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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이와 나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책마을 126
지윤경 지음, 오이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세 아이는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마음속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결핍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핍을 어떻게든 품고, 견디고, 때로는 어설프게 표현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점이다.
〈숭숭이와 나〉는 엄마를 잃은 진원이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검정 옷만 입고 ‘찐다크’라고 불리지만, 속에는 여전히 엄마가 남겨준 분홍 인형 ‘숭숭이’를 꼭 껴안고 있는 열세 살. 진원이의 마음은 인형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친구와의 갈등, 오해, 그리고 다시 손을 내미는 장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랬구나”라고 말해주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의 냉장고〉는 에어컨도 없는 집, 자꾸 간섭하는 새할머니, 그 속에서 마음의 허기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달래는 여름이의 이야기다. 여름이의 외로움은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그 행동이 자꾸 오해를 불러온다. 마음이 잘 맞지 않는 두 사람이 어쩌다보니 함께 살게 됐고, 서로를 잘 모르기에 쉽게 다치고 마는 모습이 참 현실적이다. 특별한 화해도, 눈물겨운 반전도 없지만, 여름이의 태도가 아주 조금 바뀌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 조심스러운 변화가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짜릿한 카메라〉는 아이들 사이에서 요즘 흔한 ‘장난’이 어떻게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난이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하진이는, 어느 날 친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듣고 나서야 자신의 무심함을 마주한다. 이 이야기는 어른이 봐도 꽤 뜨끔하다. 실은 우리도 꽤 자주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해놓고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며 얼버무리곤 하니까.
세 편 모두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 사이사이에 아이들의 마음이 세밀하게 담겨있다. ‘어떤 감정이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답답한’ 그 시기의 마음. 쉽게 표현되지 않던 것들이 조용히 끌어올려진다.
책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은 배려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지나쳤던 감정, 말하지 않아도 있었던 상처, 그걸 껴안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이 읽어도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타인의 마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아서, 또 너무 쉽게 아는체 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 마음이 더 깊이, 더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