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모두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세월을 거스리는 건 쉽지 않았다. 타이슨은 1라운드부터 묵직한 펀치를 날렸고, 존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타이슨의 강펀치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2분)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린 후부터 둘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힘에 부치다보니 서로 부둥켜 안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 8라운드가 끝나자, 둘은 안도한 듯 포옹했다." (인용 출처: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topic/2020/11/29/OUOE7JGPHRA4RLQL655XH7RPG4/)

 

관심을 모았던 마이크 타이슨과 로이 존스 주니어의 경기는 무승부로 싱겁게 끝났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타이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싸워야 한다"고 호언했지만 '그게 진짜 속마음에서 나온 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경기를 보면서 관중이 느꼈을 세월의 무게를 그도 필시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혼자 남겨진 장소에서는 이런 말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돌아올 수 없나?"


사진의 한자는, 밑에 한글로 표기된 것처럼, '보명회생산(補命回生散)'이라고 읽는다. '생명을 보하여 되살아나게 하는 가루약'이란 뜻이다. 본래 약이지만 음용차로 상용화된 듯하다. 차 상자에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 영어로 번역된 것은 '생명의 차'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차인 듯한데, 경기를 끝낸 두 노복서에게 필요한 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잔씩들 드시고, 이제는 그만~.


補와 散이 낯설어 보인다.


補는 衤(衣의 변형, 옷 의)와 甫(남자의 미칭 보)의 합자이다. 헤진 옷을 수선하여 제대로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衤로 뜻을 표현했다. 甫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남자의 미칭처럼 수선된 옷은 보기 좋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기울 보. 돕다라는 의미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도울 보. 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補完(보완), 補充(보충) 등을 들 수 있겠다.


散은 林(수풀 림)과 攵(칠 복)의 합자이다. 숲의 나무들을 치면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떨어진다란 의미이다. 이 의미를 종합하여 '흩어지다'란 의미로 사용한다. 흩어질 산. 약재로서 '가루'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이다. 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解散(해산), 分散(분산) 등을 들 수 있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지는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좋은 음식이나 약을 찾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 이전에 우선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 있다. 마음 챙김. 삶은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하루하루를 기쁘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이다. 하루하루를 이전의 삶에 주어지는 보너스로 생각하는 것. 이것이 좋은 음식이나 약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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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다. ‘꼭대기에 오른 용은 후회할 일이 있다라는 의미로, 주역건괘() 상구(건괘의 맨 위에 있는 선을 일컫는 말)의 효사(괘의 각 선에 대한 설명)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최고를 좋아한다. 수석, MVP, 스타, 베스트 셀러 등에 환호하는 것은 이런 성향 때문일 것이다. 누구 말대로 사람들은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역은 그런 최고를 경계한다. 최고는 곧 기움의 시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괘에서 가장 좋게 여기는 자리는 어디일까? 짐작했겠지만, 상구 전의 구오(건괘의 위에서 두 번째 선을 일컫는 말)이다. 최고 직전이 가장 좋다고 보는 것. 쉽게 말하면 2등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조금만 되짚어보면 수긍할 것이다. 1등은 추격자에 대한 압박과 1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반면 2등은 1등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지만 1등만큼의 압박과 강박은 없다. 1등보다 2등이 낫다는 말, 수긍할만하지 않은가.

 

사진의 한자는 ()’이라고 읽는다. ‘가득 채워져 있다란 뜻이다. 내부가 풀 세트로 채워져 있다는 의미일 것도 같고, 이곳에 들어오면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가득 채워질 거라는 의미일 것도 같다. 여하간에 이 빌딩 이름에는 알게 모르게 최고 지상주의, 1등주의 가치관이 배어있다.

