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에 △△ 넣어 주시고요 x x 는 빼주세요."

 

커피면 커피 밥이면 밥 어느 하나의 메뉴에 익숙한 저에게 첨가와 삭제를 요구하는(할 수 있는) 메뉴는 더없이 불편해요. 그런데 딸 아이는 이런 첨가와 삭제가 가능한 메뉴에 익숙해요. 외려 첨가와 삭제가 없는 메뉴에 불편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역시 이젠 퇴물인가 봐요.

 

커피처럼 일반 차에도 첨가와 삭제가 가능한 찻집이 있더군요(전 가본 적은 없어요. 인터넷 상으로 본 것 뿐이에요). 사진은 '공차(貢茶)'라고 읽는데, 이 상호의 찻집이 바로 첨가와 삭제가 가능한 찻집이더군요. 기본적으로 녹차와 홍차 우롱차를 파는데 여기에 밀크를 추가할 수 있고 아울러 당도와 얼음량도 조절할 수 있다고 해요. 아울러 추가 금액을 내면 3개의 범위내에서 토핑도 가능하다는군요. 차의 양을 조절하는 컵 사이즈 선택은 당연지사구요. 저같은 퇴물로선 생각도 못한 차예요. 공차는 본래 대만 브랜드로 2012년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왔는데, 지금은 한국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요. 지사가 본사를 접수했다는군요. 공차 코리아는 전 세계 18개국 1380여개 매장을 보유한대요.

 

공차는 '황실에 진상하던 '라는 뜻이에요. 공차의 기원은 서주(西周)시대까지 올라가지만 정례화된 조공으로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하게 된 것은 당나라때 부터예요. '관배(官焙)'라는 기구를 설치해 각종 공차의 모든 제조 과정을 직접 관리, 감독, 지휘했어요. 당나라 이후,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황제와 황실에서만 전문으로 음용하는 공차의 품질뿐만 아니라 품종과 차의 빛깔까지도 끊임없이 추구하고 갈구했죠(박영환, '명차의 발전 과정①', http://www.buddhismjoural.com  참조 인용). 널리 알려진 보이차도 공차의 한 종류이죠. 공차 중에서 가장 이름 높은 것은 상주(常州) 의흥(義興)의 양선차(陽羨茶)라고해요.

 

조정과 관청에 바치는 공차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공차의 생산지가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차를 재배하고 제다하는 차농(茶農)들의 고통은 그에 정비례하여 늘어나죠. 명나라 때 한방기(韓邦奇)가 쓴 '차가(茶歌)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요. "부양강의 물고기, 부양산의 차. 물고기가 살찌면 내 아들을 팔아야 하고, 차가 향기로우면 내 집이 파산나네... 부양산은 어느 날에 무너질꼬? 부양강은 어느 날에 마를꼬?"(박영환, '명차의 발전과정④, ⑤', 위 싸이트 참조 인용) 차농들의 고통이 어떠했을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공차의 횡포(?)가 중국 차문화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점이에요. 어느 한 면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인가봐요.

 

한자를 살펴 볼까요? 은 工(장인 공)과 貝(조개 패)의 합자예요. 工에는 정밀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고, 貝에는 재화(물)의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조정에 바치는 재화와 기물이란 뜻이에요. 貝로 뜻을 표현했어요. 工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조정에 바치는 재화와 기물은 정미(精美)하다는 뜻으로요. 공물 공. 바칠 공. 貢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貢物(공물), 貢獻(공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艹(풀 초)와 余(나 여)의 합자예요(지금은 茶를 쓸 때 余에서 一 하나를 빼고 쓰죠). 쌉싸름한 풀 혹은 그 풀로 우려낸 음료란 뜻이에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여→다). 차 차(다). 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茶道(다도), 雪綠茶(설록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한 때 현미 열풍을 일으켰던 고 안현필씨가 한 유명한 말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음식은 결코 비싸거나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있습니다." 차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보리차 한 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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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친불여근린(遠親不如近隣), 먼 곳의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 피부에 와 닿을 때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문화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먼 곳의 문화보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의 문화가 더 핍진하게 다가오잖아요? 그런데 그 핍진하게 다가오는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정작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지요.

