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턴가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마치 한 때 '웰빙'이라는 말이 안 붙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사용되던 것처럼, 요즘은 '자존감'이 대세인 시대인 듯 하다. '자존감 수업', '내 아이의 자존감 수업', '자존감을 높이는 10가지 방법' 등등 어디를 가도 '자존감'이 빠지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엄마의 자존감'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늘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만 관심을 가졌었지, 정작 엄마인 나의 자존감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자존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스스로를 죽음에서 탄생으로 이끌어낸 엄청난 힘, 사는 내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려줄 그것.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첫번 째 마음이 바로 '자존감'이다.

          - 본문 23쪽 인용 -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와도 같은 '자존감'........  과연 나는 나의 자존감을 비롯해서 내 아이들의 자존감은 잘 키웠는지, 지금 현재도 잘 키워주고 있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봤다. 사실 요즘 한창 사춘기에 접어 든 큰딸 아이와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통에 내 자존감이고 네 자존감이고 할 것 없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게 사실이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이 되다보니 엄마인 나역시 1학년 엄마인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이도 나도 낯설기만 한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아이와 함께 긴장하며 준비하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처음 치르는 시험이니 준비를 확실히 해서 잘 쳐보자고 하는 나의 주장에 반해, 딸아이는 무슨 시험 공부를 그렇게 힘들게 해야 하는 거냐며 자기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만큼만 해도 된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공부를 봐주는 게 힘든게 아니라 아이와의 다툼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예상대로 시험 결과는 참담했고, 난 아이에게 모진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엄친아'라는 말을 나역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내 친구 딸아이도 역시 중학교 1학년인데 중간고사 시험을 잘 봐서 반에서 1등을 한 것이다. 기말고사 역시 잘 봤으나 2등으로 밀렸다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는 나의 자존감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나의 원망은 아이에게 향했고, 결국 아이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엄친아'와의 비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쭈욱...........   책을 읽다보니  나의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내 아이의 자존감도 얼마나 떨어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저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엄마라면 한 번쯤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머리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다 정작 키워야 할 마음은 쪼그라들게 만든 것은 아닌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상처 내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이의 자존감을 제대로 키워주고 있나. 자녀의 마음에 귀를 대고 정직하게 물어봐야 한다.

                - 본문 33쪽 인용 -

 

 

     저자는 강조에 강조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양분은 부모만이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란다. 뒷통수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었었는데, 저자의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부모의 자존감이 우선 확보되어야 아이도 자존감이 뒤따라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왜 나는 당연한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걸까 싶은 생각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지진으로 전국이  들썩들썩했다. 사상 초유로 수능이 연기되는 일까지 생겼다. 그래도 내진 설계가 잘 된 포항공대는 끄떡없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난 신문을 보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지진에도 흔들림 없는 내진설계가 된 집이 든든한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다 이런저런 연유로 흔들리게 될 때 '자존감'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면 삶의 풍파에 흔들릴 걱정따위는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아이도 엄마도 말이다. 

       다행이다 싶다. 아이도 나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이 때, 이 책을 만나서 '나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는 그 믿음이 다시 조금씩 충전되는 기분이니 말이다. 우선 내가 100% 충전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눠줘야겠지? 나를 충전시켜 준  '센 언니' 김미경 강사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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