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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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책을 읽기 전 항상 작가 소개 내용을 먼저 읽는다. 특히 저자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제일 먼저 보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책을 읽으려고 할 때마다 습관처럼 그렇게 저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한다. 나보다 인생선배인지, 또래인지 아니면 후배인지 꼭 그것부터 확인하고 싶어진다. 이 책의 저자는 197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묘한 공감대가 생겨났다. 물론 같은 한국땅은 아닌 머나먼 곳이지만, 내가 태어난 해와 같은 해, 한국식의 12간지에 의하면 뱀띠해에 해당되는 그녀의 출생년도를 알고나니 마치 그간 잊고 지낸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책을 읽기도 전에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저자가 나와 나이가 같다는 이유가 물론 제일 크기도 했지만, 두 아이의 엄마라는 또 하나의 나와 같은 공통점을 찾았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결론을 이미 알고 책을 읽게 되니,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 것조차 무척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녀가 투병중에 힘겹게 써내려간 문장들이니, 어찌 보면 남은 생명을 쪼개고 쪼개어 이 문장들에 하나 하나 심어두었다는 생각조차 들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글자 한 자 허투루 읽혀지는 부분이 없을 정도였다.

 

 

       저자인 니나 리그스는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5대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인력이 있는 문장들로 이루어져있다. 이 책의 탄탄한 스토리 전개 및 내용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듯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어지는 문학도로서의 삶이 펼쳐질 수 있었던 저자는 38살의 나이에 전이성 유방암 선고와 함께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 그래도 그녀는 병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로서의 삶을 공유하며 남은 시간들을 적극적이다 못해 전투적으로 살았을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최선을 다하였다.  남편의 재혼까지 걱정해 줄 정도로 살뜰히 배우자를 챙기는 모습,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픈 와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내게 참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두 아이들에게 엄마의 병에 대해 숨김없이 솔직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뭘 알겠냐 싶은 마음에 선의의 거짓말을 할 법도 한데, 저자가 아이들에게 담담히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책을 읽는 내내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프레디가 걸음을 멈추고 내 눈을 바라봤다.

         " 엄마, 진짜야? 괜찮아졌어?"

                (중간생략)

         " 지금은 괜찮아. 하지만 엄마 암이 다시 좋아지는 일은 없을 거야."

        아이들은 이 사실을 잊은 듯 했다. 차에 타자 두 아이 모두 울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나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 중간에 앉아 한 팔씩 두 아이를 감쌌다.

               (중간생략)

         저녁 늦은 시간이었고 암센터에서 집까지는 한 시간 거리였다. 존은 팔을 뒤로 뻗어 내 무릎을 한 번 쥐었다 놓은 후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아이들은 머리를 내게 기대왔고 우리는 어두운 고속도로를 향해 함께 달려 나갔다.

                        - 본문 353~354쪽 인용 -

        이 책에서 가장 슬펐던 대목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그것도 아이들에게 담담히 말해야 하는 그 순간에 엄마인 저자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저자인 니나 리그스는 아침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맨 앞에 저자의 5대 조상인 랄프 왈돌 에머슨의 아침에 관한 글귀가 실려있다.

내 영혼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온 세상을 힘찬 파동과 생명력으로 가득 채우는 시간.

촉촉하고, 따뜻하며, 반짝이고,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그 시간은 나를 기쁘게 한다.

바로 아침이다.

찬란한 시간이 병약한 몸에 갇히지 않고

세상 널리 퍼지는 그때가 바로 아침이다.

- 랄프 왈돌 에머슨, 1838년 -

      아침을 누구보다 좋아했던 그녀는 2017년 2월 26일 해가 떠오르기도 전인 아침 6시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나도 하루 중 동이 트는 무렵의 아침을 참 좋아한다. 밤새 세상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어둠이 걷혀지고 따스한 아침햇살이 온 세상을 비추이려고 준비하는 그 시간, 밤새 충전된 에너지로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샘솟는 그 시간이 나도 참 좋다. 온 가족이 다 잠들어있고 나만 깨어있는 그 시간에 가족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그 시간이 참 좋다.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게 해 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친구같은 그녀, 니나 리그스!

