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의 민낯 - 조선의 국정 농단자들
이정근 지음 / 청년정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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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만 틀면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란 말로 도배되던 때가 있었다. 몇 달 동안이나 듣고 또 들었더니, 귀에 제법 익숙해진 단어들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까지 '국정농단'이라는 말은 참 낯설다. 정확한 뜻도 모르겠기에 여기저기를 찾아봤더니 '농단(壟斷)'은 본래 '용단'이라는 단어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성현이었던 맹자의 발언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농단'의 '농(壟)'은 언덕이란 뜻이고, '단(斷)'은 끊는다는 뜻으로서 풀이하면 '언덕을 끊다'는 뜻이 된다. 시장의 높은 언덕에서 좌우를 살핀 후 시장의 유리한 자리를 차지해서 이익을 챙기더 경우를 맹자는 '농단'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농단'이란 '비겁한 술수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를 말하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나라의 정치를 비겁한 술수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최순실의 비겁한 술수에 한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가 휘말리게 되었음은 물론이요 대한민국이 휘청거린 이 사건......  역사는 과연 뭐라고 기록할지 사뭇 궁금하다.

 

 

        시간을 거슬러 성리학이 근본이고 의와 예를 갖추던 조선시대에도 이런 사건들이 있었으니 저자는 '조선의 김기춘', '조선의 최순실'의 사례를 역사적인 배경아래 일목요연하게 사건들을 재구성하여 한 사람씩 소개하고 있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 나라를 농단했던 대표적인 간신 조말생, 한명회, 유자광, 임사홍, 신무삼간, 윤원형, 이이첨, 김자점, 홍국영, 안동 김씨, 매국노의 '조선판 국정농단'을 실감나게 풀어쓴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상세하게 사실적으로 서술하는 신랄함에 저자의 사전 조사가 얼마나 방대했을지 짐작이 갈 정도다.

 

 

         사건들 외에 역사적인 지식도 쏠쏠하게 배울 수 있어서 꽤나 재밌다.

     강직함을 내세웠던 사람들은 두문동으로 들어갔고 '새 술은 새 부대'를 내세웠던 사람드은 이성계 휘하로 들어갔다. 훗날 두문동에 들어갔던 고려 유신들은 불태워지는 학살을 당했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다.

                 - 분몬 24쪽 인용 -

     

      죄인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동률로 처벌받을 수 있다. 양팽손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광조의 시신을 수습하여 향리에 가매장했다가 홍문관 관직을 내버리고 향리 담양으로 내려와 흙담을 쌓고 집을 지어 스승을 기렸다. 오늘날의 소쇄원이다.

                 - 본문 141쪽 인용 -

 

 

         그리고 저자는 조선과 현대의 시대를 넘나들면서 각각의 사건을 대칭시키며 절묘하게도 공통점을 찾아낸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사실임을 여지없이 증명하여 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수백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쩜 그리 사건의 내막이나 진행, 그리고 결과가 같은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1471년 3월, 자산군이 즉위했다. 성종이다. 계유정난으로부터 18년, 한명회와 신숙주를 포함한 훈구대신들이 정난공신, 좌익공신, 익대공신, 좌리공신 반열에 올랐고 그들의 2세 3세들도 공신록에 이름을 올렸다. 5.16으로부터 10.26까지 박정희 18년, 그 후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10년. 정의롭지 못한 정권의 부역자들이 권세를 누리고 2세  3세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본문 72쪽 인용 -

 

          1453년 10월 10일 발발한 계유정난으로부터 53년. 반정군에 사로잡힌 연산군이 강화도 교동도에 위리안치 되었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로부터 56년이 흐른 2017년 3월 31일 독재자의 딸이 수인번호 503을 달고 독방에 입감되었다. 위리안치는 죄인의 거소에 가시울타리를 쳐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고 독방 역시 타인의 접촉을 제한한다. 정통성이 없는 세력은 반백년이 한계라는 말이 전설처럼 떠도는 것이 낭설이 아닌가보다.

                 - 본문 148쪽 인용 -

 

 

         신문의 어느 기사에서 본 문장이 생각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간신(諫臣)은 없고 간신(奸臣)만 있다.‘  조선시대에 간신(諫臣)은 매우 중요한 직책이었다고 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에게 올곧은 말을 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어떠한가. 특히나 대한민국에는 더더욱 간신(諫臣)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간언하는 간신이 아니라 간사한 간신들로 가득한 게 현실이니 말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있고난 후라 그런지 이 책은 제법 의미있게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도 간언하는 간신(諫臣)이 많았더라면 탄핵을 비록하여 헌정사상 초유의 사례라는 타이틀이 여기저기에 붙을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또한 함께 말이다.

              

 

          저자의 여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조선 500년사를 관통하면서 수많은 인물이 명멸했다. 그 중에서 나라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역사 발전을 퇴행시킨 인물의 흔적을 쫓으며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

                   - ​ 여는말 인용  -             ​

 

               다시는 이런 국정농단 사건 따위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울러 먼 미래에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간신의 민낯 2’라는 책으로 발간되지 않기 또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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