 

사진은 전남 장흥의 유학자 잠계(潛溪) 백형기(白亨璣, 1881-1948) 선생의 시예요. 장흥에서는 치인 이봉준이란 분이 2009년부터 이곳의 역대 유림들 시문을 작품화하여 전시회를 갖고 있는데 이번(2017)에는 19세기와 20세기를 살다간 유림들의 시문을 작품화하여 전시회를 열었다고 해요(관련 기사 및 사진 출처: http://www.asiae.co.kr/news/print.htm?idxno=2017072414324829763&udt=1 ). 이런 전시회를 기획한 지방 자치 단체나 서예가의 의도가 무척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서예 전시회 하면 으레히 한국과 중국의 유명 문인 시문만 작품화하기 마련인데 지역 문인들의 작품만 그것도 특정 시기를 살았던 문인의 시문을 작품화 한 것은 서예 전시회의 관습적 구태를 벗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예요. 전시회를 관람할 주 관람객은 장흥 지역 주민들일텐데, 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사는 지역의 문화적 유산에 대해 큰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것 같아요. 이런 점도 이 전시회가 신선한 느낌을 주는 또 한가지 요인인 것 같아요.

 

시를 한 번 읽어 볼까요?

 

난생매영(欄生梅影)    난간에 매화 그림자 어리다

난생매영자(欄生梅影子)    난간에 매화 그림자 어리고

정산죽정신(庭散竹精神)    뜰엔 대나무 신기(神氣) 어려라

미각삼경만(未覺三更晩)    밤 깊은 줄 모르고

무서상고인(撫書想古人)    책장 넘기며 옛사람을 생각타

시제(詩題) 초당명월(草堂明月)    시 제목 초당에 뜬 밝은 달

잠계선생시(潛溪先生詩) 을미 춘절(乙未 春節) 이치인(李痴人) 근서(謹書)    잠계선생의 시 을미년(2015) 봄날에 치인 이봉준 삼가 쓰다.

 

