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심플하게 일하기로 했다 - 미니멀 비즈니스 실천법 50
도미야마 마유 지음, 박재현 옮김, 이시다 준 감수 / 멘토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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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침잠이 많다. 밤에 늦게 자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긴 하지만, 일찍 잠들어도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는 게 왜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알람을 10분 간격으로 4개나 맞춰놓긴 하지만, 끄고 다시 잠드는 데 도사가 된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TV 프로그램에서 저혈압인 사람들이 자리에 누우면 다시 일어나는 게 어렵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긴 하나, 지극히 개인적인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문제이니 늦잠을 자도 된다고 직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어려움은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늦잠으로 하루를 시작하다보니 아침식사를 거르는 건 당연함이요, 출근시간 마지노선에 간당간당 턱걸이로 들어감은 두말 하면 잔소리요, 업무를 시작함에 있어서도 여유있게 준비하지 못함으로 인해 오전시간 내내 허둥지둥 일처리를 해야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내 옆자리 동료는 나와 똑같은 워킹맘임에도 불구하고 30분 일찍 출근해서 여유있게 모닝커피까지 내려 마시면서 하루 일을 침착하게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더더욱 자괴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요, '나도 내일은 꼭 일찍 출근하고 말거야!'하고 굳은 각오를 하고 또 하지만 실천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늘 여유없는 직장생활의 연속, 준비되지 못함으로 인한 다음 일의 처리지연 등으로 직장에서의 자존감이 상당히 떨어지기도 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닫던 무렵, 다행히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집안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늘 어수선해서 고민하던 때, '미니멀리스트' 관련 책을 읽고 상당히 도움을 받아서 이젠 집안 곳곳이 제법 정리가 잘 되어서 집안 일을 함에 있어서 더욱 효율이 오른 경험이 있던 터라, [오늘부터 심플하게 일하기로 했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구나 싶어서 얼른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를 읽기시작하자마자 너무 의지가 되는 부분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 꾸준히 행동을 이어가지 못한다.

         - 원활하게 행동을 끝내지 못한다.

 

              (중간생략)

 

         그러나 안심하자. 시작하지 못한다,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다, 예전대로 끝내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성격이나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다. 당신은 자신을 행동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요령을 모를 따름이다. 단지 그뿐이다."

              - 본문 17쪽 인용 -

          나의 습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늘 고치려고 노력은 하나 번번히 실패할 때마다 내 의지가 부족한 탓이거나 나의 게으름이 원인이라고만 여기고 나 스스로를 숱하게 원망하고 탓하기만 했었는데, 저자는 그게 아니란다. '요령을 모를 따름이다. 단지 그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임에도 벌써 무한 격려와 지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 모를 뿐이니 이제 알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알면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제법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 책의 저자인 도미야마 마유는 Will-PM 인터내셔널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공인 최고 강사다. 행동습관 컨설턴트, 행동정착 코치, 일본 행동분석학회 회원으로서 '행동습관화 트레이닝'을 도입하여 기업에서의 목표달성과 직원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다음 내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 행동과학 매니지먼트에서는 '인간이 의지만으로 행동하는 것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어지는 환경이나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 본문 19쪽 인용 -

          행동과학 매니지먼트에서는 행동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목표달성에 필요한 행동인 '부족행동'과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과잉행동'이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족행동이라면, '~하고 싶지만'이라는 말 뒤에 이어지는 것이 과잉행동인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라며 거듭 강조한다. '행동하지 못한다'며 고민하는 사람은 사실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족행동을 늘리고 과잉행동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50가지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당장 활용해보고 싶은 것을 찾았다. 50가지 중 32번, 33번, 34번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32. 하루 업무를 계획대로 완료했다면 자신에게 작은 상을 주자!

       33. 하루 업무를 계획대로 완료하지 못했다면 자신에게 작은 벌칙을 주자!