훌륭한 작가요, 든든한 아내요, 위대한 엄마로서 멋지게 살단 간 그녀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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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책 -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
장인옥 지음 / 레드스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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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다보면 기분 좋은 추억이 하나 있다. 바로 소풍날이다.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누구나 하루 전날 설레어서 잠 못 들어했을 봄소풍, 가을소풍은 아직도 나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소풍이 가져다 주는 기분 좋은 추억외에 더 큰 추억이 있었으니 소풍 다녀온 날이면 꼭 집에 와있던  책이다. 우리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참 많이 사주셨는데, 그것도 내가 소풍 다녀오는 날이면 집에 아동전집을 한 질씩 꼭 들이시곤 했다. 내가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도 우리 엄마의 의도를 잘 모르겠으나, 희한하게도 꼭 소풍 다녀 온 날 우리 집에는 많은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친구들이 소풍을 끝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때도 나는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집에 와있을지 기대하며 또 한 번의 소풍을 가는 듯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설레던 일, 소풍다녀와서 몸은 피곤했으나 졸린 눈을 비비며 재미나게 읽던 세계명작동화전집을 읽던 일등이 아직까지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 지금까지도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남들은 기분이 울적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쇼핑을 하나가득 하고 기분을 푼다고 하는데, 나는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서점들을 휘젓고 다니면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하나가득 사면서 기분전환을 하곤 한다. 도서정찰제가 없던 시절에는 각 온라인 서점 사이트마다 있던 '특가도서' 코너를 죄다 훑으면서 평소 읽고 싶었는데 미처 사지 못했던 책들을 거의 덤핑가격으로 사면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책은 내게 있어 비타민이요 산소같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책을 먹다시피하고, 책을 통해 숨을 쉬며,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책 읽는 시간은 신세계였다. 일요일이면 방안에 처박혀 종일 꼼짝 않고 책을 읽었다. 필사도 했다. 행복했다. 숨이 트이고 살 것 같았다. 그 당시 종일 부정적인 생각만 반복했다. 책을 만나면서 나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책 속 글귀는 천 년 묵은 산삼이었다. 그 산삼을 먹고 점점 정신건강을 회복해가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 동안 읽었는데 삶의 의욕이 되살아났다. 신기했다.

                                      (중간생략)

      책과의 만남은 설렘이다. "꿈이란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그 무엇이 아니라 당신의 잠을 깨우는 그 무엇이다." 찰리 헤지스의 명언이다. 책을 읽기 위해 잠에서 깨어났다. 의도적이긴했지만 책이 잠을 깨웠다.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책을 지나가는 마주침 정도로 생각했다면 흥미를 못 느꼈을 것이다. 책은 그저 삶을 비껴갔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절실함과 자신을 바꿔보고 싶다는 변화 욕구가 책에 머물게 했다.