이 시에서 핵심은 '옛사람을 생각함'이에요. 시인은 옛사람의 어떤 면모를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 내용은 1, 2구에 나타나 있어요. 이른바 탁물우의(託物寓意, 사물을 빌어 마음을 표현함)로 그 마음을 표현했지요. 1, 2구에 등장하는 사물은 매화와 대나무예요. 매화와 대나무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사군자(四君子)중 하나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죠. 따라서 시인이 옛사람을 생각하며 배우고 따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지조와 절개'라고 할 수 있어요. 그가 넘기는 책장도 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일터이구요. 이 시는 옛사람의 지조와 절개를 사모하는 한 견결한 선비의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렸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번 전시회에 등장한(전시회는 이미 끝났어요) 시문들이 혹 모두 다 잠계 선생류의 시는 아닐까? 전시회의 대표작으로 보도 사진에 실린 시가 이 시라면 여타의 작품도 이런 시풍의 시일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사실과 부합한다면(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번 전시회는 약간 빛바랜 느낌이 들어요. 왜냐하면 19세기와 20세기를 살다간 문인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문이 아니기 때문이죠. 서예가 단순한 문자의 희롱(?)이 아닌 바에야 - 단순한 문자의 희롱이라면 그건 서예가 아니라 그림이죠 - 그것이 표현하는 내용도 매우 의미있어야 하죠. 19세기와 20세기를 살다간 문인들의 시문을 작품화 한다면 도학자연(道學者然)의 시문보다는 내우외환이 극심했던 19세기와 20세기를 걱정하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시문들로 작품을 만들었어야 할 거예요. 만일 그런 시문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그러나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유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우국충정의 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원래 으로 표기했어요. 이것으로 설명해 보도록 하죠. (문 문)(가릴 간)의 합자예요. 출입하는 사람들을 가리기 위해 문밖에 설치한 차단물이란 의미예요. 오늘날의 바리케이트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죠. 난간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예요. 난간은 출입을 선별하는 기능이 있잖아요? 후에 난간의 재료를 강조하는 뜻에서 木(나무 목)이 추가됐어요. 난간 란.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欄干(난간), 欄外(난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볕 경)(의 약자, 형상 형)의 합자예요. 빛이 비치는 쪽에 드러나는 형상[그림자]이란 의미예요. 그림자 영.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陰影(음영), 影像(영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广(집 엄)(조정 정)의 합자예요. 본뜻은 중궁(中宮)이란 의미예요. 广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중궁이 있는 곳은 조정처럼 넓고 평평한 곳이란 의미로요. 뜰이란 의미로도 많이 사용하는데(위 시에서는 이 의미로 사용했죠),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중궁이 있는 장소처럼 넓고 평평한 장소가 바로 뜰이란 의미로요뜰 정.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校庭(교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약자, 귀신 신)(번개 신)의 합자예요. 번개처럼 위력적이며 그 상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란 의미예요. 로 주 의미를 나타냈고,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했어요. 귀신 신.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神靈(신령), 神殿(신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볼 견)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은 깨닫다의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본래 잠에서 깨어 사물을 인지하다[見]란 의미예요. 후에 의미가 확장되어 무지몽매한 상태를 벗어나다란 의미로 사용하게 됐어요. 지금은 주로 이 의미로 사용하죠. 깨달을 각.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覺醒(각성), 觸覺(촉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변형, 손 수)(없을 무)의 합자예요. 無에는 더없이 풍부하다란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부지(扶持)하여 편안하게 해주다란 뜻이에요. 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상대를 부지해 편안하게 하려면 상대를 배려하는 중후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요. 어루만질 무.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慰撫(위무), 愛撫(애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물속에 잠겨 있다, 물속으로 들어가 이동하다'란 의미예요. (水의 변형, 물 수)로 그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잠길 잠. 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潛水(잠수), 潛在(잠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疒(병 력)과 知(알 지)의 합자예요. 인지(認知)에 문제가 있다란 의미예요. 어리석을 치. 痴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白痴(백치), 痴者多笑(치자다소, 어리석은 자는 웃음이 많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言(말씀언)과 菫(진흙 근)의 합자예요. 입자가 고운 진흙처럼 언행을 삼가하고 조심한다란 의미예요. 삼갈 근. 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謹身(근), 謹弔(근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위에서 작품 전시 내용의 미흡한 점 - 추측에 의한 것이라 오해의 소지가 많은 - 을 들었지만 지역 문인의 시문을 지속적으로 작품화하여 전시하는 기획은 다른 지방 단치 단체나 서예가들이 많은 본받아야 할 사례인 것 같아요. 지역의 축제와 더불어 이런 서예 전시회를 병행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담 둘. 사진의 한자들을 읽는데 무척 힘들었어요. ㅠㅠ  갑골문과 전서 행서 등을 뒤섞어 써놓아 저같이 해서체나 겨우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겐 꽤나 곤혼스러운 일이더군요. 네이버 지식IN의 도움도 받았지만 그 도움도 흔쾌한 도움은 못되었어요. 답해주신 분도 자신감있게 읽질 못하셨거든요. 요는 위 사진의 내용을 해서로 옮긴 것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ㅠㅠ 혹 오류를 발견하시면 질책하지 마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적만 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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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자이면서 어떻게 나라를 위해 그것도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나설 수가 있는가?”

 

사랑한다는 건 자아의 확대입니다. 나는 박열을 사랑했고 박열은 조선을 사랑했어요. 그래서 나는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독립을 위해 나선 것입니다.”

 

영화 박열보셨는지요? 많은 이들에게 잊혀졌던 한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영화로 올 여름 극장가 화제작 중의 하나였죠. ‘군함도가 사실 이외의 불필요한(?) 장면 설정으로 논란이 된데 반해 박열은 사실에 충실한 영화로 호평을 받았죠. 관객 동원에서는 군함도가 앞섰지만 영화의 깊이에서는 박열이 앞섰던 것 같아요.