       34. 포인트 카드를 활용해 실천하는 이점을 만들자

            - 본문 108~112쪽 인용 -

          출근하자마자 TO DO LIST를 작성해서 그날 계획했던 업무를 다 끝냈으면 상으로 과자를 조금 먹는다던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던지, 달력이나 스케줄러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자기가 자기에게 상을 준다...... 솔깃하다. 늘 나에게는 엄격하게 되고 인색하게 되는 게 사실인데, 계획한 일을 끝냈을 때 나에게 보상을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잘해보고 싶은 의욕이 충만하다. 반대로 그 날 계획한 일을 다 못 끝냈을 때는 내가 정한 벌칙을 주라고 한다. 좋아하는 TV 프로를 보지 못한다던지, 좋아하는 간식을 안 먹기 등을 해보는 것도 좀 더 자극이 될 것도 같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일 와닿는 건 '포인트 카드' 제도이다. 내가 만든 포인트 카드에 내가 계획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마다 포인트 스티커를 붙이거나 도장을 찍어서 카드를 채워가면 날마다 뿌듯해질 것 같다. 그래서 포인트 카드가 다 채워지면 맛있는 요리를 먹는다던지, 내가 보고 싶던 책을 사도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술술 잘 읽혀지는 편이다. 한쪽은 그림, 한쪽은 여유있는 글밥의 형식으로 구성된 부분이 많아서 부담없이 읽혀진다. 무엇보다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바닥으로까지 치닫았던 나의 자존감을 저자가 조금씩 조금씩 끌어올려 줌을 느끼게 되어 책 읽는 속도는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해도 어렵고 힘들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나처럼 자존감이 떨어져서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고 자괴감이 자꾸 드는 사람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그래서 작은 행동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결국에는 스스로를 움직이게 되는 놀라운 변화를 맛보는 경험을 안겨주고 싶다.

           내일 출근하면 당장 TO DO LIST를 작성할거다. 그리고 하나 하나 완료할 때마다 빨간색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한 후, 모든 계획에 동그라미가 다 채워지면 탁상달력의 내일 날짜칸에 스티커를 붙일 것이다. 그래서 그 스티커가 20개가 모아지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프라푸치노를 사서 나에게 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내가 행동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요령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이제 실천만 남았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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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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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참 재미있다. 이 사람이 누구냐고?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팀 알퍼' 말이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싶었는데, 책을 펼쳐서 몇 장 읽었을 뿐인데도 감이 왔다. 영국식 유머와 센스,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눈치(?)와 예리한 분석력을 지닌 저자가 쓴 글이라는 예감이 들자마자 책은 술술 읽혀졌다. 더군다나 나와 출생년이 같은 1977년도생이라는 사실이 묘한 친밀감을 불러와 더욱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2006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역동적인 한국인들과 다양한 한국 음식의 매력에 빠져 2007년부터는 아예 한국에서 살게 되었다는 저자는 이미 내 마음 속 친구가 되어버렸다.

 

 

     

    "한국에 살면 살수록 한국이라는 나라는 변화 그 자체임을 실감한다. 한국인에게 눈앞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점점 속도가 빨라지기만 하는 쳇바퀴만큼 당연시되는 것은 없다. 한국인은 연이어 터지는 절박한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점점 더 커지는 불똥을 이리저리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머를 이용하면서 살아왔다.

      나 같은 서양인이 이런 나라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낯설고 생소한 도전, 꼭 롤러코스터를 타든 듯한 경험이라고나 할까? 바로 그렇게 꾸려간 코리안 라이프를 이 책에 기록했다."

             - 본문 11쪽 인용 -

       바로 이 책을 쓴 그의 이유이다. 첫째, 외국생활을 먼저 해 본 선배로서  자신이 이미 경험한 내용을 후배 외국인들에게 알려주기위한 듯 하기도 하고, 둘째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등과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국사람들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제2, 제 3의 자신과 같은 외국인들을 좀 더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 살짝 담긴듯한 것 같기도 하다.

