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 말 의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우매함을 탓하는 분노의 눈물.
춘추시대(B.C 722-468) 260년간 전쟁은 531회 있었다. 이런 전쟁 경험에 대한 이론적 총괄이자 철학서가『손자병법』이다. 손자는 말한다.
병법에는 다섯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첫째, 척도, 둘째, 물량, 셋째, 병력수, 넷째, 역량 비교, 다섯째, 승리상황이다.
아군의 병력이 적군의 열 배라면 적군을 포위하고, 다섯 배라면 공격하며, 두 배라면 적군 역량을 갈라 놓아야 한다. 대등하면 싸울 수는 있으나, 적으면 도망을 해야 하며, 열세라면 피해야 한다. 열세이면서도 고집스럽게 버틴다면 강한 적에게 사로잡힐 뿐이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 놓고나서 전쟁을 하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벌여 놓고는 이기기를 구한다.
칼과 창 기껏해야 화승총으로 무장한 오합지졸[의병]이 총과 기관총 대포 등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정예 일군(日軍)과 싸우는 것은 이미 패하고 싸우는 싸움이었다. 한신의 '배수진(背水陣)'처럼 『손자병법』의 원리를 응용하여 싸울수도 있었겠지만, 의병에게는 한신도 없었다. 구한말 의병의 전투는 우매함 그 자체였다. 그 우매함 때문에 금쪽같은 생명을 헌신짝처럼 내버렸으니, 어이 아니 분노의 눈물을 흘리랴!
사진의 시는 이런 승산없는 싸움을 벌인 우매한 의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崔運先烈士詩 최운선열사시 최운선 열사의 시
光復兵幕雪夜 광복병막설야 광복을 위해 나선 싸움터 군막 눈 내리는 밤에
離鄕戰地春秋過 이향전지춘추과 집 떠나 싸움터에서 세월만 가니
孤燈幕窓漏樹柯 고등막창루수가 외로운 등불 군막 틈새로 빛이 샌다
靑天明月同故國 청천명월동고국 밝은 달은 고향과 같은 달인데
白雪廣野無宿家 백설광야무숙가 눈 덮인 들에는 잘 곳도 없다
折轍單戈糧絶極 절철단과량절극 수레도 창도 군량미도 떨어져도
齧指丹血盟誓多 설지단혈맹서다 손 깨물어 조국충성 피로써 맹서하네
必時倭賊伐征息 필시왜적벌정식 기필코 왜적을 무찔러
槿域安民平得和 근역안민평득화 조국의 평화를 이룩하리
최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충분한 군량미를 비축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싸워도 승산을 따지기 어려운 판에 수레도 창도 군량미도 떨어지고 몸 누일 공간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라니! 그것도 눈내리는 밤에! 이들에게 남은 것은 곧이어 닥칠 죽음의 핏빛 새벽 뿐이다. 왜 이런 무모한 싸움을 하는가! 우매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의병은 정말 자신들이 패할 것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일군의 막강함을 그들이 왜 몰랐겠는가! 눈멀고 귀멀지 않은 이상 일군의 막강함을 몰랐을리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의 처지도 알고 상대의 위상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손자는 말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의병은 위태롭지 않을 수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싸우지 않으면 될 것이었기에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싸웠다. 왜? 싸워야만 했기 때문이다. 국권을 침탈당하는데 어찌 사태의 추이를 관망한단 말인가. 싸울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결코 우매해서 패한 것이 아니다. 현명했기에 패한 것이다. 시의 6~8구는 이런 의병의 처연(凄然)한 모습을 보여준다.
구한 말 의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처연한 의기에 흘리는 감동의 눈물.
그들은 결코 우매한 이들이 아니었다. 현명한 이들이었다. 살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을 의연히 포기하고 죽음의 길을 택했다. 하나뿐인 생명을 기꺼이 국권의 수호를 위해 산화한 이들을 어찌 우매하다 탓하랴! 구한 말 의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처연한 의기에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다.
주요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보자.
離는 隹(새 추)와 离(산신 리)의 합자이다. 본래 꾀꼬리를 뜻하는 글자였다. 隹로 뜻을, 离로 음을 표현했다. 떠나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다. 꾀꼬리가 앉아있던 나뭇가지를 떠났다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떠날 리. 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離別(이별), 分離(분리) 등을 들 수 있겠다.
幕은 巾(수건 건)과 莫(暮의 약자, 저물 모)의 합자이다. 장막이란 의미이다. 巾으로 뜻을 표현했다. 莫는 음(모→막)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저물면 사방에 어두움이 내리듯, 사방에 드리운 것이 장막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장막 막. 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幕府(막부, 장군이 집무하는 곳), 幕僚(막료) 등을 들 수 있겠다.
宿은 宀(집 면)과 夙(일찍 숙) 변형과의 합자이다. 쉬면서 잔다란 의미이다. 쉬면서 자는 곳이 대개 집이기에 宀으로 뜻을 표현했다. 夙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온밤을 지내고 이른 새벽까지 쉬면서 잤다는 뜻으로 본뜻을 보충한다. 잘 숙. 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寄宿(기숙), 宿食(숙식) 등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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