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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한달
박희정 지음 / 아우룸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내게 지금 당장 소원을
하나 말해보라고 한다면
,
난 ‘20대로 돌아가서 세계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너무 속보이는 답이려나?
20대로 돌아감과 함께 배낭여행 또한 탐을 내니
사실 소원이 한 개가 아니고 두 개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러고 싶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도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자체발광으로 예쁜 20대의 나이가 되어 남편,
아이들 걱정없이 자유롭게 배낭여행을 해보는
것.......정말 소원이다.
이런 나의 생각속에서도 알 수 있듯,
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배낭여행은 애시당초
성립되지 않는다고 먼저 결론내리고 있다.
머나먼 타지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편에 자식들까지 챙겨가며 여행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사서고생’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을
만났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
이 책의 저자는 배낭여행을 한 지 14년이나 되어서 다녀온 나라만 읊어봐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인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라오스,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입이 떠억 벌어진다.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남편과 함께라는 말에 도 한 번 입이 떠억
벌어진다.
지난 겨울에 우리 네 식구 함께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는데,
3박 4일 일정이었음에도 아이들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다고
여겼건만,
이 분의 기행문을 읽어보니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낯선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문화,
음식,
언어를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당연함 외에 삶의 깨달음 또한
야무지게도 하나 둘 배워왔다.
그 배우고 깨침을 국어 선생님답게 야무지게 글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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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고비를 넘겼다고 내일도 잘 풀릴 리
없다.
‘고통은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른 고비를 만나면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또 몸부림이 쳐질 게다.
다만 이러한 고통의
반복이 삶이란 걸,
이런 무늬 무늬가 모여
삶의 문양을 만든다는 걸 알아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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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34쪽
인용 - |
|
이
추억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언젠가는 부스스 떨어져 나와 우리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나를 소 닭 보듯 할 때조차 멀미하는 자신의 등을 두드려줬던 나를 기억해 재주며 조금은 덜 고약하게 대해줄 수도
있다.
아이와
나 사이엔 ‘따오
섬’이
있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할 때 언제나 마음으로 이 섬에 오리라.
- 본문
47~48쪽
인용 - |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부러움이
생겼다.
우리 남편이 살갑지 못해서일까?
저자의 남편분이 참 따뜻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책의
곳곳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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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급기야 바지가락이 흘러내려 잘 못 걷는 작은아이 여준을 업어준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데려온
아이들도 아닌데,
남편이
애들에게 잘해주면 그게 몹시 고맙다.
- 본문
105쪽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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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눈썹을 휘날리며 내게 달려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뭐든지
내가 하자는 대로 맞춰주고 혹여 내가 무료한 거 같으면 듣고 있던 이어폰을 뽑아 내귀에 끼워주고,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내 마음을 달래주던 남편이 새삼 고맙다.
- 본문
130쪽
인용 - |
부러우면 지는 건데 참
부러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여행을
하다보니 가족끼리 더 정이 많아진 건지,
정이
많다보니 가족끼리 여행을 하게 된건지.......
아무튼
사랑으로 똘똘뭉친 네 식구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가르침도 얻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 것은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소득이다.
14년간 배낭여행을 하며 남긴 저자의 기록과
함께 저자의 고향인 파주에서의 추억들로 책의 후반부는 시작된다. 1970년생의 저자는 어린 시절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정이 넘치고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그 추억들을 소담스럽게 풀어놓고 있다. 준비물인 찰흙을 사지 못해 산에 가서 찰흙같이 생긴 흙을 퍼왔는데 딱딱해져서 사용하지 못했던 일,
언니 오빠들이 사용하다 남은 몽당 크레파스를 사탕통에 담아두고 쓴 일, 붓이 성치 않아 붓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일 등 한편으로는 콧등이
찡해지는 사연들의 모음인데도 이상하게도 안쓰럽기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당차고 옹골찬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런
당찬 저자였기에 14년이 넘도록 씩씩하게 배낭여행을 해올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배낭여행....... 나하고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좀 바뀌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의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더 나이들어 골골거리기 전에
하루라도 젊을 때 나도 배낭여행 해보기!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이면 더 좋고........ 꼭 해보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