  

 

 

        아울러 그가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며 두 나라가 가진 좋은점, 배울점, 매력 등을 소개하는 문화통역관으로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한국 목욕탕 문화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때밀이 문화다. 피부 아래 황금이 숨겨져 있고 그걸 캐내려고 저렇게 열심히 살갗을 밀어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 신기했던 것은 성질 급한 목수가 거친 나무 표면을 사포로 밀어내듯 아이들의 때를 밀어주는 아버지들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중년이 된 그 아들이 늙어버린 아버지를 목욕탕에 에려와 때를 밀어줄 것이다. 이 풍경이야말로 한국 목욕탕에 숨겨진 황금이 아닐까."

                   - 본문 42쪽 인용-

 

       "아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선거일이 다가오면 즐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일이 공휴일이라서다. 나는 선거일에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 본문 85쪽 인용-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도 당연한 일상적인 모습이 그의 눈에는 참 아름답게 비춰지는 걸 보니,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도 생기고 익숙했기에 당연시여기고 그 가치를 몰랐던 내 모습이 반성도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정말 양국에 문화통역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잘못 사용되고 있는 영어표현, 이른바 콩글리시를 제대로 지적하여 올바른 영어표현방법으로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등산을 영어로 옮길 때 '마운틴 클라이밍(mountain climbing)'이라고 쓰는 걸 종종 본다. 내 생각에 이는 오역이다. 한국식 등산은 'hiking(하이킹)'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 말하는 마운틴 클라이밍은 보통 엄홍길 대장 같은 등반 전문인이 알프스나 히말라야 산맥을 타는 본격적인 등반을 가리킨다."

              -본문 61쪽 인용 -

 

 

 

        " 쇼호소트라는 (약간 어색한) 영어 이름부터 흥미를 끈다. 사실 홈쇼핑 방송 진행자를 영어로 옮기면 'Home shopping presenter(홈쇼핑 프리젠터)'라고 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그런 지루한 이름보단 쇼호스트란 명칭이 훨씬 매력적으로 들린다. 게다가 영국의 홈쇼핑 프리젠터들은 그 이름만큼이나 지루하게 방송을 진행한다. 나 같으면 거기서 파는 물건을 공짜로 준대도 영국 홈쇼핑 방송을 보진 않을 것이다."

               - 본문 66쪽 인용 -

 

       

 

         이렇듯 문화통역관으로서 한국과 영국 두 나라의 공통점 및 차이점, 그리고 각 나라만의 고유함이 담긴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들로 가득한 책을 읽고 나니, 올해 중학교 1학년이 큰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점점 문화의 다양성이 강해지고 장차 다름이 인정되는 사회속에서 살아갈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더 잘 알고 다양한 문화를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일요일 아침 한강변에서 시뻘개진 얼굴로 숨을 헐떡거리며 조깅을 한다는 저자......   다가오는 2018년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저자......   이 책 발간 이후로  겪은 에피소드들을 모아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2권이 발간되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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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한달
박희정 지음 / 아우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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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내게 지금 당장 소원을 하나 말해보라고 한다면, ‘20대로 돌아가서 세계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너무 속보이는 답이려나? 20대로 돌아감과 함께 배낭여행 또한 탐을 내니 사실 소원이 한 개가 아니고 두 개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러고 싶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자체발광으로 예쁜 20대의 나이가 되어 남편, 아이들 걱정없이 자유롭게 배낭여행을 해보는 것.......정말 소원이다.

          이런 나의 생각속에서도 알 수 있듯, 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배낭여행은 애시당초 성립되지 않는다고 먼저 결론내리고 있다. 머나먼 타지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편에 자식들까지 챙겨가며 여행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사서고생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을 만났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

          이 책의 저자는 배낭여행을 한 지 14년이나 되어서 다녀온 나라만 읊어봐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인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라오스,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입이 떠억 벌어진다.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남편과 함께라는 말에 도 한 번 입이 떠억 벌어진다. 지난 겨울에 우리 네 식구 함께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는데, 34일 일정이었음에도 아이들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다고 여겼건만, 이 분의 기행문을 읽어보니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낯선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문화, 음식, 언어를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당연함 외에 삶의 깨달음 또한 야무지게도 하나 둘 배워왔다. 그 배우고 깨침을 국어 선생님답게 야무지게 글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 이 고비를 넘겼다고 내일도 잘 풀릴 리 없다. ‘고통은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른 고비를 만나면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또 몸부림이 쳐질 게다. 다만 이러한 고통의 반복이 삶이란 걸, 이런 무늬 무늬가 모여 삶의 문양을 만든다는 걸 알아차릴 뿐이다.