 

영화 박열의 주인공은 당연히 박열이지만 박열 못지않은 비중으로 다뤄진 인물이 그의 일본인 처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였죠. 영화에서 가네코는 박열 못지않은 투철한 아나키스트이며,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당찬 여인으로 그려지죠. 위의 인용문은 가네코가 실제 재판정에서 판사와 나눈 말인데 그녀의 당찬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에요.

 

사진은 영화에서 가네코가 박열과 함께 형무소에서 찍은 사진 일부예요(실제로도 두 사람은 형무소에서 영화 장면과 똑같은 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은 결혼 기념 사진이었어요(감옥에 오기 전 두사람은 동거 상태였는데 재판이후 대역죄로 사형이 확정될 게 분명했기에 정식 부부가 되기로 합의하죠).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아나키스트답게 전형적인 결혼 기념 사진을 안찍고 파격적인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에요. 위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원사진을 보면 박열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한 손은 탁자에 올려 턱을 괴고 또 한 손으론 가네코를 안고 있어요. 놀라운 것은 가네코를 안은 손이 그녀의 가슴에 올려져 있다는 점이죠. 가네코 또한 박열의 손을 개의치 않고 박열에게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는 포즈를 취하죠. 도무지 결혼 기념 사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장면이죠. 두 사람은 아나키스트답게 결혼기념 사진에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 투쟁했던 셈이에요. 그런 투쟁의 성과였을까요? 후일 이 사진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끝내 내각이 해체되는 결과까지 가져오죠(물의의 주원인은 대역죄인에게 그것도 형무소에서 결혼 기념 사진을 찍게 했다는 점이었지만, 여기에는 두 사람의 오만한 포즈도 한 몫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진에서 가네코가 들고 있는 책 이름은 신지지(新地誌)예요. '새 지리 책' 정도의 의미예요. 이게 실제 가네코가 들었던 책인지 그저 영화 촬영시 소품으로 사용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실제이든 우발적 소품이든 가네코가 든 책은 가네코와 잘 어울려요. 가네코가 걸었던 아나키스트의 삶은 매우 새로운 삶이었죠. 일본인으로서 천황제를 반대하고 조선 독립을 지원하며 여성의 독자성을 주장한 것은 새로움을 넘어 혁명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어요. 신지지 역시 과거의 지리책을 탈각해 새롭게 만든 지리책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가네코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품이죠. 그렇지 않나요? ^ ^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斤(도끼 근)과 木(나무 목)과 立(辛의 약자)의 합자예요. 나무를 베어 땔감을 장만했다는 의미예요. 斤과 木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立은 음을 담당해요. '새롭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새 땔감을 장만했다는 의미로요. 땔감 신. 새 신. 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新舊(신구), 新聞(신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土(흙 토)와 也(蛇의 옛 글자, 뱀 사)의 합자예요. 대지라는 뜻이에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也는 음을 담당하면서(사→지)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원래 대지에는 파충류들이 많았다는 의미로요. 땅 지. 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地帶(지대), 天地(천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言(말씀 언)과 志(뜻 지)의 합자예요. 기억한다는 의미예요. 잘 듣고 말을 해봐야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言을 의미 부분으로 삼았어요. 志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기억하려는 대상에 전일(專一)하게 뜻을 모아야 기억이 잘 된다는 의미로요. 기록하다란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잘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의미로요. 기록할 지. 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日誌(일지), 雜誌(잡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지지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지역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둘러싼 자연 인문 현상의 배열과 결합을 통한 모든 관계를 밝혀 지역의 개성을 체계적으로 설명 기술한 것"이에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전통 지지로는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이 있죠. 수록된 항목들을 보면 '건치연혁 - 관원 - 군명 - 성씨 - 풍속 - 형승 - 산천 - 토산 - 성곽 - 봉수 - 학교 - 누정 - 궁실 - 역원 - 교량 - 불우 - 사묘 - 명환 - 인물 - 제영' 등 이에요. 근대이후 서구의 지리학 영향을 받아 지지 편찬 등에 변화가 오는데 오횡목의 '여재촬요(輿載撮要, 1870)에는 태양과 지구의 운행에 관한 천문학과 지구 전도 및 대륙별 지지등이 실려 있어요. 이런 경향의 지리서를 '신지지'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이상 daum 백과사전 참조).

