 자족하든 늘 살얼음판을 밟는 기분은 떨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권력 주변부의 삶, 얼핏보면 행복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다지 행복한 삶이 아닌 듯 싶어요.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최순실의 경우도 한 방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宀(집 면)과 亘(걸칠 긍)의 합자예요. 상하좌우 공간이 넓은 큰 집이란 뜻이에요. '베풀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공간이 넓은 큰 집처럼 널리 (은혜를) 베푼다는 의미로요. 베풀 선. 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宣揚(선양), 宣戰(선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立(설 립)과 靑(푸를 청)의 합자예요. 안정되어 있다란 의미예요. 立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靑은 음을 담당하면서(청→정)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푸른 색은 변함없는 하늘의 빛깔인데, 이같이 변함없는 것이 바로 안정된 것이란 의미로요. 편안할 정. 靖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靖難(정난, 국가의 위난을 평정함), 閑靖(한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广(집 엄)과 朝(조정 조)의 합자예요. 조정은 엄숙한 의식을 진행하는 곳이죠. 그렇듯 엄숙한 자세로 돌아가신 선조께 예를 올리는 곳이란 의미예요. 사당 묘. 廟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宗廟(종묘), 文廟(문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宣 베풀 선   靖 편안할 정   廟 사당 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閑(   )   宗(   )   (   )揚

 

3. 권력 주변부 경험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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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2017-05-29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침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책을 읽는 중이었습니다. 책의 이름은 ‘절반의 중국사‘. 책의 분량이 많고 가격도 높은 편인데 한 번 읽어 볼 만합니다. 다 읽고 난 뒤 제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블로그의 ‘길에서 주운 한자‘라는 표현보다는 ‘길에서 만난 한자‘라는 게 어떨까요? 줍는다는 행위보다 만난다는 행위가 더 어감도 좋고 의미가 있어 보이거든요.
찔레꽃님의 영역을 건드리는 실수가 아닐까 조심스럽습니다만.

찔레꽃 2017-05-29 08:54   좋아요 0 | URL
무심님의 독후감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블로그 제명까지 신경을 써 주시니... 감사드려요. ^ ^ 깊이 고민해보겠습니다. ^ ^ 농사는 잘 되시는지요?

무심이병욱 2017-05-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도 예전 같지 않아 농사의 양을 많이 줄였습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작물은 물론, 잡초들도 제대로 크지 못하는 희한한 풍경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찔레꽃 2017-05-29 15:5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큰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
 

 

 

 

"악마는 프라다를 신고, 천사는 아지오를 신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헌 구두가 화제죠. 청각 장애인이 만든 무명 구두[아지오]에다 - 청각장애인 구두제작 업체(구두 만드는 풍경)는 명품을 지향했다지만 - 구두 바닥과 뒷축이 헤져서 말이죠. 하루가 멀다하고 감동을 쏟아내어 숨이 벅찰 정도인데, 이제는 신발로도 감동을 주는군요. 국정 농단 주범 최순실이 신었던 프라다와 대비시키니 그 가치와 감동이 배가돼요.

 

정치가는 바람이요, 백성은 풀이다. 풀은 바람이 부는대로 눕는다. 오래된 동양의 정치 윤리인데, 이게 결코 시효만료된 정치 윤리가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되네요. 지도자가 무심히(?) 신은 신발 하나가 이렇게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니 말이에요. 앞으로는 최순실이 신었다는 프라다 같은 고가의 신발을 신는 것이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못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어떤 신발을 신느냐의 일로만 끝나겠어요?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그릇된 가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겠지요. 돈있고 세력있다 위세부리거나, 돈없고 세력없다 기죽이는 잘못된 사회 기풍이 바로잡혀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돈있고 세력있어도 겸손하고 검소하게 살며, 돈없고 세력없어도 성실하게 살면 존중받는 사회기풍으로 말이에요.

 

사진은 아내의 신발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있어보이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예요. 아내는 늘 저가의 신발과 의류를 구매하죠(남편과 애들 것은 비싼 것을 사주려고 하면서요). 아내의 신발이나 의류를 볼 때면 늘 짠한 느낌을 받아요. 아내는 우리 집 경제 대통령이에요. 대통령이 이렇게 검소한데, 저나 아이들이 함부로 낭비 할 수 없죠. 역시 정치는 바람이에요. 집안 살림을 건사하는 것도 정치죠.^ ^

 

사진의 한자는 신발 바닥에 있는 한자예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투기(透, 공기 통함), 항진(抗震, 진동 방지), 防臭(방취, 냄새 방지)라고 읽어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辶(걸을 착)과 秀(빼어날 수)의 합자예요. 뛰어넘다란 의미예요. 辶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秀는 음을 담당하면서(수→투)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뛰어 넘은 것은 보통 사람들 수준보다 빼어난 것이란 의미로요. 통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통하는 것은 경계를 뛰어넘은 것이란 의미로요. 통할 투. 透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透過(투과), 透映(투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중첩된 구름이 위로 상승하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여기서 기운이란 의미가 나왔어요. 기운 기. 일반적으로 기운 기는  氣로 표현하는데, 气는 氣의 원형이에요. 신발에 씌인 气는 氣의 간체자인데, 원형으로 돌아간 셈이에요.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空气(공기), 運(기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扌(手의 변형, 손 수)와 亢(목 항)의 합자예요. 막는다란 의미예요. 扌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亢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목이 머리와 가슴 중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듯, 외부의 침략을 막아내고 자신의 위치를 고수한다는 의미로요. 막을 항. 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抗拒(항거), 抵抗(저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雨(雷의 약자, 우레 뢰)와 辰(震의 약자, 흔들 진)의 합자예요. 요란한 천둥 번개란 의미예요. 雨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震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천둥 번개가 치면 사물이 진동한다는 의미로요. 천둥소리 진. 흔들릴 진. 震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震動(진동), 震怒(진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阝(阜의 변형, 언덕 부)와 方(旁의 약자, 곁 방)의 합자예요. 둑이란 의미예요. 阝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둑은 언덕과 유사하죠. 方은 음을 담당하면서 의미도 일부분 담당해요. 둑은 물 옆에 조성하는 것이란 의미로요. 막다란 의미는 본의미에서 연역된 거예요. 둑은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란 의미로요. 막을 방. 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防禦(방어), 防衛(방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自(鼻의 약자, 코 비)와 犬(개 견)의 합자예요. 개가 잘 맡는 것이 냄새란 의미예요. 냄새 취, 臭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惡臭(악취), 體臭(체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透 통할 투   气 기운 기  抗 막을 항   震 흔들 진  防 막을 방   臭 냄새 취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惡(   )   (   )過   抵(   )   空(   )   (   )動   (   )禦

 

3. 신발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한 가지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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