                           - 본문 36~37쪽 인용 -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속상하거나 힘빠지는 일이 있을 때면 서재방에 틀어박혀 책만 보곤 하던 내 모습과 참 많이 닮은 저자의 모습에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결혼 후 갑자기 찾아온 IMF 사태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남편으로 인해 행복한 가정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26개월 아이를 키우며  저자 역시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정규직업도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생활을 이끌어가긴 했으나, 점점 무기력해지고 의욕을 잃는 남편을 보며 저자 역시 한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 끝에 서있듯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던 저자는 우연히 컴퓨터를 들여다보다 책 한 권을 만나게 되고, 뭔가에 이끌린 듯 그 책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로 닥치는대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서 보기도 하고, 도서관 책들을 빌려서 보기도 하며 매일매일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것도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매일 1권의 책을 읽었단다. 새벽 기도를 가본 적은 있지만 저자처럼 새벽에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주 큰 자극이 되었다. 예전의 새벽기상의 경험을 떠올려 나도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솟구쳤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호르몬을 만들어라'라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독서 호르몬은 독서습관으로 만들어진다. 지속적인 독서를 통해 생성된 독서 호르몬은 인격의 성장을 돕고 영혼의 성숙을 이끈다. 독서 호르몬은 한번 생겨나면 독서를 지속함으로써 꾸준히 성장을 돕는 강력한 호르몬이다. 성별이나 나이, 직업이나 빈부와도 상관없이 본인의 의지로 만들 수 있다. 독서 호르몬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본문 199쪽 인용 -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고 현재 독서 6년 차가 되어 독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에 많은 자극이 된다. 이제껏 그저 나만 책읽으면 되고, 나만 책으로 설레면 끝이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저자의 모습에 많은 자극이 됨과 동시에 반성이 되었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을 도울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언젠가 들었던 글귀가 생각이 난다. "배워서 남주자!"  배워서 나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배워서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자는 그 글귀야말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독서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독서바이러스'에 나역시 단단히 감염되었으니 이제부터이 독서바이러스를 여기 저기 퍼뜨리고 다녀야겠다. 우리 가족들부터 당장 전염시켜볼까 한다. 그 무섭다는 '독서바이러스'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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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문장들 - 퇴짜 맞은 문서를 쌈박하게 살리는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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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기안문을 작성한다던지 보고서를 써야할 경우 '나의 문장실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특히나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잘 갖추어서 써야하는 보고서의 경우에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사실 지금 이 순간 서평을 쓰는 동안에도 어떤 방향으로 이 글을 풀어나가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한 게 사실이다.) 마치 초등학생시절, 글짓기 숙제를 해가야 하는 부담감으로 책상 앞에 앉아 머리 싸매고 고민고민하던 그 때처럼 말이다. 무슨 내용의 덩어리들을 어떤 순서로 전개시켜나가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맞춤법은 맞는 건지, 글의 양은 적당한 건지 챙겨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선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두괄식으로 작성하라.

       둘째, 독자의 입장에서 작성하라.

      보고서를 두괄식으로 작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센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의 문서가 지켜야 할 TPO에서 T는 대상(Target)이어야 한다. 직장인은 보고받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그 사람이 읽고 활용하는 상황에 맞춰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두괄식, 논리, 어법, 간결함, 도표, 스타일에 신경을 쓰라는 이유는 '대상'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일 잘 하는 보고서'는 보고받는 사람의 자리에서 작성된 '역지사지의 보고서'다.

                            - 본문 7쪽 인용 -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두괄식의 글은 읽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주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을 먼저 던져놓고 나면 결론과 관련이 덜한 얘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지 않게 된단다. 그러면 깔끔한 글이 작성되는 건 불 보듯 뻔한일이리라 본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원인과 결과 순서로 나열되는 우리말의 어법상 장황한 원인 설명이 먼저 나오고 마지막으로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깔끔하게 결론부터 제시한다면 집중 또한 잘될 뿐 아니라 글의 내용이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다. 서두만 읽었는데도 마치 책 한 권을 다 읽은 느낌이니, 저자는 이미 이 책을 두괄식으로 써내려가는 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함께 글을 쓰는 여러 가지 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부터 남다르다.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충분히 짐작이 되며 세부목차들 또한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다. 큰 목차를 살펴보면........       

       1. 구조부터 세웁시다, 튼튼하게

       2. 논리로 승부합시다, 날카롭게

       3. 규칙을 지킵시다, 깔끔하게

       4. 줄입시다, 간결하게

       5. 맞춤법 또 배웁시다, 꼼꼼하게

       6. 숫자를 장악합시다, 정확하게

       7. 표에서 내공을 보여줍시다, 근사하게

       8. 스타일로 완성합시다, 세련되게

 

 

      저자의 재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확실히 두괄식을 찬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니 목차만 봐도 절반의 팁은 배운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의 글쓰기 팁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친절하게 제시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글쓰는 기법들을 익힐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쓰던 고쳐야 할 습관들을 발견하고 "아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평소 틀리 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맞춤법도 교정받을 수 있었고, 이왕 작성하는 글 좀 더 뽀대(?)나게 쓸 수 있는 다양한 팁들을 배우게 되어 향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저자의 내공에 감탄한 것은 에필로그에서였다.

