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춤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살 차이 나는 남녀, 그것도 국적이 다른 남녀의 편지.. 정말 멜로 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구성이지만, 사실은 교수와 소설가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감상을 적어 버렸다. 안타깝게도.. 도쿄 케이자이 대학 서경식 교수와 촉망 받는 소설가 타와다 요오꼬의 편지글 모음인 <경계에서 춤추다> 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서간문 형태의 글이다.

편지라는 것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 간에 오고 가야 그 글이 연결이 잘 될텐데, 이 두 저자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 베를린의 한 모퉁이에서 잠깐 만났던 사이.. 그러나, 이 둘은 열 가지 주제를 가지고 언어의 마술사 처럼 자신들의 생각을 풀어 나가고 질문을 한다. 한 사람은 유럽의 어느 모퉁이에서 자신의 이동을 묘사하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의 국적과 민족에 따른 혼란을 드러낸다. 정말 편지의 묘미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낯선 국군장병 아저씨나 해외 펜팔에게 하듯 뻔한 시나리오로 편지를 하거나, 건조한 이메일 보고서 쓰듯 아무 맛도, 멋도 없이 편지를 쓰는 나에게 편지의 정석을 가르쳐 준다.

편지라는 것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에 두 저자의 스타일이 현저하게 다르다. 서경식 교수의 글은 아픔과 깊음으로 인해 조금 딱딱하다면, 타와다 요오꼬의 편지에는 소설가 다운 풍요로운 표현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다름에도 그들의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자극 받고 배우는 모습 또한 이들의 성숙함을 드러낸다. 아마 이것이 이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서로 똑 같은 방법으로만 춤추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스텝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이끌려 가주는 것, 또, 나의 의견을 넌지시 개진해 보면서 상대방을 이끄는 것.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경계에서 춤추다> 라고 제목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최고의 제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