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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평점 :
어렸을 때의 필독도서로 꼽히는 책의 리스트에서 언제나 10위안에 들었었던 그리스,로마 신화! 때문에, 신화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늘 친근감을 주곤 한다. 김용식 교수님의 <메두사의 시선> 역시 시작은 낯익은 이야기부터 였다.
하지만, 철학을 논하는 책이 늘 그러하듯, 우리가 잘 삼켜지지 않는 과학의 이야기와 접목되어 지면서, 책의 읽는 속도는 더뎌져 간다. 사실, 난 사물의 이치를 설명한다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내가 4년 동안 배운 물리학의 마지막은 ‘그 전자가 그곳에 있을 확률’에 대한 이야기에서 막혀 버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달달 외워야 했던 운동 방정식은 대학 1학년 교양물리학 시간 이후로는 내가 아는 물리학 책에서 사라져 버리고.. 뉴튼이라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만들었던 사람도 함께 지워져 버렸다. 솔직히, ‘00이라는 가정 하에 증명되는 이론’ 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기에, 또, 더 이상 파고드는 문제는 철학으로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물리학을 내려 놓고 말았는데..
철학자가 쓴 <메두사의 시선>이라는 책은 나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 주었다.
신화라는 도입부에서 시작하여 과학을 더듬고, 철학으로 마무리 짓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은 과학을 풀어나가는 데에 특이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신화와 과학은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고, 과학의 영역 밖의 모든 일은 철학이 아니면 풀어 나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가지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저자의 지식의 용량에 경이를 표하며 그 속도를 따라 잡기가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읽혀지는 글들 사이로 펼쳐지는 신화에 대한 미술작품이 우리의 상상의 빈곤함을 도와 주고 있었고, 어쩌면 우리의 삶과 밀접한 성에 대한 탐구와 디지털 나르키소스라고 표현하는 디지털 시대의 맹점을 지적할 때는 철학자의 의도가 읽혀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나의 사유의 속도과 그 광대함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면, 한번 달려봐야 알 것 아닌가?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세계에서 편집적인 부분에 몰두해 있었나를 알고 싶다면, 천천히 정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저자가 조종하는 우주선으로 신화와 과학 그리고 철학으로 워프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