      글에는 바람직한 틀이 있다. 우선 수만 년 동안 다듬어진 말의 틀이 있다. 여기에 더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발달한 문자의 틀이 있다. 문서에 비교적 최근에 더해진 요소가 도표와 그래프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결국 말, 글, 그래픽을 다루는 틀을 익히는 것이다. 즉, 어법과 맞춤법, 그래픽 형식을 내용에 맞춰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걸러내는 체를 갖추는 것이다.

                            (중간생략)

       모쪼록 이 책이 효과적으로 구사할 '틀'과, 틀리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걸러내는 '체'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 본문 282~283쪽 인용 -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걸러내는 체를 갖추어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서평을 쓰는 내내 평소 때와는 달리 더욱 신중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군더더기의 표현은 없는지, 잘라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틀린 표현 및 단어는 없는지 보고 또 보는 내 모습을 보며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다. 앞으로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걸러내야 할' 때 마다 요긴한 체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이 아니 든든하겠는가. 든든한 아이템을 얻은 이 기분..........   마음이 부자가 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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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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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마치 한 때 '웰빙'이라는 말이 안 붙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사용되던 것처럼, 요즘은 '자존감'이 대세인 시대인 듯 하다. '자존감 수업', '내 아이의 자존감 수업', '자존감을 높이는 10가지 방법' 등등 어디를 가도 '자존감'이 빠지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엄마의 자존감'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늘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만 관심을 가졌었지, 정작 엄마인 나의 자존감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자존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스스로를 죽음에서 탄생으로 이끌어낸 엄청난 힘, 사는 내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려줄 그것.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첫번 째 마음이 바로 '자존감'이다.

          - 본문 23쪽 인용 -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와도 같은 '자존감'........  과연 나는 나의 자존감을 비롯해서 내 아이들의 자존감은 잘 키웠는지, 지금 현재도 잘 키워주고 있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봤다. 사실 요즘 한창 사춘기에 접어 든 큰딸 아이와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통에 내 자존감이고 네 자존감이고 할 것 없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게 사실이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이 되다보니 엄마인 나역시 1학년 엄마인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이도 나도 낯설기만 한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아이와 함께 긴장하며 준비하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처음 치르는 시험이니 준비를 확실히 해서 잘 쳐보자고 하는 나의 주장에 반해, 딸아이는 무슨 시험 공부를 그렇게 힘들게 해야 하는 거냐며 자기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만큼만 해도 된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공부를 봐주는 게 힘든게 아니라 아이와의 다툼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예상대로 시험 결과는 참담했고, 난 아이에게 모진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엄친아'라는 말을 나역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내 친구 딸아이도 역시 중학교 1학년인데 중간고사 시험을 잘 봐서 반에서 1등을 한 것이다. 기말고사 역시 잘 봤으나 2등으로 밀렸다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는 나의 자존감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나의 원망은 아이에게 향했고, 결국 아이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엄친아'와의 비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쭈욱...........   책을 읽다보니  나의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내 아이의 자존감도 얼마나 떨어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저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엄마라면 한 번쯤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머리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다 정작 키워야 할 마음은 쪼그라들게 만든 것은 아닌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상처 내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이의 자존감을 제대로 키워주고 있나. 자녀의 마음에 귀를 대고 정직하게 물어봐야 한다.

                - 본문 33쪽 인용 -

 

 

     저자는 강조에 강조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양분은 부모만이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란다. 뒷통수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었었는데, 저자의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부모의 자존감이 우선 확보되어야 아이도 자존감이 뒤따라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왜 나는 당연한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걸까 싶은 생각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지진으로 전국이  들썩들썩했다. 사상 초유로 수능이 연기되는 일까지 생겼다. 그래도 내진 설계가 잘 된 포항공대는 끄떡없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난 신문을 보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지진에도 흔들림 없는 내진설계가 된 집이 든든한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다 이런저런 연유로 흔들리게 될 때 '자존감'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면 삶의 풍파에 흔들릴 걱정따위는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아이도 엄마도 말이다. 

