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문장들 - 퇴짜 맞은 문서를 쌈박하게 살리는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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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기안문을 작성한다던지 보고서를 써야할 경우 '나의 문장실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특히나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잘 갖추어서 써야하는 보고서의 경우에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사실 지금 이 순간 서평을 쓰는 동안에도 어떤 방향으로 이 글을 풀어나가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한 게 사실이다.) 마치 초등학생시절, 글짓기 숙제를 해가야 하는 부담감으로 책상 앞에 앉아 머리 싸매고 고민고민하던 그 때처럼 말이다. 무슨 내용의 덩어리들을 어떤 순서로 전개시켜나가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맞춤법은 맞는 건지, 글의 양은 적당한 건지 챙겨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선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두괄식으로 작성하라.

       둘째, 독자의 입장에서 작성하라.

      보고서를 두괄식으로 작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센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의 문서가 지켜야 할 TPO에서 T는 대상(Target)이어야 한다. 직장인은 보고받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그 사람이 읽고 활용하는 상황에 맞춰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두괄식, 논리, 어법, 간결함, 도표, 스타일에 신경을 쓰라는 이유는 '대상'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일 잘 하는 보고서'는 보고받는 사람의 자리에서 작성된 '역지사지의 보고서'다.

                            - 본문 7쪽 인용 -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두괄식의 글은 읽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주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을 먼저 던져놓고 나면 결론과 관련이 덜한 얘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지 않게 된단다. 그러면 깔끔한 글이 작성되는 건 불 보듯 뻔한일이리라 본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원인과 결과 순서로 나열되는 우리말의 어법상 장황한 원인 설명이 먼저 나오고 마지막으로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깔끔하게 결론부터 제시한다면 집중 또한 잘될 뿐 아니라 글의 내용이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다. 서두만 읽었는데도 마치 책 한 권을 다 읽은 느낌이니, 저자는 이미 이 책을 두괄식으로 써내려가는 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함께 글을 쓰는 여러 가지 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부터 남다르다.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충분히 짐작이 되며 세부목차들 또한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다. 큰 목차를 살펴보면........       

       1. 구조부터 세웁시다, 튼튼하게

       2. 논리로 승부합시다, 날카롭게

       3. 규칙을 지킵시다, 깔끔하게

       4. 줄입시다, 간결하게

       5. 맞춤법 또 배웁시다, 꼼꼼하게

       6. 숫자를 장악합시다, 정확하게

       7. 표에서 내공을 보여줍시다, 근사하게

       8. 스타일로 완성합시다, 세련되게

 

 

      저자의 재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확실히 두괄식을 찬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니 목차만 봐도 절반의 팁은 배운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의 글쓰기 팁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친절하게 제시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글쓰는 기법들을 익힐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쓰던 고쳐야 할 습관들을 발견하고 "아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평소 틀리 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맞춤법도 교정받을 수 있었고, 이왕 작성하는 글 좀 더 뽀대(?)나게 쓸 수 있는 다양한 팁들을 배우게 되어 향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저자의 내공에 감탄한 것은 에필로그에서였다.

      글에는 바람직한 틀이 있다. 우선 수만 년 동안 다듬어진 말의 틀이 있다. 여기에 더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발달한 문자의 틀이 있다. 문서에 비교적 최근에 더해진 요소가 도표와 그래프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결국 말, 글, 그래픽을 다루는 틀을 익히는 것이다. 즉, 어법과 맞춤법, 그래픽 형식을 내용에 맞춰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걸러내는 체를 갖추는 것이다.

                            (중간생략)

       모쪼록 이 책이 효과적으로 구사할 '틀'과, 틀리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걸러내는 '체'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 본문 282~283쪽 인용 -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걸러내는 체를 갖추어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서평을 쓰는 내내 평소 때와는 달리 더욱 신중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군더더기의 표현은 없는지, 잘라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틀린 표현 및 단어는 없는지 보고 또 보는 내 모습을 보며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다. 앞으로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걸러내야 할' 때 마다 요긴한 체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이 아니 든든하겠는가. 든든한 아이템을 얻은 이 기분..........   마음이 부자가 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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