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영어
다치가와 마사키 지음, 허진우 옮김 / 커뮤니케이션열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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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에게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쓰레기줍기이다. 물론 평소에도 쓰레기가 보이면 잘 줍는 편이라 강아지 산책을 시킬 때도 '플로깅'을 하는 편인데 요즘은 더 자주, 더 많이 줍게 되었다. 바로 일본 국적의 LA 다저스 소속 야구 선수인 오타니의 영향이다. 그는 삶을 소중히 대할 때 행운 또한 찾아온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야구)부실청소', '물건을 소중히 쓰기' 등을 실천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성, 운(運)도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고 목표로 세운 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추가로 작성하여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메이저리그 최우수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유능하고 유명한 야구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낮은 자세로 그라운드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도 예의 바르고 매너있는 자세로 일관한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고 불릴 정도로 훤칠한 외모에 투타겸업 이도류 선수(two way player)로서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하다보니 오타니는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이다. 물론 나도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책이 발간되었다면 되도록 구해서 읽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오타니 선수에 관한 뉴스를 내보낼 때, 또는 경기 생중계를 할 때 자주 사용되는 문구들을 추가하여 영어교재로서도 손색없을 정도의 구성으로 책을 발간했다길래 서둘러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가

미국 국민, 미디어, MLB 관계자, 선수들에게

어떻게 지지를 받는지, 평가되는지를

영어 문구와 함께 소개하고 쉽게 해설한 것이다.

야구에 관심 없는 독자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최대한 난해한 문구는 피했다.

오타니의 미소를 제일 좋아하는 독자들도

그의 또 다른 매력을 읽을 수 있는

'오타니 참고서'로 권하고 싶다.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읽으며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마음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 p. 7 中 -


     모두 100개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흥미롭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목차만 읽어도 재밌다. 그 중 가장 궁금한 제목이 보이길래 그 유닛부터 읽어보았다. 제목은 바로 '오타니의 필수 생존템 10가지'. 22년 1월 미국 남성잡지 <GQ>가 게재한 오타니의 인터뷰 내용인데 역시 오타니다웠다. 는 다음과 같았다.

1) ipad(아이패드)

2) pillow(베개)

3) cell phone(스마트폰)

4) game ready ice machine(휴대용 제빙기)

5) bat(야구 배트)

6) glove(글러브)

7) cleats(스파이크. 야구신발)

8) heart rate monitor(손목시계형 심박수 측정기)

9) compression pants(가압 팬츠)

10) weighted sleep mssk(수면 안대)


     엎드려서 자는 경우가 많은 오타니의 머리 사이즈를 측정해서 베개 중심에 머리가 들어가도록 면밀하게 계산해서 특별제작한다는 그의 베개, 특별주문하여 사용한다는 자작나무 배트, 1년에 하나 사용한다는 특별제작 된 글러브 등 오타니에 관한 궁금한 내용들도 알게 될 뿐 아니라고 동시에 영어 단어까지 접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모른 뿌듯함마저 들었다. 재미과 공부를 동시에 잡은 느낌이라고 할까?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을 영어교재가 될 것 같고, 야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가볍게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교재가 될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을 읽다가 나처럼 오타니에게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니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 것이라고 살짝 귀띔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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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스승 법정스님 - 맑고 향기로운 법정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여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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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무렵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었다. 방송인 유병재 씨가 법정스님의 '무소유' 초판본을 약 100만원에 구입했다는 것이었다. 1976년에 발간된 그 책은 원가가 280원인데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약 3500배가 넘는 돈을 주고 구매를 한 것이었다. 유병재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소유 초판본 드디어 소유합니다"라는 익살스러운 글과 함께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 초판본의 구매 내역 페이지를 올림으로써 인증을 했는데 '무소유' 책의 인기가 아직도 높음을 알 수 있는 반증이기도 했다. 법정스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내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더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그래서 유언대로 법정스님의 모든 책들을 절판하게 되는 바람에 '무소유' 책이 오히려 귀하신 몸이 되어 2010년에는 1993년 판 '무소유'가 110만원이 넘는 돈에 거래된 적이 있다고도 한다.


     이렇듯 우리에게 법정스님은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멘토이자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셨던 분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기독교인 나조차도 법정스님을 그리워하고 그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아직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십수 년간 샘터사 편집자로서 법정스님의 책들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 제자가 된 정찬주 작가님이 스님과의 개인적인 인연과 사연을 가능한 한 모두 모아야겠다는 필요를 느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글들을 한데 묶기로 해서 펴내게 된 책이라고 한다. 특히 제목이 왜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인지 궁금했는데 저자가 친절히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서 옮겨본다.


이번에 발간하는 산문집 제목은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이다.

법정스님은 우리시대, 우리 모두의 스승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왜 마지막 스승이 법정스님이신가?

나로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첫 번째 스승은 사춘기 방황을 멈추게 해주신 분이 있는데,

나의 아버지시다.