 

여담 둘. 영화 '박열'의 가네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얼굴이 너무 따뜻하더군요. 연기 자체는 흠잡을데 없이 좋았지만 인물 자체는 가네코와 좀 거리감이 있지 않나 싶어요. 가네코의 사진들을 보면 매우 차가우면서 히스테릭하게 생겼는데 실제 성격도 그런 일면이 있었다고 해요. 재판을 맡았던 판사에 의하면 "반항적이고 열광적이며 눈물이 많고, 때로 무서울 정도로 히스테릭했다"고 하거든요. 좀 더 차가운 얼굴의 연기자가 가네코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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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0. 대한민국 99. 2017.

 

시간에는 금[]이 그어져 있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금을 긋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의미'부여와 상관이 있지 않나 싶어요. ‘새로운 출발이 그 대표적인 의미 부여겠죠. 연호를 쓰는 것도 비슷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는 '새로운 출발'에 보태어 문화의 지배라는 강력한 의미가 포함될 듯 싶어요. 연호 사용은 문화 권력과 깊은 상관 관계를 가지니까요.

 

현재 우리는 서기(西紀)라는 연호를 사용하고 있죠. 서기라는 것은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는 서구의 문화적 잣대로 만든 연호이죠. 이것을 차용해 쓰고 있다는 것은 서구 기독교 문화를 수용하고 이의 지배를(?) 용인한다는 의미라고 할 거예요. 과거 우리는 중국의 연호를 사용했죠. 이 역시 중국의 문화를 수용하고 이의 지배를 용인한다는 의미였다고 하겠죠.

 

사진은 '황명 홍치 사년 신해 조(皇明 弘治 四年 辛亥 造)'라고 읽어요. '효종 황제께서 계시는 명나라 홍치년 네 해째 간지로 신해년에 (성을) 축조하다'란 뜻이에요. 서산 해미읍성에 새겨진 문구로, 이 성의 축조 시기를 말해주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황명'까지는 그렇다 쳐도 '홍치 사년 신해'라는 시간은, 요즘 우리에게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시간 개념이에요. 옛 분들에게는 실감나게 와닿았겠지만요. 왜 그럴까요? 우리가 그만큼 서기에 익숙하고 과거의 연호에 낯설기 때문이겠죠. 홍치 4년은 1491년이에요. 조선이 1392년에 건국됐으니 선초(鮮初)가 조금 지난 시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산군(재위1487-1505) 초기예요. 연호의 시기를 서기로 바꾸니 그렇지 않을 때와 시간 체감에 있어 확실히 차이가 있죠?

 

현대가 서구 기독교 문명이 지배하는 시대라는 것은 동양의 맹주에 해당하는 중국도 서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어요. 북한이나 일본 대만 등이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서기를 병기하고 있는 상황이니, 독자적 연호를 쓰는 것 자체는 가상하다 하겠으나 그게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도 해방 후 한 때 민국00’, ‘단기등의 연호를 쓴 적이 있지만 5.16 군사정변(1961)이후 서기로 바꾸었죠.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없는바 아니지만, 북한이나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자존감 없는 일이라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연호를 사용하는 이면의 내실을 다지는 거겠지요(과거에 우리가 중국의 연호를 쓴 것은 사대의 의미도 있었지만 실제는 불필요한 중국과의 마찰을 줄이고 우리의 내실을 기하고자 함도 있었어요). 막말로 올 해를 2017년으로 표기하든 단기 4350년으로 표기하든 대한민국 99년으로 표기하든 그 자체야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 해에 우리가 촛불 혁명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의미있죠. 그렇지 않은가요?

 

첫머리에 내놓았던 숫자의 의미는 파악하셨는지요? , 그래요. ^ ^ 맨 앞은 올 해의 단기이고, 두 번째는 임정 수립을 기점으로 한 올해의 연도이며, 마지막은 올 해의 서기 연도예요.