 

그래서 그럴까, 왠지 이 집에 입주하면 압박과 강박감을 많이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 지상주의가 주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 빌딩 이름을 살짝 고치면 이런 스트레스를 덜 받거나 받지 않을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을 해봤다. 영측(盈昃) 빌딩. 채워지기도 비워지기도 하는 건물. 1등도 될 수 있고 꼴찌도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지만, 여유를 가진 빌딩으로 2등이란 의미를 강조하여 작명한 것이다. 어떻게 느끼시는지?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릇 명)(더할 고)의 합자이다. 물건이 담긴 그릇에 추가로 물건을 더하여 그릇을 가득 채운다는 의미이다. 찰 영.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盈昃(영측, 차고 기움), 盈尺(영척, 한 자 남짓. 협소함) 등을 들 수 있겠다.

 

2등이 좋다고 했지만, 사실 2등도 1등 못지않은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1등이 되지 못한데서 오는 결핍과 아쉬움이 그것. 가장 좋은 것은 1등도 2등도 아닌 무등(無等)이다(그래서 나는 무등산을 좋아한다). 1등 혹은 2등에게 보내는 찬사는 광대에게 보내는 박수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결국 타인의 장단에 놀아나는 것이다. 자신의 리듬에 맞춰 무등을 추구하는 것이 삶을 삶답게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한가한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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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디딩 띠디딩….


익숙한 가락의 기타 소리가 들렸다. 60 중반은 족히 넘었을 노파가 로망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무대가 아니다. 전통 시장이었다. 검게 탄 얼굴, 투박한 손, 거기에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노파가 로망스 연주라니…. 노파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기타 연주에 도취되어 있었다.


아내와 둘이서 끝까지 연주를 들은 후 박수를 쳤다. 노파는 약간은 부끄러운 듯 약간은 자랑스러운 듯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아내가 멋있다고 추임새를 넣었더니, 노파가 갑자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내가 예전에는 꽤 잘나갔지. 결혼식이 열릴 때면 항상 초대받았다우. 기타를 가르치셨던 ㅇㅇㅇ 선생님은 정말 유명한 분이셨어…."


그렇다. 비록 지금은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별볼일없는(비하의 의미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노파지만, 이 노파에게도 한 때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은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사진은 '투주호심 산월입렴 수수영롱 신수재화도간(投舟湖心 山月入簾 水樹玲瓏 身遂在畫圖間)'이라고 읽는다. '호수 한 가운데 배를 띄우니 / 산에 뜬 달 발 안으로 들어오네 / 물가의 나무들 영롱한 빛 발하니 / 이내 몸 그림 속에 들어온 듯'이라는 뜻이다.

 

호수 한가운데 배를 띄웠다는 것으로 보면 여름 철이 아닌가 싶다. 발이 등장한 것도 이런 추정에 신빙성을 보탠다.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꺽인 여름 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에 배을 띄웠다. 내실(內室)에 발을 드리우고 앉아 있는데 산에 둥근 달이 떠올라 내실 안까지 환하다. 가만히 있기 어려워 발을 걷고 밖으로 나와보니 호숫가 나무들이 에 비친 달빛을 되받아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시인은 이 몽환적인 풍경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찾은 표현. 이내 몸 그림 속에 들어온 듯 하구나! 


그런데 "그림 속에 자신이 들어온 듯 하다"는 표현은 한시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하는 진부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표현을 누군가 처음 사용했을 때는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그랬기에 진부하도록 사용한 것 아니겠는가. 시인은 마지막 구절 표현을 두고 양가의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진부한 표현을 답습할 것인가, 새로운 표현을 찾을 것인가. 결국 진부하지만 이 이상의 표현을 찾기 어려워 답습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진부는 항상 타파해야 할 부정적 대상으로만 취급받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진부가 한때 참신의 아이콘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거기에서 취할 수 있는 에스프리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바로 이런 태도를 표현한 말 아니겠는가. 


낯선 자를 두어자 자세히 살펴보자.


