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일일책 - 극한 독서로 인생을 바꾼 어느 주부 이야기
장인옥 지음 / 레드스톤 / 2017년 11월
평점 :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다보면 기분 좋은 추억이 하나 있다. 바로 소풍날이다.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누구나 하루
전날 설레어서 잠 못 들어했을 봄소풍, 가을소풍은 아직도 나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소풍이 가져다 주는 기분 좋은
추억외에 더 큰 추억이 있었으니 소풍 다녀온 날이면 꼭 집에 와있던 책이다. 우리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참 많이 사주셨는데, 그것도
내가 소풍 다녀오는 날이면 집에 아동전집을 한 질씩 꼭 들이시곤 했다. 내가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도 우리 엄마의 의도를 잘 모르겠으나,
희한하게도 꼭 소풍 다녀 온 날 우리 집에는 많은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친구들이 소풍을 끝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때도 나는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집에 와있을지 기대하며 또 한 번의 소풍을 가는 듯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설레던 일, 소풍다녀와서
몸은 피곤했으나 졸린 눈을 비비며 재미나게 읽던 세계명작동화전집을 읽던 일등이 아직까지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 지금까지도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남들은 기분이 울적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쇼핑을 하나가득 하고 기분을
푼다고 하는데, 나는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서점들을 휘젓고 다니면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하나가득 사면서 기분전환을 하곤 한다. 도서정찰제가
없던 시절에는 각 온라인 서점 사이트마다 있던 '특가도서' 코너를 죄다 훑으면서 평소 읽고 싶었는데 미처 사지 못했던 책들을 거의 덤핑가격으로
사면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책은 내게 있어 비타민이요 산소같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책을 먹다시피하고, 책을 통해 숨을 쉬며,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
책 읽는 시간은 신세계였다. 일요일이면 방안에
처박혀 종일 꼼짝 않고 책을
읽었다. 필사도 했다. 행복했다. 숨이 트이고 살 것 같았다. 그 당시 종일 부정적인 생각만 반복했다. 책을 만나면서 나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책 속 글귀는 천 년 묵은 산삼이었다. 그 산삼을 먹고 점점 정신건강을 회복해가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
동안 읽었는데 삶의 의욕이 되살아났다. 신기했다.
(중간생략)
책과의 만남은 설렘이다.
"꿈이란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그 무엇이 아니라 당신의 잠을 깨우는 그 무엇이다." 찰리 헤지스의 명언이다. 책을 읽기 위해 잠에서
깨어났다. 의도적이긴했지만 책이 잠을 깨웠다.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책을 지나가는 마주침 정도로 생각했다면 흥미를 못 느꼈을 것이다.
책은 그저 삶을 비껴갔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절실함과 자신을 바꿔보고 싶다는 변화 욕구가 책에 머물게 했다.
- 본문 36~37쪽 인용
- |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속상하거나 힘빠지는 일이 있을 때면 서재방에 틀어박혀 책만 보곤 하던 내
모습과 참 많이 닮은 저자의 모습에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결혼 후 갑자기 찾아온 IMF 사태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남편으로 인해 행복한 가정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26개월 아이를 키우며 저자 역시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정규직업도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생활을 이끌어가긴 했으나,
점점 무기력해지고 의욕을 잃는 남편을 보며 저자 역시 한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 끝에 서있듯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던 저자는 우연히
컴퓨터를 들여다보다 책 한 권을 만나게 되고, 뭔가에 이끌린 듯 그 책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로 닥치는대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서 보기도 하고, 도서관 책들을 빌려서 보기도 하며 매일매일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것도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매일 1권의 책을 읽었단다. 새벽 기도를 가본 적은 있지만 저자처럼 새벽에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주 큰 자극이 되었다. 예전의 새벽기상의 경험을 떠올려 나도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솟구쳤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호르몬을 만들어라'라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
독서 호르몬은 독서습관으로 만들어진다. 지속적인 독서를 통해 생성된 독서
호르몬은 인격의 성장을 돕고 영혼의 성숙을 이끈다. 독서 호르몬은 한번 생겨나면 독서를 지속함으로써 꾸준히 성장을 돕는 강력한 호르몬이다.
성별이나 나이, 직업이나 빈부와도 상관없이 본인의 의지로 만들 수 있다. 독서 호르몬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본문 199쪽 인용
- |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고 현재 독서 6년 차가 되어 독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에 많은 자극이 된다.
이제껏 그저 나만 책읽으면 되고, 나만 책으로 설레면 끝이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저자의 모습에 많은
자극이 됨과 동시에 반성이 되었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을 도울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언젠가 들었던 글귀가 생각이 난다. "배워서 남주자!" 배워서 나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배워서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자는
그 글귀야말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독서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독서바이러스'에 나역시 단단히
감염되었으니 이제부터이 독서바이러스를 여기 저기 퍼뜨리고 다녀야겠다. 우리 가족들부터 당장 전염시켜볼까 한다. 그 무섭다는 '독서바이러스'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