            - 본문 34쪽 인용 -

 

        이 추억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언젠가는 부스스 떨어져 나와 우리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나를 소 닭 보듯 할 때조차 멀미하는 자신의 등을 두드려줬던 나를 기억해 재주며 조금은 덜 고약하게 대해줄 수도 있다. 아이와 나 사이엔 따오 섬이 있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할 때 언제나 마음으로 이 섬에 오리라.

            - 본문 47~48쪽 인용 -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부러움이 생겼다. 우리 남편이 살갑지 못해서일까? 저자의 남편분이 참 따뜻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책의 곳곳에서 느꼈다

        그러다가 급기야 바지가락이 흘러내려 잘 못 걷는 작은아이 여준을 업어준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데려온 아이들도 아닌데, 남편이 애들에게 잘해주면 그게 몹시 고맙다.

          - 본문 105쪽 인용 -

 

.

     남편이 눈썹을 휘날리며 내게 달려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뭐든지 내가 하자는 대로 맞춰주고 혹여 내가 무료한 거 같으면 듣고 있던 이어폰을 뽑아 내귀에 끼워주고,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내 마음을 달래주던 남편이 새삼 고맙다.

         - 본문 130쪽 인용 -

 

         부러우면 지는 건데 참 부러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여행을 하다보니 가족끼리 더 정이 많아진 건지, 정이 많다보니 가족끼리 여행을 하게 된건지....... 아무튼 사랑으로 똘똘뭉친 네 식구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가르침도 얻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 것은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소득이다.

​          14년간 배낭여행을 하며 남긴 저자의 기록과 함께 저자의 고향인 파주에서의 추억들로 책의 후반부는 시작된다. 1970년생의 저자는 어린 시절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정이 넘치고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그 추억들을 소담스럽게 풀어놓고 있다. 준비물인 찰흙을 사지 못해 산에 가서 찰흙같이 생긴 흙을 퍼왔는데 딱딱해져서 사용하지 못했던 일, 언니 오빠들이 사용하다 남은 몽당 크레파스를 사탕통에 담아두고 쓴 일, 붓이 성치 않아 붓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일 등 한편으로는 콧등이 찡해지는 사연들의 모음인데도 이상하게도 안쓰럽기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당차고 옹골찬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런 당찬 저자였기에 14년이 넘도록 씩씩하게 배낭여행을 해올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            배낭여행.......   나하고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좀 바뀌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의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더 나이들어 골골거리기 전에 하루라도 젊을 때 나도 배낭여행 해보기!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이면 더 좋고........  꼭 해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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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의 민낯 - 조선의 국정 농단자들
이정근 지음 / 청년정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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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만 틀면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란 말로 도배되던 때가 있었다. 몇 달 동안이나 듣고 또 들었더니, 귀에 제법 익숙해진 단어들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까지 '국정농단'이라는 말은 참 낯설다. 정확한 뜻도 모르겠기에 여기저기를 찾아봤더니 '농단(壟斷)'은 본래 '용단'이라는 단어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성현이었던 맹자의 발언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농단'의 '농(壟)'은 언덕이란 뜻이고, '단(斷)'은 끊는다는 뜻으로서 풀이하면 '언덕을 끊다'는 뜻이 된다. 시장의 높은 언덕에서 좌우를 살핀 후 시장의 유리한 자리를 차지해서 이익을 챙기더 경우를 맹자는 '농단'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농단'이란 '비겁한 술수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를 말하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나라의 정치를 비겁한 술수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최순실의 비겁한 술수에 한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가 휘말리게 되었음은 물론이요 대한민국이 휘청거린 이 사건......  역사는 과연 뭐라고 기록할지 사뭇 궁금하다.