두 번째 스승은 대학시절에 고결한 문학정신을 일깨워주신

동국대 홍기삼 전 총장님이시다.

법정스님은 내가 샘터사에 입사한 뒤에야 뵀다.

스님의 원고 편집 담당자가 되어 스님을 자주 뵙곤 하였다.

스님과 인연을 맺은 지 6년 만에

스님으로부터 계첩과 법명을 받고 재가제자가 되었다.

이와 같은 사연으로 법정스님은 나의 세 번째 스승,

즉 마지막 스승이 되신 것이다.


- 작가의 말 中 -


     책으로 묶어두지 않으면 스님과의 기억이 점점 사라질 것 같았다는 저자는 스님의 엽서, 편지, 유묵에 붙인 긴 사연들을 이 책의 1부에 담게 되었고 스님이 거하시던 불일암 공간에 저장된 추억과 사연들을 2부에 실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2년부터 전남 화순 계당산 산자락에 산방 이불재를 지어 그곳에서 텃밭을 일구며 자연에 둘러싸여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그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3부에 담아놓았다.

     누군가의 지친 영혼에게 위로와 응원을 주고자 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하는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는 어디서도 만나기 어려운 법정스님의 흔적들을 그 덕분에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의 사진은 기본이고 스님의 필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내용 등 최측근이 듣고 본 내용을 책을 통해 이렇게라고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신 정찬주 작가님께 지면으로나마 또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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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노트 - 내 인생의 북킷리스트
김진식 지음, 김미란 엮음 / 백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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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54세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내 나이 벌써 40대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으니 정말 젊디 젊으실 때 돌아가신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이다. 특히 아버지를 떠올리면 늘 돋보기 안경을 끼고 책을 보시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래 분들에 비해 노안이 빨리 오셔서 40대 초반부터 돋보기 안경을 쓰셨던 아버지는 퇴근 후 피곤해서 연신 하품을 하시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의 모습과 참 많이도 비슷하다. 나도 또래에 비해 노안이 빨리 와서 돋보기 안경을 쓰고 책을 보는데, 돋보기 안경을 꺼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저자, 아니 엮은이의 아버지도 우리 아버지처럼 책을 늘 가까이하셨다고 한다. 게다가 독서로만 끝내지 않고 읽은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비롯해서 당신께서 느낀 점들, 일상 생활에서 적용한 내용 등을 일기 쓰듯 독서노트를 쓰셨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수백 권이 넘는 책을 읽고 써내려가셨다고 하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듯한 이 책의 엮은이 즉, 저자의 따님은 아버지의 손때 묻은 독서노트에서 글들을 발췌하여 이 책을 펴냈다고 하는데 무척이나 감정이입이 된다. 아버지의 손글씨로 가득한 낡은 노트를 펼쳐 두고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갔을 때 과연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온 가족을 지켜주시던 든든하고 강인한 아버지가 꾹꾹 눌러써내려 가셨을 그 글들을 읽는동안 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20년째 투석을 해오고 계시다는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여러 번 눈물을 삼키지 않았을까. 때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읽어내려갔을 순간도 있었으리라고 조심스런 짐작도 해본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려한 미사여구나 전문가적인 어휘들도 없고, 때로는 문맥이나 문장 구조가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되어 있어 개연성이 떨어질' 때도 있겠지만, 아버지의 손글씨 속에서 그녀는 그 당시의 아버지와 재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그녀는 철없던 사춘기 시절을 보내며 아버지와 불통했던 10대로도 돌아갔을 것이고, 바쁘다고 집밖에 있던 시간이 더 많았을 2, 30대로도 돌아가서 그 시절의 아버지와 소통하며 늦었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왔을 것이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독서노트의 사진들을 통해 저자의 필체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이라더니 정말 필체에서 힘이 느껴지고 강직함이 묻어난다. 비록 우리 아버지의 글씨는 아니지만 글씨만 보는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든든함 마저 느껴졌다.

