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에 △△ 넣어 주시고요 x x 는 빼주세요."
커피면 커피 밥이면 밥 어느 하나의 메뉴에 익숙한 저에게 첨가와 삭제를 요구하는(할 수 있는) 메뉴는 더없이 불편해요. 그런데 딸 아이는 이런 첨가와 삭제가 가능한 메뉴에 익숙해요. 외려 첨가와 삭제가 없는 메뉴에 불편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역시 이젠 퇴물인가 봐요.
커피처럼 일반 차에도 첨가와 삭제가 가능한 찻집이 있더군요(전 가본 적은 없어요. 인터넷 상으로 본 것 뿐이에요). 사진은 '공차(貢茶)'라고 읽는데, 이 상호의 찻집이 바로 첨가와 삭제가 가능한 찻집이더군요. 기본적으로 녹차와 홍차 우롱차를 파는데 여기에 밀크를 추가할 수 있고 아울러 당도와 얼음량도 조절할 수 있다고 해요. 아울러 추가 금액을 내면 3개의 범위내에서 토핑도 가능하다는군요. 차의 양을 조절하는 컵 사이즈 선택은 당연지사구요. 저같은 퇴물로선 생각도 못한 차예요. 공차는 본래 대만 브랜드로 2012년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왔는데, 지금은 한국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요. 지사가 본사를 접수했다는군요. 공차 코리아는 전 세계 18개국 1380여개 매장을 보유한대요.
공차는 '황실에 진상하던 차'라는 뜻이에요. 공차의 기원은 서주(西周)시대까지 올라가지만 정례화된 조공으로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하게 된 것은 당나라때 부터예요. '관배(官焙)'라는 기구를 설치해 각종 공차의 모든 제조 과정을 직접 관리, 감독, 지휘했어요. 당나라 이후,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황제와 황실에서만 전문으로 음용하는 공차의 품질뿐만 아니라 품종과 차의 빛깔까지도 끊임없이 추구하고 갈구했죠(박영환, '명차의 발전 과정①', http://www.buddhismjoural.com 참조 인용). 널리 알려진 보이차도 공차의 한 종류이죠. 공차 중에서 가장 이름 높은 것은 상주(常州) 의흥(義興)의 양선차(陽羨茶)라고해요.
조정과 관청에 바치는 공차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공차의 생산지가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차를 재배하고 제다하는 차농(茶農)들의 고통은 그에 정비례하여 늘어나죠. 명나라 때 한방기(韓邦奇)가 쓴 '차가(茶歌)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요. "부양강의 물고기, 부양산의 차. 물고기가 살찌면 내 아들을 팔아야 하고, 차가 향기로우면 내 집이 파산나네... 부양산은 어느 날에 무너질꼬? 부양강은 어느 날에 마를꼬?"(박영환, '명차의 발전과정④, ⑤', 위 싸이트 참조 인용) 차농들의 고통이 어떠했을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공차의 횡포(?)가 중국 차문화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점이에요. 어느 한 면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인가봐요.
한자를 살펴 볼까요? 貢은 工(장인 공)과 貝(조개 패)의 합자예요. 工에는 정밀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고, 貝에는 재화(물)의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조정에 바치는 재화와 기물이란 뜻이에요. 貝로 뜻을 표현했어요. 工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조정에 바치는 재화와 기물은 정미(精美)하다는 뜻으로요. 공물 공. 바칠 공. 貢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貢物(공물), 貢獻(공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茶는 艹(풀 초)와 余(나 여)의 합자예요(지금은 茶를 쓸 때 余에서 一 하나를 빼고 쓰죠). 쌉싸름한 풀 혹은 그 풀로 우려낸 음료란 뜻이에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여→다). 차 차(다). 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茶道(다도), 雪綠茶(설록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한 때 현미 열풍을 일으켰던 고 안현필씨가 한 유명한 말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음식은 결코 비싸거나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있습니다." 차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보리차 한 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