 

 

        시간을 거슬러 성리학이 근본이고 의와 예를 갖추던 조선시대에도 이런 사건들이 있었으니 저자는 '조선의 김기춘', '조선의 최순실'의 사례를 역사적인 배경아래 일목요연하게 사건들을 재구성하여 한 사람씩 소개하고 있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 나라를 농단했던 대표적인 간신 조말생, 한명회, 유자광, 임사홍, 신무삼간, 윤원형, 이이첨, 김자점, 홍국영, 안동 김씨, 매국노의 '조선판 국정농단'을 실감나게 풀어쓴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상세하게 사실적으로 서술하는 신랄함에 저자의 사전 조사가 얼마나 방대했을지 짐작이 갈 정도다.

 

 

         사건들 외에 역사적인 지식도 쏠쏠하게 배울 수 있어서 꽤나 재밌다.

     강직함을 내세웠던 사람들은 두문동으로 들어갔고 '새 술은 새 부대'를 내세웠던 사람드은 이성계 휘하로 들어갔다. 훗날 두문동에 들어갔던 고려 유신들은 불태워지는 학살을 당했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다.

                 - 분몬 24쪽 인용 -

     

      죄인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동률로 처벌받을 수 있다. 양팽손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광조의 시신을 수습하여 향리에 가매장했다가 홍문관 관직을 내버리고 향리 담양으로 내려와 흙담을 쌓고 집을 지어 스승을 기렸다. 오늘날의 소쇄원이다.

                 - 본문 141쪽 인용 -

 

 

         그리고 저자는 조선과 현대의 시대를 넘나들면서 각각의 사건을 대칭시키며 절묘하게도 공통점을 찾아낸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사실임을 여지없이 증명하여 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수백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쩜 그리 사건의 내막이나 진행, 그리고 결과가 같은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1471년 3월, 자산군이 즉위했다. 성종이다. 계유정난으로부터 18년, 한명회와 신숙주를 포함한 훈구대신들이 정난공신, 좌익공신, 익대공신, 좌리공신 반열에 올랐고 그들의 2세 3세들도 공신록에 이름을 올렸다. 5.16으로부터 10.26까지 박정희 18년, 그 후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10년. 정의롭지 못한 정권의 부역자들이 권세를 누리고 2세  3세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본문 72쪽 인용 -

 

          1453년 10월 10일 발발한 계유정난으로부터 53년. 반정군에 사로잡힌 연산군이 강화도 교동도에 위리안치 되었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로부터 56년이 흐른 2017년 3월 31일 독재자의 딸이 수인번호 503을 달고 독방에 입감되었다. 위리안치는 죄인의 거소에 가시울타리를 쳐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고 독방 역시 타인의 접촉을 제한한다. 정통성이 없는 세력은 반백년이 한계라는 말이 전설처럼 떠도는 것이 낭설이 아닌가보다.

                 - 본문 148쪽 인용 -

 

 

         신문의 어느 기사에서 본 문장이 생각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간신(諫臣)은 없고 간신(奸臣)만 있다.‘  조선시대에 간신(諫臣)은 매우 중요한 직책이었다고 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에게 올곧은 말을 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어떠한가. 특히나 대한민국에는 더더욱 간신(諫臣)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간언하는 간신이 아니라 간사한 간신들로 가득한 게 현실이니 말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있고난 후라 그런지 이 책은 제법 의미있게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도 간언하는 간신(諫臣)이 많았더라면 탄핵을 비록하여 헌정사상 초유의 사례라는 타이틀이 여기저기에 붙을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또한 함께 말이다.

