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었더니 시가 되네! 폰카 동시
이묘신 지음 / 마음이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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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가 서서 쉬고, 수박이 보송보송 잠들어 있고, 파꽃 사이 민들레가 연기를 한다.
사진을 한 장 넘길 때마다, 누가 장난치는 것처럼 킥킥 웃음이 터졌다.
동시라는 말이 이렇게 귀엽고 간질간질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시인이 직접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위에 3~5줄짜리 짧은 동시를 덧붙였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사진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이걸 이렇게 바라보았다고?’ 싶은 시인의 시선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변 풍경과 사물인데, 그걸 이렇게 귀엽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다는 게 참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아이랑 장난치듯, 슬며시 간지럽히듯 웃음 나오는 말들이 가득하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고, 다 읽고 나면 내 주변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나도 지금 이 컵, 이 신발, 이 골목길에 말을 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 뒤쪽에는 ‘폰카 동시 창작실’이 있어서, 독자도 직접 사진을 붙이고 짧은 동시를 써 볼 수 있다.
시인이 먼저 보여준 다정한 시선이, 나에게로 천천히 옮겨오는 기분이다.
아이와 함께, 누구에게 말을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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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은 큰데 게으른 사람을 위한 책 - 하루 1% 루틴을 만드는 SOAR System
노말이 노아영 지음 / 북스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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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세우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걸 지키는 쪽이다. 머릿속엔 늘 해야 할 일들이 돌아다니는데, 손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막상 뭘 하려고 하면 갑자기 정리도 하고 싶고, 커피도 내리고 싶고, 다른 일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다 하루가 지나간다.

이 책은 그런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을 건다. 작심삼일도 반복하면 루틴이 된다고. 처음엔 그 말이 좀 무책임하게 느껴졌지만, 읽다 보니 그게 단순한 위로나 핑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계속 실패해도 괜찮다, 다만 구조를 바꾸자는 거다.

저자는 한때 미루기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엔 게으름을 향한 비난이 없다. 오히려 왜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지를 같이 들여다보자고한다.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도 못 하고, 시작했다가도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정확히 짚어낸다.

‘소어(SOAR)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이 방법은 복잡한 기술이나 도구를 쓰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고, 그걸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과정이다. 예쁘게 만든 노트나 화려한 앱이 아니라, 내가 지치지 않고 돌아올 수 있는 루틴이 먼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매번 무너졌던 이유, 같은 패턴을 반복했던 원인을 하나씩 짚어보게 됐고,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막연한 결심 대신, ‘조금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열심히 살고 싶은데 자꾸 힘이 빠지는 사람, 머리로는 다 아는데 손이 안 따라주는 나같은사람을 위한 책이다. 더 잘하려는 마음 때문에 자꾸 미루게 되는 사람, 그래서 자책이 익숙한 사람에게, 구조를 바꾸는 게 시작이라는 말을 건넨다.

삶을 굳이 어렵게 살 필요는 없다.
이왕이면 가볍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만들면 된다.
그 방향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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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이와 나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26
지윤경 지음, 오이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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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세 아이는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마음속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결핍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핍을 어떻게든 품고, 견디고, 때로는 어설프게 표현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점이다.

〈숭숭이와 나〉는 엄마를 잃은 진원이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검정 옷만 입고 ‘찐다크’라고 불리지만, 속에는 여전히 엄마가 남겨준 분홍 인형 ‘숭숭이’를 꼭 껴안고 있는 열세 살. 진원이의 마음은 인형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친구와의 갈등, 오해, 그리고 다시 손을 내미는 장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랬구나”라고 말해주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의 냉장고〉는 에어컨도 없는 집, 자꾸 간섭하는 새할머니, 그 속에서 마음의 허기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달래는 여름이의 이야기다. 여름이의 외로움은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그 행동이 자꾸 오해를 불러온다. 마음이 잘 맞지 않는 두 사람이 어쩌다보니 함께 살게 됐고, 서로를 잘 모르기에 쉽게 다치고 마는 모습이 참 현실적이다. 특별한 화해도, 눈물겨운 반전도 없지만, 여름이의 태도가 아주 조금 바뀌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 조심스러운 변화가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짜릿한 카메라〉는 아이들 사이에서 요즘 흔한 ‘장난’이 어떻게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난이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하진이는, 어느 날 친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듣고 나서야 자신의 무심함을 마주한다. 이 이야기는 어른이 봐도 꽤 뜨끔하다. 실은 우리도 꽤 자주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해놓고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며 얼버무리곤 하니까.

세 편 모두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 사이사이에 아이들의 마음이 세밀하게 담겨있다. ‘어떤 감정이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답답한’ 그 시기의 마음. 쉽게 표현되지 않던 것들이 조용히 끌어올려진다.

책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은 배려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지나쳤던 감정, 말하지 않아도 있었던 상처, 그걸 껴안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이 읽어도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타인의 마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아서, 또 너무 쉽게 아는체 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 마음이 더 깊이, 더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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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쿠키 가게 1 -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쿠키의 비밀 신비한 쿠키 가게 1
이시이 무쓰미 지음, 이다 치아키 그림, 김지영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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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잘못읽었나 싶어 재차 확인했다.  맛없는 쿠키를 파는 쿠키가게라니...??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말이 되는 걸까 싶은데,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미도리 마을에 어느 날 이상한 쿠키 가게가 열린다. 간판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쿠키 가게 마조란’. 이름부터 수상한데, 가게 안은 더 이상하다. 하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마조란이라는 할머니가, 손님에게 쿠키를 골라서 건네주고, 먹은 사람들에겐 자꾸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쿠키가 너무 맛없어서 놀란 미사토는, 그날 이후 평범하지 않은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드럽게 흘러간다.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다. 마법이나 판타지 요소들이 나오지만, 그 중심엔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쿠키 맛이 자기 감정을 반영한다는 설정도 꽤 흥미롭다. 나쁜 기분일수록 쿠키맛도 별로, 기분이 좋아지면 쿠키도 달콤해진다. 이거 꽤 설득력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개성 있다. 마조란은 말수가 적지만 묘하게 믿음직하고, 마녀가 되기 싫다고 선언한 마녀의 손녀 루카는 아주 솔직하다. 이 둘과 미사토가 함께하는 장면들은 유치하지 않은 판타지 감성이 잘 묻어난다.

무엇보다 읽고 나서 마음이 괜히 말랑말랑 해진다. 뭔가 거창한 메시지를 던지는 건 아닌데,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기분은 요즘 기분이 어땠더라?’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랑 같이 읽으며 대화가 술술 이어진다. 너의 쿠키맛은 어떨거 같아? 엄마 쿠키는 어떤맛일거 같아?하고이야기를 나누며 2권에서는 어떤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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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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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보다’를 자주 봐온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반가울 것이다. 영상에서 흥미롭게 다뤘던 역사 속 뒷이야기나 평소 접하기 어려운 소재들을 책으로 다시 만나는 경험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역사를 보다 2』는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고대 이집트의 바퀴벌레에서부터 고려 노비 제도, 금서 한 권이 나라를 뒤흔든 사건, 고대 해상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왜 그랬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인상 깊다.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노예와 노비의 차이’, ‘지도에 없는 국가’, ‘고양이의 가축화 과정’ 같은 이야기들은 단순 지식 이상의 관점을 제공한다. 특히 고고학, 유물, 기록유산 같은 주제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각 장이 구독자들의 실제 궁금증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생하고 실용적인 느낌도 있다.

역사 입문자에게도, 짧은시간에 다양한 주제를 훓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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