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康寧殿 뒤에 있는 건물 현판을 알아 보도록 하죠. 첫 번째 것은 兩儀門(양의문)이라고 읽고, 두 번째 것은 交泰殿(교태전)이라고 읽어요. 康寧殿 뒤에 있는 이 건물은 왕비께서 머무시는 공간이에요. 왕과 왕비께서는 별거하신 셈이죠 ^ ^
한자를 하나씩 자세히 읽어 볼까요? 兩: 두량, 儀: 짝의(거동의라고도 많이 사용하죠), 交: 사귈교, 泰: 통할태. 兩儀는 음과 양을 가리켜요. 交泰는 음에 해당하는 땅과 양에 해당하는 하늘이 만나 소통한다는 의미에요. 주역 64괘중 11번째 괘가 태괘(泰卦)인데 위에 땅에 해당하는 곤괘가 있고 아래에 하늘에 해당하는 건괘가 있는 형상이죠. 곤괘와 건괘는 태극기에서 많이 보셨죠? 작대기 세개가 중간에 다 끊어진 것이 곤괘이고, 작대기 세개가 다 이어진 것은 건괘죠 ^ ^
근데 이상하죠?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어야 잘 통할 것 같은데, 반대로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어야 잘 통한다니 말이죠. <주역(周易)>에서는 이렇게 설명해요. 하늘은 위로 향하는 성질이 있고, 땅은 아래로 향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어야 서로 만나 소통할 수 있다. 이치에 맞는 말이죠? 어떤 분은 이런 것에 착안해 남녀가 교합을 할 때는 여성이 상위에 남성이 하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죄송해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해서 ^ ^;;)
절대 왕권 시대 왕비의 가장 큰 임무는 대를 이을 왕손을 낳는 것 이었기에 왕비의 처소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 같아요. 양의 지존인 임금과 음의 지존인 왕비가 잘 소통해야 -- 심신 양쪽으로 -- 대를 이을 왕손도 잘 낳을 수 있고 백성들과의 관계도 좋아 지겠죠.
그럼 내친김에 조금 더 나가 볼까요? 보통처럼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면 어떨까요? 그렇죠! 서로 만날 길이 없죠. 하늘은 위로만 가려 하고, 땅은 아래로만 가려하니 말이죠. 그래서 태괘의 반대 모양인 비괘(否卦)는 불통의 대표적 형상으로 불길한 괘로 봐요. 그럴듯 하죠 ^ ^
兩儀門을 지나 交泰殿으로 들어가는 임금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설랬을까요? 부담스러웠을까요? 하하하~
서설이 너무 길었어요. 이제 한자를 한 자씩 자세히 알아 볼까요?
兩은 좌우 대칭의 저울을 그린 것이에요. 본래 의미는 '똑같이 나누다' 였지요. 兩이 들아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兩班(양반), 兩性平等(양성평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儀는 人과 義(옳을의)가 합쳐진 글자에요. 본래 의미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대상에 대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에요. 義는 음도 담당하죠. '짝'이란 의미는 본래 의미중 '사람과 대상'이란데서 연역되지 않았나 싶어요. 儀가 들어가는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儀式(의식), 儀仗隊(의장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交는 사람이 양 다리를 꼬고 있는 모양을 그린 거에요. 사귀다란 의미는 다리를 꼬고 있는데서 연역된 것으로 보여요. 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交際(교제), 交通(교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泰는 大(큰대)와 艸(양 손을 그린 것이에요)와 水(물수)를 합친 글자에요. 본래 의미는 '미끄럽다' 였어요. 양 손으로 움켜 쥔 물이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는 모양으로 '미끄럽다'란 의미를 표현했죠. 大는 음을 나타내는데, 소리값이 좀 변했죠. 泰가 들어가는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泰平(태평), 泰山(태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이제 정리할 겸 문제를 한 번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두량, 짝(거동)의, 사귈교, 통할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山 , ( )式, ( )班, ( )通
3. 다음의 한자어를 이용하여 짧은 글을 지으시오.
兩性, 交際
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아, 갑자기 이런 생각이...남녀가 합방할 때 "교태전에 듭시다 ~'라는 은어는 어떨까요? 죄송합니다 ㅠ ㅠ
내일은 交泰殿뒤의 건물 현판을 보도록 하죠. 交泰殿뒤에는 어떤 건물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