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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의 세상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대상 수상작 ㅣ 사회평론 어린이문학 1
정설아 지음, 오승민 그림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죽은 아빠가 돌아온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루의 세상’은 그 상상에서 시작한다. 이루는 아빠의 죽음 이후에도 무던히 일상을 이어간다. 엄마는 늘 바쁘고, 형은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한다. 누구 하나 ‘슬프다’고 말하지 않기에 이루도 말하지 않는다. 괜찮은 척하는 게 맞는 줄 알았고, 자신의 슬픔은 틀린 감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아빠—죽살귀신이라 불리는—를 만나며 이루는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판타지같은 반면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루는 아빠와 함께 바다로 향하며,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던 마음, 억울했던 순간들, 이해받고 싶었던 외로움까지 하나씩 꺼내어 정리해 나간다. 죽음이라는 낯설고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이야기는 마치 조용한 파도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죽은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은 결국 이루가 자신을 위로하고 성장하는 여행이 된다. 감정을 말하는 것이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함께 나눌 때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마침내 ‘이루의 세상’은 고요하게 열린다. 슬픔을 피하는 대신 온전히 바라보고 지나가는 용기, 그것이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