 

세 자만 좀 자세히 살펴볼까요?

 

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는 면류관을 쓰고 옥좌에 단정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는 설이고, 또 하나는 (의 변형, 부터 자)(임금 왕)의 합자로 처음으로 임금 노릇을 한 위대한 자라는 뜻으로 보는 설이에요. 임금 황,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皇帝(황제), 皇上(황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활 궁)((팔뚝 굉)의 약자)의 합자예요. 화살을 쏜 후 활줄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해요(). 후에 넓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활시위 소리가 넓게 퍼져 나간다란 의미로요. 넓을 홍.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弘益(홍익), 弘報(홍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착)(고할 고)의 합자예요. 성취하다란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남에게 알리는 것은 성취가 있은 다음에 알린다란 의미로요. '짓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성취하다의 의미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성취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짓는 것이니까요. 지을 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創造(창조), 造成(조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해미읍성은 이순신 장군이 군관 시절에 근무했던 곳이에요. 서산시는 이 점을 부가시켜 해미읍성을 정비하며 활터를 마련했는데, 이곳에 이순신 장군의 미니어처를 설치해 놓았더군요. 문제는 장군이 당시에 해미읍성을 다스리던 우두머리인 양 미니어처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에요. 장군은 일개 군관에 불과했는데 말이지요. 고치면 좋지 않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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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우 2017-08-28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제는 정부에서는 개천절에 단기연호(4350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거지요. 서기연호(2017년)만 정부는 써야한답니다.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어 서기만 써야 하고 단기연호를 쓰면 불법이랍니다. 1961년까지는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단기연호는 고조선 건국일부터 날짜를 기산하는 것이므로 우리민족의 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개천절은 우리 한민족의 생일, 홍익인간 정신은 한민족의 가훈이라고 할수 있지요.
반만년 역사의 정확한 기간은 고조선을 기준으로 할때 4350년입니다.
서기연호도 쓰고 필요시 단기연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연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찔레꽃 2017-08-29 05: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도 그렇게 개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제 꿈은 재벌 2세 였어요."

 

갓 직장에 들어온 어린(?) 동료 한 사람이 잡담중에 한 말이에요. 듣던 동료들이 모두 웃었지만 왠지 뒷 맛이 개운치 않더군요. 왜 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의 욕구 5단계설이란게 있죠. 생리적 욕구, 안전과 인정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저층의 욕구 부터 상층의 욕구까지는 위계를 지니며 각 단계의 욕구가 충족될 때 그 다음 단계의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고 하죠. 사람의 욕구가 꼭 이런 위계를 밟아 진행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대체로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그런대로 타당성이 있는 이론이란 생각이 들어요.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이 언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갖겠어요?

 

사진은 '무량수유대복(無量壽有大福)'이라고 읽어요. '한량없는 장수와 큰 복의 소유' 혹은 '한없이 오래 살고 큰 복을 소유하라'라고 풀이할 수 있어요. 선친의 글씨예요 ^ ^;; 큰 누님댁에 있는 휘호인데, 이번 여름에 누님 댁을 방문했다 찍어 왔어요. 기억하기론 누님이 오래 전에 지금사는 집을 새로 짓고 입주했을 때 선친께서 기념으로 써주셨던 것 같아요. 으레이 입주때 써 줄만한 평범한(?) 문구예요.

 

'한량없는 장수와 큰 복의 소유'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로 보면 생리적 욕구 그리고 안전과 인정의 욕구 충족에 해당될 듯 싶어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생리적인 것과 관계 깊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은 안전이나 인정과 관계 깊으니까요. 저희 누님은 아버지의 이런 휘호 덕분(?)인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 계시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세요. 다만 매형이 좀 아프신게 흠일 뿐이죠.

