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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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참 재미있다. 이 사람이 누구냐고?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팀 알퍼' 말이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싶었는데, 책을 펼쳐서 몇 장 읽었을 뿐인데도 감이 왔다. 영국식 유머와 센스,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눈치(?)와 예리한 분석력을 지닌 저자가 쓴 글이라는 예감이 들자마자 책은 술술 읽혀졌다. 더군다나 나와 출생년이 같은 1977년도생이라는 사실이 묘한 친밀감을 불러와 더욱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2006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역동적인 한국인들과 다양한 한국 음식의 매력에 빠져 2007년부터는 아예 한국에서 살게 되었다는 저자는 이미 내 마음 속 친구가 되어버렸다.

 

 

     

    "한국에 살면 살수록 한국이라는 나라는 변화 그 자체임을 실감한다. 한국인에게 눈앞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점점 속도가 빨라지기만 하는 쳇바퀴만큼 당연시되는 것은 없다. 한국인은 연이어 터지는 절박한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점점 더 커지는 불똥을 이리저리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머를 이용하면서 살아왔다.

      나 같은 서양인이 이런 나라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 동시에 낯설고 생소한 도전, 꼭 롤러코스터를 타든 듯한 경험이라고나 할까? 바로 그렇게 꾸려간 코리안 라이프를 이 책에 기록했다."

             - 본문 11쪽 인용 -

       바로 이 책을 쓴 그의 이유이다. 첫째, 외국생활을 먼저 해 본 선배로서  자신이 이미 경험한 내용을 후배 외국인들에게 알려주기위한 듯 하기도 하고, 둘째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등과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국사람들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제2, 제 3의 자신과 같은 외국인들을 좀 더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 살짝 담긴듯한 것 같기도 하다.

  

 

 

        아울러 그가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며 두 나라가 가진 좋은점, 배울점, 매력 등을 소개하는 문화통역관으로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한국 목욕탕 문화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때밀이 문화다. 피부 아래 황금이 숨겨져 있고 그걸 캐내려고 저렇게 열심히 살갗을 밀어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 신기했던 것은 성질 급한 목수가 거친 나무 표면을 사포로 밀어내듯 아이들의 때를 밀어주는 아버지들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중년이 된 그 아들이 늙어버린 아버지를 목욕탕에 에려와 때를 밀어줄 것이다. 이 풍경이야말로 한국 목욕탕에 숨겨진 황금이 아닐까."

                   - 본문 42쪽 인용-

 

       "아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선거일이 다가오면 즐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일이 공휴일이라서다. 나는 선거일에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 본문 85쪽 인용-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도 당연한 일상적인 모습이 그의 눈에는 참 아름답게 비춰지는 걸 보니,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도 생기고 익숙했기에 당연시여기고 그 가치를 몰랐던 내 모습이 반성도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정말 양국에 문화통역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잘못 사용되고 있는 영어표현, 이른바 콩글리시를 제대로 지적하여 올바른 영어표현방법으로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등산을 영어로 옮길 때 '마운틴 클라이밍(mountain climbing)'이라고 쓰는 걸 종종 본다. 내 생각에 이는 오역이다. 한국식 등산은 'hiking(하이킹)'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 말하는 마운틴 클라이밍은 보통 엄홍길 대장 같은 등반 전문인이 알프스나 히말라야 산맥을 타는 본격적인 등반을 가리킨다."

              -본문 61쪽 인용 -

 

 

 

        " 쇼호소트라는 (약간 어색한) 영어 이름부터 흥미를 끈다. 사실 홈쇼핑 방송 진행자를 영어로 옮기면 'Home shopping presenter(홈쇼핑 프리젠터)'라고 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그런 지루한 이름보단 쇼호스트란 명칭이 훨씬 매력적으로 들린다. 게다가 영국의 홈쇼핑 프리젠터들은 그 이름만큼이나 지루하게 방송을 진행한다. 나 같으면 거기서 파는 물건을 공짜로 준대도 영국 홈쇼핑 방송을 보진 않을 것이다."

               - 본문 66쪽 인용 -

 

       

 

         이렇듯 문화통역관으로서 한국과 영국 두 나라의 공통점 및 차이점, 그리고 각 나라만의 고유함이 담긴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들로 가득한 책을 읽고 나니, 올해 중학교 1학년이 큰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점점 문화의 다양성이 강해지고 장차 다름이 인정되는 사회속에서 살아갈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더 잘 알고 다양한 문화를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일요일 아침 한강변에서 시뻘개진 얼굴로 숨을 헐떡거리며 조깅을 한다는 저자......   다가오는 2018년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저자......   이 책 발간 이후로  겪은 에피소드들을 모아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2권이 발간되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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