簾은 竹(대 죽)과 廉(모 렴)의 합자이다. 집의 한 측면에 바람과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대나무를 쪼개 엮어 만든 설치물이란 뜻이다. 발 렴. 竹을 뜻을, 廉은 뜻과 음을 담당한다. 簾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珠簾(주렴), 垂簾聽政(수렴청정) 등을 들 수 있겠다.


玲은 王(玉의 변형, 구슬 옥)과 令(아름다울 령)의 합자이다. 옥소리란 뜻으로도 사용하고, 아름답다란 뜻으로도 사용한다. 옥소리 령. 아름다울 령. 王은 뜻을, 令은 뜻과 음을 담당한다. 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玲琅(영랑, 옥이나 쇠붙이가 쟁그렁 울리는 소리), 玲玲(영령, 옥이 울리는 소리. 곱고 투명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다.


瓏은 王(玉의 변형, 구슬 옥)과 龍(용 룡)의 합자이다. 본래는 기우제 때 사용하던 구슬이란 의미였다. 王은 뜻을, 龍은 뜻과 음(룡→롱)을 담당한다. 龍은 비를 부르는 신물(神物)이기에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후에 王에서 뜻이 연역되어 '환하다'란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는데, 지금은 이 뜻으로 주로 사용한다. 환할 롱. 瓏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瓏(영롱), 瓏(농롱, 광채가 찬란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다.


전통 시장을 찾을 때면 항상 그 노파가 있는 곳을 방문한다. 단골이 된 것. 로망스를 연주하는 야채장수 노파라니, 얼마나 멋진 노파인가! 참신은 진부하고, 진부는 참신하다. 사진은 한 만두집에서 지인이 찍어 보낸 사진중 일부인데, 고금도서집성(청대에 발간된 일종의 백과사전)에 나오는 내용을 필사한 것이다. 어허, 만두집에 고서(古書, 옛 글씨)라니. 이 또한 참신하면서 진부하고, 진부하면서 참신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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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 자리. 생각보다 멋진 남자가 나왔다. 살짝 호감이 가는데, 남자도 내게 호감이 가는지 말수가 많아졌다. 처음부터 말수가 많으면 안 될 것 같아, 남자의 말에 적당히 호응을 보이며 미소만 지었다.

 

그런데 남자가 갑자기 무슨 유머를 꺼냈는데(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려 크게 웃고 말았다. 순간, 남자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속으로왜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남자의 어두워진 얼굴빛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남자는 말수가 차츰 줄어들더니 급기야 급한 약속이 좀 있다며 자리를 떴다. 내심 저녁을 사주길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맞선 상대는 어땠냐며 물었다. 시큰둥하게 그냥 그랬어.”라고 말한 뒤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문득 정면의 거울을 보며 아까 그 남자 앞에서 웃었던 웃음을 지어봤다. 그 남자가 나의 웃음 끝에 얼굴색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앞니 사이에 빨간 고춧가루가 끼어 있었다!

 

실화가 아니다. 하지만 일어남직 한 일 아닐까? 이 경우 고춧가루는 옥에 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티의 옥이라고 할 것이다. 옥에 티는 웃음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티의 옥은 웃음으로만 치부하기엔.

 

사진은 부여 무량사에 찍은 극락전 주련 해설 내용 중 하나이다. 우리 말 풀이 극락당에 해당하는 한문 원문은極樂堂으로 써야 한다. 극락당이 건물이기에 집이란 의미의 을 써야 하는 것. 잘못 쓴 은 마땅하다는 의미이다. 옥에 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게는 티의 옥으로 보였다.

 

고찰의 주련에 잘못된 해설 내용을 붙이는 것은 여인의 이에 낀 고춧가루를 보는 느낌이 든다. 주련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고찰 전체에 대한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것. 차라리 붙이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련의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왠지 모를 신비감이라도 간직하게 말이다. 과도한 생각일까?

 

문제가 된 을 자세히 살펴보자.

 

은 밭(: 밭 전)과 밭이 서로 맞닥뜨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은 음()을 담당한다. 당할 당.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應當(응당), 該當(해당) 등을 들 수 있겠다.