       다행이다 싶다. 아이도 나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이 때, 이 책을 만나서 '나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는 그 믿음이 다시 조금씩 충전되는 기분이니 말이다. 우선 내가 100% 충전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눠줘야겠지? 나를 충전시켜 준  '센 언니' 김미경 강사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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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아틀라스 - 세계가 궁금한 어린 여행자에게 모험 아틀라스 1
레이첼 윌리엄스 지음, 루시 레더랜드 그림, 김현희 옮김 / 조선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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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학교에 간 아이가 요즘 한창  초등학교 때 보던 '사회과부도'를 재미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사회시간에 여러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우고 나더니 세계지리 및 역사, 문화들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읽던 세계 관련 전집 책들이 있어서 아쉬운대로 그 책을 다시 보곤 하던 찰나, '모험 아틀라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 역시 세게 여러 나라에 관해 흥미가 많은 터라 아이와 함께 읽기에 참 좋았다.



    책의 부제목  역시 '세계가 궁금한 어린 여행자들에게'이다. 여느 책들보다 월등히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책이다보니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넘겨보기에 딱인 이 책은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남극대륙에 관해 소개하고 있는데 각 대륙을 소개하는 첫 장에는 제법 상세한 지도가 제시되고 있어서 내용을 알기에 앞서 지리적 상식을 얻기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외우다시피 배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지도에서 찾아보면서 "아~!  이 나라가 여기 있었구나!"하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곱씹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나라와 도시를 소개하면서 그 나라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를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제목만 봐도 세계 지리 및 문화에 관한 상식을 쌓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흥겨운 삼바 리듬에 몸을 맡겨요'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고, 대한민국 강릉은 '하늘 높이 그네를 뛰어요', 뉴질랜드 와이탕이는 '마오리족과 하카를 추어요', 타이의 치앙마이는 '야생 코끼리를 돌보아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사이즈가 크다보니 페이지 페이지마다 곁들여져 있는 그림들이 실감나게 잘 그려져 있어서 이해를 높이는 데 상당히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서술하고 있는 문체가 구어체라 마치 책을 보는 화자에게 말하듯이, 읽어주듯이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 일본 나가노 >

   눈으로 뒤덮인 땅에서 부글부글 끓는 온천물이 솟아나고 희부연 수증기가 가득한 모습이 기이하게 보일 거예요. 그래서 이곳을 '지고쿠다니', 우리말로 '지옥 계곡'이라고 부르지요. 이 지역은 고도가 높아서 1년 중 4개월은 눈이 쌓여 있어요.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면서 하는 뜨거운 온천욕은 사람뿐 아니라 원숭이들에게도 인기가 좋지요.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눈 내린 경치를 즐겨 보세요. 운이 좋으면 온천욕을 하거나 눈싸움을 하는 일본원숭이들을 볼 수도 있어요.

                       - 본문 46쪽 인용 -

    내용과 함께 본문에 충실한 삽화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끝으로 책의 뒷쪽에 보면 두 가지 부록이 소개되고 있는데 제법 요긴하다.  하나는 '찾아보세요'라는 타이틀 아래 여러 종류의 사람 및 동물, 물건들을 찾을 수 있는 목록이다. 마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월리를 찾아라'처럼 말이다. '망원경을 보는 돌산양(미국 탈키트나)', '호기심 많은 펭귄(남극 대륙 스노힐섬)', '구원의 예수상9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구석구석 숨어있는 '그들' 및 '그것들'을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부록은 194개의 세계국기 모음이다. 이 책으로 각 나라의 지리 및 지명, 문화 그리고 역사에 관해 차레로 공부한 후 마지막으로 그 나라 국기를 살펴보며 지구촌 5대양 7대륙의 공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한 권의 책으로 제법 많은 분량의 세계지리, 역사, 문화에 공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알쓸신세(알고보면 쓸데 있는 신기한 세계공부)'이다. 국어사전을 가까이 두고 늘 어려운 낱말이 보일 때마다 찾아보는 게 나의 취미인데, 이젠 취미가 하나 더 늘었다. '모험 아틀라스'를 거실 한 켠에 두고 tv나 책을 보다가 잘 모르는 나라가 나오면 곧바로 찾아보는 취미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좀 더 자세히 읽어보며 많은 대화도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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