 

누님은 해방(1945) 끝머리에 태어나 초등학교 밖에 졸업 못하고 일찍부터 경제전선에 뛰어들어 힘겹게 지내셨어요. 그러나 타고난 낙천적 성격과 사교성 그리고 이재술(理財術)과 베풀줄 아는 마음 그리고 여기에 미용 기술까지 익혀 경제적 풍요를 이뤘어요. 홀시아버님도 정성껏 모셨고 세 아들도 결혼에 집 마련까지 다 해줬고 이따금 친정이나 형제들이 어려울 때도 적잖은 도움을 줬지요. 4년 전부터 매형께서 파킨슨 병으로 몸져 누워계시지만 여전히 낙천적으로 생활하고 계시죠. 미용실을 운영하시면서요. 누님의 연세는 70이 넘었어요.

 

제가 보기에 누님은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로 볼 때 4단계(자기 존중의 욕구)까지는 충족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누님은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과도 사이가 좋고 칭송도 많이 듣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5단계(자아 실현의 욕구)는 달성하기 어려우시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그런 욕구가 있으시기나 한가 모르겠어요. 가족의 삶과 자신의 삶을 일체화시켜 온 것이, 제가 보기에, 누님의 삶이었기 때문이죠. 누님의 삶에서 시아버지, 자식, 남편, 친정 식구를 빼면 남는 것이 없거든요. 지금도 돈을 버는 누님은 "돈을 만지니 좋아!" 하면서 자신이 베풀 기회가 오면 넉넉하게 베풀고 계세요. 어쩌면 누님은 이런 것이 자신의 '자아 실현'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누님이라고 왜 '자아 실현의 욕구'가 없을까요? 다만 저를 포함해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그런 것을 묻지도 않고 본인도 생각해 볼 겨를이 없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았을 뿐 이겠지요. 그런 것은, 누님이 살아온 세대에게는, 사치였을 테니까요.

 

누님이 그토록 자신을 희생시켜 가며 2세를 키운 것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말라는 기대였을 거예요. 자아실현의 삶을 살라고 말이죠. 그런데 2세는 과연 그런 삶을 살고 있을까요?

 

조카들을 보니, 제가 보기엔, 여전히 그런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요. 더 큰 아파트,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있거든요. 이것을 자아실현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잖아요? 위에서 어린 직장 동료의 말 - 제 꿈은 재벌 2세 였어요 - 을 듣고 개운치 않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았어요. 부모의 희생(?)으로 성장한 세대가 더 나아진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사회 문제인 것 같아요. 우선 떠오르는 것은 욕망의 과다와 부인부빈익빈의 사회구조예요. 누님 세대가 키운 2세들은 만족할만 한 경제 상황임에도 상대적 빈곤감으로 과도한 욕망을 품고 계속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고 있죠. 이와는 또 반대로 사회 구조가 불평등하여 풍요 속에서도 절대 빈곤이 늘어나고 있구요.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거예요. 인간다운 삶이 정착된 행복한 나라, 여전히 힘든 숙제인 듯 싶어요. 2세들의 과제도 누님 세대가 해결해야 했던 과제 만큼이나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자를 두어 자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할까요?

 

重(무거울 중)의 약자와 曏(향할 향, 向과 통용) 약자의 합자예요. 경중을 헤아린다는 뜻이에요. 重으로 뜻을 표현했지요. 曏 약자는 음을 담당해요. 헤아릴 량. 量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度量(도량), 測量(측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老(늙을 로)의 약자와 음을 담당하는 나머지 글자로 구성됐어요. 오래 되었다란 뜻이에요. 老로 뜻을 표현했어요. '목숨'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오래 된 것중 가장 의미있는 것이 목숨이란 의미로요. 목숨 수. 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壽(장수), 壽命(수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의 약자, 귀신 신)(가득할 복)합자예요. 신이 상서로운 일로 인간을 도와준다는 의미예요. 의미를 줄여 '으로 사용해요. 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인간을 만족시켜 주는 일이 바로 ''이란 의미로요. 복 복.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禍福(화복), 福券(복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무량수유대복, 좋은 내용이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선친께서 (하늘 나라에서) 기분이 언짢으실 듯. "감히 애비의 말에 토를 달어!" 죄송합니다, 아버지.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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