(흙 토)(숭상할 상)의 합자이다. 토석의 기반 위에 높고 크게 지은 중심 건물이란 의미이다. 집 당. 높고 큰 중심 건물이란 의미에서 연역하여 당당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한다. 당당할 당.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堂上(당상), 堂堂(당당) 등을 들 수 있겠다.

 

서양 건축 문화유산과 달리 우리 건축 문화유산에는 기록물이 많다. 건물마다 붙어있는 현판과 주련이 그것. 현판과 주련은 건물과 일체를 이루는 기록물이라 그 내용 이해는 건물 감상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기록물을 읽지 않고 건물만 감상하는 것은 맨살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옷 입힌 살을 만지는 것과 같다.

 

그런데 문제는 현판과 주련이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다는 점. 한글로 번역된 것을 붙여놓고 읽는 것도 좋겠지만 원문 그대로를 보는 것이 더 좋은 감상법일 터이다. 얼마간의 노력을 기울여 한문을 익히고 우리 건축 문화유산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 필요한 일 아닐까?

 

아쉬움을 표했던 주련의 본모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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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제힘으로 밥벌이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총선 당시 황교안 씨가 여당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하던 단골 평이다. 현실 감각이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냐는 조롱이었다. 금수저 출신이 많은 당 대표가 할 소리인지 의문이었지만(현실감 없기는 금수저 출신이 더하지 않겠는가), 말 자체는 귀담아들을 만했다. 정치는 현실과 이상의 길항체이다. 어느 한 방향만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당의 이상적(?) 정책을 견제하려는 황 씨의 현실 감각 주장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사진의 한자는 청극부지한(淸極不知寒)’이라고 읽는다. ‘맑음의 극한은 추위를 모른다란 뜻이다. 한겨울에 피는 매화의 모습을 상찬한 문구이다. 매화는, 군자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꽃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매화는 칭송만 받아야 하는 꽃일까?

 

매화는 철부지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계절에 저 홀로 꽃을 피우니, 철부지도 이만저만한 철부지가 아니다. 이런 철부지를 군자에 비유했다면, 군자 또한 철부지란 말이 된다. 군자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큰아이일 수도 있다.

 

매화의 가치를 왜곡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본 것은 매화의 가치를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려 온전히 보기 위해서이다. 일면만 존재하는 것은 없다. 항상 이면이 존재한다. 양면을 함께 보아야 온전히 보는 것이다. 매화를 군자 같은 꽃으로 상찬하면서도 철부지 같은 꽃으로 측은하게 볼 수 있을 때 매화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지나친 억설일까?

 

이 낯설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자.

 

(나무 목)(빠를 극)의 합자이다. 용마루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다하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유추된 의미이다. 용마루는 최정상부에 사용되는 목재이기 때문. 은 음을 담당한다. 용마루 극. 다할 극.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窮極(궁극), 太極(태극) 등을 들 수 있겠다.

 

(집 면)(풀 초)의 약자와 (사람 인)(두 이)의 합자이다. 궁벽진 곳에 살아 너무 추워서 위아래로 풀을 덮어 온기를 유지하려 애쓴다는 의미이다. 축약하여 차갑다란 의미로 사용한다. 찰 한.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寒氣(한기), 酷寒(혹한) 등을 들 수 있겠다.

 

황 씨는 여당이 이상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전제로 현실 감각을 주문()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과연 여당이 이상적인 정책을 펴긴 펴고 있는 걸까? 내 눈에는 건전 보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 감각이 출중한(?) 자유한국당의 후신 국민의 힘은 어떨까? 내 눈에는 현실 감각이 지극히 무딘국민의 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치에 (실험을 전제한) 이상적인 면은 부재한다. 사진은 동료들과 하룻밤을 묵은 한 질척한(?) 모텔에서 찍은 것이다. (질척한 모텔에 매화 그림이라니, 여기서도 '모든 것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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