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
"난, △△△"
"또 없어? 그럼 거수로 할까?"
"..."
"거수로 한다. 자 …"
80년대 초반. 갓 입학한 대학. 남학생들이 학교 근처 'ㅇㅇ집'에 모여 낮술을 마시며 과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 누군지 뽑기로 했어요. 아직 여학생의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되는 상황인데, 이미 여학생 신상 파악이 끝난 두 친구가 모 여학생의 이름을 댔고, 사회를 자임한 한 친구는 거수로 결정하자고 했어요.
이렇게 과 퀸이 된 한 여학생. 이튿날 남학생들에게 불려와 'ㅇㅇ집'에서 한 턱을 내게 됐어요. 그런데 퀸이 된 여학생을 바라보는 남학생들의 눈에 실망의 눈빛이 역력했어요. '아닌데...'라고 모두들 무언의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죠.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대학가 주변에는 학생들이 즐겨찾는 술집이나 찻집이 있죠. 제가 속한 과 친구들이 과 퀸을 뽑은 'ㅇㅇ집'은 반 지하의 술집으로 막걸리와 소주를 주로 팔던 곳이었어요. 작년에 우연히 모교 근처를 갔다가 혹 'ㅇㅇ집'이 아직도 있나 살펴 봤더니 없어졌더군요.
사진은 학림(學林)이라고 읽어요(다 아시죠? ^ ^). 사진에 나온 것처럼 다방 이름이에요. 학림은 '배움의 숲, 학문의 숲, 학생들, 학교 근처의 숲 등' 여러 의미로 풀이할 수 있어요. 옛 서울대가 있었던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다방이에요. 클래식 다방으로, 한 때 '서울대 25 강의실'로 불리며 많은 학생들이 찾아던 곳이에요. 옛 서울 문리대의 축제 이름인 '학림제'는 이 다방 이름에서 따왔어요. 이곳은 우리 문화계의 중추 역할을 한(하는) 많은 분들이 다녀갔어요. 김지하, 김승옥, 전혜린, 박태순, 이덕희, 김민기, 백기완…. 지금 주인은 30년 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학림 다방의 변질이 안타까워 30년 전에 이곳을 인수했다고 해요. 한때 학원 소요의 중심지로 치부되기도 했지만(학림 사건), 지금은 그저 옛 정취를 간직한 맛있는 커피(비엔나 커피)가게일 뿐이죠. 아, 아니네요. 지금도 여전히 대학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문화단체들의 가교로요. 서울시는 이곳을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이상의 내용은 여러 인터넷 자료를 뒤섞어 인용했어요. 출처를 일일히 밝히지 못해 죄송해요.)
'ㅇㅇ집'과 학림 다방. 둘 다 대학가 추억의 장소인데 한 곳은 흔적없이 사라졌고, 한 곳은 누군가 자발적으로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어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돈'과 '문화'의 차이 아닐까 싶어요. 'ㅇㅇ집'은 '문화'에 대한 인식없이 그저 주류를 팔았기에 변하는 세월에 가뭇없이 사라진 것이고, 학림 다방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에 변하는 세월에 지지않고 꿋꿋이 제자리를 지킨 것 아닐까 싶은거죠(학림 다방 주인은 '이윤이 별반 남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고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學은 본래 모양이 斅이었어요. 斅은 敎(가르칠 교)와 冖(덮을 멱)과 臼(절구 구)의 합자예요. 가르침을 받아 몽매한 상황을 벗어난다는 의미예요. 敎와 冖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臼는 음을 담당하면서(구→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절구질을 할 때 물건을 넣는 사람과 찧는 사람이 잘 협조해야 하듯,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잘 협조해야 성취되는 것이 배움이란 의미로요. 배울 학. 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學問(학문), 學者(학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林은 木(나무 목)과 木이 합쳐진 글자예요. 나무가 무성하게 있다란 의미를 나타낸 것이죠. 수풀 림. 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林業(임업), 森林(삼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學 배울 학 林 수풀 림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森( ) ( )者
3. 추억이 깃든 장소를 한 곳 소개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