              

 

          저자의 여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조선 500년사를 관통하면서 수많은 인물이 명멸했다. 그 중에서 나라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역사 발전을 퇴행시킨 인물의 흔적을 쫓으며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

                   - ​ 여는말 인용  -             ​

 

               다시는 이런 국정농단 사건 따위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울러 먼 미래에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간신의 민낯 2’라는 책으로 발간되지 않기 또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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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의 사계 - 칭기스칸 역사기행
박원길 지음 / 채륜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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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뉴욕타임즈>에서 '세계를 움직인 가장 역사적인 인물'로 칭기스칸을 뽑았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땅을 정복하여 40여 개의 국가를 멸망시켰으며, 약 4천만 명을 학살한 끝에 세계최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칸이 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주였던 칭기스칸은 그의 명성에 비해 남겨진 게 없어서인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역시 '칭기스칸'하면 그냥 영토를 엄청나게 확장시킨 인물이고, 싸움과 전쟁에 능한 위대한 정복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위대한 통치자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은 몽골고대사 및 북망민족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박원길 소장님(현재 '칭기스칸 연구센터' 소장님)이 199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칭기스칸과 관련된 지역을 답사하는 중에, 2011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각 3주간의 일정으로 몽골과 중국, 러시아 지역을 기행한 후 남긴 기행문이다. 특히 꽤나 의미가 있는 것은  2012년에 출판될 예정으로 쓰여진 책이었다고 하는데 2017년이 되어서야 세상빛을 보게 된 걸 보면 많은 사연을 뒤로한 의미있는 기행문이겠다 싶은 생각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가볍게 넘겨지지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몽고제국을 세운 칭기스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정작 그의 무덤은 어디있는지 모른다. 저자인 박원길 소장님 역시 그의 무덤을 찾아 많은 곳을 찾아헤매이신듯 했다.        

     " 사실 칭기스칸의 대몽골제국은 여러 면에서 정말로 신비하기 그지없다. 칭기스칸을 비롯한 몽골군은 거짓말처럼 오늘날까지 무덤 하나 발견되지 않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간 신의 군대처럼 기념이 될 만한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중간생략)

      칭기스칸은 개인적으로 물질보다는 정신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원대한 꿈을 품은 자에게 물질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법이다. 

      칭기스칸과 그의 길을 따른 수많은 인물들이 역대 동서양의 제왕이나 대신들처럼 지상에서의 영광을 지하의 세계에서 구축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들은 지하의 세계에서 미래를 기획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칭기스칸은 자기가 지상에서  남긴 꿈만을 주변인물이나 후계자들에게 계승하는 것으로 만족했는지 모른다. 인류역사상 예수나 마호메드, 석가, 공자 등의 예에서도 나타나듯이 사람들의 마음에 묻힌 것보다 더 위대한 무덤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38~43쪽 인용 -

     멋졌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영웅........   자신의 명예와 야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뺏고 축적하고 죽어서도 길이 남기고자 큰 무덤을 남기고 비석을 세울법도 한데, 자신이 묻힌 곳조차 기록에 남기지 않고, 알리지도 않을 정도라니,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 싶다. 세계 4대 성인은 아니지만 성인의 대열에 합류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하지만 그의 비범함과 남다름에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내용 중 칭기스칸의 대법령 내용을 보던 중 감동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 제31조.     서로 사랑하라. 간통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위증하지 말라. 모반하지 말라. 노인과 가난한 사람을 정성껏 돌봐 주어라. 이 명령을 지키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

                                - 본문 186쪽 인용 - 

      내가 크리스찬이라 그런가 마치 성경책을 보는 기분이었다.(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은 빼고......)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을 칭기스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십계명의 제 7계명인 '간음하지 말라', 제 8계명인 '도둑질하지 말라', 제 9계명인 '제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의 내용을 칭기스칸 역시 범령으로 정하고 있었다. 역시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싶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정해놓은 '칭기스칸의 대법령'에 리더로서의 권위와  무게를 고스란히 실어둠으로써 자칫 붕괴되거나 반란이 일어나기 쉬운 유목민 부대를 호령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다른 부족의 손에서 자라 교육은 커녕 한 순간순간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만 했던 최악의 상황 속에서 칭기스칸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배웠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래서 물질보다 정신을 사랑하고, 핍박 받고 서러운 가난한 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관용을 바탕으로 한 정복으로 대몽골제국을 건설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 이 책........  삶이 힘들다고 여겨질 때 다시 펼쳐보아야겠다. 그리고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조금씩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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