     책을 덮고나니 저자의 따님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예전에 비해 아버지의 기력이 많이 쇠해지셨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곁에 계셔주지 않은가. 게다가 이 책을 펴내게 되면서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을 것이고, 책이 발간되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셨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것이야말로 효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엮은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녀의 아버지를 통해 우리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고, 잠시나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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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 우리가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맹성렬 지음 / 생능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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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아니 국민학생이던 80년대 그 시절 나는 부모님 덕분에 소년잡지를 볼 수 있었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책제목이 '어깨동무', '새소년', '보물섬' 등이었는데 당시 국민학생들의 관심을 사는 기삿거리들로 가득했는데 그 중 가장 핫했던 게 있었으니 바로 'UFO'였다. 우주선을 닮은 듯한 모습의 사진, 실제 우주인을 목격해서 찍은 사진, 우주선이 추락해서 불에 타버렸다는 우주인의 사체 등 인터넷도 없던 당시 나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고 감당하기에 벅찬 정보였다. 증언자들의 구체적인 증언도 실려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꼼꼼히 읽어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주위의 어른들께서는 "그거 다 거짓말이야.", "관심끌려고 만들어낸 기사야." 라며 다들 믿지 않으셨고 그런 엉터리 정보에 관심 갖지 말라고까지 하시곤 했다. 그렇지만 난 너무도 궁금했고, 정말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으며 기회가 된다면 꼭 내가 발견하고 말리라고 야무지게 마음 먹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흘러 이제는 UFO에 관해 잊고 살았는데 TV 예능프로에 출연하신 어느 박사님을 통해 한동안 잊고 있던 UFO의 기억을 상기시키게 되었다. 그 분은 바로 맹성렬 교수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으신 교수님은 UFO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연구 과제로 삼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신다. 맹성렬 교수님은 대학시절 강의를 듣던 중, 과학과 종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던 중 스위스 심리분석학자 칼 융이 쓴 <비행접시>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칼 융은 고대의 구약 성경에 나타나는 천상의 '히에로파니'와 오늘날 우리 앞에 나타나는 UFO가 동일한 현상이라는 시각을 제시하였는데, 맹성렬 교수님은 여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본격적으로 UFO 연구에 매진하게 되셨다고 한다.


     1995년 가평에서 찍힌 UFO 사진을 비롯해서 로스웰 사건의 내막, 그 외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UFO 관련 소식들에 관해 과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책은 술술 읽힌다. 어찌보면 다소 허무맹랑한 것 같기도 하지만 글의 마지막에 교수님이 남기신 말씀이 울림 있게 다가온다.


UFO는 존재한다.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을 완전히 넘어선

고도의 문명과 관련된 그런 존재들이 UFO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우리에게 뭔가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 나가는 글 中 -


     일평생을 UFO 연구에 매진하였으며 UFO는 존재하고 있으며 새로운 존재들이 우리에게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함이 느껴진다고 고백하시는 교수님의 담담한 고백에서 순수한 소년의 동심마저 느껴진다. 언젠가 UFO를 발견했다는 후속편이 나오길 기대해보며 책장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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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 짱구쌤의 세상에 없던 학교 이야기
이장규 지음 / 르네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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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에 tv를 보던 중 가슴이 찡해올 정도로 감동을 받은 뉴스가 있었다. 2004년에 6학년을 가르치신 이장규 선생님이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20년 뒤에 만날 것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실제로 지켜졌다는 내용이었다. 20년 뒤인 2024년 1월 1일 1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한 그들의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는 모습이 담긴 그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고 유튜브에서도 한동안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약속을 기억하고 지킨 학생들도 기특하고 대견하지만 그렇게 선생님과 친구들을 기억하고 모교의 운동장으로 찾아오게 만든 이장규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의 책이 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에 얼른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장규 선생님은 92년도에 교사로 임용되어 28년간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펴내셨다고 한다. 그러다 2020년에 공모형 교장이 되어 전남 구례 용방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시며 틈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데 그때 모아둔 글과 그림을 엮어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교문 앞 아침맞이로 하루를 시작해서 첫 통학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라디오와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교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는 이장규 선생님. 유치원생을 포함한 전교생 70여 명이 다 등교할 때까지 한 명 한 명에게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나누며 학생들과 교감하는 다정다감한 선생님.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그의 삶의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이름인 '장규'와 볼록 튀어나온 뒤통수에서 착안을 얻은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장선생님에게 '짱구샘'이라고 부르며 삼촌 대하듯 허물없이 가까이 지내며 이장규 선생님에게 힐링의 에너지를 준다고 한다.


  "짱구샘, 오늘은 무슨 차예요? 김칫국물 맛이 나네요?"

"보이차야."

"그럼 남자만 먹어요?"

"짱구샘, 세상이 참 따뜻해진 것 같아요."

"그래. 살다 보면 따뜻한 일 참 많단다."

"그러니까 모두 반팔을 입고 다니잖아요."

"..............."


- 본문 中 -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는 규칙이 가득하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이며, 근엄하신 교장선생님이 계시는 그런 이미지이다. 그런데 이장규 선생님이 4년간 근무하셨던 용방초등학교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친환경적이고 자유로우며 교사와 학생간에 거리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낯선(?) 분위기로 가득하다. 교사는 학생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주며 하루하루를 알콩달콩 살아간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일단 제자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어 20년이 된 후에도 사제간의 뜨거운 상봉을 하신 이장규 선생님이 부럽다. 그리고 요즘 핫한 푸바오와 사육사 할아버지처럼 학생들과 알콩달콩 하루하루 깨를 볶으신(?) 이장규 교장선생님이 부럽다. 끝으로 그런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 부럽다.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무척이나 애매해져버린 한국의 교육계에 이 책으로 인해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사는 가르치는 자로 당연히 존중받고, 학생은 제자로서 당연히 사랑받으며, 학부모는 조력자로 당연히 인정받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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