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인간이 지구를 구한다 티쇼츠 3
남유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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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손목에서 뾰루지 같은 걸 발견한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가볍게 넘기려했지만 사실 그것은 뾰루지가 아닌 가시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난 윤서에게도 같은 가시가 돋아나고 있었다.
예준과 윤서는 유치원 시절 단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도 섞지 않고 지내다가 가시덕에 다시 말문이 트게된다. 

이 소설은 외계 바이러스, 지구 멸망이라는 큰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중심엔 ‘마음’이 있다.


 외로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외로움, 말로 못 해서 더 커지는 외로움.


예준과 윤서는 각자 이유로 마음을 닫고 지내온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몸에 생긴 가시보다,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더욱 인상 깊다.


이야기의 중반쯤 ‘가시 인간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계에서 날아오는 블랙 버블을 터트릴 수 있는 건 가시를 가진 인간뿐이라는 설정이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현실이고 그에따라 선택이 요구된다.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그 선택은 꼭 세상을 구하기 위한 영웅적 결단이라기보단,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책에서의 가시는 단순히 상처를 주는 가시가 아니다.
오히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돋아난 가시처럼 느껴진다.
읽고 나면 무거운 이야기를 한 편 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따뜻하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만,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조용하고 일상적이라 더욱 현실감있다.


한참 동안 누군가에게 말 걸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가시가 자라고 있다면, 말없이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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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시대
스티븐 J. 파인 지음, 김시내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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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인간이 가장 오래 사용해온 도구이자 동반자다. 

그러나 스티븐 파인은 단순히 도구로서의 불이 아닌, 이제는 인간의 삶과 지구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한 ‘불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불의 역사를 세개의 시기로 나눈다. 자연의 일부였던 ‘첫 번째 불’, 인간이 길들인 ‘두 번째 불’, 그리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세 번째 불’. 이 세 가지 불은 인류의 삶과 문명을 형성해왔고, 이제는 문명의 위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요즘 뉴스만 틀면 산불, 연기, 대피 소식이 끝없이 이어진다. 단순히 기후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이 문명이 원인일까? 『불의 시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점점 숨이 막힌다. 단순히 불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아진 수준이 아니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자체가 ‘불의 시대(Pyrocene)’라고 말한다. 불은 더 이상 인간의 도구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과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이상고온과 폭염이 일상이 된 날씨 속에서, 정말 우리는 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이 실감난다.


저자는 불을 단순한 위협이나 재난이 아닌, 인류가 공존해야 할 존재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고대의 원주민들이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루는 존재’로 인식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불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에 있다. “불을 정복하려 하지 말고, 불과 함께 춤을 추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불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 책은 불을 다룬 과학서이자 역사서, 동시에 생태와 문명의 위기를 진단하는 생존 매뉴얼이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묻는 강력한 질문이기도 하다. 인류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 태우며 파멸을 향해 달릴 것인지, 아니면 불을 통제하고 생태적 균형을 회복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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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의 세상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대상 수상작 사회평론 어린이문학 1
정설아 지음, 오승민 그림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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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빠가 돌아온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루의 세상’은 그 상상에서 시작한다. 이루는 아빠의 죽음 이후에도 무던히 일상을 이어간다. 엄마는 늘 바쁘고, 형은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한다. 누구 하나 ‘슬프다’고 말하지 않기에 이루도 말하지 않는다. 괜찮은 척하는 게 맞는 줄 알았고, 자신의 슬픔은 틀린 감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아빠—죽살귀신이라 불리는—를 만나며 이루는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판타지같은 반면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루는 아빠와 함께 바다로 향하며,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던 마음, 억울했던 순간들, 이해받고 싶었던 외로움까지 하나씩 꺼내어 정리해 나간다. 죽음이라는 낯설고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이야기는 마치 조용한 파도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죽은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은 결국 이루가 자신을 위로하고 성장하는 여행이 된다. 감정을 말하는 것이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함께 나눌 때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마침내 ‘이루의 세상’은 고요하게 열린다. 슬픔을 피하는 대신 온전히 바라보고 지나가는 용기, 그것이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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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4
임수현 지음, 송혜선 그림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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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짧은 시로 담아낸 동시집이다. 

한 편의 시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장면이 있고 이야기 흐름이 있어, 그림책을 읽듯 따라가게 된다.

시의 주제는 다양하다. 고슴도치에게 선크림을 바르는 장면처럼 상상력이 필요한 시도 있고, 친구와의 관계나 학교생활 같은 익숙한 소재를 다룬 시도 있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무겁지 않고, 어린이가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쓰여 있다.

한 편씩 천천히 읽고, 짧게 이야기 나누기 좋아 낭독용으로도 적절하다. 특히 시를 읽은 후 “이 장면은 어떤 상황일까?”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같이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표현력과 해석력을 끌어낼 수 있다.

이야기책에 익숙한 아이에게 시는 처음엔 생소할 수 있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한 편씩 골라 읽고, 짧게라도 느낌을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독서가 꽉 찬 느낌이었다. 시를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함께 읽고 감정을 나누고 싶은 어른에게도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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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지지 않는 아이 -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나는 프롬프트와 AI 문해력 수업
유영걸 지음 / 비욘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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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없는 아이는 AI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AI에 사용됩니다."
책 뒷표지에 적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 과제를 하며 챗GPT를 사용하는 걸 봤을 때가 떠올랐다. 참고용으로 쓰는 건 괜찮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AI가 알려준 정보를 교차검증도 하지 않은 채 진실이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니 걱정을 넘어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궁금한 게 생겨도 스스로 생각해보거나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 AI에게 물어보고, 그걸 그대로 답이라고 믿는 모습을 보며 비단 우리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짊어질 이 세대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으면 진짜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는것도 영화속 이야기만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됐다.

『AI에 지지 않는 아이』는 단순히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AI를 잘 쓰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저자는 카카오에서 AI 서비스를 기획했던 아빠이자, 지금도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이론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다.


책에서는 문해력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AI가 제공하는 정보 속에는 진짜도 있지만 가짜도 많고 심지어 가짜를 진짜라고 우기기도 한다.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를 구분하지 못하면, AI는 도움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 — AI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가짜 정보 — 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공감이 됐다. 나도 가끔 속는데, 우리 아이는 어떻게 다르겠는가.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AI 윤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성차별이나 편향된 정보의 사례를 보며, 아이에게 기술뿐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느꼈다. 책에서는 인권 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공공성 등과 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한 윤리 기준과 아이들이 알아야 할 10가지 핵심 조건도 소개해준다.


이런 기준들을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 후반부에는 AI를 활용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소개되어 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잘 정리돼 있어 유용했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이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부모로서 아이가 AI에 휘둘리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AI의 잘못된 정보와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경고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AI를 도구로서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도,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가이드북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교육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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