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의 사계 - 칭기스칸 역사기행
박원길 지음 / 채륜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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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뉴욕타임즈>에서 '세계를 움직인 가장 역사적인 인물'로 칭기스칸을 뽑았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땅을 정복하여 40여 개의 국가를 멸망시켰으며, 약 4천만 명을 학살한 끝에 세계최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칸이 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주였던 칭기스칸은 그의 명성에 비해 남겨진 게 없어서인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역시 '칭기스칸'하면 그냥 영토를 엄청나게 확장시킨 인물이고, 싸움과 전쟁에 능한 위대한 정복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위대한 통치자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은 몽골고대사 및 북망민족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박원길 소장님(현재 '칭기스칸 연구센터' 소장님)이 199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칭기스칸과 관련된 지역을 답사하는 중에, 2011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각 3주간의 일정으로 몽골과 중국, 러시아 지역을 기행한 후 남긴 기행문이다. 특히 꽤나 의미가 있는 것은  2012년에 출판될 예정으로 쓰여진 책이었다고 하는데 2017년이 되어서야 세상빛을 보게 된 걸 보면 많은 사연을 뒤로한 의미있는 기행문이겠다 싶은 생각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가볍게 넘겨지지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몽고제국을 세운 칭기스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정작 그의 무덤은 어디있는지 모른다. 저자인 박원길 소장님 역시 그의 무덤을 찾아 많은 곳을 찾아헤매이신듯 했다.        

     " 사실 칭기스칸의 대몽골제국은 여러 면에서 정말로 신비하기 그지없다. 칭기스칸을 비롯한 몽골군은 거짓말처럼 오늘날까지 무덤 하나 발견되지 않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간 신의 군대처럼 기념이 될 만한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중간생략)

      칭기스칸은 개인적으로 물질보다는 정신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원대한 꿈을 품은 자에게 물질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법이다. 

      칭기스칸과 그의 길을 따른 수많은 인물들이 역대 동서양의 제왕이나 대신들처럼 지상에서의 영광을 지하의 세계에서 구축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들은 지하의 세계에서 미래를 기획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칭기스칸은 자기가 지상에서  남긴 꿈만을 주변인물이나 후계자들에게 계승하는 것으로 만족했는지 모른다. 인류역사상 예수나 마호메드, 석가, 공자 등의 예에서도 나타나듯이 사람들의 마음에 묻힌 것보다 더 위대한 무덤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38~43쪽 인용 -

     멋졌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영웅........   자신의 명예와 야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뺏고 축적하고 죽어서도 길이 남기고자 큰 무덤을 남기고 비석을 세울법도 한데, 자신이 묻힌 곳조차 기록에 남기지 않고, 알리지도 않을 정도라니,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 싶다. 세계 4대 성인은 아니지만 성인의 대열에 합류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하지만 그의 비범함과 남다름에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내용 중 칭기스칸의 대법령 내용을 보던 중 감동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 제31조.     서로 사랑하라. 간통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위증하지 말라. 모반하지 말라. 노인과 가난한 사람을 정성껏 돌봐 주어라. 이 명령을 지키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

                                - 본문 186쪽 인용 - 

      내가 크리스찬이라 그런가 마치 성경책을 보는 기분이었다.(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은 빼고......)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을 칭기스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십계명의 제 7계명인 '간음하지 말라', 제 8계명인 '도둑질하지 말라', 제 9계명인 '제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의 내용을 칭기스칸 역시 범령으로 정하고 있었다. 역시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싶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정해놓은 '칭기스칸의 대법령'에 리더로서의 권위와  무게를 고스란히 실어둠으로써 자칫 붕괴되거나 반란이 일어나기 쉬운 유목민 부대를 호령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다른 부족의 손에서 자라 교육은 커녕 한 순간순간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만 했던 최악의 상황 속에서 칭기스칸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배웠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래서 물질보다 정신을 사랑하고, 핍박 받고 서러운 가난한 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관용을 바탕으로 한 정복으로 대몽골제국을 건설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 이 책........  삶이 힘들다고 여겨질 때 다시 펼쳐보아야겠다. 그리고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조금씩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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