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 제힘으로 밥벌이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총선 당시 황교안 씨가 여당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하던 단골 평이다. 현실 감각이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냐는 조롱이었다. 금수저 출신이 많은 당 대표가 할 소리인지 의문이었지만(현실감 없기는 금수저 출신이 더하지 않겠는가), 말 자체는 귀담아들을 만했다. 정치는 현실과 이상의 길항체이다. 어느 한 방향만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당의 이상적(?) 정책을 견제하려는 황 씨의 현실 감각 주장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사진의 한자는 청극부지한(淸極不知寒)’이라고 읽는다. ‘맑음의 극한은 추위를 모른다란 뜻이다. 한겨울에 피는 매화의 모습을 상찬한 문구이다. 매화는, 군자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꽃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매화는 칭송만 받아야 하는 꽃일까?

 

매화는 철부지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계절에 저 홀로 꽃을 피우니, 철부지도 이만저만한 철부지가 아니다. 이런 철부지를 군자에 비유했다면, 군자 또한 철부지란 말이 된다. 군자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큰아이일 수도 있다.

 

매화의 가치를 왜곡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본 것은 매화의 가치를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려 온전히 보기 위해서이다. 일면만 존재하는 것은 없다. 항상 이면이 존재한다. 양면을 함께 보아야 온전히 보는 것이다. 매화를 군자 같은 꽃으로 상찬하면서도 철부지 같은 꽃으로 측은하게 볼 수 있을 때 매화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지나친 억설일까?

 

이 낯설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자.

 

(나무 목)(빠를 극)의 합자이다. 용마루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다하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유추된 의미이다. 용마루는 최정상부에 사용되는 목재이기 때문. 은 음을 담당한다. 용마루 극. 다할 극.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窮極(궁극), 太極(태극) 등을 들 수 있겠다.

 

(집 면)(풀 초)의 약자와 (사람 인)(두 이)의 합자이다. 궁벽진 곳에 살아 너무 추워서 위아래로 풀을 덮어 온기를 유지하려 애쓴다는 의미이다. 축약하여 차갑다란 의미로 사용한다. 찰 한.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寒氣(한기), 酷寒(혹한) 등을 들 수 있겠다.

 

황 씨는 여당이 이상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전제로 현실 감각을 주문()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과연 여당이 이상적인 정책을 펴긴 펴고 있는 걸까? 내 눈에는 건전 보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 감각이 출중한(?) 자유한국당의 후신 국민의 힘은 어떨까? 내 눈에는 현실 감각이 지극히 무딘국민의 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치에 (실험을 전제한) 이상적인 면은 부재한다. 사진은 동료들과 하룻밤을 묵은 한 질척한(?) 모텔에서 찍은 것이다. (질척한 모텔에 매화 그림이라니, 여기서도 '모든 것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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